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여행객

배낭 여행객은 대부분 통상적인 관광객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지갑 사정은 넉넉하지 않다. 윌리엄 수트클리프(William Sutcliffe)의 <당신은 경험 당하고 있는가? Are You Experienced?>라는 히스테리컬한 책은 인도를 돌아다니는 극히 질이 나쁜 배낭 여행객 유형을 속속들이 해부하고 있다. 그가 그려낸 광경은 허구가 아니다. 책에 묘사된 유형의 젊은 여행객은 매우 오만하고 무례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은 뒷주머니에 가이드북 <외로운 행성 Lonely Planet>을 넣고서 돼지우리 같은 여인숙이나 뒤지고 다닌다. 낯선 그들을 받아주는 자존심만큼이나 가난한 사람들의 호의 ― ‘현지인들은 매우 친절하다’ ― 를 등쳐먹고 다니면서, 그들은 현지 문화에 자신을 푹 담그고 있다는 잘못된 생각에 빠져 있다. …

보다 거슬리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인도에서 발이 묶인 두 소녀의 이야기를 들 수 있다. 그들은 히치를 했는데 트럭 운전사는 10루피(각각 15파운드 정도)를 요구했다. 내릴 때쯤 둘 중 한 명이 가이드북을 훑어보더니 요금이 5루피여야 하는데 운전사가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며 빽빽댔다. 런던의 택시 운전사한테 한번 그래봐라, 원색적인 욕을 듣고 싶다면 말이다.

인기가 높아진 여행지는 다양한 가이드북에 수록되게 되는데, 유감스럽게도 이 가이드북은 앞으로 몇 년 동안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줄 수 있다. 그 책들은 사람들에 관해서는 거의 얘기하지 않은 채 거기에 어떻게 가는지, 어디서 먹고 묵을 수 있는지, 관광 명소는 어디에 있는지만 가르쳐준다. 그러면 관광객들은 불평하기 마련인데, 왜냐하면 거기에 수록된 가격들은 시간이 지나고 세상이 변한다는 것을 계산에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격 문제로 가게 주인이나 호텔업자와 빈번히 싸우게 된다. 이러한 밉살스러운 하위문화는 사람을 만나고 문화를 마주하겠다는 의도보다는, 누가 최소의 돈으로 가장 많은 장소를 여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벌이는 동료 여행객과의 경쟁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는 남 신경 안 쓰는 번거로운 스포츠 경기의 일종이다.  

폴 골드슈타인(Paul Goldstein), “우리는 충분히 주의할 수 있는가?” 중에서

번역이 끝난 기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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