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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머스 쿤 지음, 김명자, 홍성욱 옮김, {{책|[[과학혁명의 구조]]}} 제4판 (까치, 2013), 3장.
  토머스 쿤 지음, 김명자, 홍성욱 옮김, {{책|[[과학혁명의 구조]]}} 제4판 (까치, 2013), 3장.
== 정상과학의 성격 ==


“한 그룹의 단일한 패러다임의 수용이 허용하는 보다 전문화되고 난해한 연구의 성격이란 무엇인가? 만일 그 패러다임이 일단 완전히 수행된 연구를 대표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그 그룹에 어떤 문제들을 해결 과제로 남겨놓는가?”(90쪽) 패러다임의 수용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러면 정상과학에서 풀 문제가 없어지기 때문에, 정상과학은 존립할 수가 없다. 패러다임을 패러다임이게끔 만들어준 인상적인 성공은 “적용 범위와 정확성 양쪽 측면에서”(91쪽) 한계가 있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쿤은 패러다임을 “관습법에서 수용된 판결처럼, ... 새롭거나 보다 엄격한 조건 아래에서 더욱 명료화되고 특성화되어야 하는 대상”(91쪽)으로 묘사한다.
“한 그룹의 단일한 패러다임의 수용이 허용하는 보다 전문화되고 난해한 연구의 성격이란 무엇인가? 만일 그 패러다임이 일단 완전히 수행된 연구를 대표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그 그룹에 어떤 문제들을 해결 과제로 남겨놓는가?”(90쪽) 패러다임의 수용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러면 정상과학에서 풀 문제가 없어지기 때문에, 정상과학은 존립할 수가 없다. 패러다임을 패러다임이게끔 만들어준 인상적인 성공은 “적용 범위와 정확성 양쪽 측면에서”(91쪽) 한계가 있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쿤은 패러다임을 “관습법에서 수용된 판결처럼, ... 새롭거나 보다 엄격한 조건 아래에서 더욱 명료화되고 특성화되어야 하는 대상”(91쪽)으로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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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미에서, 쿤은 정상과학을 “마무리 작업(mopping-up operation)”(91쪽)이라고도 불렀다. 이 마무리 작업은 대부분의 과학자가 그들 생애를 통해서 종사하게 되는 일로, “패러다임이 제공하는, 미리 만들어진, 상당히 고정된 상자 속으로 자연을 밀어넣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정상과학의 목적은 새로운 종류의 현상을 불러내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그 상자에 들어맞지 않는 현상들은 종종 전혀 보이지도 않는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이론의 창안을 목적으로 하지도 않으며,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서 창안된 이론을 잘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오히려 정상과학 연구는 패러다임이 이미 제공한 현상과 이론을 명료화하는 것을 지향한다.”(92쪽)
이런 의미에서, 쿤은 정상과학을 “마무리 작업(mopping-up operation)”(91쪽)이라고도 불렀다. 이 마무리 작업은 대부분의 과학자가 그들 생애를 통해서 종사하게 되는 일로, “패러다임이 제공하는, 미리 만들어진, 상당히 고정된 상자 속으로 자연을 밀어넣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정상과학의 목적은 새로운 종류의 현상을 불러내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그 상자에 들어맞지 않는 현상들은 종종 전혀 보이지도 않는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이론의 창안을 목적으로 하지도 않으며,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서 창안된 이론을 잘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오히려 정상과학 연구는 패러다임이 이미 제공한 현상과 이론을 명료화하는 것을 지향한다.”(92쪽)


과연 이런 연구 형태를 추천할 만한 형태로 볼 수 있을까? 어떤 점이 결함이 될 수 있는가? “상자에 들어맞지 않는 현상”은 보지 못하는 결함이 있으며, 더 좋은 것으로 밝혀질지도 모를 새로운 이론을 추구하지도 않고, 있어도 웬만해선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이것이 결함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럼에도 쿤은 “이러한 제한들이 과학의 발전에서 불가결한 것으로 드러난다”(92쪽)고 말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상당히 난해한(esoteric) 문제의 작은 영역에 주의를 집중함으로써, 패러다임은 과학자들로 하여금, 그렇지 않았더라면 상상조차 못했을 자연의 어느 부분을 상세히 깊이 있게 탐구하도록 만든다.”(92쪽) 이런 장점이 있다 하더라도 하나의 패러다임에서 계속 묶여 있게 된다면, 심각한 결함 아닌가? 이에 대해 쿤은 “패러다임이 효과적으로 작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언제든지 그 연구를 구속하던 제한을 느슨하게 하는 메커니즘”(92쪽)을 정상과학이 가지고 있다며 빠져나가려 한다. 이에 대해서는 [[과학혁명의 구조/퍼즐 풀이로서의 정상과학|다음 장]]에서 다시 살펴보도록 하고, 지금은 일단 이러한 정상과학이 대체 어떤 문제들을 푼다는 것인지 더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과연 이런 연구 형태를 추천할 만한 형태로 볼 수 있을까? 혹시 결함을 가진 건 아닐까? “상자에 들어맞지 않는 현상”은 보지 못하는 결함이 있으며, 더 좋은 것으로 밝혀질지도 모를 새로운 이론을 추구하지도 않고, 새로운 이론이 출현해도 웬만해선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이것이 결함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럼에도 쿤은 “이러한 제한들이 과학의 발전에서 불가결한 것으로 드러난다”(92쪽)고 말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상당히 난해한(esoteric) 문제의 작은 영역에 주의를 집중함으로써, 패러다임은 과학자들로 하여금, 그렇지 않았더라면 상상조차 못했을 자연의 어느 부분을 상세히 깊이 있게 탐구하도록 만든다.”(92쪽) 이런 장점이 있다 하더라도 하나의 패러다임에 계속 묶여 있게 된다면, 심각한 결함 아닌가? 이에 대해 쿤은 “패러다임이 효과적으로 작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언제든지 그 연구를 구속하던 제한을 느슨하게 하는 메커니즘”(92쪽)을 정상과학이 가지고 있다며 빠져나가려 한다. 이에 대해서는 [[과학혁명의 구조/퍼즐 풀이로서의 정상과학|다음 장]]에서 다시 살펴보도록 하고, 지금은 일단 이러한 정상과학이 대체 어떤 문제들을 푼다는 것인지 더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 정상과학의 세 가지 문제 유형 ==
== 정상과학의 세 가지 문제 유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