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증과 수용 수준의 기준들"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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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적 인용|fist=Carl G.|last=Hempel|chapter=Criteria of Confirmation and Acceptability|title=Philosophy of Natural Science|year=1966|publisher=Pearson Education, Inc.}}의 번역. 곽강제의 번역본<ref>{{서적 인용|성=헴펠|이름=칼|제목=자연 과학 철학|출판사=서광사|연도=2010|쪽=77-102|꺽쇠=1}}</ref>을 WikiNote에 옮기는 과정에서 일부 용어를 수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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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적 인용|fist=Carl G.|last=Hempel|chapter=Criteria of Confirmation and Acceptability|title=Philosophy of Natural Science|year=1966|publisher=Pearson Education, Inc.}}의 번역. 곽강제의 번역본<ref>{{서적 인용|성=헴펠|이름=칼|제목=자연 과학 철학|출판사=서광사|연도=2010|쪽=77-102|꺽쇠=1}}</ref>을 WikiNote에 옮기는 과정에서 일부 용어를 수정함<ref>'확증'으로 번역되었던 'confirmation'은 '입증'으로, '입증'으로 번역되었던 'support'는 '뒷받침'이나 '지지'로, '승인 가능성'으로 번역되었던 'acceptability'는 '수용 수준'으로, '신뢰 가능성'으로 번역되었던 'credibility'는 '신임도'로 수정했다.</ref>.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매우 광범위하고 정확한 시험이 얻어낸 유리한 성과조차도 어떤 가설에 결정적 증명을 제공할 수 없으며, 다만 얼마만큼의 강도를 지닌 "증거에 의한 뒷받침" 즉 입증(confirmation)만 제공할 수 있다. 어떤 가설이 이미 수집된 증거 전체에 의해서 얼마나 강하게 입증되는가는 증거가 지닌 여러 가지 특성에 달려 있다. 이 장에서는 이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가설의 과학적 수용 수준(scientific acceptability)이나 과학적 신임도(scientific credibility)를 평가할 때에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인들 가운데 하나는 물론 이용할 수 있고 관련 있는 증거의 범위와 성격 그리고 증거가 그 버무이와 성격에 기초하여 발휘하는 입증의 정도(degree of confirmation)이다. 그러나 몇 가지 다른 요인도 고려되어야 하는데 , 그런 요인들도 이 장에서 검토할 것이다. 이 장의 논의는 우선 가설이 입증되는 강도, 가설의 입증도의 증대, 가설의 개연성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요인 등등을 정도의 문제는 다루지 않으면서 다소 직관적 방식으로 설명하겠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이 장에서 언급된 개념들이 정확하게 양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 어떤지 간략하게 검토하고자 한다.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매우 광범위하고 정확한 시험이 얻어낸 유리한 성과조차도 어떤 가설에 결정적 증명을 제공할 수 없으며, 다만 얼마만큼의 강도를 지닌 "증거에 의한 뒷받침" 즉 입증(confirmation)만 제공할 수 있다. 어떤 가설이 이미 수집된 증거 전체에 의해서 얼마나 강하게 입증되는가는 증거가 지닌 여러 가지 특성에 달려 있다. 이 장에서는 이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가설의 과학적 수용 수준(scientific acceptability)이나 과학적 신임도(scientific credibility)를 평가할 때에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인들 가운데 하나는 물론 이용할 수 있고 관련 있는 증거의 범위와 성격 그리고 증거가 그 버무이와 성격에 기초하여 발휘하는 입증의 정도(degree of confirmation)이다. 그러나 몇 가지 다른 요인도 고려되어야 하는데 , 그런 요인들도 이 장에서 검토할 것이다. 이 장의 논의는 우선 가설이 입증되는 강도, 가설의 입증도의 증대, 가설의 개연성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요인 등등을 정도의 문제는 다루지 않으면서 다소 직관적 방식으로 설명하겠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이 장에서 언급된 개념들이 정확하게 양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 어떤지 간략하게 검토하고자 한다.

2017년 3월 16일 (목) 10:05 판

Hempel (1966), “Criteria of Confirmation and Acceptability”, Philosophy of Natural Science. Pearson Education, Inc..의 번역. 곽강제의 번역본[1]을 WikiNote에 옮기는 과정에서 일부 용어를 수정함[2].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매우 광범위하고 정확한 시험이 얻어낸 유리한 성과조차도 어떤 가설에 결정적 증명을 제공할 수 없으며, 다만 얼마만큼의 강도를 지닌 "증거에 의한 뒷받침" 즉 입증(confirmation)만 제공할 수 있다. 어떤 가설이 이미 수집된 증거 전체에 의해서 얼마나 강하게 입증되는가는 증거가 지닌 여러 가지 특성에 달려 있다. 이 장에서는 이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가설의 과학적 수용 수준(scientific acceptability)이나 과학적 신임도(scientific credibility)를 평가할 때에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인들 가운데 하나는 물론 이용할 수 있고 관련 있는 증거의 범위와 성격 그리고 증거가 그 버무이와 성격에 기초하여 발휘하는 입증의 정도(degree of confirmation)이다. 그러나 몇 가지 다른 요인도 고려되어야 하는데 , 그런 요인들도 이 장에서 검토할 것이다. 이 장의 논의는 우선 가설이 입증되는 강도, 가설의 입증도의 증대, 가설의 개연성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요인 등등을 정도의 문제는 다루지 않으면서 다소 직관적 방식으로 설명하겠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이 장에서 언급된 개념들이 정확하게 양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 어떤지 간략하게 검토하고자 한다.

뒷받침하는 증거의 양과 다양성과 정확성

가설의 입증은 부정적 증거가 없으면 시험을 통해서 얻어진 긍적적 결과의 수에 따라 증가한다고 여겨지는 것이 보통이다. 예컨대 주기와 광도가 리비트-샤플리의 법칙을 입증하는 것으로 새로이 발견되는 케페우스 변광성 하나하나는 이 법칙에 대해서 증거에 의한 뒷받침을 강화하는 것으로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 말해서 하나의 새로운 긍정적 실례에 의해 이루어지는 입증의 정도는 일반적으로 이미 확인된 긍정적 사례의 수가 늘어감에 따라 반대로 점점 작아진다. 만일 천 개의 입증 사례가 이미 확보되었다면 긍정적 발견을 하나 더 추가하는 일은 입증을 더해주기는 하겠지만 그 정도는 아주 미약할 것이다.

하지만 이 생각은 제한해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만일 지금까지의 모든 입증 사례가 동일한 종류의 시험에 의해서 얻어진 반면에, 새로이 발견되는 입증 사례는 다른 종류의 시험에 의해서 얻어진 결과라면 가설의 입증도는 현저하게 높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가설의 입증은 수집된 긍정적 증거의 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수집된 증거의 다양성에도 의존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증거의 다양성이 크면 클수록 입증의 정도는 더욱 더 강해진다.

예를 들어 검토되고 있는 가설이 스넬의 법칙이라고 가정해보자. 스넬의 법칙은 어떤 광학 매질로부터 다른 매질 속으로 비스듬히 비추어진 광선이 두 매질의 경계면에서 입사각의 [math]\sin[/math] 값과 굴절각의 [math]\sin[/math] 값의 비율 즉 "[math]\sin \alpha / \sin \beta[/math]가 임의의 두 광학 매질에서 항상 일정한 값을 유지하면서 굴절한다는 것이다. 이제 제각기 100번의 시험으로 이루어진 세 개의 시험군을 비교해보자. 첫 번째 시험군에서는 매질과 입사각이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매번의 시험에서 광선이 공기로부터 물속으로 입사각 [math]30^{\circ}[/math]로 비추어지도록 하고 굴절각을 측정하였다. 이 모든 경우에 "[math]\sin \alpha / \sin \beta[/math]"의 값이 같다고 가정하자. 두 번째 시험군에서는 매질은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입사각 [math]\alpha[/math]가 변경되었다. 즉 광선이 공기로부터 물속으로 여러 각도로 비추어지면서 그에 따르는 굴절각 [math]\beta[/math]가 측정되었다. 이번에도 모든 측정에서 "[math]\sin \alpha / \sin \beta[/math]"의 값이 같다고 가정하자. 세 번째 시험군에서는 매번 매질과 입사각 [math]\alpha[/math]를 둘 다 변경하면서 25쌍의 다른 매질 쌍에 대해서 조사하였는데, 각 매질 쌍에 네 개의 다른 입사각 [math]\alpha[/math]가 사용되었다. 동일한 매질 쌍에 대해서 네 번 행한 실험에서는 "[math]\sin \alpha / \sin \beta[/math]"의 값이 동일한 반면에 다른 매질 쌍들의 경우에는 "[math]\sin \alpha / \sin \beta[/math]"의 값이 다르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위의 세 시험군은 스넬의 법칙이 주장한 대로 어떠한 특정한 쌍의 매질에서도 "[math]\sin \alpha / \sin \beta[/math]"이 같기 때문에 일군의 긍정적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다양한 긍정적 사례를 제공하고 있는 세 번째 시험군이 훨씬 제한된 다양성을 지닌 지지 사례를 제공하고 있는 두 번째 시험군보다 훨씬 더 강하게 스넬의 법칙을 지지한다고 생각될 것은 분명하다. 한편 첫 번째 시험군은 일반적으로 스넬의 법칙에 두 번째 시험군보다 약한 뒷받침을 제공한다고 생각될 것이다. 실제로 첫 번째 시험군에서는 똑같은 실험이 되풀이되고 있으므로 100번의 실험 전체에 걸쳐 얻은 긍정적 결과가 이 시험군에 속하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실험이 비율의 일정성을 확인함으로써 스넬의 가설을 뒷받침한 것보다 더 강하게 뒷받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생각은 잘못이다. 이 경우에도 완전히 똑같은 실험이 100번 반복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계속된 매번의 실험에서 실험 장치에서 달까지의 거리, 더 나아가 광원의 온도・기압 등등의 많은 점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일하게 유지된 것"은 일정하나 입사각과 한 쌍의 특정한 매질을 포함하고 있는 일련의 조건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에서 처음 두어 번의 측정이 동일한 "[math]\sin \alpha / \sin \beta[/math]"의 값에 도달했다 할지라도, 그 뒤의 시험이 상황의 미세한 변화에 따라 다른 비율의 값에 도달하는 것도 논리적으로는 확실히 가능하다. 그래서 이 경우에도 이보다 더욱 다양한 사례를 포함하는 시험군이 가설을 입증하는 것보다 그 강도가 훨씬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긍정적 결과를 가져온 시험을 반복하는 일은 가설의 입증을 높이는 것이다.

이제는 누구나 젬멜바이스가 자신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상당히 다양한 사실을 지적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칠 것이다. 과학 이론은 흔히 놀랄 만큼 다양한 경험적 발견에 의해서 입증된다. 뉴턴의 만유인력 이론과 운동 이론은 예컨대 자유 낙하, 단진자, (지구를 기준으로 한) 달의 운동, (태양을 기준으로 한) 행성의 운동, 혜성의 궤도와 인공위성의 궤도, 이중성의 상호 운동, 조수의 간만 현상, 그 밖의 수많은 현상에 관한 법칙을 함축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법칙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실험적 발견과 관찰에 의한 발견이 모두 다 뉴턴의 이론을 뒷받침하게 된다.

근거의 다양성이 가설의 입증에서 그처럼 중요한 요인이 되는 이유는 예로 들은 스넬의 법칙에 대한 다양한 시험에 관해서 언급하는 아래의 고찰을 보면 짐작이 될 것이다. 시험되고 있는 스넬의 가설 설 S는 광학적 매질의 모든 쌍에 대해, 또 그 임의의 매질 쌍에 대한 모든 입사각과 그와 짝을 이루는 굴절각에 대해서 "[math]\sin \alpha / \sin \beta[/math]"의 값이 같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가설 S를 시험하는 일련의 실험은 S에 의해 주장된 다양한 가능성을 시험하는 것이므로, 실험 범위가 넓으면 넓ㅇS가 그르다면 반드시 발견되어야 할 부정적 사례를 찾아낼 수 이쓴 기회도 그만큼 많아질 것이다. 따라서 첫 번째 실험군은 더 명확히 말하면 스넬의 법칙에 함의된 내용 가운데 단지 작은 부분을 표현하는 가설 S1, 즉 매질이 공기와 물이고 입사각 [math]\alpha[/math][math]30^\circ[/math]인 때에는 언제나 "[math]\sin \alpha / \sin \beta[/math]"의 값이 같다는 가설을 시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S1은 분명히 옳은데도 S가 그른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첫 번째 종류의 시험은 이 사실을 결코 밝혀내지 못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두 번째 실험군은 분명히 S1보다는 더 많은 것을 주장하지만 여전히 S에는 도저히 미치지 못하는 가설 S2, 즉 매질이 공기와 물인 경우에는 모든 이m<ath>\alpha</math>와 그와 짝을 이루는 굴절각 [math]\beta[/math]에 대해 "[math]\sin \alpha / \sin \beta[/math]"의 값이 같다는 가설을 시험하고 있다. 그러므로 만일 S2는 분명히 옳은데도 S가 그른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 두 번재 종류의 시험은 이 사실을 결코 밝혀내지 못할 것이다. 이런 까닭에 세 번째 실험군이 앞의 두 실험군보다 더 철저하게 스넬의 법칙을 시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바로 이 사실로 말미암아 세 번째 종류의 실험에서 얻은 한결같은 긍정적 결과는 스넬의 법칙을 더욱 강하게 입증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양한 증거가 지닌 힘을 조금 더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서 만일 증거의 다양성을 더 확대하기 위해 매질의 온도를 변화시키거나 파장이 다른 여러 단색광선을 사용하게 되면, 위에서 인용된 고전적 형태의 스넬의 법칙은 그르다는 사실이 실제로 밝혀진다는 것을 지적해두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다양한 증거에 대해서 지금까지 해온 주장이 너무 과장된 것은 아닐까? 요컨대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어떤 방식은 가설의 입증을 높일 수 없기 때문에 전혀 무의미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일 스넬의 법칙에 대한 첫 번째 시험군에서 달의 모양의 변화에 따라 다른 장소에서 실험을 행하거나 눈동자의 색깔이 다른 실험가자 실험을 행하도록 함으로써 실험의 다양성을 증가시킨다면 이런 판정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변경을 시도하는 일도 우리가 도대체 어떤 요인이 광학 현상에 영향을 끼치는지 전혀 모르거나 지극히 미미한 지식밖에 갖고 있지 않다면 비합리적인 조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퓌드돔 산에서 실험할 당시에는 실험자가 해발 고도 이외의 어떤 요인이 기압계의 수은주 길이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 아주 명백한 생각은 갖지 못했다. 그래서 페리에와 그의 조수가 산꼭대기에서 토리첼리의 실험을 행하여 기압계가 산기슭에 있을 때보다 수은주의 길이가 3인치 이상 짧아진 것을 발견했을 때에 그들은 바로 그 산꼭대기에서 상황을 여러 가지로 바꾸면서 실험을 반복하기로 결정했다. 페리에는 이 일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그래서 나는 같은 일을 산꼭대기의 여러 장소에서 아주 정확을 기하면서 다선 번 이상 시도해보았다. 한 번은 그곳에 있는 조그만 예배당 안에서, 한 번은 예배당 밖에서, 한 번은 바람 속에서, 한 번은 좋은 날씨에, 한 번은 비가 오고 때로 구름이 뒤덮이는 속에서 매번 유리관 속에 공기가 들어가지 못하게 주의를 기울이면서 실험을 반복했다. 그런데도 이 모든 시험에서 수은주의 높이가 똑같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 이 결과는 충분히 우리를 만족시켰다."[3]

이와 같이 증거를 다양하게 하는 어떤 방식은 중요하고 다른 어떤 방식은 무의미하다는 자격 판정은 시험받는 가설이 관련되어 있는 혀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이 일으키는 있음직한 영향에 관해서 우리가 품고 있는 배경 가정 —아마 이전의 연구에 의해 얻은 결과이겠지만 지금은 탐구의 배경 역할을 하는 가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런데 때로는 이런 배경 가정에 의문이 제기됨으로써 그에 따라 변경된 실험이 시도되는데, 일반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견해로는 무의미한 일이라고 판정되는 이런 실험의 결과가 혁명적 발견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 점은 물리학의 기초적 배경 가정들 가운데 하나인 패리티 원리(principle of parity)가 최근에 무너짐으로써 예증되었다. 이 원리에 따르면 자연 법칙은 좌와 우에 대해 공평하다. 만일 어떤 종류의 물리적 과정이 가능하다면, 다시 말해 어떤 종류의 물리적 과정의 발생이 자연 법칙에 의해 미리 배제되어 있지 않다면, 그 물리적 과정의 거울상(즉 거울에 비친 사물의 좌우가 보이듯이 그 물리적 과정의 방향이 바뀐 과정)도 가능하다. 1956년에 물리학자 양(C. N. Tang, 1922-)과 리(T. D. Lee, 1926-)는 소립자에 관한 이상스런 실험적 발견을 설명하려고 노력하다가 패리티 원리가 어떤 경우에는 파괴된다는 가설을 주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의 대담한 가설은 곧 명백한 실험적 입증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시험은 때로 그 시험을 구성하는 관찰 과정과 측정 절차의 정확성을 높임으로써 더욱 설득력 있게 될 수 있고, 그에 따라 시험의 결과도 더욱 유력한 것이 될 수 있다. 과학자들은 관성 질량과 중력 질량이 같다는 가설을—이전에는 한 예로 화학적 성분이 다른 물체들이 자유낙하할 때에 보여주는 가속도가 모두 같다는 사실에 의해서 입증되었는데—최근에 지극히 정밀한 방법을 사용하여 다시 조사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실은 지금까지도 그 가설을 지탱해온 증거였지만—정확성의 증가로 말미암아 이 가설에 대한 입증을 대단히 크게 강화하였다.

"새로운" 시험 명제에 의한 입증

어떤 관찰된 현상을 설명하려고 고안되는 가설이 그 현상의 발생을 함축하도록 구성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설에 의하여 설명되는 사실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과학적 가설이 “새로운” 증거—즉 가설이 정식화될 때에는 알려지지 않았거나 고려되지 않았던 사실—에 의해서 입증되는 일은 훨씬 더 바람직하다. 자연과학의 많은 가설과 이론은 실제로 이러한 “새로운” 현상에 의해서 입증되고 있으며, 그로 말미암아 가설과 이론은 매우 강한 입증을 얻게 되었다.

이 점은 지난 19세기의 마지막 25년 동안에 물리학자들이 기체의 방출 스펙트럼과 흡수 스펙트럼에서 발견된 많은 흑선을 지배하는 규칙성을 찾고 있던 때에 일어난 한 실례에 의해서 잘 설명될 수 있다. 1885년에 스위스의 고등학교 물리학 교사였던 발머(J. J. Balmer, 1825-1898)는 수소의 방출 스펙트럼 속에서 발견된 일련의 흑선의 파장이 지닌 규칙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공식을 발표하였다. 발머는 수소의 방출 스펙트럼에 대해 옹스트룀(A. J. Åongström, 1814-1874)이 행한 측정을 근거로 하여 아래와 같은 일반 공식을 구상하였다.

[math]\lambda = b {n^2 \over { n^2 - 2^2}}[/math]

이 공식 속의 b는 발머가 경험적으로 3645.6Å의 값을 부여한 상수이고 n은 2보다 큰 정수이다. n = 3, 4, 5, 6일 때에 이 공식은 옹스트룀에 의해서 측정된 값과 아주 근사하게 일치하는 값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발머는 이 공식에 의해서 얻어지는 다른 값도 수소 스펙트럼에서 발견되었으나 아직 측정되지 않은 흑선들을 비롯해 더 나아가 아직 발견조차 되지 않은 흑선들의 파장을 나타낼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그는 그중 몇 개의 흑선이 이미 발견되어 측정까지 이루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지금은 이미 수소의 방출 스펙트럼 속에서 이른바 발머 계열로 불리는 35개의 일관성 있게 해석되는 흑선이 확인되었으며, 이 흑선은 모두 발머의 공식에 의해서 예측된 값과 잘 일치하는 파장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기꺼이 믿으려는 사람에게는 이처럼 정확하게 예측된 사실이 “새로이” 발견됨으로써 이루어지는 인상적 입증이 가설의 신뢰도를 대단히 크게 높인다는 것이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당황스러운 문제가 일어난다. 잠시 동안 발머의 공식이 오늘날 발머 계열에 속하는 것으로 확인된 35개의 흑선이 모두 면밀히 측정된 후에 구성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이 가정에 의한 탐구의 경우에는 (실제로는 이 공식 구성 전에는 일부만 측정되고 그 대부분은 공식 구성 후에야 측정된) 35개의 흑선에 관한 경험적 발견을 모두 공식을 세울 때에 자료로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가정의 경우” 이 공식은 “실제의 경우”보다 약하게 입증된다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실제의 경우보다 가정의 경우에 약하게 입증된다고 대답하는 쪽이 이치에 맞는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임의의 유한 개의 점이 주어지면 그 모든 점을 거치는 연속 곡선을 항상 그릴 수 있는 것처럼, 어떠한 일군의 정량적 자료에 대해서도 그 자료 전체에 걸치는 가설이 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발머의 공식이 가정의 경우처럼 구성된다면 놀랄 만한 일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어떤 가설이 “새로이” 발견된 경우에도 들어맞는다는 사실이야말로 그 가설에 무게를 더해주는 주목할 만한 점이 된다. 실제의 경우에 발머의 가설은 이런 일을 해냈으므로 신임을 얻었다. 하지만 가정의 경우에는 이런 일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그래도 이 논증은 가정의 경우에도 발머의 공식이 35개의 측정된 파장에 적합하도록 제멋대로 꾸며진 가설에 불과한 것은 아니라는 응수를 받을 수 있겠다. 다시 말하면 반대로 이 공식은 형식상 기막힌 단순성을 지닌 가설이고, 이 가설이 수학적으로 단순한 공식에 의해서 35개의 파장을 표현한다는 바로 그 사실이 똑같은 자료에 적합하기는 하지만 매우 복잡한 공식에 부여되는 신뢰성보다 훨씬 더 높은 신뢰성을 이 가설에 부여하고 있음에 틀림없다는 응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생각을 기하학의 용어를 빌어 표현한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만일 측정의 결과를 표현하는 일군의 점이 단순한 곡선에 의해서 연결될 수 있는 경우는 곡선이 복잡해서 즉각 알아볼 수 있는 규칙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에 비해서 그 현상의 근저에 있는 일반 법칙을 발견했다는 우리의 확신을 훨씬 더 강하게 만들 것이다. 게다가 논리적 관점에서 보면 가설이 일군의 일정한 자료로부터 받는 입증의 강도는 오직 가설의 주장 내용과 입증 자료에만 의존해야 한다. 가설과 자료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 나타났는가라는 문제는 순전히 역사적인 문제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설의 입증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이론적 뒷받침

단순성

가설의 확률

주석

  1. 헴펠, 칼 (2010), 『자연 과학 철학』. 서광사, 77-102.
  2. '확증'으로 번역되었던 'confirmation'은 '입증'으로, '입증'으로 번역되었던 'support'는 '뒷받침'이나 '지지'로, '승인 가능성'으로 번역되었던 'acceptability'는 '수용 수준'으로, '신뢰 가능성'으로 번역되었던 'credibility'는 '신임도'로 수정했다.
  3. W. F. Magie, ed., A Source Book in Physics, p.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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