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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장. 사회에 대한 천문학적 시각 === | === 15장. 사회에 대한 천문학적 시각 === | ||
케틀레식 통계적 숙명론을 대중적으로 유행시킨 것은 헨리 토머스 버클(Henry Thomas Buckle, 1821-1862)의 『잉글랜드 문명사』(1857)이었다. 그는 자살 사례를 통해 통계적 숙명론을 묘사한 후, 역사의 궤도를 결정하는 것은 행위자의 자유선택보다 기후와 땅이라는 역사적 결정론을 주장했다. 버클은 세부적 법칙과 개괄적 법칙을 대립시킨 뒤, 세부적 법칙이 개괄적 법칙에 종속되어 있다고 말한다. 버클은 케틀레에 근거하여 학설을 내놓았고, 케틀레는 후에 다시 버클을 인용했다. 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무분별한 숙명론이 통계에 오명을 안겨준다고 불평했다. 이에 대응하여 벤(빈도주의)과 드모르간(베이즈주의)은 확률에 대한 고도로 정교한 개념적 분석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한 반면, 독일에서는 그러한 정교한 분석적 접근이 없었던 듯하다. | |||
버클의 책은 1860년대 독일어로 번역된 후, 통계적 숙명론에 대한 격한 공격을 촉발했다. 표준적인 반대 논리에 따르면, 통계적 규칙성은 법칙이 아니며, 심지어 규칙도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의 자유는 통계적 규칙성으로부터 제약받지 않는다. 따라서 칸트의 후계자들은 케틀레에 맞섰다. | |||
작센 출신의 엥겔은 『잉글랜드 문명사』 출판에 앞서 숙명론에 대한 반대를 촉구한 바 있다. 통계적 규칙성은 법칙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유의지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집을 옮긴다. 그렇다면 왜 규칙성이 존재하는가? 버클의 영향으로 엥겔은 자살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아마도 숙명론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자살에 대한 통계적 연구를 시작한 듯하다. 엥겔에 따르면, 자살 비율이 매년 거의 일정하긴 하지만, 결과에 대한 원인이 정확하기 않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습관적 현상일 뿐, 법칙은 아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자연이나 사회의 법칙이 아니라면, 의지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 즉 원인에 대한 규명 없이는 법칙이라 부를 수 없다는 것이다. | |||
엥겔이 숙명론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엥겔은 자본주의적 문제에 대해 온정주의적 자력 구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구제은행, 담보보험, 기타 사회안전망 제도들을 창안했다. 그는 사회정책학회의 창립 회원이었고, 그 학회 회원들은 강단사회주의자로 불렸다(혁명적인 사회주의자들과는 달리 제도적 보완을 통해 질서 보전 추구). 그들은 국가가 우선한다고 생각했고, 국가 없이 개인이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개인이 훌륭한 국민으로 도야할 수 있도록 국가 자체와 제도를 다듬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고 생각했고, 엥겔이 지휘하던 프로이센의 통계국은 이러한 전일주의적 정치 철학의 대변자였다. | |||
반면 독일의 경제학자 바그너는 케틀레주의에 찬동했다. 1864년 그는 통계적 규칙성은 존재하며, 그것 자체가 '법칙'은 아니라 해도 결정론적 법칙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인간의 활동에는 원인들이 존재하며, 따라서 자유에 대한 제약은 실재했다. 그는 대수의 법칙은 엉터리라고 주장했다. 통계적 동질성은 수학이 아닌 인과관계에만 기인했다. 이는 그러한 헌법이 집행되는 나라와 같다. 물론 그 인과관계를 모르기 때문에, 어떤 독재자도 그와 같은 법을 집행할 수는 없지만, 그 인과관계를 통해 사회가 그러한 법을 집행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바그너의 견해에 독일인들은 대체로 적대적이었다. | |||
크나프는 케틀레에 대한 전형적인 동유럽적 분석을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1) 케틀레가 사회적 법칙이 물리학의 법칙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그가 받은 천문학적 교육 때문이며, (2) 케틀레는 사회과학을 인간과학과 혼동했다. 그러나 크나프에 따르면, 사회과학은 개인들에 대한 과학이 아니라, 문화에 대한 과학이다. 개인들의 의존하는 문화를 무시한 케틀레의 사회에 대한 천문학적 관점은 타당하지 않다. 이러한 크나프의 진단은 뒤르켐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 |||
=== 16장. 사회에 대한 광물학적 시각 === | === 16장. 사회에 대한 광물학적 시각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