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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예비소집일

하임이는 올해 3월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며칠 전 예비소집일에는 하임이와 함께 학교를 방문했다. 하임이는 혹시나 유치원 친구들을 볼 수도 있겠다며 들떠 있었고, 나는 취학통지서와 함께 제출할 몇몇 서류를 챙겼다.

교문 앞은 각종 학원들의 치열한 전쟁터였다. 교문을 통과한 뒤 우리 손에는 엄청난 양의 홍보물&선물 세트들이 쥐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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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임이는 교문을 지나기 전에는 아무 것도 들고 있지 않았었다.

안내에 따라 우리 동에 해당하는 교실을 찾아갔더니 접수(?)를 받는 두 개의 줄이 있었다. 각 줄의 끝에는 접수 데스크가 있었다. 왼쪽 접수 데스크 앞에는 “5통 8반부터 x통까지”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고, 오른쪽 접수 데스크 앞에는 “5통 7반까지”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 종이는 데스크 앞에 늘어선 줄 때문에 전혀 보이지 않았고,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부모들(사실상 엄마들)은 대충 아무 줄이나 선택해서 섰던 것 같다. 그러다 데스크 앞에서 낭패 -_-;;  여전히 동과 통반이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은 날이었다.

그 교실에서 하임이는 유치원 친구를 만났다. 나도 친구 어머님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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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임이의 친구 지윤이와 함께

예비소집일 일정은 아주 금방 끝났다. 접수 데스크에서 취학통지서를 내고 입학식에 제출해야 할 서류들이 담긴 봉투를 건네 받은 후, 옆 교실에서 돌봄 교실 신청에 대한 안내문을 받고 나니 쫑. 예비소집일에 학생은 오지 않아도 된다는 걸 또 새삼 깨달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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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유치원 친구 도율이를 운동장에서 만났다.

집에 돌아온 후 우리는 오늘 학교 앞에서 수확한 아이템들을 정리했다. 홍보물은 모두 폐지함에 버리고 선물들만 모아 종류별로 분류하여 사진을 찍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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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학교 앞에서 수확한 아이템들 : 핫팩 3개, 물티슈 4개, 양말 1쌍, 각종 학습지 샘플들, 스티커 3장, 공책 4권(국어 공책 2권, 알림장 2권), 생활계획표 1장, 볼펜 4개와 연필 1개, 젤리 1봉지, 쓰레기 봉투 1개.

아.. 사진에는 없지만 커피믹스도 하나 있었다. 대단히 다양하고도 훌륭한 구성이었다. 쓰레기 봉투는 정말 상상도 못했던 아이템이었다. 쓰레기 봉투가 똑 떨어졌던 어제 받았더라면 훨씬 더 쓸모가 있었을 텐데. ㅎㅎ 어쨌든 이럴 줄 알았으면 한 번 더 뛰거나 장모님도 오시라고 할 걸 그랬다. ㅋㅋ 한편 하임이는 “xxx태권도”에서 준 양말을 보더니 “여기는 또 이 양말이네” 하며 불만을 제기했다. -_-;;

아이템들을 정리한 후에는 그중 재미있어 보이는 학습지 샘플을 골라 하임이에게 풀어보라며 건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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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 샘플을 풀어보고 있는 하임이. 첫 문제는 정답!

근데 수학 문제 풀다가 싸울 뻔했다. 하임이가 네 번째 문제를 “7+18=24″로 풀어놓고는 “맞았지?” 하길래 내가 “틀렸으니 다시 생각해봐” 했는데, 하임이가 계속 자기가 맞다고 우기는 바람에 -_-;; 다행히도 내가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을 때는 자신이 틀렸다는 걸 인정했다.

저녁에는 부인님과 함께 오늘 받은 서류를 꺼내 보았다. 그중에는 “학생상담 지도자료”라는 제목 아래 하임이의 가족 사항을 묻는 서류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조부와 조모에 대한 사항을 체크하는 부분도 있었다. 뒷면의 “기재 요령”을 살펴 보니 “조부모의 경우에는 동거하지 않아도 해당란에 O표를 해주십시오. (어린이의 부모가 차남일 경우에도 표시를 합니다.)”라고 되어 있었다. 아래의 사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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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상담 지도자료의 일부분(오른쪽)과 그 기재 요령(왼쪽).

정말 한심한 서류였다. 왜냐하면 어린이의 조부모는 2명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서류는 분명 “조부” 한 명과 “조모” 한 명에 대해서만 묻고 있었다. “기재 요령”을 보면 여기서 묻는 “조부”와 “조모”가 명백히 부계쪽 조부모만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조부모의 경우에는 동거하지 않아도” 체크를 해달라는 것은 결국 조부모의 생사를 표시해 달라고 하는 것인데, 초등학교에서 그걸 알아서 뭘 하겠다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걸 알면 학생에 대해 상담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걸까? 만약 정말 학생 상담에 도움이 된다면 왜 부계쪽 조부모의 생사만 알려고 하는 걸까?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생사는 도움이 안 되나?

왜 학교를 비롯해 수많은 공공기관에서는 이런 한심한 서류들이 바뀌지 않는 걸까? 우리가 항의를 하면 바뀔까? 만약 항의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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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임이의 파마

부인님은 매일 하임이의 머리를 묶어 주는 고된 숙련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나도 며칠에 한 번은 묶어주었었는데(무조건 한 가닥으로), 언제부터인지 슬그머니 머리 묶는 일에서 손을 떼 버렸다. 우린 원래 가사 노동에서 분업을 없애자고 했으나, 이런 저런 일에서 암묵적으로 분업이 생기는 것은 막기가 참 어렵다. 머리 묶는 일도 그중 하나. 반성!

머리 묶는 지겨운 일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부인님은 지난 달 하임이에게 파마를 권했다. 예상과 달리 하임이는 흔쾌히 파마에 응했고, 나름 예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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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한 다음 날 아침의 하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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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지 속에 담긴 건 유치원 산타 행사 때 하임이가 받을 크리스마스 선물. 몰래 유치원에 드렸어야 했는데, 거실에 방치하다가 하임이한테 들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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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로 돌진하는 하임이

파마를 한 이후에도 일주일에 몇 번은 머리를 묶어주게 되는데, 파마를 한 지 약 2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일은 여전히 부인님이 담당하고 있다. 그 사이에 내가 묶어준 건 며칠 전 딱 한 번뿐이었던 것 같다. 다시 반성 중…

근데 올해는 내가 묶어주는 횟수가 늘어날 것 같다. 이건 다짐이 아니라 과학적 예측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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