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 ‘반 백지’로 발행!!: 편집권 문제, 학생기자단 자비 털어 인쇄, 배포

서울대 학보 <대학신문>이 제호와 외부기고, 광고 등이 공란인 상태로 발행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오늘자(11월 15일자) 전체 지면의 절반 가량이 백지로 인쇄돼 배포되었고, 발행부수도 원래 2만부였던 것이 1만부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학생기자들이 자비를 털어 발행했기 때문이란다.

자세한 상황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학생기자단 멋지다!!!

—- 아래는 스누나우의 기사 일부 ——————

아직 사태의 자세한 내막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내부에서 주간 교수와 학생 기자들 사이에 편집권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자 <대학신문>은 1면 ‘알려드립니다’ 란을 통해 “내부에서 주간(교수)와 학생기자단 일동”이 “신문의 제작 방침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이를 해명했고, 5면 ‘만든이’란에서는 주간교수와 간사, 발행인인 총장이 빠져있었다.

또한 ‘알려드립니다’ 란에 따르면 “이번 <대학신문>은 학생 기자들이 사비를 모아 인쇄한 것”이라고 한다. 주간 교수를 비롯한 학교 당국의 ‘간섭’을 자체 인쇄, 배포로 돌파했다는 얘긴데, 이후 학생들의 ‘결단’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대학신문 장한승 편집장은 “아직 외부 단체나, 언론사에 신문지면을 통해 해명한 것 이상으로 말하기 곤란하다”며 “15일 오전 중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대학신문은 현재(15일 새벽 3시)까지 도서관, 기숙사 등에만 배포된 상태다. 용역회사에 맡기지 않고 기자들이 직접 배포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신문>은 15일 오후가 돼서야 학교 전역에서 받아볼 수 있을 것 같다.

——– 아래는 대학신문 학생기자단의 입장글 ———-

1. 사건의 경위

– 이번 사건은 직접적으로는 대학신문 광고면에 ‘총동창회 소식’을 게재하느냐 여부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는 계기에 불과했을 뿐, 근본적인 문제는 대학신문사 내부의 운영 체제에서 있다.
일단 총동창회 소식 게재 여부와 관련한 논의 경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광고면을 결정해야하는 지난 12일(금)부터 신문 제작을 완료하는 13일(토)까지 계속해서 논의했으나 결국 합의에 달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기자단 데스크가 주장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일단 총동창회 기사가 대학신문 지면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또 지난해 대학문학상 응모작이 49편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는 10편밖에 들어오지 않았고 마감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신문사는 당연히 대학문학상 광고를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간의 논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동창회에서 보내오는 내용을 존중해야 한다. 대학문학상은 전통이 깊고 나도 애착이 깊다. 이번에 마침 응모가 적어 나도 안타깝다. 그러나 홍보는 충분히 했다고 본다. 면의 여유가 있다면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동창회 소식을 실어야 한다. 내 판단과 권한을 존중해주기 바란다.”
이에 논의를 마치며 학생기자단은 주간의 결정과 달리 학생기자단이 주장하는 대로 신문을 제작하겠다고 말했으며, 이에 주간은 만약 그러게 될 경우 신문 인쇄를 중지시키겠다고 말했다. 이후 진전된 논의는 없었으며, 신문 제작 과정에서 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신문 제작이 완료되었다.
그리고 14일(일) 새벽 편집장과 사진부장, 간사는 신문을 인쇄하기 위해 출력소로 찾아갔고, 결국 주간의 명에 따라 신문 인쇄는 중지됐다.
그 직후 간사는 돌아갔으나, 편집장과 사진부장은 남아 “그 광고 한면을 제외하고는 어떤 문제도 없었는데, 신문을 아예 내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최소한 우리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은 내야 한다”고 결정하고, 자비로 신문을 인쇄했다.
이 신문은 주간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으므로 제호를 쓸 수 없었고, 자연 광고도 쓸 수 없었다. 또 기고 필자의 경우 대학신문이 아닌, 기자들이 자비로 제작한 신문에 게재할 것인지 여부를 확인할 시간이 없었으므로, 쓸 수 없었다.
이후 14일 오후 신문이 인쇄됐고, 학생기자 총회를 열어 논의 끝에 이를 배포하기로 결정했다.

총동창회의 광고 문제는 이번에 처음 논의된 것이 아니다. 2004년 9월 20일자 대학신문에 처음 게재됐고, 이후 리뷰 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있었다. 학생기자단은 “광고인지 기사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광고라면 ‘광고’라고 표기해 기사와 혼동될 가능성을 없애야 하고, 기사라면 대학신문사 내에서 검토․편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주간은 “총동창회에서 보내온 소식은 광고면에 실리는 것이고, 따라서 이는 명확히 주간의 권한 하에 있다. 그 내용을 기자들이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 첫 번째 동창회 광고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들어온 광고의 경우 명확히 소식임을 알 수 있는 형태로 들어왔기에, 기자단 역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네 번째 들어온 동창회 광고는 첫 번째와 같이 기사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다시 문제가 됐다. 편집장은 전체회의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끝났다고 판단해 이를 임의로 대학신문 구독광고로 교체했다. 이 과정에 대한 학생기자단과 주간의 견해차이는 다음 리뷰회의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학생기자단은 전체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주간은 자신의 결정을 우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1월 8일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갈등이 커졌고, 결국 신문에 총동창회 광고는 사진을 삭제하고 내용은 그대로 게재됐다.
이후 학생기자단은 주간에게 총동창회 소식을 게재해야 한다면, 광고면을 매주 1면씩 넘겨주는 방식이 아니라, 그 쪽에서 보내준 소식을 사내에서 검토해서 게재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총동창회 광고는 기사형식으로 12일 들어왔고, 남는 광고면이 하나뿐인 상황에서 대학신문사가 주최하는 대학문학상 광고와 총동창회 광고 중 어느 쪽을 우선해야 하는가를 두고 학생기자단과 주간이 결정적으로 다른 견해를 보이며 충돌한 것이다.

결국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계기는 총동창회 광고를 우선하느냐 대학신문사의 대학문학상 광고를 우선하느냐 였지만, 그 배경은 구성원간의 논의 과정을 둘러싼 비민주성이다. 학생기자들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 점은, 당시 회의에서 주간을 제외한 (부주간은 판단유보) 모든 구성원이 주간과 다른 의견을 갖고 이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데도, 자신의 위치와 이로 인한 권한을 강조하며 결정을 내린 점이다.
사칙에 의하면 주간이 신문사의 모든 사항을 ‘통할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므로, 제도적 권한은 주간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언론사에서 한 개인의 의견이 절대적 권한을 갖는 것은 부적절하며, 2년마다 주간이 바뀌는 대학신문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대학신문에서는 암묵적으로 전체 편집회의에서 중요 사항들에 대해 논의해 왔으며, 다양한 구성원 간의 의견을 존중해왔다.
결국 이번 사건은 이 같은 대학신문사 내의 암묵적 원칙과 구성원들 사이의 균형이 깨어지고, 이에 따라 학생기자단이 주간의 제도적 권한인정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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