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누리] 트럭과 다이너스티 by 진중권

배추잎 차떼기

한나라당 애들은 이제 야당이 되어서 그런지 돈 받는 수법도 그 동안 상당히 서민화된 느낌입니다. 차떼기. 원래 그거, 김장철 배추 차떼기에서 영감을 받은 거죠. 트럭으로 배추잎 차떼기 하는 게 누구처럼 다이너스티 승용차로 실어나르는 것보다야 훨씬 서민적이죠. 게다가 채권으로 책자를 만들어 전달하기. 이건 학구적인 태도지요. 한나라당 애들, 야당 생활 오래 하더니 역시 많이 달라졌어요.

역시 부자는 망해도 3대가 간다고, 야당질 하면서도 가장 많은 돈을 해쳐먹는군요. 아예 트럭채로… 특히 작년에 노무현 흔들기가 시작되어 노 지지율이 바닥을 헤맬 때, 기업들이 한나라당에 모두 올인을 했다고 하니, 그 기간 동안 엄청 먹었을 겁니다. 정치권에서는 벌써 2천억 얘기가 나오는군요.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그 정도는 먹었을 겁니다.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해서는 특검까지 동원해 샅샅이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왜 자기들 비리에 대해서는 저렇게 방어적으로 나오는지 이해를 못 하겠네요. 검찰에서 열심히 밝혀내고 있잖아요. 수사 잘하고 있잖아요. 그럼 옆에서 박수를 쳐줘야지요.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특검까지 주장하는 당이라면, 검찰이 특검도 아니고 일상적 수사만 하는 데에 왜 자꾸 딴지를 걸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이너스티 박스떼기

민주당 쪽은 그 동안 많이 귀족화된 느낌이예요. 가령 “DJ정권의 집사”, 혹은 민주당 돈줄기의 “수도꼭지”라 불리던 권노갑. 돈박스 실은 다이너스티 승용차를 시운전하는 해프닝까지 벌이면서 구속당했지요. 다이너스티 제조사는 이거 제품 홍보에 요긴하게 써먹어야 합니다. 차체를 돈 박스로 가득 채우고도 그 높은 남산 언덕 길을 오르는 데에 아무 지장이 없었다…

이번에는 “DJ정권의 황태자”라 불리는 박지원이 오늘 징역 12년에 추징금 147억을 선고받았네요. 추징금이 147억이라면 도대체 그 동안 얼마나 해쳐먹었다는 얘깁니까? 그리고 그렇게 받은 돈, 다 어디에 썼나요? 이 돈을 혼자 다 먹었을 리는 없고, 누구랑 농가 먹었을까요? 잘들 하는 짓입니다. 대통령 아들 셋이 모두 비리에 연루되고, 얼마 전엔 처조카인가 뭔가 하는 사람마저 들어갔지요?

시간이 지나니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하는군요. 이게 호남 패권주의의 본 모습입니다. 이 호남 출신 사람들이 해쳐먹은 것을 보고, 차별받은 호남 사람들에게 대리 만족을 느끼란 얘길까요? 영남 출신들이 해쳐먹는 것을 보는 것보다, 역시 고향 사람들이 해쳐먹는 걸 보는 게 백번 낫다? 내 고향 사람이 해쳐먹으면 내 배가 대신 부르다? 강준만씨, 이게 지역주의 극복입니까?

노무현의 왼팔, 오른팔

그럼 ‘서민’의 희망을 자처한 노무현의 우리당은 어떨까요? 솔직히 ‘희망돼지’라는 이름의 푼돈으로 대선을 치른다는 게 말이 됩니까? 벌써 서서히 터져나오고 있네요. 안희정이 1억이 아니라 수십억 받았답니다. 어디 수십억뿐이겠습니까? 민주당 유종필 말대로 노무현에게는 작년에 “세 번의 봄”이 있었다니, 아무리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최소한 한나라당 애들이 먹은 것의 절반 이상은 먹었겠지요. 그나마 깨끗해서 덜 먹은 게 아니라, 작년 대선 때의 상황이 그래서 더 먹을 수가 없었던 거죠.  

멍게남씨가 뭐라고 해도, 이 사실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이쁘게 봐 줘도 개미들의 순수한 뜻은 이 검은 돈들을 이쁘게 포장하는 포장지에 불과했습니다. 이제 이 사실을 인정하고, 거기에 분노를 표현해야 합니다. 개미들의 순수한 뜻을 정치적 선전으로 이용해먹어, 그 뜻을 더럽힌 사람들에게 화를 내야 합니다. 멍게남씨가 길바닥에서 보면 때릴 사람은 진중권이 아녜요. 그리고 얘가 그 성깔에 어디서 맞고 다니는 앱니까? 멍게남씨가 화를 낼 사람은 썩어빠진 민주당과 우리당 사람들입니다.

서프에 가니 노혜경씨가 회개를 기원하는 촛불집회를 하자고 제안을 해 놓았네요. 이게 촛불 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시스템의 문제거든요. 차라리 ‘개혁당’을 만들었으면 거기서 잘했어야 할 일입니다. 거기에는 쪼끔 가능성이 있었지요. 기존의 민주당 사람들 데리고, 그리고 그 조직을 가지고 깨끗한 정치, 할래야 할 수가 없는 겁니다. 촛불 켠다고 검은 돈이 흰 돈 되겠어요? 검은 돈으로 가는 자동차가 촛불 켠다고 달리겠어요?

희망돼지, 진보돼지

이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간단합니다. 저렇게 한나라당, 민주당, 우리당이 골고루 썩으면, 그 정치적 효과는 피차 안 썩은 거나 마찬가집니다. 기호의 의미는 다른 기호와의 ‘차이’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거든요. 너도 썩고, 나도 썩은 거라면, 피차 안 썩은 거. 따라서 앞으로도 계속 그런 식으로 피차 안 썩을 겁니다. 이게 부패를 하지 않는 방법, 말하자면 절대적 부패방지가 아닌 상대적 부패방지법입니다.

피차 다 썩었으니, 저 넘들, 저 짓거리 하다가 대충 서로 쇼부 보고 끝낼 겁니다. 들어갔던 넘들, 서너달 후면 특사니, 뭐니 해서 대충 다 나올 것이고, 선거 때가 되면 출마할 수 있도록 사면까지 해주겠지요. 서민들 못 살아 아우성 치는 곳에 갔다가 구속된 사람들은 죽어도 사면 안 해주면서, 저 썩을 넘들은 금방 사면되어 나옵니다. 천하의 강금실이 그 참신함으로 효리 뺨치는 인기를 누려도, 그 참신함도 이런 부분에 관련된 것은 아니겠지요.

이 때문에 진보정당이 진출해야 하는 겁니다. 정치개혁을 위해서라도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썩어빠진 저들과는 명확한 구별을 보여줘야, 비로소 저 넘들도 정신 차리고 생존을 위해서라도 개혁에 나서겠지요. 희망돼지는 검은돈 포장용이지만, 진보돼지는 글자 그대로 진보정치를 위한 주연료입니다. 이런 깨끗한 돈만으로도 얼마든지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때, 이 저질스런 정치문화도 비로소 물이 바뀔 가능성이 열리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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