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와 엔트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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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laist (토론 | 기여)님의 2024년 11월 27일 (수) 18:55 판 (→‎정보 엔트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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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역학에서의 엔트로피

열역학에서 엔트로피는 계의 거시 상태에 대응하는 미시 상태의 수 W와 관련되어 있다. 계의 거시 상태는 계의 온도, 압력, 부피 등의 변수들에 의해 기술되는 반면, 미시 상태란 계를 구성하는 각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나열하여 기술된다. 동일한 거시 상태에 대응되는 미시 상태는 엄청나게 많으며, 거시 상태에 따라 그에 대해 대응되는 미시 상태의 수도 달라진다. 만약 각 미시 상태가 나타날 확률이 동일하다면, 계는 W가 높은 거시 상태, 즉 엔트로피가 높은 거시 상태에 있을 확률이 높다.

이를 동전 던지기로 이해해 보자. 동전 2개를 던질 때 나오는 결과는 앞면의 개수를 통해 거시적으로 기술될 수 있지만, 미시적으로는 각 동전의 상태를 나열하여 기술될 수도 있다. 그러면 앞면의 개수가 1이라는 거시 상태는 ‘앞뒤’, ‘뒤앞’이라는 2개의 미시 상태와 대응되므로 W1은 2이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할 때 W0과 W2는 1이다. 따라서 2개의 동전을 던질 때 우리는 동전이 모두 앞면이거나 모두 뒷면인 경우보다는 1개가 앞면인 경우를 자주 볼 수밖에 없다.

원래 엔트로피 개념은 자연적 과정의 비가역성을 이해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향수병의 뚜껑을 열면 향기가 사방으로 확산되지만, 확산된 향기가 향수병 속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향수 입자들이 넓게 퍼져 있는 거시 상태는 향수 입자가 향수병 속에 모여 있는 거시 상태보다 훨씬 많은 수의 미시 상태와 대응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거시 상태에 대응되는 미시 상태의 수 를 계에 대한 불확실성의 척도로 이해할 수도 있다. 예컨대 2개의 동전을 던질 때, 앞면의 개수가 2개라는 정보를 획득하면 각각의 동전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특정할 수 있지만, 앞면의 개수가 1개라는 정보만으로는 각 동전의 상태를 완벽하게 알 수 없다. 즉 W가 1인 거시 상태에 대해 우리는 그 미시 상태를 확실하게 알 수 있지만, W가 커질수록 그 계의 미시 상태는 불확실해진다. 섀넌은 W의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여 정보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정보 엔트로피

섀넌의 정보 엔트로피는 특정한 정보 하에서 남게 되는 불확실성의 정도를 의미하며, 불확실성이 많을수록 더 높은 정보 엔트로피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동전 2개를 던지는 상황 하에서 얻을 수 있는 결과는 ‘앞앞’, ‘앞뒤’, ‘뒤앞’, ‘뒤뒤’ 4가지로, 이 정보 하에서 불확실성은 4로 표현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적어도 1개의 동전은 앞면이라는 정보를 얻고 나면 ‘뒤뒤’의 경우는 제거되고 ‘앞앞’, ‘앞뒤’, ‘뒤앞’이라는 3개의 경우가 남게 된다. 따라서 이 정보는 앞면의 개수가 1개라는 정보보다 남는 불확실성이 많으며, 그보다 정보의 가치가 낮다.

정보의 가치는 배경지식에 상대적이다. 예컨대 어떤 건물에 8명의 사람이 있고 한 살인 사건의 범인이 그 안에 있다고 할 때, 만약 범인이 남자라는 새로운 정보는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닐까? 만약 건물에 사는 사람이 모두 남자였다면, 그 정보의 입수에 의해 남게 되는 불확실성은 여전히 8이다. 반면 건물에 사는 사람 중 절반이 남자라면, 새 정보에 의해 불확실성은 4로 줄어든다. 만약 건물에 남자가 1명뿐이라면, 그 정보에 의해 남게 되는 불확실성은 1로 줄어들게 되어 범인을 잡는 결정적인 정보가 될 것이다. 이때 정보의 가치는 불확실성의 감소율 또는 확실성의 증가율로 측정된다. 그러면 첫 번째 경우 범인이 남자라는 정보의 가치는 1배로 완전히 무가치한 반면, 두 번째 경우 그 정보의 가치는 2배이며, 세 번째 경우 그 정보의 가치는 8배에 달한다. 이를 '비트'라는 단위로 환산할 수도 있는데, 애초의 불확실성을 측정한 엔트로피는 비트이다. 첫 번째 정보의 가치는 , 두 번째 정보의 가치는 , 세 번째 정보의 가치는 비트이다.

동일한 상황도 우리의 관심에 따라 다른 불확실성이 남게 된다. 공정한 동전 2개를 던지는 상황의 불확실성은 앞에서 4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동전 2개를 던질 때 나오는 앞면의 개수에만 관심을 가진다면, 그 가능한 결과는 ‘0’, ‘1’, ‘2’의 3가지뿐이다. 그럼에도 1이 나올 가능성은 0이나 2가 나올 가능성보다 높기 때문에, 이 상황을 단지 3가지 결과가 동등하게 가능한 상황만큼 불확실하다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그 불확실성의 크기를 어떻게 정하면 좋을까? 이때의 불확실성은 개별 결과가 지닌 정보적 가치의 기하 평균[1]으로 해석될 수 있다. 2개의 동전을 던질 때 앞면의 개수가 0인 결과는 미시적 관점에서 4배의 정보적 가치를 가지고, 1의 결과는 2배의 정보적 가치를, 2의 결과는 4배의 정보적 가치를 지닌다. 각 결과는 각각 0.25, 0.5, 0.25의 확률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그것을 가중치 삼아 그 기하 평균을 구하면, 공정한 동전 2개를 던질 때 나올 앞면의 개수에 대한 불확실성은 40.25×20.5×40.25로 2가 된다. 이 값은 이 상황이 3개의 결과가 동등하게 불확실한 상황보다는 확실한 상황임을 말해준다. 이 불확실성을 측정한 엔트로피는 이다.

메시지의 길이와 정보량

어떤 사건의 정보량은 그 사건을 전달하는 데 필요한 메시지의 길이로 측정될 수 있다. 메시지의 길이 측정을 표준화하기 위해, 메시지는 각 자리마다 0 또는 1만 가능한 이진 숫자열로 제한되며, 그 이진 숫자열의 길이를 메시지의 길이로 간주하고, 그 단위는 ‘비트(bit)’이다. 그러면 A부터 D까지 4가지 경우가 있는 뽑기를 생각해보자. 만약 뽑기 결과 A, B, C, D를 차례로 “00”, “01”, “10”, “11”로 대응시킨다면, 각 결과를 전달하기 위해 정확히 동일한 길이의 메시지를 사용하는 셈이 된다. 만약 각 결과의 확률이 동일하다면, 각 결과의 정보량 역시 2비트로 동일하다. 일반적으로, 경우의 수가 N인 사건 집합에서 각 사건의 확률이 모두 동일하게 1/N인 경우, 각 사건의 정보량은 모두 비트로 모두 동일하다.

이번에는 각 사건의 확률이 동일하지 않은 경우를 생각해보자. A부터 D까지 4가지 경우 중에 하나를 뽑는 것은 위와 동일하지만, 이번에는 A를 뽑을 확률이 1/8, B를 뽑을 확률이 1/8, C는 1/4, D는 1/2로 서로 다르다고 해보자. 이런 상황에서도 각 사건의 정보량을 동일하게 2비트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A나 B가 뽑히는 희귀한 사건이 D가 뽑히는 흔한 사건보다 많은 정보를 가진 것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직관을 반영한 정보량 개념에 따르면, 한 사건의 정보량은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의 역수에 로그를 취한 값이다. 이에 따르면, A와 B의 정보량은 비트, C의 정보량은 비트, D의 정보량은 비트로 측정된다. 그러나 이렇게 재정의한 정보량은 메시지의 길이로서의 정보량과 어떤 관계일까?

위와 같은 뽑기 상황에서 뽑기 결과를 이진 메시지로 전달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각 결과를 똑같이 2비트의 메시지와 대응시키는 것은 쉬운 방법이긴 하지만 비효율적이다. 흔한 결과를 더 짧은 메시지와 대응시키고 희귀한 결과는 더 긴 메시지와 대응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면, 사건을 전달하는 데 필요한 메시지의 평균 길이는 더 짧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가장 흔한 사건인 D는 “1”과 대응시키고, C는 “01”, B는 “001”, A는 “000”을 대응시켜보자. 그러면 각 사건과 대응되는 메시지의 길이는 앞 문단에서 정의한 각 사건의 정보량과 정확히 일치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대응시킬 경우 1비트 메시지가 필요할 확률은 1/2, 2비트 메시지가 필요할 확률은 1/4, 3비트 메시지가 필요할 확률은 1/4로, 사건을 전달하는 데 필요한 메시지의 평균 길이는 비트가 되어, 2비트보다 작다.

메시지 길이로서의 정보량 관점에서, 사건 A의 정보량 3비트는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 이는 사건 A를 전달하는 데 필요한 메시지의 최소 길이는 아니다. 만약 우리가 A를 2비트 메시지 “00”과 대응시키기로 했다면, A를 전달하는 데 2비트만 필요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는 A를 1비트 메시지 “0”과 대응시키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다른 사건을 더 긴 메시지와 대응시킴으로써, 평균적으로는 더 긴 메시지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결국 사건 A의 정보량 3비트는 사건 A를 포함한 사건 집합 {A, B, C, D} 중에서 어느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전달하는 메시지의 평균 길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A의 메시지 길이로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사건 집합에 대해 필요한 메시지의 평균 길이의 이론적 최솟값을 그 사건 집합의 정보 엔트로피라고 부르며, 이 값은 확률적 관점에서 정의된 각 사건의 정보량들의 평균값이기도 하다.

  1. 기하 평균 : x, y, z의 가중치가 a:b:c일 때(단 a+b+c=1), x, y, z의 기하 평균은 xaybzc이다. 만약 세 가중치가 같다면, x, y, z의 기하 평균은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