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시간을 떼우는 중. 1시간 반 뒤에는 또 보스턴행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난 탑승구 옆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어제 저녁 엄마가 오셔서 짐싸는 것도 도와주시고, 방 정리하는 것도 도와주셨다. 엄마의 그 모든 정리 방식에 내가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가끔씩 그 정리 능력에는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자취 경력 10년이 넘었지만, 난 아직까지도 옷을 개는 데 서툴고, 그릇을 정리해 놓아도 어딘가 부족하다. 근데 확실히 엄마가 손을 대면 신기하게도 예쁘게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 것 좀 제대로 전수좀 해줄 것이지. 그냥 알아서 옆에서 어깨너머로 배워야 하는 건가…

다행히 아침에 형이 차를 몰고 와줘서 인천공항까지 힘 안들이고 짐을 운반할 수 있었다. 조카 건웅이도 같이 왔는데, 티켓팅 할 때까지만 해도 “건웅이도 삼촌이랑 같이 비행기 탈래!”라고 웃으면서 떼쓰던 녀석이, 어떻게 헤어진다는 느낌을 눈치 챘는지, 출국장 입구 앞에서 나를 붙잡고는 울음을 터뜨려 버렸다. 이런.. 녀석.. 안아 주는 것 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신기하게도 조카들은 아무것도 안해주는 삼촌조차도 너무 좋아해 준다.)

인천공항 UA 티켓팅 하는 곳에서, 여권을 제시하고 짐을 부치고 났더니, 직원이 “추가요금을 내고 이코노미 플러스로 변경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하길래, “아니요” 했다. 잠시 후, “이코노미 플러스 좌석 드릴게요. 안쪽 좌석으로 드렸지만, 이코노미보다는 좌석 공간이 넓어서 좀더 편하실 거예요” 하는 게 아닌가.  혹시 “예” 했으면 추가요금 내고서 똑같은 자리 받는 거였으려나? 어쨌든 덕분에 넓은 좌석에서 편하게 비행기를 타고 올 수 있었다. 다리를 쭉 펴도 앞좌석에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앞뒤 자리도 빈자리여서 앞자리 발로 찰 수도 있었고 의자 뒤로 젖히는 것도 맘대로 할 수 있었다.^^ 분명 요즘 비수기인 데다가 환율까지 미쳐버리는 바람에 손님이 없다보니 이런 정책을 쓰나보다.

오는 동안 arrival form이란 거랑 세관신고할 때 쓰는 걸 작성하는데, 자꾸만 내 짐에 든 음식물들이 걱정되는 거다. “식물, 식품…” 항목에 “yes”를 할까, “no”를 할까 엄청 고민했다. 분명 그 항목의 목적이 농산물과 함께 딸려 오는 해충의 위험 등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적혀 있어서 내가 가지고 온 “말린 나물”과 “건어물”은 그 목적에 비추어 문제가 될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식품”은 맞으니까 “yes”라고 적어야 하는 건 아닐까 정말 한참 고민했다. 게다가 “yes”라고 적는다면 내가 가지고 온 것들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또는 “no”라고 적었더라도 세관원이 걸고 넘어질 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영어로” 떠오르질 않았다. 말린 것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dry”는 떠오르는데, “나물”을 표현할 말을 떠오르질 않아서 정말 한참 고민했었다. 1,2시간 쯤 고민하다가 떠올린 말이 “dry salad and dry sea food”였다. 많은 사람들이 무조건 “no”라고 적어야 편하다고 하지만, “no”라고 적었다가 혹시나 문제가 생기면 벌금과 같은 문제가 있을수도 있고… 오늘 같은 경우엔, 갈아타는 시간에 여유도 있고, “yes”라고 적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궁금하기도 해서, “yes”를 적어봤다. 그리고 뒷면에는 “dry salad and dry sea food”라고 적었다. 역시 입국심사관이 “yes”라고 적은 부분에 대해 무엇인지 물어봤고, 나는 “dry salad and dry sea food”라고 답했다. 그는 오케이 하면서 나를 보내줬고, 세관도 그냥 통과할 수 있었다.

이제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다. 30분 정도 뒤면 보딩을 할 듯. 이제 인터넷 끊고 뭐좀 먹을 생각. 중간 보고는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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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2019의 긴 여정

지금은 페덱스 사무실 근처 PC방. 어젯밤 하버드 담당자로부터 FedEx tracking number를 받아서 조회한 결과 서류가 페덱스 사무소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아침 일찍 찾아왔건만… 10시에 오란다. 그래서 근처 PC방에서 시간을 떼우는 중.

알고보니 하버드에서는 DS-2019를 지난주 화요일에 보냈더만;;; 서울에 도착한건 지난주 토요일이고. 물론 주말엔 배송을 안 하니까 월요일에 배달을 하려고 한 모양인데, 내 서류는 어제 하루 동안 삽질하다가 다시 사무소로 돌아가 버린 듯. 아마 집주소로 되어 있어서 집까지 갔다가 돌아간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지난번처럼 수신인 전화번호가 없다고 그냥 처박아 둔 것 같기도 하고.  

아래는 페덱스 발송물 조회 결과. 생각보다 상세하게 나온다. 미국에서도 중간중간 에피소드들이 있었나보다. “통제불능 요인에 의한 지연”이나 “서류 부적합 또는 미비”와 같은 이유로 조금씩 지체된 내용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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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유형 Priority Envelope
중량 0.5 lbs/0.2 kg
참조 DONG WOOK JUNG

날짜/시간조회 내용위치상세 내용
Feb 23, 2009 6:04 PM | 배달 예외 사항 |SEOUL-SI YEONGDEUNGPO-GU KR |잘못된 주소- 수취인 이사
Feb 23, 2009 9:59 AM | 배달 용 FedEx 차량에 있음 | SEOUL-SI YEONGDEUNGPO-GU KR
Feb 21, 2009 10:06 AM | FedEx 사무소에 있음 | SEOUL-SI YEONGDEUNGPO-GU KR
Feb 21, 2009 10:05 AM | FedEx 사무소에 있음 | SEOUL-SI YEONGDEUNGPO-GU KR | 배달 예정일이 아닌 화물
Feb 21, 2009 9:30 AM | FedEx 사무소에 있음 | SEOUL-SI YEONGDEUNGPO-GU KR
Feb 20, 2009 6:45 PM | 운송 중 | SEOUL-SI YEONGDEUNGPO-GU KR
Feb 20, 2009 3:12 PM | 국제 화물 양도 | INCHEON KR
Feb 20, 2009 2:23 PM | 운송 중 | INCHEON KR | 화물 통관 가능
Feb 19, 2009 8:52 AM | FedEx 사무소 출발 | ANCHORAGE, AK
Feb 19, 2009 8:10 AM | FedEx 사무소에 도착 | ANCHORAGE, AK
Feb 19, 2009 5:10 AM | FedEx 사무소 출발 | MEMPHIS, TN
Feb 18, 2009 11:55 PM | FedEx 사무소 출발 | MEMPHIS, TN
Feb 18, 2009 6:06 AM | 선적 예외 사항 | EAST BOSTON, MA | 통제불능 요인에 의한 지연
Feb 18, 2009 4:17 AM | 운송 중 | MEMPHIS, TN
Feb 17, 2009 8:55 PM | FedEx 사무소 출발 | MEDFORD, MA
Feb 17, 2009 8:01 PM | 픽업 완료 | MEDFORD, MA | 서류 부적합 또는 미비, 고객 서비스 부서로 연락하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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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서

혼인신고서라는 걸 다운받아 작성하고 있다. 증인 2명의 서명도 받았고, 엄마랑 아빠의 서명도 받았다. 이번주 수요일이나 목요일쯤 민아 어머님 만나서 같이 구청에 가서 제출할 계획이다.

근데 채워야 하는 항목 중에 잠시 나를 헷갈리게 했던 것.

등록기준지 : 잘 몰라서 비워두긴 했는데, 아마 새로운 가족관계법에 의해 호적과 본적 개념이 사라지고 등록기준지로 통합된 것 같다. 아마 나는 본적을 쓰면 되는 것 같은데, 일단 구청에서 물어보고 적을 생각.

본(한자) : 본적은 아마 등록기준지라는 항목에 써야 될텐데, ‘본’이라는 항목은 왜 또 있는 걸까. 게다가 칸도 주소 비슷한 걸 쓰기엔 무척 작았다. 물어봤더니 본관을 쓰는 걸 거라는 답을 들었다. 그러니까 나는 경주정씨니까 경주를 쓰면 되는데, 문제는 한자로 써야 한단다. -_-;; 무심코 ‘서울경(京)’을 쓰고 나니까 왠지 어색해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경주’의 ‘경’은 그게 아니라 ‘경사경(慶)’을 쓴댄다. 대체 본적 개념도 사라진 마당에 본관을 왜.. 또 그것도 한자로 쓰게 되어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마 일생에 단 한번 정도 하게 되는 결혼을 앞두고서 나처럼 당황해하는 예비 부부들이 꽤 있지 않을까 싶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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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왠만해서는 잘 안 찾는 홈페이지긴 하지만, 혹시나 오랜만에 여기 들어왔다가 이 글을 보게 된 친구들은 무척 당황스러워 할지도 모르겠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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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념

DS-2019라는 문서류만을 기다리고 있다. 혹시 오늘 오나 했지만, 아쉽게도 내일을 기약해야 할 듯. 오늘 비자 인터뷰 시간이 다 되도록 서류가 오지 않아서, 결국 인터뷰 취소하러 대사관 사이트에 접속했더니 취소할 시간이 지나서 안된다고 한다. 취소한다고 환불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왠지 예약 기록상에 인터뷰를 하기로 해놓고선 안가면 혹시나 패널티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뭐든 마무리를 보기 전까지는 불안한 마음이 계속 커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건가보다. 일단 수요일도 비자 인터뷰 예약을 잡아 뒀다. 예약을 하려니까 잡을 수 있는 가장 늦은 시간이 오전 10시로 나왔다. 이건 뭐… 서류가 수요일에 온다 한들 그걸 들고서 인터뷰 하러 가기는 쉽지 않을 듯.

하버드 International Office 담당자한테 메일로 fedex tracking number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혹시나 조금이나마 빨리 받을 수 있을까 해서 말이다. 내일 오후에 받을 수 있었을 서류를 오전에만 받을 수 있다면 성공인 셈. 그러면 오후에 여유있게 비자 인터뷰를 받으러 갈 수 있을테니.  

사실 2월 안에 비자를 못받아서 좀 늦어지더라도 나중에 미국에서 중간보고서 작성할 때 사유서만 첨부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서울대 BK 포닥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지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2월 안에 가고 싶은데 말야. 나중에 뒷말이 나오거나 사유서 쓰고 그러려면 또 신경이 쓰일테니까.

이제 기다리는 것만 남다 보니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곤 넋놓고 기다리는 일뿐. 집에서 기다리다 심심해서 학교 와서 기다리다, 또 금방 지쳐서는 집에 가는 일의 반복. 책을 쓰겠다고 벌인 일을 수습하려면 할일이 태산 같지만, 책이 눈에 들어와야 일을 하지… 이럴거면 이 책들 그냥 배편으로 보내 놓을 걸, 괜히 무겁게 들고 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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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삽질

밤늦게 학교에서 마을버스를 탔다. 시계를 보니 11시 30분. 배는 고프고 빨리 집에 가서 밥해먹어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어젯밤에 끓여놓았던 김치찌개 생각에 군침이 돌았다.

방문앞. 드디어 집이구나. 빨리 밥 앉혀야지… 하는데 주머니에 열쇠가 없다. 이런 X장. 어쩌지… 학교에 두고 왔을까? 버스에 흘렸나? 버스 안에서 가로등 불빛 번지는 걸 찍겠다고 주머니에서 카메라를 꺼냈던 생각이 났다. 낙성대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뛰어가는 도중,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연구실 서랍에 열쇠 꽂혀 있는지 전화로 물어봤지만 열쇠는 없댄다. 그럼 분명 버스에 흘린 것이 틀림없……어야 할텐데;;; 아니라면 어디서 찾으란 말인가… 이름도 전화번호도 안 붙어 있는 열쇠를 찾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버스가 한 대 서있다. 기사분이 안계시네. 혹시 이 버스가 내가 타고온 버스일까? 들어가서 내가 앉았던 자리를 확인해 봤지만 열쇠는 보이지 않는다. 이 버스는 내가 타고온 버스가 아님에 틀림없……어야 할텐데.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기사분이 오셨다. “저 혹시 이 버스가 노천강당에서 11시 30분에 출발한 버스인가요? 제가 그 버스에 뭔가 흘린 것 같아서요.” “노천강당에서 11시 30분이면, 공대에서 11시 25분에 출발한 차일텐데.. 이 차는 그 차가 아니야.” “혹시 차고에…” “차고에 내려줄테니까, XX05번 번호판을 단 버스를 찾아봐.” 꽤 신기하네. 앞 버스를 차번호판으로 기억하고 계시네.

차고로 뛰어들어가니 한 분이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제가 노천강당에서 11시 30분에 출발한 버스에 열쇠를 흘린 것 같아서요.” “어… 그 차는 아직 안 왔어. [낙성대 도착한 버스는 차고로] 바로 오는게 아니고 기숙사까지는 갔다가 돌아오거든.”

차고엔 버스가 가득했다. XX07, XX02, XX03, XX04 차번호판을 단 버스들이 눈 앞에 보였다. 가만 보니 이 버스들은 XX0까지 번호가 똑같았다. 한 버스회사의 차량번호가 이렇게 차례대로 매겨져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아까 기사분이 앞에 출발한 버스의 번호판을 기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거인 셈. XX05번 버스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5분 쯤 기다리다보니, 저기서 한 기사분이 버스를 세우고 내려오신다. “이 친구는?” “뭘 두고 내렸대.” 지갑을 든 손으로 “지갑?” “아니 열쇠래. XXX(기사분 이름) 차는 왔어?” “어 저기. 불켜져 있는 차” 그분은 자기가 내린 버스 옆의 차를 가리켰다.

난 그 버스를 향해 달려갔다. 번호판이 보인다. XX05. 아까 그 기사분 말이 정확했다. 버스를 정리하고 있는 한 기사분이 계신다. “저기 차좀 둘러봐도 될까요? 제가 열쇠를 흘리고 내린 것 같아서요.” “진작좀 얘기하지” 하시면서 차 핸들 뒤의 통을 뒤지신다. 난 아까 앉았던 자리를 기웃하는데, 기사분이 “거긴 없어” 하신다. 아.. 기사분이 챙겨두셨구나.

이렇게 열쇠를 찾아 무사히 집문을 열었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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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과 깨달음

1. 전문연구요원의 국외여행 이제야 좀 알겠다.
1년 정도 나간다고 꼭 “공동연구협약서” 같은 게 필요한 건 아니었다. 괜한 짓 했다. “초청장”만 받아서 업무출장 나간다고 국외여행 신청하면 쉽게 처리되는 것이었다. 물론 “업무출장”으로는 전체 국외체류기간 중 6개월만 군복무 기간으로 인정되고, 나머지는 돌아와서 연장복무를 해야 한다.

2. 병무청은 꽤 친절하고 합리적이다.
전부터 느낀 거지만, 병무청은 꽤 친절하고 서류처리도 빨리 해준다. 미리 문의했으면 위와 같은 삽질은 덜했을텐데, 아쉽. 그리고 나처럼 개인적으로 해외 학자 한 명한테 연락해서 방문연구하겠다는 사람한테 “공동연구” 도장을 찍어주는 게 더 불합리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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