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긴 집회 후기

토요일 오후 과학철학 학부세미나를 마치고 세미나 참가자 두 분과 함께 시청 촛불시위에 합류했습니다. 진보신당 칼라TV 부스 앞에 자리를 잡았는데, 진중권도 보고, 노회찬, 심상정도 봤습니다. ㅎㅎ 싸인 받았어야 했는데 -_-;; 칼라TV 부스에서는 진중권이 미녀들의 수다 출연자인 폴리나와 인터뷰를 하고 있더군요.

몇 갈래로 나뉘어 행진을 시작했는데, 우리는 대충 한 대오를 따라갔습니다. 특별히 대오를 지도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누군가 구호를 외치면 다들 따라 외치다가 지치면 쉬었다가.. 또 누군가 구호를 외치면 따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습니다. 커플 단위, 가족 단위 참가자도 무척 많더군요. 10시 경 종각에서 진권씨는 먼저 귀가했고, 태연씨와 남아 기다리다 민아 누나와 우승씨와 합류했습니다. 저도 커플단위 참가자가 되었지요^^;

과정생중 촛불시위 참가자가 더 있다는 얘기를 듣고 연락을 취해 10시 반 경 삼청동 길 무렵에서 동오와 동오 여친님과 만났고, 11시 경 광화문 길이 열린 후 효자동 스타벅스 앞에서 강호와 영미 그리고 영미 남친님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학문이 형과 준수, 종립이, 그리고 종립이의 아는 후배(?)도 속속들이 합류했습니다. 동오와 동오 여친님은 동십자각에 있었나본데, 우리는 효자동 골목 앞에서 밤을 지새웠습니다.

아마 혼자나 둘이었다면 심심해서라도 오래 남아 있기 힘들었을텐데, 많은 동학들이 함께 했기에 즐겁게 밤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효자동 골목 앞에서 한 무리를 형성한 단위로는 당이나 단체를 제외하고는 아마도 우리가 제일 크지 않았나 싶네요. ㅎㅎ

밤이 깊어갈수록 사람들이 곳곳에 모닥불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땔감을 구하는 소리에, 강호가 동오의 역사학대회 자료집을 줄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제가 “동오도 이해할거야” 하며 자료집을 뺏어서 땔감에 보태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무척 좋아하더군요. “역사학대회 자료집 엄청 좋아. 뜯어도 뜯어도 끝이 않나” 하면서 말이죠^^; 몇 장의 역사학대회 팜플렛도 투쟁의 불꽃이 되었습니다. 사실 그 때 쓰지 않았다면 동오의 자료집은 물대포에 맞아 자신의 어떠한 가치도 실현하지 못한 채 쓰레기통으로 던져졌을지 모릅니다. 땔감으로나마 자신의 가치를 실현했으니 어쩌면 다행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_-;

우리는 원래 뒷선에서 노래와 구호를 외치며 밤을 지새고 있었는데, 4시 30분 경, 전경들이 해산작전을 시작하자 사람들이 뒤로 뒤로 밀리게 되었고, 어쩌다보니 우리는 전경들과 마주보게 되었습니다. 준수, 강호와 함께 시위대의 스크럼에 동참했고, 경찰의 물대포 세례와 체포 작전 중에 준수의 안경알과 저의 안경 및 목걸이알이 날아갔습니다. 저는 체포조에 의해 잠깐 끌려갔다가 나왔는데(연행을 하진 않고 버리고 가버리더군요), 그꼴로 인도로 나왔더니 시민 한 분이 옷을 건네 주셨습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감사드립니다.

아침 6시 30분경, 경찰의 계속되는 해산작전에 지쳐 강호, 준수, 종립이와 저는 광화문 거리에서 인도로 빠졌습니다. 인도로 빠지지 않은 나머지 대오는 안국동까지 밀려 강제해산 당했다 하고, 일부는 시청 광장에서 새우잠을 자고 낮부터 시위를 했다고 하던데.. 어쨌든 우리는 체력보충을 해야겠기에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다들 관악구 주민이라 버스도 같은 버스를 타고^^;

밤샘 시위 너무 힘들더군요.
어제 하루종일 골골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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