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임박의 악순환

글을 쓰기 위해서는 책을 보며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런데 마감이 닥치면 ‘지금 한가하게 공부할 시간이 어디있나’라는 생각이 들어 책을 덮고 바로 글쓰기에 돌입하게 된다. 그러나 공부한 게 없으니 글이 잘 안써진다. 구성도 안 잡히고 쓸 내용도 안 떠오른다. 전전긍긍하다 마감을 넘긴다. 마음은 “내일이나 모레까지 꼭 써서 보내야지” 이러고 있다. 마음은 더 급해지고 더더욱 책을 볼 여유가 없어진다. 그래서 결국 문서 파일만 열어놓고 애를 태운다. 사흘, 나흘이 지나고 또 앞서 마음 속으로 세워 두었던 마감을 넘긴다. 또 마음 속으로 마감일을 이틀 뒤로 잡아 보지만, 결국 이런 식으로만 몇 달이 훌쩍 지나간다.

6월부터 10월까지 나의 상태가 이랬다. 5월말 “원고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하는 출판사 팀장님의 메일에 “6월말까지 보낼게요”라고 답하는 순간부터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6월에는 나름 한가로이 책을 보며 공부를 했다. 글은 시작도 안 했다. 7월이 되어 “8월말까지 보내주셔야 해요”라는 메일이 왔고, 그러겠다는 약속을 했다. 아직 전체 구성도 제대로 잡히지 않았지만, 일단 글쓰기에 돌입했다. ‘한 주에 한 챕터씩 쓰면 되겠네!’ 7월 말이 되어 겨우 한 챕터가 대충 쓰여졌고, 결국 9월 초가 되어서야 모든 챕터가 완성되었다.
그러나 출판사에 보낼 수 있는 상태의 글이 아니었다. 9월초 “이제 교정만 보면 되요. 하루에 한 챕터씩 교정 보면 일주일이면 끝납니다”라는 메일을 팀장님께 보내고서, 한 챕터씩 교정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루에 한 챕터는 불가능했다. 처음 쓰여진 글이 너무 엉망이라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했고 그에 걸맞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마감도 이미 지낳고 내가 뱉은 말도 있고 해서, 내가 쓴 글만을 뚫어져라 보며 글을 고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밑천이 없는데 일이 빨리 진행될리 만무. 꾸역꾸역 일이 진행되더니 결국 지난 10월 31일에야 전체 원고를 출판사에 넘길 수 있었다.
이럴 거였으면 차분하게 공부하면서 해도 되는 거 아니었나 하는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을 쓴다고 5개월이란 시간을 보냈건만, 정작 제대로 읽은 자료가 몇 개 되지 않는다. 얼마 되지도 않는 밑천을 가지고서 바로 내일까지 글을 쓰겠다고 문서 파일을 열어놓고 매일매일 앉아 있었으니… -_-;; 그래도 얼마 되지 않는 밑천을 5개월 동안 이렇게 저렇게 배열하고 재구성하면서 난리치다 보니 그 안에서 나름의 논리가 생긴 것 같기는 하다. 문제는 그것이 내적으로는 말이 될지 몰라도 실제로는 틀릴 수 있다는 것. 교정지 오기 전까지 의심가는 부분들에 대해자료 찾아 보면서 꼼꼼이 재검토 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끝내고 나니 기분 좋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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