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vey, Aristotle and the Weather Cycle

Andrew Gregory, “Harvey, Aristotle and the Weather Cycle,” SHPBS 32C (2001): 153-168.

하비가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레고리는 하비의 정량적 실험 또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넘어서는 것으로 볼 필요가 없으며, 하비가 아리스토텔레스의 기상 순환에서 혈액순환의 영감을 얻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하비의 대우주/소우주 유비에는 당시 르네상스 자연주의 마술 전통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 추측한다. 또한 저자는 하비가 기계적 전통(펌프)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과대평가된 것이라 주장한다.

이러한 논증을 위해,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학과 정량적 방법에 대한 태도를 살피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세계를 천상계와 지상계로 나누어 후자에 수학을 적용할 수 없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세계의 변화를 kinesis(양적 변화)와 alloiosis(질적 변화)로 나누어, 후자에만 수학이 적용될 수 없다고 보았다. 즉, 지상계의 변화일지라도 질적 변화가 없는 경우엔 수학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유낙하운동에 무게와 속도 사이의 비례관계를 주장했던 점은 좋은 증거가 된다. 한편, 아리스토텔레스가 추상적 대상과 물리적 대상을 철학적(인식론적으로) 엄밀하게 구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물리적 대상에 추상적 수학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하늘의 별은 기하학적 점이 아니지만, 천체의 운동에 수학은 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었다.

하비의 정량적 실험은 어떤 정도의 실험이었을까? 하비의 실험은 ①심장의 부피 측정, ②온몸의 피 측정 및 ③ 1회 박동시 피의 통과량 ‘추측’, ④심장 격막 통과량 측정 등으로 이루어졌다. 하비의 실험은 정확한 측정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①반 시간동안의 피의 통과량이 온몸의 피보다 ‘훨씬 많다’, ②격막을 통과하는 피의 양이 ‘전혀 없다’와 같은 질적인 목적을 추구했다. 하비의 자료를 체계적인 통계기법을 통해 처리하지 않았으며(평균조차 쓰지 않음), 1회 박동시 통과량은 추측에 불과하다. 또한 심장 박동수는 매우 적게 평가했는데, 이는 자신의 주장을 보태는 데 쓰였다. (“최소의 경우에도 성립한다”) 즉, 이러한 하비의 실험은 아리스토텔레스를 넘어서거나 위배하지 않는다.

하비의 혈액순환 논증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Meteorologica의 한 구절을 제시한다. “강의 물은 어디서 왔을까? 매일 흐르는 양 고려해보면, 한해 동안 흐른 총량은 지구전체만큼 될 것”이라는 구절은 하비의 논증과 완전히 동일하다. 그리고 혈액순환의 목적을 설명하는 하비의 부분 또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설명과 흡사하다. 즉, 하비는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혈액순환의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하비는 혈액순환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심장을 태양에 비유하는 식으로 대우주/소우주의 유비를 즐겨 사용했다. 저자는 이러한 유비가 단지 레토릭만은 아니었을 것이라 주장한다. 하비에게 피는 정맥혈과 동맥혈로 나뉘는데, 하비는 그 항상적인 상호전환을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하비는 그 설명을 위해 대우주/소우주의 유비에 의존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우, 물은 태양의 열에 의해 증발하여 공기가 되고, 공기는 냉각되어 물이 된다. 마찬가지로 하비의 경우, 정맥혈은 심장의 열에 의해 녹아 (완벽해지고 복구되어) 동맥혈이 되고, 동맥혈은 다시 냉각되어 정맥혈이 된다. 소우주의 심장은, 대우주의 태양과 같다. 한편, 혈액순환의 몇가지 난점(모세혈관에서의 통과)를 설명하는 데에도 기상 순환의 유비는 유용했다. 한편, 정맥혈이 동맥혈로 완벽해진다(perfection)는 개념은 원료로부터 순수한 물질로 정화(정제, purification)한다는 연금술의 개념과 잘 맞닿아 있다.

하비의 심장 비유는 어디서 왔을까? 하비의 심장은 기계적 펌프라기보다는 물풀무에 가까웠다. 하비는 직접 유연한 재질의 물풀무의 각 부분을 이용해 심장을 비유했는데,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심장과 폐를 풀무에 비유한 것과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통해, 하비가 기계적 전통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과대평가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하비는 갈릴레오처럼 자연의 수학화에 관심이 없었다. 데카르트처럼 목적론을 제거하고자 하지도 않았다. 만약, 하비와 갈릴레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자연의 늦춤’ 정도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