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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엔트로피 개념은 자연적 과정의 비가역성을 이해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향수병의 뚜껑을 열면 향기가 사방으로 확산되지만, 확산된 향기가 향수병 속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향수 입자들이 넓게 퍼져 있는 거시 상태는 향수 입자가 향수병 속에 모여 있는 거시 상태보다 훨씬 많은 수의 미시 상태와 대응되기 때문이다.  
원래 엔트로피 개념은 자연적 과정의 비가역성을 이해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향수병의 뚜껑을 열면 향기가 사방으로 확산되지만, 확산된 향기가 향수병 속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향수 입자들이 넓게 퍼져 있는 거시 상태는 향수 입자가 향수병 속에 모여 있는 거시 상태보다 훨씬 많은 수의 미시 상태와 대응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거시 상태에 대응되는 미시 상태의 수 계에 대한 불확실성의 척도로 이해할 수도 있다. 예컨대 2개의 동전을 던질 때, 앞면의 개수가 2개라는 정보를 획득하면 각각의 동전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특정할 수 있지만, 앞면의 개수가 1개라는 정보만으로는 각 동전의 상태를 완벽하게 알 수 없다. 즉 W가 1인 거시 상태에 대해 우리는 그 미시 상태를 확실하게 알 수 있지만, W가 커질수록 그 계의 미시 상태는 불확실해진다. 섀넌은 W의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여 정보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우리는 거시 상태에 대응되는 미시 상태의 수 W를 계에 대한 불확실성의 척도로 이해할 수도 있다. 예컨대 2개의 동전을 던질 때, 앞면의 개수가 2개라는 정보를 획득하면 각각의 동전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특정할 수 있지만, 앞면의 개수가 1개라는 정보만으로는 각 동전의 상태를 완벽하게 알 수 없다. 즉 W=1인 거시 상태에 대해 우리는 그 미시 상태를 확실하게 알 수 있지만, ⁡W가 커질수록 그 계의 미시 상태는 불확실해진다.  
 
보통은 W에 로그를 취한 값 log W를 엔트로피의 척도로 사용한다. log W 역시 W가 증가할수록 커지며, log 1=0이라는 특성을 이용하면 W=1일 때 불확실성이 “하나도 없다”, 즉 0이라는 점도 표현할 수 있다.<ref>log 함수는 지수 함수의 역함수로, log<sub>a</sub>x = y 일 때 x=a<sup>y</sup>가 성립한다. 예를 들어, 8은 2<sup>3</sup>이므로, log<sub>2</sub>8은 3이 된다. </ref>


=== 정보 엔트로피와 정보량 ===
=== 정보 엔트로피와 정보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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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량은 배경지식에 상대적이다. 예컨대 어떤 건물에 8명의 사람이 있고 한 살인 사건의 범인이 그 안에 있다고 할 때(즉 엔트로피는 3비트), 만약 범인이 남자라는 새로운 정보는 어느 정도의 정보량을 지닐까? 만약 건물에 사는 사람이 모두 남자였다면, 그 정보의 입수에 의해 남게 되는 경우의 수는 여전히 8이고, 엔트로피를 하나도 줄이지 못하므로, 그것의 정보량은 0(=3-3)이다. 반면 건물에 사는 사람 중 절반이 남자라면, 새 정보에 의해 남는 경우의 수는 4로 줄어들고, 이때 엔트로피는 3비트에서 2비트로 1만큼 줄어든다. 즉 이 경우의 정보량은 1(=3-2)비트이다. 그런데 만약 건물에 남자가 1명뿐이라면, 범인이 남자라는 정보에 의해 남게 되는 불확실성은 완전히 제거되어, 이는 범인을 잡는 확실한 정보가 될 것이다. 이때 그 정보의 정보량은 3(=3-0)비트가 된다.  
정보량은 배경지식에 상대적이다. 예컨대 어떤 건물에 8명의 사람이 있고 한 살인 사건의 범인이 그 안에 있다고 할 때(즉 엔트로피는 3비트), 만약 범인이 남자라는 새로운 정보는 어느 정도의 정보량을 지닐까? 만약 건물에 사는 사람이 모두 남자였다면, 그 정보의 입수에 의해 남게 되는 경우의 수는 여전히 8이고, 엔트로피를 하나도 줄이지 못하므로, 그것의 정보량은 0(=3-3)이다. 반면 건물에 사는 사람 중 절반이 남자라면, 새 정보에 의해 남는 경우의 수는 4로 줄어들고, 이때 엔트로피는 3비트에서 2비트로 1만큼 줄어든다. 즉 이 경우의 정보량은 1(=3-2)비트이다. 그런데 만약 건물에 남자가 1명뿐이라면, 범인이 남자라는 정보에 의해 남게 되는 불확실성은 완전히 제거되어, 이는 범인을 잡는 확실한 정보가 될 것이다. 이때 그 정보의 정보량은 3(=3-0)비트가 된다.  


동일한 상황도 우리의 관심에 따라 다른 불확실성이 남게 된다. 공정한 동전 2개를 던지는 상황의 불확실성, 즉 엔트로피는 앞에서 <math>2(=\log_2 4)</math>비트로 간주됐다. 그러나 우리가 동전 2개를 던질 때 나오는 앞면의 개수에만 관심을 가진다면, 그 가능한 결과는 ‘0’, ‘1’, ‘2’의 3가지뿐이다. 그럼에도 1이 나올 가능성은 0이나 2가 나올 가능성보다 높기 때문에, 이 상황을 단지 3가지 결과가 동등하게 가능한 상황만큼 불확실하다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그 불확실성의 크기, 즉 엔트로피를 어떻게 정하면 좋을까? 이때의 엔트로피는 개별 결과가 지닌 정보량의 가중치 평균으로 해석될 수 있다. 2개의 동전을 던질 때 앞면의 개수가 0인 결과는 미시적 관점에서 <math>2(=\log_2 4 - \log_2 1 = 2-0)</math>비트의 정보량을 가지고, 1의 결과는 1비트의 정보량을, 2의 결과는 2비트의 정보량을 지닌다. 각 결과는 각각 0.25, 0.5, 0.25의 확률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각 확률을 가중치 삼아 평균을 구하면, 공정한 동전 2개를 던질 때 나올 앞면의 개수에 대한 불확실성, 즉 정보 엔트로피는 <math>1.5 (= 2 \times 0.25 + 1 \times 0.5 + 2 \times 0.25)</math>비트가 된다. 이 값은 <math>1.58 (=\log_2 3)</math>보다는 작은 값으로, 즉 이 상황이 3개의 결과가 동등하게 불확실한 상황보다는 확실한 상황임을 말해준다.  
동일한 상황도 우리의 관심에 따라 다른 불확실성이 남게 된다. 공정한 동전 2개를 던지는 상황의 불확실성, 즉 엔트로피는 앞에서 <math>2(=\log_2 4)</math>비트로 간주됐다. 그러나 우리가 동전 2개를 던질 때 나오는 앞면의 개수에만 관심을 가진다면, 그 가능한 결과는 ‘0’, ‘1’, ‘2’의 3가지뿐이다. 그럼에도 1이 나올 가능성은 0이나 2가 나올 가능성보다 높기 때문에, 이 상황을 단지 3가지 결과가 동등하게 가능한 상황만큼 불확실하다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그 불확실성의 크기, 즉 엔트로피를 어떻게 정하면 좋을까? 이때의 엔트로피는 개별 결과가 지닌 정보량의 가중치 평균으로 해석될 수 있다. 2개의 동전을 던질 때 앞면의 개수가 0인 결과는 미시적 관점에서 '뒤뒤'만 가능하고, 따라서 이는 <math>2(=\log_2 4 - \log_2 1 = 2-0)</math>비트의 정보량을 가진다. 1의 결과는 '앞뒤'와 '뒤앞' 2가지 경우를 남기므로 <math>1(=\log_2 4 - \log_2 2 = 2-1)</math>비트의 정보량을 가지며, 2의 결과는 '앞앞' 1가지 경우마 남기므로 2비트의 정보량을 지닌다. 각 결과는 각각 0.25, 0.5, 0.25의 확률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각 확률을 가중치 삼아 평균을 구하면, 공정한 동전 2개를 던질 때 나올 앞면의 개수에 대한 불확실성, 즉 정보 엔트로피는 <math>1.5 (= 2 \times 0.25 + 1 \times 0.5 + 2 \times 0.25)</math>비트가 된다. 이 값은 <math>1.58 (=\log_2 3)</math>보다는 작은 값으로, 즉 이 상황이 3개의 결과가 동등하게 불확실한 상황보다는 확실한 상황임을 말해준다.  


=== 메시지의 길이와 정보량 ===
=== 메시지의 길이와 정보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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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길이로서의 정보량 관점에서, 사건 A의 정보량 3비트는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 이는 사건 A를 전달하는 데 필요한 메시지의 최소 길이는 아니다. 만약 우리가 A를 2비트 메시지 “00”과 대응시키기로 했다면, A를 전달하는 데 2비트만 필요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는 A를 1비트 메시지 “0”과 대응시키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다른 사건을 더 긴 메시지와 대응시킴으로써, 평균적으로는 더 긴 메시지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결국 사건 A의 정보량 3비트는 사건 A를 포함한 사건 집합 {A, B, C, D} 중에서 어느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전달하는 메시지의 평균 길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A의 메시지 길이로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사건 집합에 대해 필요한 메시지의 평균 길이의 이론적 최솟값을 그 사건 집합의 정보 엔트로피라고 부르며, 이 값은 확률적 관점에서 정의된 각 사건의 정보량들의 평균값이기도 하다.  
메시지 길이로서의 정보량 관점에서, 사건 A의 정보량 3비트는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 이는 사건 A를 전달하는 데 필요한 메시지의 최소 길이는 아니다. 만약 우리가 A를 2비트 메시지 “00”과 대응시키기로 했다면, A를 전달하는 데 2비트만 필요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는 A를 1비트 메시지 “0”과 대응시키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다른 사건을 더 긴 메시지와 대응시킴으로써, 평균적으로는 더 긴 메시지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결국 사건 A의 정보량 3비트는 사건 A를 포함한 사건 집합 {A, B, C, D} 중에서 어느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전달하는 메시지의 평균 길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A의 메시지 길이로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사건 집합에 대해 필요한 메시지의 평균 길이의 이론적 최솟값을 그 사건 집합의 정보 엔트로피라고 부르며, 이 값은 확률적 관점에서 정의된 각 사건의 정보량들의 평균값이기도 하다.  
=== 주 ===
<references />
== 관련 항목 ==
* [[확률 : 빈도주의와 베이즈주의]]
* [[비트와 바이트 : 정보의 인코딩]]
[[분류:과학교양]]
[[분류:과학교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