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에게 칼을 맞다

지난 1월 13일 밤
정확히는 14일 새벽 1시경

동문 봉규의 생일을 맞아 강남에서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길
택시를 타고서 ‘생고기쌈밥’ 앞에서 내렸다.
비틀거리며 집으로 집으로 올라가던중

집을 약 10m 앞에 두고서 껄떡거리는 두 명을 만났다.
보통 깡패, 불량배 등으로 불리겠지만 여기서는 양아치라고 부르겠다.
그 양아치 중 한 명이 나를 밀치고 골목으로 밀려고 한다.
내가 상대방 팔을 잡고서 “왜 이러세요?”라고 물어봤지만.. 별 대답이 없다.
그냥 내가 재수없어 보이는건가..

내가 상대방 팔을 잡고 계속 실랑이를 벌이던 중 녀석이 칼을 꺼낸다.
잭나이프 종류인 것 같은데… 맥가이버칼보다는 1.5배에서 2배가량 커보인다.

다른 한 명은 “너 왜이래?” 하며 멀찌감치 떨어진다.
말리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망을 보는 것 같지도 않았다.
큰일 나면 자기랑 상관없다고 할 모양이었나보다..

나는 녀석의 칼을 보고선 엄청 쫄아버렸다.
일단 살고 봐야하지 않겠나..
바로 앞에 있는 녀석이 별로 제정신같아보이지도 않고..

바로 비굴 모드로 전환했다.
“왜이러세요? 살려주세요.”

내가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였다면
상대방을 밀치고서 바로 집까지 뛰었을지도 모른다.
뭐… 안 그랬을 수도 있고..
적어도 만화책처럼 싸울 생각은 안했을 것 같다.

동네 불량배를 만난 건 초등학교 이후로 처음이라..
그 땐 반 친구 두 명이랑 같이 있었는데..
난 그 두명을 버리고 엄청 열심히 튀었었다. –;

어쨌든 지난주에는 아무 생각이 안났다.
상대방이 칼을 들은 이후로는
그냥 상대방이 밀면 나도 따라 뒤로 밀렸다.

녀석이 괜히 이것저것 물어본다.
양아치들의 로망인가보다.

“뭐하고 사냐?”
“학생인데요.”
“어느학교?”
“서울대요.”
“좆나 재수없어 씨발”

기분이 나쁜가 보다.. 이녀석이 괜히 칼을 휘두른다.

‘씨발 x됐다’

“돈 얼마나 있어?”
“오천원정도 있어요.”
“그거밖에 없어?”
“진짜예요.”
“진짜야? 씨발.. 이새끼.. 정말 그거밖에 없어?”
“보세요.”
“왜 이거밖에 없어.. 씨발”
“술마시고 택시타고 오느라 택시비쓰고는 그거밖에 안남았어요.”

대답치고는 너무 성실하게 하는 것 같다… –;

“우리도 택시비가 필요하거든.”
“그래도 그거밖에 없어요.”

이녀석들이 내 지갑을 든 채로 뒤로 물러서더니
잠시 뒤에 달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갔나보다.

근데..
왼쪽 다리가 아프다..
오른손등이 아프다…
정말 칼에 찔렸나보다… 씨발..

언제 찔렸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마지막에 사라지기 직전에 찔린 것 같기도 하고..
일단 찌르고 시작한 것 같기도 하고..

다행히 몸통은 안찔렸다.

어쨌든 녀석들이 사라졌다는 걸 깨닫고는
바로 집까지 뛰어, 문을 두드렸다.
“나야.. 다쳤어.”

ansa가 문을 열어줬다.

“나 칼맞았어.. 씨발..”

3 thoughts on “양아치에게 칼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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