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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구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 ===
=== 도구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 ===
tool과 instrument 구분은 이 글의 목적이 아님. 실험 도구(instrument)는 현재 여기의 특정한 조건을 '고립'시킴으로써 그 조건에 의미를 부여한다. 자나 시계처럼 특정 조건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도록 만들어진 도구도 있지만, 계산원처럼 사람이 포함되는 도구도 가능하며, 과거의 조건들을 합하여 반응하는 도구도 가능하다.  
tool과 instrument 구분은 이 글의 목적이 아님. 실험 도구(instrument)는 현재 여기의 특정한 조건을 '고립'시킴으로써 그 조건에 의미를 부여한다. 자나 시계처럼 특정 조건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도록 만들어진 도구도 있지만, 계산원처럼 사람이 포함되는 도구도 가능하며, 과거의 조건들에 누적해 반응하는 도구도 가능하다.  


도구는 일상적인 감각 세계를 확장시켜주는 역할을 하곤 한다. 그런데 그러한 확장은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가? 한 가지 방법만으로는 정당화되지 않지만, (독립적인) 두 가지 방법으로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by two method of getting to the terminus) 가능하다. 예컨대, 확대경으로 개별 섬유가 꼬아져 있는 걸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그 밧줄을 우리가 직접 꼬아서 만들었다는 점에 기초해 그 관찰이 일상적 감각 세계의 확장임이 정당화될 수 있다.<ref>이언 해킹의 격자 논증이 떠오르는 구절이다.</ref> 마이크로미터는 촉각적 세계의 확장이고, 증폭기는 청각 세계의 확장이다. 이러한 확장은 언제나 제한된 확장이고, 비판적 검토 없이 그러한 확장이 이어질 거라 가정하면 안 된다(난장이 인간, 로렌츠의 전자 이론). 최근 최소 길이, 최소 시간 등의에 대한 논의는 이러한 상황을 깨달았음을 보여주는 징표이지만, 그들의 제안들은 나에게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도구는 일상적인 감각 세계를 확장시켜주는 역할을 하곤 한다. 그런데 그러한 확장은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가? 한 가지 방법만으로는 정당화되지 않지만, (독립적인) 두 가지 방법으로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by two method of getting to the terminus) 가능하다.<ref>장하석은 이를 '중첩결정'(overdetermination) 개념으로 일반화한다.</ref> 예컨대, 확대경으로 개별 섬유가 꼬아져 있는 걸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그 밧줄을 우리가 직접 꼬아서 만들었다는 점에 기초해 그 관찰이 일상적 감각 세계의 확장임이 정당화될 수 있다.<ref>이언 해킹의 격자 논증이 떠오르는 구절이다.</ref> 마이크로미터는 촉각적 세계의 확장이고, 증폭기는 청각 세계의 확장이다. 이러한 확장은 언제나 제한된 확장이고, 비판적 검토 없이 그러한 확장이 무한정 이어질 거라 가정하면 안 된다(난장이 인간, 로렌츠의 전자 이론 등은 무비판적 확장의 대표 사례). 최근, 최소 길이, 최소 시간 등의에 대한 논의는 이러한 상황을 깨달았음을 보여주는 징표이지만, 그들의 구체적인 제안들은 아직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 측정과 측정도구 ===
=== 측정과 측정도구 ===
도구적으로 확장된 감각 세계가 맨 감각 세계와 얼마나 유사한가? 예컨대 하위시각(subvisual) 세계도 일상 감각 세계의 기하학처럼 유클리드적일까? 이에 답하려면 측정과 측정 도구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
측정은 수를 이용한 대상의 기술(description)인데, 이것이 성공적이려면 (다른 측정에 의해서도) 반복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측정 과정이 자기자신을 먹고 살 수도 있다(feed on itself). 새 측정 방법의 발명은 기술되어야 할 새로운 특징을 도입하도록 만든다(예 : 순간 속도). 또한 측정은 항상 대상이나 사건의 일부 측면에 대한 기술일 뿐이다. 그리고, 수치를 할당하는 과정은 측정 조작과 조작 대상 사이의 모종의 관계를 전제하는 규칙을 요구한다.<ref>이는 장하석이 "법칙에 의거한 측정의 문제"(problem of nomic measurement)로 명명한 문제이다.</ref> 또, 측정 조작은 보통 도구 사용과 관련되는데, 측정 도구는 범위가 제한되며, 독립적으로 반복사용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유형의 도구들은 그것이 측정하는 대상의 속성을 동일하게 가진다(예 : 자는 대상의 길이를 재는 도구이지만, 자도 길이가 있다).
물리적 측정 조작(operation)은 보통 모종의 수학적 연산(예컨대 덧셈)과 동형적이고, 이는 측정 결과에 대한 수학적 연산을 허용해줌으로써 유용하다. 물론 덧셈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측정도 있는데(예 : 모스 경도), 이것이 과연 측정에 해당하느냐는 순전히 언어적 문제, 즉 우리가 정의하기 나름인 문제이다.
측정의 또다른 언어적 측면이 있는데, 우리는 측정할 때 측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곤 한다. 예컨대 자로 측정할 때, 무엇을 측정하는지 묻는다면, "길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길이"란 무엇인가? 이는 우리가 수행하는 측정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가? 하지만 "길이"처럼 명사형의 이름으로 그것을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가 수행하는 측정 절차의 축약 너머 무언가가 추가되진 않는 것 같다. 어쩌면 이는 상황의 단일한 특징을 뽑아내어 명사로 표현하길 좋아하는 인도-유럽어의 사고 경향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대상의 길이는 대상의 길이 측면에 대한 측정 절차와 관련된 수치, 또는 대상의 길이 측정 조작을 수함으로써 얻어지는 수치이다.
길이와 달리 시간은 대상보다는 사건의 측면에 대한 측정 조작과 관련된 수치로, 길이와 마찬가지로 덧셈 연산 가능하다. 그런데 경험의 시간은 비가역적이고 회복불가능하다. 그래서 엄밀하게 말하면 오직 시간 간격만이 측정되고 연산된다.
이제 도구에 대해 얘기해보자. 도구마다 정밀성이 다르다. 최소 눈금 이하는 관측 때마다 달라질 수 있지만, 반복 측정 결과를 통계적으로 처리하여 어림될 수 있다. 도구의 불완전성은 다양한 방법으로 개선할 수 있다. 눈금을 날카롭게 바꿀 수 있고, 온도 등에 따른 변동가능성이 작은 물질을 사용할 수도 있고, 이를 통해 "오차"를 줄여 "더 좋은" 측정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개선은 "올바른" 또는 "참된" 길이를 가정한다. 그러나 양자 현상은 이러한 "참된" 길이 자체에 대한 가정을 의심하게 만든다. 길이가 요동치지 않는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참된 길이" 개념은 전-양자 시대의 유물로서, 최선의 도구를 계속 개선할 수 있었다는 사실의 (정당화되지 않는) 외삽처럼 보인다. 또는 그 파생상품이 수학적 이론에도 있다. 수학적 방정식의 좌변과 우변을 정확히 일치시키는 값이 "참된" 값이라고 가정된다. 물론 이에 대한 실험적 증명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양자 현상은 이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양자 이론도 "참된" 길이 개념을 사용하지 않나?
측정의 확실성은? 우리가 가진 측정 도구의 최소 눈금을 고려한 반복 측정의 하단과 상단을 통해, 어떤 물체의 길이가 확실히 1피트와 2피트 사이라고 말해도 될까? 적어도 우리는 가우스 오차 이론을 문자 그대로 수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수학적 불확실성은 거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론에 따르면 그 길이 주장이 거짓일 확률은 조금이지만 남아있지만, 이러한 극단은 경험적 근거가 없다.


=== 도구적으로 확장된 세계 ===
=== 도구적으로 확장된 세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