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의 “매거진”(magazine)과 “정비사”(fitter)

아래에 인용한 부분 역시 <구식의 충격>의 일부로, 내가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무척 재미있어 했던 부분인데, ‘시간이 갈수록 그리고 자동차가 지역 시스템 내에서 재정비될수록, 영구적으로 유지되는 듯한 뚜렷한 평형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 그것은 끊임없이 계속되는 수리에 의한 유지관리의 상태’라는 말에 감동(?)을 받았었다. 번역해놓으니 그 맛이 안 산다;;
 
———————
 
자동차 정비는 자동차가 있는 모든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일부 지역과 환경에서는 특히 중요하고 흥미로운 일이 되었다. 1970년대 초엽 서아프리카에 있는 국가 가나에는 ‘정비사(fitters)’라 불리는 많은 수의 자동차 수리공이 있었다. 그들은 흔히 ‘매거진(magazines)’이라 불리는 특정한 지역에 모여 판잣집이나 야외에서 작업을 했다. 가장 큰 곳은 수암 매거진으로, 이곳에서는 1971년 당시 거의 6,000명의 사람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직접 자동차 수리에 직접 종사하고 있었지만, 일부는 부품을 팔거나 매거진에 음식 따위를 공급했다. 매거진은 엄청나게 성장하여, 1980년대 중반에는 그 인구가 대략 40,000명까지 증가했으며 모든 종류의 물건을 만드는 중심지가 되었다. 이 광대한 작업 단지에서 사용되는 도구는 망치, 이 빠진 스패너 세트, 줄, 드라이버 등의 기본적인 것들뿐이었다. (크기 조절이 가능한) 몽키 스패너는 오래 가지 못했고, 모루는 즉석에서 급조되었다.  이 넓은 단지에서 기계 공구의 수는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가장 정교한 도구는 전기 용접 장비로, 매거진 내 제조 파트의 핵심적인 도구였을 것이다.
 
어떻게 그런 곳에서 호환가능한 부품과 정밀 공학, 그리고 정교한 정비 매뉴얼로 이루어진 산업의 생산품들을 유지관리하고 수리할 수 있었을까? 그 답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이 매거진들은 그러한 자동차나 화물차, 버스를 처음 제조 당시의 상태로 유지할 수 없었다. 새로 들어온 차 또는 트럭은 이곳의 이용가능한 지지 기반과 서로 어울리지 않았다. 수입된 새 자동차들은 사고나 윤활유 부족, 그리고 주되게는 유지관리 부족으로 인해 상태가 나빠져 갔다. 그러다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이 문제에 해박한 학자의 말로, ‘시간이 갈수록 그리고 자동차가 지역 시스템 내에서 재정비될수록, 영구적으로 유지되는 듯한 뚜렷한 평형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 그것은 끊임없이 계속되는 수리에 의한 유지관리의 상태이다.’  지역 버스와 트럭은 거의 매일 수리를 받았으며, 이는 극도로 저렴한 운송수단을 제공했다. 한 가지 이유는 이 운송수단들이 그들의 평형점에 영원히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그것을 교체하려 들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그들은 정비소를 항시적으로 드나들며 살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투자와 감가상각의 경제학은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 즉 비용은 유지관리와 수리에 드는 것뿐이었다.
 
가나의 자동차 수리공들은 자동차와 엔진에 대해, 그리고 그것을 그 지역의 재료들을 이용해 계속 유지시키는 방법에 대해 은밀한 지식을 발전시켰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자동차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그들은 이에 대해 그 어느 부유한 국가의 사용자보다도, 심지어는 수리공보다도, 훨씬 깊이 알게 되었다. 이는 두 명의 인류학자가 쓴 한 푸조 504의 ‘일대기’에 분명히 드러나 있는데, 그 차는 1990년대 콴쿠라는 이름의 운전수가 장거리 택시로 몰고 다녔던 자동차이다. 유지관리와 수리에 대한 고려는 차를 사는 순간부터 콴쿠의 머리 속에 있었는데, 그는 504의 중고 차체를 구입했고 나중에 중고 엔진을 사서 예비용으로 사용했다. 콴쿠의 자동차는 그 일생동안 반복해서 망가졌으며, 그때마다 차체와 회로를 복구하고, 휘발유를 덜 소비하는 새 카뷰레터를 달아 가면서 계속 굴러갔다. 교체용 개스킷은 폐타이어로 만들어졌고, 퓨즈는 구리선으로 교체됐으며, 못은 고정핀 대신 사용됐다. 그 자동차는 수년간 달렸다. 이 차의 일대기 작가들이 말했듯이, ‘가나에서 (그리고 아프리카의 다른 많은 나라에서도)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자동차의 “열대지방화(tropicalisation)”는 엔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철저한 지식뿐 아니라 어떻게 하면 오래된 물건을 한정된 재화밖에 없는 상황에서 계속 굴러가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소 독특한 지식에 특히 의존해 있다.’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손실이 커 보이기도 하지만, 정비 매뉴얼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는 규칙을 무시하는 이 같은 유지관리 방식은 인간이 알아낸 기술적 수완의 극단에 자리한 놀라운 사례였다. 이는 크리올 기술의 한 형태였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