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누리] 탄핵에 대하여 by misoni

학교시절 몸담았던 동아리 카페에 한 선배가 남긴 글입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왜 탄핵을 밀어붙였을까?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초기부터 한나라당과 민주당(열린우리당)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노무현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다. 남한의 재벌들은 대체로 한나라당을 지지했다. 하지만 두 당 사이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노무현은 한나라당이 원하는 것을 거의 다했다.

파병에 앞장섰고,
FTA 통과에 앞장섰고,
이주 노동자 추방에 앞장섰고,
미국에 가서 부시에게 아부했고,
철도 노동자의 파업에 공권력을 투입했고,
집시법을 개악했고,
국가보안법 폐지나, 호주제 폐지를 할 기미도 안보였고,
노동자나 학생들을 계속 감옥에 가두었다.

그리고 노무현은 한나라당 만큼이나 부패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이회창이 당선되었어도 거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한나라당과 재벌들은 노무현의 취임 초기에 ‘노무현이 노동계에 너무 관대하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노무현은 관대한 것이 아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화물연대의 첫번째 파업인데 전두환이라고도 그 때는 양보를 택했을 가능성이 컸다. 파업이 너무나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기 때문에(이것은 국민들의 지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비 조합원 화물 노동자들의 지지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파업 노동자들이 너무나 단호했기 때문에 공권력을 투입했다면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꼴일 가능성이 컸다. 노무현은 덜 단호했고 덜 폭발적이었던 두 번째 화물파업에서는 공권력을 투입하진 않았지만 아주 단호하게 버텼다.

노무현과 한나라당이 충돌한 것은 상당히 사소한 일 때문이었다. 예컨대 강금실 법무장관이 인권 변호사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싸웠지만 강금실은 장관이 되고나서 위에 열거한 것 중에 이주 노동자 추방이나 집시법 개악 등을 진두지휘했다. 그리고 네이스 문제 때문에도 충돌했지만 노무현은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거의 한나라당이 원하는 대로 밀어붙치고 있다. 상당히 우익적인 교총조차도 처음에는 네이스를 반대했다는 것을 생각할 때 남한 지배계급 자체가 네이스 문제에서 우왕좌왕한 것 같다.

따라서 이번 탄핵은 ‘노무현이 너무 진보적으로 행동해서’ 밀어붙힌 것이 아니었다. 한나라당과 열린 우리당 사이의 차이는 이제는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의 차이 정도일 뿐이다. 이것은 1987년까지의 김대중, 김영삼이 주요 지배 분파인 공화당, 민정당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던 것과는 다르다.

이번 탄핵은 쿠데타도 아니다. 쿠데타라는 말은 상당한 과장이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은 보통 군사 쿠데타 때 하는 일을 벌이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탄핵을 막지 못한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탄핵은 진짜 쿠데타였던 박정희와 전두환의 쿠데타와는 완전히 다르다.

내 생각에는 이번 탄핵의 가장 큰 이유는 한나라당의 비리가 폭로된 것 때문인 것 같다. 사소한 일이지만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한나라당에 대해 노무현은 검찰을 이용해서 대응했다. 대선 자금에서 한나라당이 노무현 캠프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았고 검찰은 노무현이 통제하기 때문이다. 남한 지배계급 특히 돈이 많은 재벌은 대체로 한나라당은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당시에는 이회창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들은 한나라당에 더 많은 돈을 대 주었다. 하지만 그 차이는 현재 검찰 수사가 밝혀낸 10 배 수준은 아닐 것이다. 나는 한나라당이 ‘검찰이 짜맞추기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할 때 그 말에 동의한다. 그리고 대선 이후에는 주로 돈이 노무현에게 떨어졌을 것이다. 안희정, 최도술이 받은 것으로 밝혀진 것만 해도 엄청나다.

하여튼 노무현은 지배계급 내의 신사 협정(서로의 부정과 비리를 너그러이 덮어주는 포용과 관용의 정신)을 깼다. 너죽고 나죽자는 식으로 나간 것이다. 비리 폭로 문제에서, 국회를 잡고 있는 한나라당이 검찰을 잡고 있는 노무현에게는 너무나 역부족이었다. 이것은 진정한 권력이 선출되는 국회에 있는가 선출되지 않는 검찰에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것이었다. 한나라당은 청문회를 했지만 거의 효과가 없었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대패한다면 그들은 그나마 가지고 있는 국회도 잃게된다. 그리고 탄핵정국 이전까지의 여론 동향(지지율 변화)을 본다면 그들은 대패할 가능성이 컸다.

노무현은 지배계급 전체를 희생해서 한나라당은 패배시키는 전술을 쓰고 있었다. 즉 지배 계급인 자기 자신이 지배 계급의 부정 부패를 폭로함으로써 살아남고자 했다. 이것은 ‘경제계'(재벌)의 불만을 사고 있었다. 왜냐하면 노무현이 자기 살자고 자신의 계급의 비리를 파헤치고 있기 때문이다. 탄핵은 따라서 ‘경제계’와 한나라당의 이런 분노를 반영한 것이다. 지배계급이 진흙탕 개싸움을 벌이는 동안 민주노동당은 성장할 것이다. 이것은 노무현은 포함한 지배 계급 전체가 원하지 않는 것인데 노무현은 이런 방향으로 밀어붙치고 있었다.

탄핵의 결과는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탄핵을 막지 못하면 민주주의가 엄청나게 후퇴할 것이라고 믿는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탄핵은 네가지 효과를 낸다.

첫째, 탄핵정국을 포함하여 지배계급은 심각하게 분열했다. 분열하면 지배계급은 우왕좌왕한다. 이것은 억압기구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대통령이 공석이고 지배 계급 분파가 서로 목숨걸고 싸우고 있을 때, 그리고 누가 이길지 알 수 없을 때 검찰과 경찰은 어찌할 바를 모를 수 있다. 이 때 파업이나 거대한 시위가 일어나면 그들은 우왕좌왕할 수 있다. 이것은 민중운동에게는 기회다. 적은 분열했고 따라서 약해졌다.

둘째, 서로 누가 더 더러운가를 놓고 싸우고 있기 때문에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환멸에 커지고 있다. 이것은 “그들이 그렇게 부패하고 무능한데 왜 우리 노동자는 해고당하고 임금이 깍여야하는가?”라는 물음이 점점 커지는 것을 뜻한다. 이것 역시 민중운동에게는 기회다.

셋째, 탄핵에 대한 분노가 표출될 것이다. 여론 조사 결과 탄핵에 대해 70,80 퍼센트가 반대한다. 탄핵이 국회에서 통과된 바로 그날 벌써 만명이나 시위에 참여했다. 이것은 엄청나게 커질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탄핵 때문에 엄청나게 분노하고 있다. 이것은 역시 민중운동에게는 기회다. 만약 이번 시위가 엄청나게 커진다면 사람들은 87년 때처럼 거리에서 먼저 승리한 다음에 작업장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싸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넷째, 하지만 탄핵 정국은 또 다른 영향을 끼친다. 바로 노무현에 대한 동정 여론이다. 이것은 탄핵 직후에 열린 우리당의 지지가 급증한 것에서 잘 드러난다. 그리고 여론조사 결과로 볼 때 일부(많진 않지만)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이 노무현에 대한 지지로 돌아선 것 같다. 더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 민중연대, 한총련, 민주노동당 등의 우파 또는 전체가 이것은 투쟁회피의 핑계로 이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항상 있어온 현상이다. “너무 투쟁을 밀어붙이면 김대중 또는 노무현에게 불리하다. 지나친 투쟁은 왜냐하면 한나라당과 재벌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민주주의가 후퇴한다”는 식의 논리는 항상 있어왔지만 그것은 이번 탄핵 때문에 더 커질 것이다. 왜냐하면 안그래도 노무현이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악수를 둔 것 같다. 그들은 부패 폭로로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자 상당히 많은 것을 걸고 도박을 했다. 그들은 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고도 도박을 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가만히 있어도 어짜피 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쭈그러든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자민련은 이번의 합작을 기회로 합당할 것 같다.

나는 노무현이 탄핵당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위에서 나열한 노무현의 악정 때문이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노무현을 탄핵할 자격이 없다. 그들은 노무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놈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눈물도 있는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 그들은 지금 민주투사나 되는 듯이 열을 내고 있지만, 파병이 통과될 때, 집시법에 개악될 때는, 즉 실제로 민주주의가 후퇴할 때는 그렇게 열내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지배분파가 위기에 처했기 때문에 그렇게 목숨걸고 싸우는 것이다. 만약 이번 투쟁이 커지면 그들은 투쟁을 진화하기 위해 앞장설 것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인 노사모는 다르다. 노사모가 노무현에 대해 너무나 감정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그들은 노무현의 악정에 대해 상당히 실망했음에도, 민주노동당이라는 대안이 있음에도 노무현을 여전히 ‘미워도 다시한번’ 지지하고 있다) 그들이 노무현에 아직도 기대를 거는 것은 노무현이 아직도 개혁을 하겠다고 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에 대한 탄핵은 군사 쿠데타 또는 나찌에 의한 쿠데타와는 다르다. 만약 군 장성이나 나찌가 노무현을 몰아내려고 했다면 우리는 목숨걸고 그것을 막아내야 한다. 이 때는 노무현을 적극 방어해야 한다. 아무리 노무현이 마음에 안들더라도 군사 독재나 파시즘보다는 훨씬 낫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사태는 실제 쿠데타만큼 긴급하고 절대절명의 사태는 아니다.

게다가 노무현은 무언가 진보적인 일을 밀어붙이다가 탄핵된 것도 아니다. 만약 노무현이 국가보안법을 폐지 또는 개정하려고 시도하다가 탄핵되었다면, 나찌에 의한 탄핵보다는 덜 결정적인 문제이겠지만 나는 기꺼이 노무현을 방어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노무현은 그 자신이 온갖 악정을 한 상태이고 탄핵 정국이 진행될 때에는 노무현의(또는 노무현 주변의) 비리가 폭로되고 있었고 집시법을 개악하는 중이었다.

결론은? 나도 모르겠다. 특히 노무현을 상당히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노사모와 집회를 같이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걸려있다. ‘한나라당 자폭하라’, ‘국회 해산’, ‘부정 비리 척결’ 등의 구호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지만 과연 ‘노무현을 지지’구호를 같이 외쳐야 하는가?

‘탄핵반대’ 구호에 대한 입장도 어떻게 취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노무현은 탄핵받아 마땅하고 퇴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나라당 같은 퇴물들이 탄핵하는 것은 그야말로 꼴갑 떠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에 의한 탄핵 반대’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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