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적-긴장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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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데이가 발견한 전자기 유도는 애초의 예상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는 자기력 주변에 지속적인 전류가 유도될 거라 기대했지만, 그가 발견한 유도 전류는 일시적이었다. 일정한 전류가 흐르고 있는 회로 또는 가만히 정지해 있는 자석은 전류를 유도하지 못했다. 유도 전류는 오직 1차 회로를 전지와 연결하거나 끊는 ‘순간’ 또는 자석을 움직이는 ‘동안’에만 잠깐 발생했다 사라졌다. 패러데이는 이러한 유도 전류의 ‘순간성’에 어리둥절했다. 게다가 회로와 전지의 연결을 ‘끊을’ 때 전류가 유도되는 건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다. 죽어가는 전류가 무슨 힘이 있다고 옆의 도선에까지 전류를 유도하냔 말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패러데이는 ‘전기적-긴장 상태’라는 묘안을 떠올렸다. 그는 1차 회로가 전지와 연결되어 있는 동안 2차 회로가 ‘전기적-긴장 상태’라는 독특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가정했다. 그러면 1차 회로가 끊어질 때 그 긴장 상태가 풀어지면서 반대 방향으로 일시적인 전류가 만들어지는 것이 설명되는 것이다. 이런 비유가 적당할지 모르겠지만, 고무줄을 생각해보면 패러데이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 약간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손으로 고무줄을 잡아당기면 “잠깐” 동안 줄이 늘어나지만, 이내 외력과 탄성력이 평형을 이루면서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가만히 있게 된다. 그러나 이 고무줄이 처음의 고무줄과 같은 상태에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데, 이 고무줄은 팽팽한 ‘긴장’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고무줄을 당기던 손의 힘을 풀면, 고무줄은 금새 원래의 길이로 줄어들 것이다. 외력의 존재가 고무줄 내부에 팽팽한 긴장 상태를 만들어 내듯이, 자기력의 존재는 도선 안에 일종의 긴장 상태, 즉 ‘전기적-긴장 상태’를 만들어 낸다. 힘의 도입 또는 제거는 그 긴장을 더하거나 풀어주게 되고, 이때 고무줄이 늘어나거나 줄어들 듯이 전류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패러데이 본인은 다음과 같이 얘기했었다.

“도선이 전지-전기(volta-electric) 유도나 자기-전기(magneto-electric) 유도 상황에 놓이는 동안, 그 도선은 독특한 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그 도선은 평범한 상태에서라면 만들어졌을 전류의 형성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전지나 자기의] 영향을 치우면 도선은 전류를 발생시키는 힘을 가지게 되는데, 이는 평범한 상황에서의 도선은 가지지 못한 힘이다. 물질의 이러한 전기적 상태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것이지만, 이는 아마도 전기의 흐름에 의해 만들어지는, 모든 현상까지는 아닐지라도, 꽤 많은 현상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줄 것이다. ... 나는 몇몇 학자 친구들의 조언을 받아 이를 전기적-긴장 상태로 부르기로 했다.”

그러나 패러데이는 이 ‘전기적-긴장 상태’의 존재를 강하게 주장하지 않았다. 이를 위해서는 그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별도의 실험적 증거가 필요했는데, 패러데이는 아무런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패러데이가 이 개념을 버리거나, 현상 이면의 메커니즘에 대한 사변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실험가로서 실험적 증거가 없는 사변을 논문 등으로 공개하길 꺼렸지만, 그의 일기와 편지에는 그가 일생동안 이 전기적 긴장 상태를 마음에 품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구절들이 빈번히 등장했다. 1835년 그는 휴얼에게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나는 이 전기적 긴장 상태를 실험적 결과로 (내 연구가 실험적이라는 점을 기억하시겠죠) 보는 것은 포기했었습니다. 그것을 증명할 어떤 사실도 찾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나는 그것이 상상 또는 가설로서 끌립니다. 일련의 모든 실험들로부터 얻은 전체적인 인상 때문입니다.”

패러데이에게 ‘전기적-긴장 상태’ 개념은 이후 자체-유도 연구에서, 정전기 유도 연구에서, 그리고 반자성체 연구에서 잠깐씩 계속 등장했다. 그리고 이는 맥스웰에 이르러 “전자기 모멘텀”이라는 수학적인 물리량의 지위를 얻게 되어, 그의 유명한 맥스웰 방정식에도 이름을 남기게 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패러데이는 전자기 유도를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가정하지 않고서도 현상을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는 대안적인 방법을 개발하게 되면서, ‘전기적-긴장 상태’ 가설을 유보하게 된다. 그 대안적인 방법이란 바로 공간에 ‘힘의 선들’을 그리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