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 갈까..

우리과 대학원에 갈 생각은 없다.
우리과 공부가 재미없거나 적성에 안맞는 건 아니다.
다만 그곳에 가는 순간 현실에 안주해버리는 것 같아서..
그러면 내가 대학을 6년이나 다니면서 뭔가를 하겠다고 말한 것들이
거짓이 되어버릴게 뻔하잖아.

그렇다면 난 뭘 하고 싶은건데..
그동안 짧게 ‘운동을 하고 싶다’고 말해왔지만.
‘왜?’ ‘어떻게?’ 등에 대해 파고들어가보질 못했다.
뭐… 파고든다고 대답이 나오리라는 보장도 없지 않나..
다만… ‘하고 싶다’는 나의 감을 따라 갈 뿐….
대학 다닐 때에는 그 감을 따라 가는 게 뭐 어려운 게 아니었다.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과 열심히 하면 그만이었다.
근데 요즘은 그 감을 따라가는 것조차 어려워진 것 같다.
그 감을 따라가 뭔가라도 하려면 대충 선택하고 막가서는 안되겠다는 생각.
이대로 대충 가면 이도저도 아닌 길을 가버릴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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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순간은 언제나 이성보다는 감성에 의존하게 마련.
하지만 선택의 순간 전까지 이성이 해야할 일은
현실적 가능성들을 몇가지로 분류하고
그것들의 정치적 옳고 그름들을 따지고
내 적성, 능력에 따라 점수들을 매기는 일이다.
그런 일을 해놓지 않고는 막나가는 결정을 하게 마련.
하지만 허구한날 계산만 하고 있으면 결정을 할 수 없고….
적당한 마감시한을 정해놓고 그때까지의 각 선택지들의 점수결과를 내 눈앞에 펼쳐놓아야 한다.
물론 마지막 결정은 감성이 순식간에 헤치우고 말지만, 후회를 줄이려면 최선을 다해 점수판을 만들어야겠지.
그리고 결정 직후에는 딱 한번만 더 생각을 하자. 사고 속에서의 검증의 과정이라고 해야할까. 사후에 뭘 잘못했는지 알고 고칠 수 있으려면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자기를 납득시킬 수 있는 하나의 이유라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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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선택지들에 대해 점수판을 만들어온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끌리는 대로 온게 지금의 나…

대학진학의 경우엔 선택지도 좁고 생각할 것도 별로 없었다.
공부를 어느정도 하니 서울대
국어영어보다는 수학과학에 재능이 있으니 이과.
학문탐구보다는 문제푸는데 재능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공대.
과는 대충 찍었던 것 같다.
서울대 공대의 몇 개과 중 형이 조언해준대로 온 것 뿐.
고민이란게 별로 없었다.

그러나 대학까지 졸업한 지금
주변에서 시키는 대로 가긴 싫다고 생각해버린 지금
뭔가 ‘운동’ 비스므리한 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해버린 지금
앞으로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선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선택지들을 따져봐야할 때이다.

내 가까운 미래의 현실적 가능성들을 따져보자.
지금의 내 상태에서 현실적인 가능성을 놓고 보면 몇가지가 되려나.

첫째, 과 대학원에 진학한다.
이건 내게 도피라는 생각이 든다. 다분히 군대를 늦춰보자는….
게다가 별로 내 인생에 도움될 게 없다. 2년간 시간만 허비하는 꼴일게다.
생각하기 쉬운 길이지만, 내가 별로 갈 생각이 없다.

둘째, 병특을 간다.
나쁘지 않은 길이다. 3년이란 기간 회사생활을 경험하며 군대까지 해결할 수 있는데다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도 있으니 1석3조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병특을 마쳤을 때, 다른 종류의 군대를 다녀온 것보다는 불안감이 적을 것 같다. 도피처가 있기 때문이겠지. 병특마치고 회사에 눌러앉을 수 있다는 안도감 때문일 것이다. 챗…
3년 병특을 하는 동안, 또는 마치고 나면 뭘 할 것인가… 뭔가 의지가 있으면 할 수 있는것도 많이 있겠지만 잘 상상이 안된다. 직장이 있다는 안도감은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치려는지…
글쎄… 나중에 어떻게 생각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엔 무난한 병특생활을 마치면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하고 싶다. 경제학이나 철학에 대해 깊이 파고 싶기 때문.
병특에 대학원까지 가면 대학원 졸업까지 기간으론 앞으로 5년이나 걸린다.
게다가 병특은 될 가능성도 높다고 보기 어렵다. 열심히 구한다고 해도 성공가능성은 25%정도가 아닐까 한다.

셋째, 지금 바로 군대에 간다.
카추사는 지난 8월까지의 TEPS 성적이 안되어서 지원하지 못했고..
장교로는 가기 싫다. 기간도 긴데다가.. 군대까지 가서 편하게 지내고 싶진 않다. 돈이 급한 것도 아니고… 기왕 군대를 간다면 사병으로 가고 싶다.
다만 카추사가 기간도 짧은데다가 가면 영어공부가 좀 되려나…. 별로 영어에 도움이 안된다는 말도 있지만…. 어쨌든 카추사는 별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근데 가려면 내년 여름에나 지원할 수 있다. -_-;

넷째, 다른 대학원에 간다.
지금 당장 관심이 가는 곳은 ‘과학사 과학철학 협동과정’
오늘 저녁 종민이 형한테 자료를 받기로 했다.
이 선택지의 강점은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지금 할 수 있다는 것이며,
웬지 운동에 기여할 수 있는 공부가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 -_-;
(제길 도대체 사회에서 내가 뭘 할지 전혀 감이 안잡힌다…. -_-;)
어차피 병특을 마치고서 다시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이라면
아예 지금 대학원에 진학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그리고 대학원에 간다면 군대는 중간에 휴학하고 사병으로 갔다올 생각이다.
돌아올 곳이 정해져 있다면 불안감도 적어질 것 같기도 하고… 군대 이후의 불안감이 적다면 최대한 기간이 짧은게 최선이 아닐까 한다.
꽤 괜찮은 선택지인 듯.. 헤헤 ^^;
대학원 진학 성공 가능성은 열심히 노력하면 60%정도? (그냥 내 감일 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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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의 코앞에 닥친 미래에 대해 결정하려면
더 먼 미래에 대한 지향이 있어야 할텐데..
그 지향이란게 너무나 막연하다.

반면…
먼 미래는 코앞에 닥친 선택들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좌우되기 마련이다.

앗..
어쩔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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