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는 프라하에 대한 인상만 적고 급하게 끝냈었는데, 이번에는 우리의 여행에 대해서 좀더 얘기를 해볼까 한다.
첫째, 프라하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간 곳은 아마도 햄리스 장난감 백화점. 첫째 날엔 회전목마를 타고, 넷째 날엔 거울 미로와 레고 전시장인 체코 리퍼브릭(Czech RepuBrick)도 체험하고, 아홉째 날엔 기념품을 사고, 그리고 근처를 관광할 때마다 화장실을 이용했다! 시내 대부분의 화장실이 유료(10코루나 정도)인 상황에서 화장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설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 도중 하늘이가 정말 틈만 나면 화장실을 가겠다고 했었는데, 햄리스가 큰 도움을 주었다.
햄리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하늘이
둘째, 프라하에서 우리를 제일 고생시킨 건 하임이의 ‘속이 이상해’. 프라하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에도, 숙소로 돌아오는 트램에서도, 싫어하는 메뉴가 나온 식당에서도, 심지어는 좋아하는 메뉴를 많이 먹고난 직후에도, ‘속이 이상해’라는 그 불길한 말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않고 나왔다. 가장 당황스런 순간은 첫째 날. 모두가 지쳐 숙소로 돌아오는 트램에서, 하임이의 멀미로 트램에서 내리자, 부인님은 하임이가 더이상 트램을 탈 수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고, 하늘이는 빨리 집에 가고 싶다며 땡깡을 부렸다.
‘속이 이상해’라는 말로 우릴 힘들게 했던 하임이의 힘찬 발걸음
셋째, 프라하에서 아이들에게 놀랐던 일 중 하나는 아이들의 성실성(?). 숙소에서 아이들이 심심해 할까봐 수학 문제집이랑 일기용 노트랑 공룡 따라 그리기 책(하늘이용) 등을 가져갔었다. 약간의 보상을 약속하자 (약간의 불평을 하긴 했지만) 아이들은 정해진 할당량(?)을 정확히 사실은 초과해서 채워 주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빼먹은 날이 거의 없이 일기를 썼고, 가져갔던 공룡 따라 그리기 책은 버리고 오기 아까울 정도로 모두 채울 수 있었다.
하늘이의 7월 12일 그림일기
넷째, 프라하에서 가장 맘에 든 곳은 NTK(국립기술도서관). 숙소에서 가까운 곳이었지만 아쉽게도 한 번밖에 못갔다. 도서관의 높이와 둘레를 줄자로 잰 것 같은 외관 디자인뿐 아니라 내부의 유머러스한 그림들도 멋졌다. 방문증을 받아 들어가면 고전 게임기도 있고, 더 올라가면 책들과 함께 널찍하게 배치된 좌석들이 있었다. 프라하에 또 방문한다면 꼭 그곳에서 공부를 하고 오리라 마음을 먹었다.
NTK 내부의 그림들
다섯째, 가장 후회되는 일은 한국에서의 일을 끊지 않은 상태로 여행을 떠난 것. 평소 쉽게 쓰던 원고였기에 낮에 관광을 하고 숙소에 돌아와 애들 재우고 나면 원고를 쓸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날마다 피곤한 일정을 마치고 나면 도저히 일을 할 힘이 나지 않았다. 그러니 마감일은 다가오는데 제때 원고를 넘길 자신은 없고, 한동안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었다.
여섯째, 프라하에서 가장 억울했던 건 숙소 근처의 싸고 큰 마트를 몰라 본 일. 여행 첫 날부터 2주가 되도록 항상 다니던 마트가 있었는데, 알고보니 거기보다 크고 싼 마트가 또 있었던 것이다. 사실 숙소와 전철역 사이를 오가며 “PENNY”라는 간판을 지나쳤었는데 그게 마트인 줄 몰랐던 것이다.
그 외에 기억나는 일로는 프라하 동물원에서 놀이터 찾다가 생고생한 일이랑 유명한 천문시계에 시계가 너무 아래쪽에 붙어 있어서 당황했던 일… 그리고 하늘이의 수많은 땡깡들 … ㅠ_ㅠ 어쨌든 다 무사히 넘겨서 무척 다행이다.
5월은 가족의 달. 첫째 주말과 둘째 주말에는 그 임무를 완수했다. 첫째 주에는 원주 가족들과 함께 ‘마이테라스’라는 예쁜 카페에 방문했다.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깨달은 엄마가 무척 적극적으로 모델이 되어 주었다.
둘째 주에는 인천 가족들과 함께 강화도 여행을 했다. 나는 숙소에 가기 전 아이들과 옥토끼 우주 센터에 방문했다. 입장료는 어린이 15,000원, 어른 14,000원으로 살짝 부담이 되는 가격이지만, 일단 그 입장료만 내면 사계절 썰매든, 보트든, 로봇 숲이든, 공룡 숲이든, 중력가속도 체험이든 뭐든 다 할 수 있다. 줄도 그렇게 길지 않아서 모두 모두 매우 만족.
숙소 가까이에는 해넘이를 볼 수 있는 해변이 가까이 있었는데, 그 해변에서는 해넘이 전에 돌 밑에 숨어 있는 게 찾기에 몰두했다. 아침에는 하임와 채윤이와 함께 강화나들길을 따라 돈대를 찾아 산행을 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돌아왔다. 900m만 가면 돈대에 도착할 수 있다는 표지판은 거짓말이었던 것 같다. 일요일 아침 식사 후에는 광성보에 들른 후, 김포에서 가야밀면을 먹고 헤어졌다. 하늘이도 밀면을 맛있게 먹었다.
인라인은 자전거에 비해 위험하다. 그래서 보호 장구도 더 확실하게 장착해야 한다. 가장 큰 어려움은 속도 제어. 브레이크를 제대로 마스터하지 못하는 한 인라인은 안전하게 탈 수 없다. 그래서인지 하임이가 자전거를 배운 이후에는 하임이가 인라인 타러 나가자고 할 때마다 인라인 대신 자전거나 타자고 했었다. 손목, 팔꿈치, 무릎까지 보호 장구 입히는 것도 귀찮고, 도중에 갈아 신을 신발 챙기는 것도 귀찮고, 건널목이나 내리막이 있을 때마다 손잡아줘야 하는 데다가, 자칫하면 큰 사고가 날까 걱정되어서였다.
지난 주말에는 하임이가 인라인을 타자고 했을 때 달리 막을 명분이 없어 타러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건널목을 몇 번 건너 도착한 한 작은 공원에서 적당히 넓고 안전한 경사로를 발견했다. 그곳에서 나는 하임이에게 아빠의 도움 없이 혼자서 속도 제어를 하며 내리막을 타볼 것을 제안했고, 하임이는 그 연습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리고 … 오랜 연습에 발이 아팠을 텐데도 하임이는 집까지 가는 길에 인라인을 벗지 않았다. 누가 보기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동안의 모습을 아는 나에겐 정말 놀라운 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