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의 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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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laist (토론 | 기여)님의 2025년 8월 15일 (금) 15:43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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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6년에 발표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질량을 가진 물체는 주변의 시공간을 휘어지게 만드는데, 이렇게 휘어진 시공간을 중력장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물체의 질량이나 운동 상태가 변화하면 그에 따른 중력장의 진동이 빛의 속도로 사방으로 전파되는데 이를 중력파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이러한 중력파의 존재를 밝혀내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2015년 미국의 라이고 중력파 검출기는 최초로 중력파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 관측 이전에도 중력파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는 존재했다. 1974년 헐스와 테일러는 PSR B1913+16이라는 천체가 두 개의 중성자별로 이루어진 쌍성계라는 것을 발견했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쌍성계를 이루는 두 중성자별은 궤도 운동으로 인해 중력장의 진동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중력파를 방출해야 하며, 그로 인한 에너지 손실로 쌍성계의 궤도는 서서히 줄어들어야 한다. 헐스와 테일러는 지속적인 관측을 통해 이 쌍성계의 궤도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으며 그 변화율이 중력파 발생에 따른 예측과 정확히 일치함을 밝혀냈다.

이와 같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중력파에 대한 직접적인 관측은 쉽지 않았다. 만약 중력파가 지나가면 시공간의 간격이 진동하게 되며, 그 실제 효과는 두 점 사이의 거리를 늘였다 줄였다 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문제는 지구에 도달하는 중력파의 크기가 매우 작다는 것이다. 우주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중력파 중 하나는 쌍성계가 하나의 블랙홀로 병합되는 짧은 순간 동안 발생하는 폭발형 중력파인데, 그러한 강력한 중력파도 지구에 도달하면 그 진폭이 10-20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여기서 진폭이란 길이의 상대적인 변화량을 의미하므로, 10-20 이하의 진폭이란 12,800km 정도인 지구의 지름이 약 1.28×10-11cm보다도 작게 변한다는 뜻이다.  

그림 1. 빛의 경로차와 빛의 간섭
그림 1. 빛의 경로차와 빛의 간섭

중력파 관측에 성공한 라이고 중력파 검출기는 이러한 미세한 길이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빛의 간섭 현상을 이용했다. 간섭이란 동일한 파장과 진폭을 가진 두 빛이 합성될 때 더 밝아지거나 어두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같은 점에서 출발하여 같은 속도로 같은 거리를 이동한 후 합쳐진 두 빛은 보강 간섭에 의해 최대 밝기를 보이고, 두 빛의 경로에 거리 차이가 생길수록 점점 어두워지며, 그 차이가 파장의 절반이 되면 상쇄 간섭에 의해 빛이 완전히 소멸된다(그림 1).

그림 2. 라이고 중력파 검출기

라이고 중력파 검출기는 L자 모양의 두 팔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의 광원에서 출발한 레이저는 광분배기를 통해 50%씩 나뉘어 두 팔로 보내지며, 팔 끝에 설치된 거울에서 반사되어 돌아온 두 빛의 합성된 밝기는 중력파에 의한 두 팔의 길이 변화를 보여주는 관측 신호가 된다. 평소 두 팔의 길이는 합성된 두 레이저가 완벽한 상쇄 간섭을 일으키도록 맞춰 놓았기 때문에, 중력파가 지나가지 않는 동안 검출기에서는 아무런 신호도 검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중력파가 지나가면 시공간의 진동을 따라 양팔이 번갈아 늘어났다 줄어들며 진동하면서, 진동하는 신호가 검출된다(그림 2).

중력파에 의한 물체의 길이 변화는 물체의 총 길이에 비례하기 때문에, 중력파 검출기의 민감도는 검출기의 팔이 길수록 향상된다. 라이고 중력파 검출기는 한 팔의 길이가 4km나 되지만, 그것으로도 모자라 레이저가 팔의 양 끝을 수백 차례 왕복한 후 빠져나오도록 해 주는 페브리-페로 관을 추가함으로써 마치 수백 배 길이의 팔을 가진 검출기를 사용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라이고 중력파 검출기는 최대 10-23의 진폭도 검출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검출기의 이러한 엄청난 민감성은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검출기가 중력파 외의 다른 원인에 의해서도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온도가 증가하거나 검출기 주변의 자동차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관측 신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잡음’이라고 하는데, 과학자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잡음을 줄이는 동시에 관측 신호 중 잡음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강한 신호만을 의미 있는 신호로 골라낸다. 또한 지진처럼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큰 잡음을 분별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멀리 떨어진 서로 다른 두 곳의 관측소에서 공통으로 검출된 신호만을 의미 있는 신호로 채택한다.

2015년 9월 14일 두 곳의 라이고 중력파 검출기는 거의 동시에 잡음 수준의 10배가 훨씬 넘는 강력한 신호를 검출했는데, 약 0.2초 동안 지속된 이 신호는 진동수와 진폭이 함께 증가하다가 150Hz의 최대 진동수와 10-21의 최대 진폭을 보인 후 급격히 감쇠하는 파형을 보였다. 이러한 형태는 쌍성계의 병합 과정에서 방출되는 폭발형 중력파의 특징적인 파형으로서, 과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이번 관측을 최초의 중력파 검출로 결론 내렸다. 또한 그들은 이론적 계산을 통해 병합 직전 쌍성계를 이루던 두 별이 각각 태양 질량의 36배와 29배에 달하는 블랙홀이었음을 알아낼 수 있었다. 따라서 이번 관측은 그동안 다른 방법으로는 관측이 불가능했던 블랙홀에 대한 최초의 관측이기도 했다. 이는 중력파 검출기가 우주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들

문제 1. 중력파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 중력파는 전파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
  2. 중력파는 우주를 관측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3. 긴 물체일수록 중력파에 의한 길이 변화가 크다.
  4. 천체는 중력파를 방출하는 동안 에너지가 감소한다.
  5. 평소 중력파는 다른 중력파와 상쇄되어 관측되지 않는다.

문제 2. 윗글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1. 중력파가 지나갈 때는 잡음도 함께 증가하게 된다.
  2. 여러 관측소에서 함께 관측된 신호는 잡음일 가능성이 높다.
  3. 헐스와 테일러는 중력파의 존재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4. 잡음과 비슷한 수준의 진폭을 가진 중력파 신호는 중력파로 인정받기 어렵다.
  5. 헐스와 테일러는 중력파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쌍성계의 궤도 감소를 예측했다.

문제 3. 아래의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의 마지막 문단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적절한 것은?

중력파를 관측하기 이전, 과학자들은 중성자별 또는 블랙홀로 이루어진 쌍성계가 하나의 블랙홀로 병합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예상하고 있었다. 병합 직전 두 별은 작은 궤도에서 격렬한 운동을 하며 강한 중력파를 방출한다. 그로 인해 두 별은 더 가까워지고 두 별은 더 짧은 주기의 더 격렬한 궤도 운동을 하게 된다. 이는 두 별이 방출하는 중력파의 진폭과 진동수를 점점 증가시킨다. 결국 두 별이 충돌하면 블랙홀이 되며 중력장의 진동은 당분간 지속되지만 곧 약해지게 된다.

  1. 과학자들은 2015년 9월 14일의 중력파 관측을 통해 블랙홀 쌍성계의 병합 과정이 예상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 과학자들은 쌍성계 병합 과정에서 발생할 중력파의 패턴을 예측하고 있었기에 2015년 9월 14일의 관측 신호를 중력파로 판단할 수 있었다.
  3. 과학자들이 2015년 9월 14일의 관측 신호를 중력파로 판단한 것은 그 신호가 잡음에 의해서도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4. 과학자들은 블랙홀 쌍성계의 병합으로 발생한 중력파가 2015년 9월 14일에 지구에 도달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중력파 신호를 관측할 수 있었다.
  5. 과학자들이 2015년 9월 14일의 신호를 블랙홀 쌍성계의 병합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결론내린 것은 그동안 블랙홀에 대한 방대한 관측 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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