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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장. 표준적인 가슴둘레(Regimental Chests) === | === 13장. 표준적인 가슴둘레(Regimental Chests) === | ||
아돌프 케틀레(Lambert Adolphe Jacques Quetelet, 1796-1874)는 벨기에의 왕실 천문학자이자 "평균인"(''l'homme moyen'', the average man)이라는 개념을 창안한 통계학자이다. 그는 사회에 대한 통계가 보여주는 분포 곡선을 (동전 던지기의) 이항 분포 또는 (천문 관측의) 오차 곡선에 빗댐으로써, 통계적 평균값을 편리한 요약이 아닌 실재하는 양으로 탈바꿈시켰다. 동전에는 앞면이 나올 객관적 성향이 내재되어 있고, 천체의 위치는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점으로 간주될 수 있다. 실제 동전을 여러 차례 던져 만들어지는 앞면 수의 분포와 천체 위치의 측정값들의 분포는 실재하는 값이 오차들과 함께 나타난 결과로 간주될 수 있는 것처럼, 케틀레는 인간에 대한 통계치 역시 집단의 실재하는 성향이나 특징을 보여주는 값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 케틀레의 '평균인'은 인류 전체가 아닌 민족이나 국가에 적용되는 개념이었다.) | 아돌프 케틀레(Lambert Adolphe Jacques Quetelet, 1796-1874)는 벨기에의 왕실 천문학자이자 "평균인"(''l'homme moyen'', the average man)이라는 개념을 창안한 통계학자이다. 1835년 『인간론』에서 그는 사회에 대한 통계가 보여주는 분포 곡선을 (동전 던지기의) 이항 분포 또는 (천문 관측의) 오차 곡선에 빗댐으로써, 통계적 평균값을 편리한 요약이 아닌 실재하는 양으로 탈바꿈시켰다. 동전에는 앞면이 나올 객관적 성향이 내재되어 있고, 천체의 위치는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점으로 간주될 수 있다. 실제 동전을 여러 차례 던져 만들어지는 앞면 수의 분포와 천체 위치의 측정값들의 분포는 실재하는 값이 오차들과 함께 나타난 결과로 간주될 수 있는 것처럼, 케틀레는 인간에 대한 통계치 역시 집단의 실재하는 성향이나 특징을 보여주는 값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 케틀레의 '평균인'은 인류 전체가 아닌 민족이나 국가에 적용되는 개념이었다.) | ||
1844년 논문에서 케틀레는 이를 좀더 자세하게 논증한다. 그는 확률 오차가 있는 측정값들로부터 물리량을 측정하는 이론이 집단의 특징들을 측정하는 데도 적용될 수 있다고 논증했는데, 집단의 특징들 역시 물리량과 형식적으로 동일한 기법에 의해 계산될 수 있기 때문이며(양쪽 모두 반복 측정, 다양한 측정값들이 평균을 중심으로 한 정규분포를 이룸), 따라서 집단의 특징들 역시 실재적인 양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측정 대상이 실재하는 양인지 여부를 모르는 경우, 측정값들이 한 명의 개인에 대한 측정들로부터 도출된 수치의 분포와 충분히 유사한 경우 그리고 오직 그러한 경우, 그 측정 대상이 되는 실재하는 양이 존재한다. 이로써 "이전에는 거대한 규모의 질서에 대해서만 묘사하던 통계적 법칙은 자연과 사회의 기저에 내재된 진실과 원인을 다루는 법칙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223쪽) | 1844년 논문에서 케틀레는 이를 좀더 자세하게 논증한다. 그는 확률 오차가 있는 측정값들로부터 물리량을 측정하는 이론이 집단의 특징들을 측정하는 데도 적용될 수 있다고 논증했는데, 집단의 특징들 역시 물리량과 형식적으로 동일한 기법에 의해 계산될 수 있기 때문이며(양쪽 모두 반복 측정, 다양한 측정값들이 평균을 중심으로 한 정규분포를 이룸), 따라서 집단의 특징들 역시 실재적인 양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측정 대상이 실재하는 양인지 여부를 모르는 경우, 측정값들이 한 명의 개인에 대한 측정들로부터 도출된 수치의 분포와 충분히 유사한 경우 그리고 오직 그러한 경우, 그 측정 대상이 되는 실재하는 양이 존재한다. 이로써 "이전에는 거대한 규모의 질서에 대해서만 묘사하던 통계적 법칙은 자연과 사회의 기저에 내재된 진실과 원인을 다루는 법칙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223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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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법칙은 집단에만 적용될 뿐, 개인은 여전히 자유롭다는 반응(디킨스). 그러나 개인과 집단을 간단히 분리하긴 어렵다. 오늘날 범죄자의 환경에 기초한 정상참작은 통계적 법칙을 통해 개인의 책임을 일부 면제해주는 것 아닌가? 디킨스의 반공리주의적, 반통계적 소설 『어려운 시절』에서는 통계적 법칙을 설교하던 교사 그랜드그린드의 아들 톰은 도둑으로 발각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가 어떻게 법칙을 막을 수 있겠어요? 다른 이들에게 그렇게 말해 오셨잖아요? 아버지, 마음을 편하게 가지셔요." 디킨스는 소설에서 통계적 일반화의 타당성을 불신했고, 그에 따른 책임 회피를 조롱했다. 사실 지금도 "우리는 통계에 내재된 정상참작의 당위성과 그것이 책임 소재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242쪽) | 첫째, 법칙은 집단에만 적용될 뿐, 개인은 여전히 자유롭다는 반응(디킨스). 그러나 개인과 집단을 간단히 분리하긴 어렵다. 오늘날 범죄자의 환경에 기초한 정상참작은 통계적 법칙을 통해 개인의 책임을 일부 면제해주는 것 아닌가? 디킨스의 반공리주의적, 반통계적 소설 『어려운 시절』에서는 통계적 법칙을 설교하던 교사 그랜드그린드의 아들 톰은 도둑으로 발각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가 어떻게 법칙을 막을 수 있겠어요? 다른 이들에게 그렇게 말해 오셨잖아요? 아버지, 마음을 편하게 가지셔요." 디킨스는 소설에서 통계적 일반화의 타당성을 불신했고, 그에 따른 책임 회피를 조롱했다. 사실 지금도 "우리는 통계에 내재된 정상참작의 당위성과 그것이 책임 소재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242쪽) | ||
둘째, 우리는 피지배 집단에 적용되는 법칙을 바꿀 수 있다는 반응(윌리엄 파). 화재 발생에 관한 법칙이 있더라도 소방관의 배치, 건축 법규와 도시계획을 통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처럼, 지배 계층에 해당하는 우리는 피지배자인 그들에게 적용되는 법칙을 바꿀 수 있다. 케틀레, 파와 같은 공리주의적 개혁가들은 통계학에 의한 통제를 이용할 수 있었다. 연간 범죄율은 사회 질서의 '필연적 결과'이기에 입법가들은 이를 개선시키기 위해 변화를 도입해야 한다. 선의를 가지고, 식견이 뛰어난 우리가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통계적 법칙을 바꾼다. 물론 이러한 정책을 통해 지배 계층도 이득을 얻긴 했지만, 통계적 법칙은 기본적으로 계층에 관한 것이었고, 주로 측정된 것은 피지배계층인 '그들'이었다. '레미제라블'은 통계학자들이 애용했던 표준적인 전문 용어였다. 통계적 법칙의 또 다른 대상은 인종이었고, 여기서 우생학이 기원했다. 우생학의 동기는 공리주의적 개혁가들의 동기와 동일한 것이었고, 그 뿌리는 알려진 것보다 일찍 확립됐다. 1860년 파의 연설이 이를 입증하며, 그의 관심사는 화재 관리로부터 계층 관리, 나아가 인종 관리로 옮아갔다. | 둘째, 우리는 피지배 집단에 적용되는 법칙을 바꿀 수 있다는 반응(윌리엄 파 William Farr, 1807-1883). 화재 발생에 관한 법칙이 있더라도 소방관의 배치, 건축 법규와 도시계획을 통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처럼, 지배 계층에 해당하는 우리는 피지배자인 그들에게 적용되는 법칙을 바꿀 수 있다. 케틀레, 파와 같은 공리주의적 개혁가들은 통계학에 의한 통제를 이용할 수 있었다. 연간 범죄율은 사회 질서의 '필연적 결과'이기에 입법가들은 이를 개선시키기 위해 변화를 도입해야 한다. 선의를 가지고, 식견이 뛰어난 우리가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통계적 법칙을 바꾼다. 물론 이러한 정책을 통해 지배 계층도 이득을 얻긴 했지만, 통계적 법칙은 기본적으로 계층에 관한 것이었고, 주로 측정된 것은 피지배계층인 '그들'이었다. '레미제라블'은 통계학자들이 애용했던 표준적인 전문 용어였다. 통계적 법칙의 또 다른 대상은 인종이었고, 여기서 우생학이 기원했다. 우생학의 동기는 공리주의적 개혁가들의 동기와 동일한 것이었고, 그 뿌리는 알려진 것보다 일찍 확립됐다. 1860년 파의 연설이 이를 입증하며, 그의 관심사는 화재 관리로부터 계층 관리, 나아가 인종 관리로 옮아갔다. | ||
통계적 숙명론과 자유의지 사이의 충돌 문제는 1820년대 이후에나 등장한 새로운 문제였다. 왜냐하면 그 전에는 통계적 법칙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문제가 이미 있긴 했는데, 바로 골상학 논쟁이다. 로버트 영은 "골상학이 질병은 특정 기관으로부터 비롯됨을 인식한 거대한 개혁의 일부였음"을 설득력있게 보여준 바 있다. 그런데 만약 형질이 뇌 속의 기관에 의해 결정된다면, 개인의 이러저러한 성향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는 것일까? | 통계적 숙명론과 자유의지 사이의 충돌 문제는 1820년대 이후에나 등장한 새로운 문제였다. 왜냐하면 그 전에는 통계적 법칙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문제가 이미 있긴 했는데, 바로 골상학 논쟁이다. 로버트 영은 "골상학이 질병은 특정 기관으로부터 비롯됨을 인식한 거대한 개혁의 일부였음"을 설득력있게 보여준 바 있다. 그런데 만약 형질이 뇌 속의 기관에 의해 결정된다면, 개인의 이러저러한 성향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는 것일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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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장. 사회에 대한 천문학적 시각 === | === 15장. 사회에 대한 천문학적 시각 === | ||
가장 대중적이고 논쟁적인 형태의 통계적 숙명론은 헨리 토머스 버클(Henry Thomas Buckle, 1821-1862)의 『잉글랜드 문명사』(1857)이 제공했다. 그는 자살 사례를 통해 통계적 숙명론을 묘사한 후, 역사의 궤도를 결정하는 것은 행위자의 자유선택보다 기후와 땅이라는 역사적 결정론을 주장했다. 버클은 세부적 법칙과 개괄적 법칙을 대립시킨 뒤, 세부적 법칙이 개괄적 법칙에 종속되어 있다고 말한다. 버클은 케틀레에 근거하여 학설을 내놓았고, 케틀레는 후에 다시 버클을 인용했다. 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무분별한 숙명론이 통계에 오명을 안겨준다고 불평했다. | |||
비판자 중 한 명인 존 벤(John Venn)은 확률에 대한 빈도주의 해석을 고안했고, 드모르간은 확률에 대한 합리적 믿음의 정도 해석을 정교하게 제안했다. | |||
=== 16장. 사회에 대한 광물학적 시각 === | === 16장. 사회에 대한 광물학적 시각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