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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아빠, 내가 일자리 구해줄께”: 한진중 김주익 위원장에게 보낸 두 자녀의 편지 by 프레시안 김하영

1백29일 동안 크레인 위에서 고공 농성을 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진중공업의 고 김주익(40) 노조위원장에게 보내진 자녀들의 편지와 그림들이 뒤늦게 발견돼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17일 김 위원장이 고공 농성을 벌이던 크레인 운전실에서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된 초등학교 3학년생인 둘째 딸(10)과 초등학교 1학년생인 막내 아들(8)이 보낸 편지와 그림들에는 농성으로 넉달여 이상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했다.
  
  “아빠 그런데 내가 일자리 구해줄테니까 그 일 그만하면 안되요?”
  

1백29일 동안 크레인 고공 농성을 하다 자살한 한진중공업 김주익 노조위원장의 둘째 혜민이가 아빠에게 보낸 편지 ⓒ금속노조

‘크레인 위에 있는 아빠께’라고 시작된 둘째 딸의 편지는“아빠 그런데 내가 일자리 구해줄테니까 그 일 그만하면 안되요?”라며 “그래야지 운동회, 학예회도 보잖아요! 다른 애들은 아빠자랑도 하는데…”라고 아빠가 빨리 집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둘째 딸은 또 “내가 빨리 일자리 찾아줄게요! 파이팅! ♡”이라며 넉달이 넘도록 농성을 벌이는 아빠가 다른 일자리를 찾아 다시 행복한 가정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었고, “참! 어제 무서웠죠? 우리는 오빠가 아빠 노릇 잘해요. 사랑해요!”라고 태풍 속에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인 아빠에 대한 걱정과 또 그런 아빠를 안심시키려는 대견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아빠가 빨리 와서 형아를 많이 혼내주세요”
 

김 위원장의 막내 준하의 편지 ⓒ금속노조

  막내 아들의 편지도 “아빠한테 메시지 어떻게 보네요, 네? 알면 편지로 보내주세요. 편지지 없으면 집에 와서 가르쳐 주세요”라며 아빠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막내 아들은 그러나 “그래도 안되면 억지로 안가르쳐줘도 돼요”라며 아빠를 귀찮게 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막내 아들은 “아빠, 형아가 누나하고 나를 노예로 삼았어요. 아빠가 빨리 와서 형아를 많이 혼내주세요”라고 말해 천진한 모습이 담겨져 있고 “아빠, 우리 어제 밤에 라면을 먹는데 갚자기 불이 꺼졌어요. 그래서 촛불을 켜고 그림자놀이도 하고 핸드폰 벨소리를 듣고 엄마랑 누나랑 형아랑 다같이 잤어요. 그래서 무섭지도 않았어요. 아빠 빨리 오세요”라고 끝맺어 태풍으로 혼란스러웠던 당시 상황에서 위험에 처한 아빠에 대한 걱정이 가득 묻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혜민이가 그린 가족그림 ⓒ금속노조

  둘째 딸이 그린 가족그림에는 둘째 딸이 아빠를 놀린다고 “김주익(X) 김주춘(O)”라고 적힌 그림과 온 가족이 놀이동산에서 즐겁게 노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 그려져 있다. 다섯 식구가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을 그린 그림에는 “아빠! 빨리 오세요. 너~무 보고 싶어요! 집에오면 잘 해드리께요… 아빠 상랑행용~♡”이라고 장난기 가득 섞인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가득담겨 있었다.
  

가족들이 함께 놀이공원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금속노조

환하게 웃고 있는 가족들을 그린 모습 ⓒ금속노조

  태풍 매미가 지나간 직후 전해진 편지
  
  이 편지는 태풍 매미가 부산 경남 지역을 강타 한 지난 9월 태풍이 지나간 직후 크레인 위에서 농성하고 있는 아빠를 걱정해 아이들이 밧줄에 묶어 농성장에 올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태풍 매미가 몰아친 당시 부산항에서는 대형 크레인들이 전도되는 사태가 발생했을 정도로 김 위원장은 큰 위험에 처해 있었으나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내려오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크레인에 올라간 김 위원장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크레인 위에서 태풍과 싸웠다.
  
  한편 금속노조는 투쟁을 전개함과 동시에, 2002.2003 임단협을 개시하는 등 협상을 전개해 나가기로 하고 협상안을 마련하는 대로 사측에 교섭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이고, 사측도 김 위원장의 자살로 당황스러운 가운데 노조측이 교섭을 요구하면 언제든지 협상에 임할 태세인 것으로 전해져 향후 협상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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