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철학 중간고사

중간고사 문제는 지난달에 출제된 것이지만, 아래 기말 페이퍼 주제들도 쓴 김에 올려본다.

다음 두 개의 문제에 답하시오. 답안 당 600-800 단어 내로 쓸 것(900단어는 절대 넘기지 말 것).

배경이나 다른 논자에 관한 불필요한 논의를 삼갈 것. 질문 자체에만 초점을 맞출 것. 명료하고 직설적인 방식으로 글을 쓸 것.

10월 21일 수업 시작 전까지 제출할 것.

자신의 답안을 다른 사람과 토론하지 말 것. 서로의 답안을 읽어보지 말 것. 단 자신의 노트와 텍스트북을 사용해도 좋음.

 

질문 1. (a)와 (b) 중에 답하시오.

(a) 생물학 이론 및 이론이 조직되는 방식에 대해 세 가지 방식 — 법칙, 메커니즘, 모형 — 을 논의했었다. 르원틴의 1970년 논문 첫 페이지를 보라. “Darwin’s scheme”이란 르원틴의 요약은 법칙, 메커니즘, 모형 중 무엇으로 간주될 수 있을까? 아니면 셋 다 아닌가?

(b) 수업 시간에 “기원 설명”에 관한 논의에서, 나는 [자연]선택의 역할을 대충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선택은 개체군 내에서 (인간의 눈과 같은) 새로운 형질을 더 잘(more likely) 출현시킬 수 있다. 어떻게? 그 새로운 형질의 전단계(precursors)를 더욱 흔하게(more common) 만듦으로써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태를 이렇게 기술할 때, 우리는 눈과 같은 형질의 존재를 당연시 간주하면서 결국 진화를 이러한 목적으로 향하는 과정으로 기술하게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진화가 모종의 목적-지향적인 과정이라는 것은 현대 생물학의 주장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는 수업시간에 얘기된 ‘기원 설명’에서의 선택의 역할에 대한 설명과 문제를 일으키는가?

질문 2. (a)와 (b) 중에 답하시오.

(a) 상당수의 논자들은 ‘시행 & 착오(trial and error)’에 의한 학습이 변이 & 자연선택의 [진화] 과정 또는 적어도 그와 매우 유사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에 대해 평가하시오.

(b)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13쪽(영문판)에는 “다윈의 ‘적자 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은 사실 안정된 것의 생존(survival of the stable)이라는 보다 일반적인 법칙의 특수한 경우이다”라는 말이 적혀 있다. 이 말의 뜻은? 그리고 그 말은 참인가?

유형학적 사고 vs. 개체군 사고

저명한 생물학자 에른스트 마이어(지금은 죽었음)는 유형학적 사고(typological thinking)와 개체군 사고(population thinking)를 구분했다.

  • 유형학적 사고 : 실재하는 것은 유형(type)으로서의 종이며, 각 개체들은 그것의 불완전한 예화를 뜻한다. 즉 변이는 단지 ‘잡음’, 즉 불완전이나 결함이 된다. [variation = type + deviation]
  • 개체군 사고 : 실재하는 것은 각 개체들의 집단이다. 유형이란 그것들의 통계적 추상에 불과하다. [type = average or idealization or abstraction(variations)]

마이어는 다윈의 진화론이 ‘개체군 사고’의 손을 들어주고 있음을 주장하면서, 이것이 인간 본성에 관한 질문에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고 역설한다. 수업 시간에 나누어준 프린트물에는, 아래의 사르트르의 인용문이 마이어의 주장을 대신했다.

신을 창조자로 생각할 때, 우리는 대체로 그를 초월적인 장인(supernal artisan)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즉, 신의 마음 속의 인간이란 개념은 장인의 마음 속의 종이칼[꼭 종이칼일 필요는 없음]의 개념과 비교될 수 있다. 즉 장인이 모종의 정의와 공식을 따라 종이칼을 제작하듯, 신은 모종의 절차와 개념에 따라 인간을 만든다…. 18세기 철학적 무신론에서, 신이라는 관념이 억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질이 존재에 우선한다는 생각은 남았다. 디드로(Diderot)에서, 볼테르(Voltaire)에서, 심지어 칸트(Kant)에서도, 우리는 도처에서 그와 같은 생각을 발견한다. 인간은 인간 본성을 가지고 있다. 그 “인간 본성”이란, 인간(human being)의 개념으로서, 모든 인간에게서 발견되는 것을 말하며, 이에 따르면 각각의 인간은 보편 개념, 인간(Man) 개념의 특정한 사례가 된다.

존재가 본질에 앞선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인간이 존재하고, 자신을 마주하고, 세계에서 출렁이는(surge up) 것이 먼저고, 그 자신을 정의하는 것은 그 나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사르트르(Sartre), “Existentialism is a Humanism” (1946)

* 이 인용문 덕분에, 아래 포스팅에서 나열된 주제중 다소 생뚱맞아 보였던 8번과 9번 주제가 드디어 말이 되는 질문으로 보일 것 같다.

생물철학의 페이퍼 주제들

요즘 Godfrey-Smith의 생물철학 수업을 청강하고 있는데, 어제 수업에서는 교수가 “기말 페이퍼의 가능한 주제들 – 1″이라는 프린트물을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나중에 “주제들 – 2″도 나누어줄 모양이다. 나는 청강생이라 페이퍼를 안 써도 되지만, 페이퍼에 대해 꽤 친절한 가이드를 해주는 모습에 약간의 감동을 받았다. 한국에서 생물 철학 수업을 듣거나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도 혹시나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래에 대충 옮겨 적어 본다.

  1.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에 대한 르원틴의 표준 요약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요약을 개발하라. John Endler의 Natural Selection in the Wild의 1장 등을 보거나 Godfrey-Smith의 “Conditions for Evolution …” (web)을 볼 것.

  2. “자연법칙”으로 간주될 만한 생물학의 원리를 찾아 논하시오.
  3. 문화 진화 이론에서 얘기되는 다양한 선택의 단위들(e.g., 밈, 아이디어, 개체, 종족 및 그룹)을 비판적으로 평가하시오. 이들 중에 무엇이 가장 유망한가?

    Dawkins의 Selfish Gene의 memes에 관한 장이나, Godfrey-Smith의 “Darwinism and Cultural Change” (web), 혹은 Dennett의 Darwin’s Dangerous Idea에서 시작하면 됨. Boyd와 Richerson의 Not By Genes Alone (2004)도 도움이 될 것임.

  4. 나무와 같은 modular organism(같은 module이 반복되는 유기체로서 그 일부가 분리됨으로써 번식하기도 하는)에서 생식과 자연선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Tuomi & Vuorisalo의 논문 “What are the Units of Selection in Modular Organism?”과 같은 전자의 다른 논문을 참고할 수 있음)
  5. 여러 “종 개념들” (typological, phenetic, reproductive capacity, phylogenetic)중에서 다른 것에 우월한 개념을 말할 수 있을까?

    만약 아니라면, 종에 대해 “다원주의적” 태도를 취해야 할까? (e.g., Kitcher 1984, Dupre paper in Wilson (ed.)Species: New Interdisciplinary Essays)

    또는 종이라는 개념을 시대에 뒤떨어진 개념으로 버려야 할까? (e.g., Ereshevsky & Mishler paper in Wilson (ed.) Species…)

  6. 박테리아에 대한 올바른 종 개념을 무엇일까? (Laura Franklin-Hall의 논문들과 Dupre & O’Malley의 논문을 볼 것)
  7. “생명의 나무” 아이디어의 지위는 무엇인가? 은유인가? 가설인가? 만약 가설이라면, 참인가 거짓인가? “나무” 아이디어에서 발견되는 문자 그대로의 주장(literal claims)과 유비(analogies)와 그림 표상의 규약(conventions of pictorial representation) 사이의 관계를 분리해서 보도록 노력할 것.

    (LaPorte’s의 논문(web), Dawkins The Blind Watchmaker, chapter on the tree를 볼 것. Dennett의 Darwin’s Dangerous Idea도 관련 논의가 있음. Dawkins의 The Ancestor’s Tale을 봐도 좋지만, 관련 논의가 책 전체에 흩어져 있음.)

  8. Mayr의 “population thinking”이 인간 본성 개념과 관련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도덕 철학의 문제와의 관련은?
  9. 진화주의자는 실존주의자가 되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