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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상전 유전자 검사

착상전 유전자 검사(PGD)는 인공 수정을 통해 얻은 여러 배아들의 유전자를 검사하여 그중 적절하다고 판단된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는 생식 기술이다. PGD를 원하는 커플에게는 시험관 시술과 유사한 개입이 이루어진다. 여성으로부터는 호르몬 주사를 통해 인위적으로 성숙시킨 다량의 난자를 수집하고, 남성으로부터는 정액을 수집한다. 각 난자에 정액을 더하면 수정이 일어나는데, 각 수정란은 8세포기의 배아로 발달할 때까지 2~3일 정도 실험실에서 키워진다. 불임 부부를 위한 시험관 시술에서는 이 단계의 배아를 그냥 자궁으로 옮기지만, PGD에서는 각 배아에서 1~2개의 세포를 떼어내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 후 적절하다고 판단된 배아만을 선택하여 자궁에 착상시킨다. 유전적 결함이 발견된 배아들은 허가받은 연구에 사용되거나, 몇 시간 동안 방치하여 죽게 내버려둔다.[1]

착상전 유전자 검사의 다양한 용도

PGD는 주로 유전병을 가진 사람들이 동일한 병을 아이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첫째, PGD는 단일 유전자 질병을 감별할 수 있다. 낭포성섬유증, 겸형 적혈구 빈혈증 등의 질병은 단 하나의 유전자 변형에 의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경우에는 배아를 검사하여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 결함이 없는 배아만을 골라 자궁에 옮기면 된다. 둘째, PGD는 반성 유전병을 감별할 수 있다. 뒤센 근이영양증, 혈우병A 등의 반성 유전병은 그와 관련된 유전자가 X염색체에 있는 유전병으로, X염색체가 2개인 여성은 건강한 보균자로 지낼 수 있지만, X염색체가 1개뿐인 남성은 질병 증상을 보일 확률이 높다. 이러한 질병을 가진 아이를 낳지 않으려면, 배아의 성별을 검사하여 남성 배아는 배제하고 여성 배아만을 골라 자궁에 옮기면 된다.

PGD는 특정 유전병을 가진 아이를 위해 제대혈이나 골수 등을 기증할 수 있는 동생을 낳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백혈병이나 재생 불량성 빈혈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조혈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다른 사람으로부터 기증받은 골수나 제대혈을 이식받는 것이 좋다. 다만 환자와 기증자의 백혈구 항원이 일치하지 않으면 이식이 불가능하며, 비혈연자 사이에는 백혈구 항원이 일치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만약 그러한 병을 앓고 있는 아이와 백혈구 항원이 일치하지 않는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에게 골수나 제대혈을 기증해줄 수 있는 동생을 낳기 위해 PGD를 이용할 수 있다. 이 경우 PGD는 그 병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없는 동시에 환자와 백혈구 항원이 일치하는 배아를 골라 자궁에 옮긴다.

착상전 유전자 검사에 대한 윤리적 논란

잉여 배아의 문제 : 배아의 생명권

PGD는 여러 개의 배아를 만들어낸 후 그중 일부만을 착상시키고 나머지는 폐기할 수밖에 없다. 만약 수정 시점부터의 배아를 인간으로 간주할 경우, PGD에 의해 생성된 배아의 폐기는 한 인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독자적 생존 가능성이 전혀 없는 배아에 대해 생명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많이 있으며, 그 생명권을 인정하더라도 예비 부모의 생식 선택권이 그보다 중시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배아 대신 태아의 생명권에 대한 논의를 참고할 때, 한국의 경우에는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하고 원칙적으로는 낙태를 금지하고 있지만, 태아의 장애 가능성 있을 경우 등에 한해서는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임신 첫 3개월간은 태아의 독자적 생존가능성이 적어 여성의 낙태권을 우선하고, 임신 4개월~6개월의 3개월간은 산모의 생명이나 건강을 해치는 경우 등 일정한 경우에 낙태를 허용하며, 임신 7개월~9개월의 3개월간은 태아의 독자생존 가능성이 커지므로 여성의 낙태권보다는 태아 보호의 이익을 우선하고 있다. 태아의 생명권에 대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PGD에 의해 생성된 잉여 배아의 폐기는 장애 가능성이 있는 태아의 낙태에 비해 윤리적 문제가 많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2]

PGD가 유전적 향상을 위해 사용될 가능성

현재도 기술적으로는 PGD를 이용하여 성별을 선택하여 아이를 낳는 것이 가능하며, 유전학적 지식이 앞으로 증가한다면 PGD를 이용하여 부모가 원하는 눈 색깔, 머리 색깔, 키, 지능을 가진 아이를 낳는 것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물론 그러한 대부분의 형질들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결합되어 결정되며, 그와 관련된 유전자들 역시 매우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우려하는 그러한 형질의 선택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질지는 미지수이다. 그럼에도 현재도 계속해서 많은 질병과 형질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가능성이 완전히 공상의 영역만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취향이나 유전적 향상을 목적으로 한 아이의 선택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나라에서는 질병 치료의 목적을 제외한 PGD의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전적 향상을 목적으로 한 아이의 선택은 왜 금지되어야 하는가? 이러한 제한 조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동의하고 있지만, 일부 논자들은 그러한 제한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첫째, 건강한 아이, 똑똑한 아이를 위한 다른 종류의 노력은 대부분 허용되는데, 유전적인 향상 기술은 왜 거부되어야 하는가? 많은 예비 부모는 아이의 신경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엽산을 복용하고, 술과 담배를 삼간다. 태어난 아이에 대해서도 운동을 시키고 다양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왜 아이의 향상을 위한 유전적 선택은 거부되어야 하는가? 둘째, 신체적 향상을 위한 다양한 의학적 개입이 허용되고 있는데, 왜 선천적인 향상을 위한 의학적 개입은 왜 금지되어야 하는가? 현재도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 등의 의학적 개입이 일반화되어 있다. 과거에는 거부감이 큰 의학적 개입이었지만, 현재는 그러한 거부감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물론 치료 목적이 아닌 의학적 개입에는 공적 보조 없이 본인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렇다면 향상 목적의 PGD도 의료 보험을 적용하지 않으면 그만일 뿐, 완전히 금지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혹자는 향상 목적의 PGD 또는 유사한 생식 기술을 허용할 경우, 결과적으로는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즉 향상 목적의 PGD가 직접적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미치는 것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예컨대 부에 따라 향상 기술의 접근성에 차별이 생긴다면 빈부 격차에 따른 유전적 격차가 생길 우려도 있다. ...

PGD는 진정한 치료인가?

치료 목적의 PGD라 하더라도 논란이 없는 것이 아니다. PGD는 과연 누구를 치료하고 있는가? PGD는 어떠한 배아에게도 치료를 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PGD는 질병 유발 유전자가 있는 배아를 버리고, 그렇지 않은 배아만을 자궁에 착상시킬 뿐이다. 그러나 PGD는 예비 부모의 임신을 돕는다는 의미에서 치료 행위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PGD의 도움을 받는 많은 예비 부모들은 PGD가 아니었다면 임신을 포기했을 부모들이다. 따라서 PGD는 그들이 건강한 아이를 수월하게 낳고자 하는 목적에 봉사하는 것으로서 ‘질병 치료’로 인정받을 수 있다.

상품으로서의 자식

PGD는 아이의 유전적 조성을 선택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부모-자식 관계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아이의 유전적 조성을 선택하게 된다면, 부모는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기보다 아이가 부모의 요구 사항에 맞는 상품으로서 적합한 품질을 지니고 있는지에 따라 조건부로만 사랑을 베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심리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PGD를 통해 태어난 아이들은 자연적으로 임신된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현재 사용되고 있는 PGD는 자신의 질병을 자식에게 물려줄까 두려워 임신을 포기했을 예비 부모들에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즉 PGD는 부모-자식 관계를 악화하는 기술이 아니라 애초에 만들어지지 않았을 부모-자식 관계를 맺어주는 기술이라는 것이다.[3]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태도

아그네스 플레처는 PGD의 이용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전제하거나 유발한다고 비판한다. PGD의 사용 목적은 대부분 장애아의 출산을 막는 데 있으며, 이는 “장애인은 태어날 가치조차 없다”는 생각을 전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A는 장애인에게 장애라는 특성은 그가 가진 수많은 특성 중 하나에 불과하며, 그 하나만으로 그의 삶이 비장애인보다 불행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장애인이 겪는 많은 불행은 신체적 장애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이나 비장애인만을 위해 설계된 사회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즉 장애인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으며, 사회적 편견과 시스템이 개선된다면 더 많은 장애인이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애 문제에 대한 유전적 해결책만 강조된다면, 장애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해결책에 관심은 줄어들 것이다.[4]

이러한 플레처의 견해는 PGD뿐 아니라 태아에 대한 산전 검사에도 적용된다. 한국, 영국 등의 일부 나라에서는 임신 중절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다양한 산전 검사를 통해 태아의 장애 가능성이 확인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임신 중절을 허용하는 법을 가지고 있다. 즉 이 법에 따르면 취향에 의한 성 감별을 목적으로 한 임신 중절은 허용되지 않는다.[5] 그러나 플레처는 이러한 법이 정당한 임신 중절의 범위를 아이의 장애로 한정함으로써 장애아를 차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장애가 있는 아이의 임신을 지속하거나 중단하는 것은 여러 고려에 의한 예비 부모의 선택으로 존중될 수 있지만, 그 선택을 제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장애아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임신 중절에 대한 규제가 어떤 형태이든 그것이 태아의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6]

반면 줄리엣 티저드는 이러한 비판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말한다. 장애아를 키우는 일은 현실적으로 그 가정에 상당한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을 동반하며, 이러한 어려움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서비스가 개선되더라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또한 PGD나 산전 검사에 동반되는 의료 비용이 장애인을 돕는 데 필요한 의료 서비스와 사회 복지 서비스에 드는 비용보다 훨씬 적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즉 장애아의 출산 회피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추구할 만한 목표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는 장애인에 대한 적대적인 결과를 낳지도 않는다. 현재 많은 예비 부모는 본인 또는 자식의 장애 때문에 PGD의 도움을 받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그들 대부분은 PGD의 도움 없이는 동일한 장애를 또 다른 자식에게 물려줄까 두려워 임신을 포기하고 있었다. 즉 PGD는 장애를 가진 가족에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줌으로써 그들을 돕고 있다. 또한 이렇게 PGD의 도움을 받은 가족 대부분은 장애를 회피하기 위해 PGD를 이용하면서도,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 정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즉 장애아를 낳기를 피하는 태도와 이미 태어난 장애인에 우호적인 태도는 양립 가능하다.[7]

유전자 편집

PGD가 우연히 만들어진 배아 중에서 선택만 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살아있는 배아의 유전체를 원하는 방식으로 편집할 수 있는 기술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기술이지만, 현재로서는 기술적 안정성이 떨어진다. 대표적인 문제는 ‘표적 이탈 효과’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의도하지 않은 유전자 부위를 자주 절단한다. 또 다른 문제는 크리스퍼 가위로 원하는 유전자 부위를 잘라도 잘린 부분이 언제나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크리스퍼 기술은 단지 유전체의 원하는 부분을 자르는 기술일 뿐, 유전자 가위로 유전체에서 원하는 유전자를 잘라 내고 다른 유전자로 대체할 때 우리는 그냥 생명체가 원래 가지고 있는 복구 시스템에 의존한다. 그러나 이 복구 시스템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의 수정을 인도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또 다른 변이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동물 실험을 통해 잘 드러난다. 2015년의 한 연구팀은 돼지의 유전체에서 마이오제민 단백질 유전자를 제거해 일반 돼지보다 근육량이 많은 ‘슈퍼 근육 돼지’를 성공적으로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32마리의 태아 중 12마리만이 출생 후 8개월간 생존했고, 그중 단 한 마리만이 건강하게 살았다.[8]

  1. 엘리 리, "맞춤아기: 배경과 초점" (『논쟁 없는 시대의 논쟁』, <맞춤아기> 중에서)
  2. 임신중절의 허용범위 | 모자보건법 시행령
  3. 줄리엣 티저드, ‘맞춤아기’: 선택의 필요성 (『논쟁 없는 시대의 논쟁』, <맞춤아기> 중에서)
  4. 아그네스 플레처, "더 좋게 만들까?: 장애와 유전자 선택" (『논쟁 없는 시대의 논쟁』, <맞춤아기> 중에서)
  5. 임신중절의 허용범위 | 모자보건법 시행령
  6. 아그네스 플레처, "더 좋게 만들까?: 장애와 유전자 선택" (『논쟁 없는 시대의 논쟁』, <맞춤아기> 중에서)
  7. 줄리엣 티저드, ‘맞춤아기’: 선택의 필요성 (『논쟁 없는 시대의 논쟁』, <맞춤아기> 중에서)
  8. 송기원,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사이언스북스, 2018). 인간편집시대 준비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