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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소설적 형상화와 『페스트』 모델

spain_Marquez.hwp 1. 마르께스의 정치적 기사들

마르께스의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는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콜롬비아 병사들을 취재하면서 얻어진 이미지가 소설로 결정화되어 나타난 것이다. 공산주의계 자유당원이었던 그는 1954년 12월 {엘 에스펙타도르}지의 기자로 활동할 당시 [한국에서 현실로]란 글을 게제한 바 있다. 여기에는 [평화의 희생자들, 참전 용사들], [훈장을 저당잡힌 영웅], [각각의 참전 용사들, 고독의 문제] 세 편의 기사가 수록되어 있다. 한편, 또다른 칼럼 중에는 [영웅들도 먹어야 산다]라는 취재기사를 쓰기도 했다. 가난이 극에 달해 훈장까지도 저당잡혀야만 했던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다룬 이 기사들은, 정부에 압력을 가해 참전 용사들의 조합을 결성하라며 “뭉치는 것만이 힘을 줍니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세 편의 기사를 통해 볼 때,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참전용사들에 관한 글은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를 비롯해 그 이후에 전개되는 마르께스의 소설세계에 등장하는 참전용사들의 고독, 그들의 가난, 정부의 헛된 공약으로 판명되는 연금문제를 출발점으로 현실화되는 정치권력의 비판으로 나아가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폭력소설들에 대한 마르께스의 비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폭력현실을 다룬 작가들을 작가도 아니라며 강도높게 비판하였다. 그는 폭력 현실에 관해 쓴 작가들의 의지를 높이 사면서도, 이들의 소설은 소설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증인적이며, 따라서 이런 소설들이 문학적으로 형편없다고 단정짓는다. 그는 문학이 정치 고발이나 사회참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폭력에 관해 쓴 작가들이 소설을 잘 써야 한다는 문제는 도외시했을 뿐만 아니라, 글쓰기의 초보적 단계도 극복하지 못했다고 신랄하게 비판을 가한다.
마르께스는 그들의 가장 큰 실수는 폭력소설의 가장 근본적인 주제를 내표하는 생존자들의 드라마에 관해 걱정을 하는 대신, 범죄 사실을 이야기하고 죽은 사람들을 열거하는 데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불쌍하게 죽은 사람들은 단지 매장되는 것일 뿐 이미 소설 주제로 사용될 수 없다. 그러므로 생존자들을 도외시한 모든 문학은 기록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3. 카뮈의 {페스트}를 모델로

마르께스는 문학적 가능성을 가장 많이 제시하면서 훌륭한 문학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모델로 제안한다. 그러면서 카뮈의 소설에서 “드라마는 공동묘지라는 위장된 문으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페스트에 의해 포위된 도시에서 도망칠 수도 없이 푹푹 찌는 침실에서 얼음장 같은 땀을 흘리는 살아 있는 사람들”로 집약되어 있다고 밝힌다. 이렇게 마르께스는 피비린내 나는 폭력 현실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생존자들의 행위와 그들의 활력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에서 그는 한국전쟁에서 죽어간 병사들을 대상으로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콜롬비아에 돌아와 처절한 삶을 살아야 했던 참전 용사들의 현실을 카뮈의 소설과 접목시킨다. 이것은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끝없는 저항과 굳은 희망, 그리고 삶에의 집착 및 그들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지 등을 주제로 전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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