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충분히 주의할 수 있는가?"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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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골드슈타인(Paul Goldstein), 정동욱 옮김
폴 골드슈타인(Paul Goldstein), 정동욱 옮김


<blockquote>관광 산업의 원료는 사람과 문화의 살과 피다.


관광 산업의 원료는 사람과 문화의 살과 피다. - 말레이시아 인권 활동가, 세실 라젠드라(Cecil Rajendra)<blockquote>마요르카(Mallorca), 6월, 안젤로의 바 : 영국 신사 차림의 백인 휴가객이 “Paco, dos cervesa por favor”(파코, 맥주 두 잔 줘요!)라고 주문하더니 능글맞게 웃으면서 같이 술을 마시는 친구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이 스페인 말투, 정말 쉽지 않냐?”
- 말레이시아 인권 활동가, 세실 라젠드라(Cecil Rajendra)</blockquote>


탄자니아 세렝게티(Serengeti), 1월, 이주 기간 : 사람들이 8대의 소형 버스 사이에 암컷 치타 한 마리를 가둔 채 사냥을 방해한다. 이 40마리의 두 발 달린 포식자들은 이미 점심식사로 배를 채웠으며 저녁도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치타는 아니다. 암컷 치타와 그 새끼는 이제 그들의 먹을거리를 찾아 다른 곳으로 가봐야 할 것이다. 아니면 굶거나.
* 마요르카(Mallorca), 6월, 안젤로의 바 : 영국 신사 차림의 백인 휴가객이 “Paco, dos cervesa por favor”(파코, 맥주 두 잔 줘요!)라고 주문하더니 능글맞게 웃으면서 같이 술을 마시는 친구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이 스페인 말투, 정말 쉽지 않냐?”
* 탄자니아 세렝게티(Serengeti), 1월, 이주 기간 : 사람들이 8대의 소형 버스 사이에 암컷 치타 한 마리를 가둔 채 사냥을 방해한다. 이 40마리의 두 발 달린 포식자들은 이미 점심식사로 배를 채웠으며 저녁도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치타는 아니다. 암컷 치타와 그 새끼는 이제 그들의 먹을거리를 찾아 다른 곳으로 가봐야 할 것이다. 아니면 굶거나.
* 인도 뭄바이(Mumbai), 3월, 빈민가 거리 : 울고 있는 아이가 음식을 구걸하며 손을 내미는 장면을 잘 차려입은 행인이 스쳐지나갈 때를 포착해 사진으로 찍는다. 아이의 비참함은 행인의 미끈한 옷과 함께 완벽하게 포착된다.
* 볼리비아 라파스(La Paz), 5월 : 1980년대의 티셔츠를 너무나 갖고 싶었던 한 관광객이 한 시간에 걸친 흥정 끝에 결국 알파카 스웨터 한 벌을 15달러에 사는 데 성공한다.
* 잔지바르 눙위(Nungwi) : 일광욕을 하는 이탈리아 여성 관광객이 자신의 벗은 가슴에 암갈색 선탠 오일을 바르고 있다.
* 카리브 해 도미니카 공화국 : 집으로 돌아가는 항공편을 타러 가기 전에 남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한 관광객이 묵고 있는 비치 호텔의 선물 가게에서 20달러를 쓰고 있다.
* 런던 플리트가(Fleet Street) : 한 언론인이 북부 스리랑카에서 발생한 타밀 호랑이(Tamil Tiger) 습격 사건에 관한 짧은 기사의 교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 티베트 라사(Lhasa) : 한 여행객이 포탈라 궁전(Potala Palace)에 들어가기 앞서 관광 그룹에 합류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인도 뭄바이(Mumbai), 3월, 빈민가 거리 : 울고 있는 아이가 음식을 구걸하며 손을 내미는 장면을 잘 차려입은 행인이 스쳐지나갈 때를 포착해 사진으로 찍는다. 아이의 비참함은 행인의 미끈한 옷과 함께 완벽하게 포착된다.
이 사례들은 모두 흔히 벌어지는 일이며 또한 모두가 부주의한 행동들이다. 이 모두는 사람들이 현지의 의무와 감수성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거나 아예 인식조차 하지 못했음을, 간단히 말하자면 윤리적 파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종류의 수많은 일들은 어떻게 해서든 억제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국제 관광의 타고난 권리 따위는 완전히 땅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핵심적인 질문은 매우 단순하다. ‘우리는 우리가 여행하는 나라에 대해 주의하고 있는가?’ 만약 이에 ‘별로 그렇지 않다’라고 답한다면, 국제 관광의 앞날은 암담할 것이다. ‘바다, 모래, 섹스, 술, 값싼 쇼핑’의 풍조는 사려 깊고 안목 있는 여행가를 위해 남겨진 소중한 소수 민족 집단의 멀쩡한 정신까지 삼켜 버릴 것이며,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지역까지도 파멸과 타락으로 몰고 갈 것이다.  
 
볼리비아 라파스(La Paz), 5월 : 1980년대의 티셔츠를 너무나 갖고 싶었던 한 관광객이 한 시간에 걸친 흥정 끝에 결국 알파카 스웨터 한 벌을 15달러에 사는 데 성공한다.
 
잔지바르 눙위(Nungwi) : 일광욕을 하는 이탈리아 여성 관광객이 자신의 벗은 가슴에 암갈색 선탠 오일을 바르고 있다.
 
카리브 해 도미니카 공화국 : 집으로 돌아가는 항공편을 타러 가기 전에 남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한 관광객이 묵고 있는 비치 호텔의 선물 가게에서 20달러를 쓰고 있다.
 
런던 플리트가(Fleet Street) : 한 언론인이 북부 스리랑카에서 발생한 타밀 호랑이(Tamil Tiger) 습격 사건에 관한 짧은 기사의 교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티베트 라사(Lhasa) : 한 여행객이 포탈라 궁전(Potala Palace)에 들어가기 앞서 관광 그룹에 합류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blockquote>이 사례들은 모두 흔히 벌어지는 일이며 또한 모두가 부주의한 행동들이다. 이 모두는 사람들이 현지의 의무와 감수성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거나 아예 인식조차 하지 못했음을, 간단히 말하자면 윤리적 파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종류의 수많은 일들은 어떻게 해서든 억제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국제 관광의 타고난 권리 따위는 완전히 땅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핵심적인 질문은 매우 단순하다. ‘우리는 우리가 여행하는 나라에 대해 주의하고 있는가?’ 만약 이에 ‘별로 그렇지 않다’라고 답한다면, 국제 관광의 앞날은 암담할 것이다. ‘바다, 모래, 섹스, 술, 값싼 쇼핑’의 풍조는 사려 깊고 안목 있는 여행가를 위해 남겨진 소중한 소수 민족 집단의 멀쩡한 정신까지 삼켜 버릴 것이며,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지역까지도 파멸과 타락으로 몰고 갈 것이다.  


문제는 명백하다. 그러나 해법은 어렵고 복잡하며, 많은 경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한 관련된 모든 이들 ― 관광객, 여행사, 관광업자, 호텔 그룹, 항공, 국가의 관광협회 ― 이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끈기를 갖고 행동에 임해야만 한다. 다음은 아주 중대한 질문이다. 쉬운 말로 해보자. 관광객은 무엇을 가지고 오는가, 그들은 무엇을 남기는가, 그들은 무엇을 가지고 가는가?
문제는 명백하다. 그러나 해법은 어렵고 복잡하며, 많은 경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한 관련된 모든 이들 ― 관광객, 여행사, 관광업자, 호텔 그룹, 항공, 국가의 관광협회 ― 이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끈기를 갖고 행동에 임해야만 한다. 다음은 아주 중대한 질문이다. 쉬운 말로 해보자. 관광객은 무엇을 가지고 오는가, 그들은 무엇을 남기는가, 그들은 무엇을 가지고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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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결론'''


도입부의 사례들을 재검토해볼 시간이다.<blockquote>마요르카(Mallorca), 6월, 안젤로의 바 : 윤리적 관광은 개발도상국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몇몇 기초적인 말을 흉내내는 걸 갖고 현지 말투를 완전히 이해하는 척하는 것은 무식하고 무례한 일이다. 제대로 배우는 수고를 하라, 그러고 나서 당신의 진정한 노력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반응하는지 보라.
탄자니아 세렝게티(Serengeti), 1월, 이주 기간 : 집을 떠나기 전에 그 지역과 야생동물에 대해 숙지하라. 일단 가이드와 운전사의 조언을 잘 듣고, ‘가까이 가달라’며 돈을 건네지 마라. 당신이 들어서게 된 땅이 사람의 것이든 짐승의 것이든 존중하라.
인도 뭄바이(Mumbai), 3월, 빈민가 거리 : 가난한 사람의 궁핍에 그림처럼 아름다운 면모 따위는 없다. 그래서 그 사진으로 그 굶주린 아이를 얼마나 돕겠다는 말인가? 꼭 찍어야 한다면 찍어도 좋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사진을 보내줄 이름과 주소를 물어보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로 그 사람에게 반드시 보상하라.
볼리비아 라파스(La Paz), 5월 :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만으로 통화의 가치가 갑자기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옷값을 깎으려고 조르는 그 손님에게 15달러라는 돈이 크면 얼마나 크겠는가? 무척 적은 돈이겠지만, 그 옷을 팔아 생계비를 벌어야 하는 노점상에게는 간절한 돈일 것이다. 그러니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라.


잔지바르 눙위(Nungwi) : 이슬람 국가에 가면 그곳의 관습과 전통을 존중하라. 그러기 싫다면 그런 노출이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곳으로 여행하라. 약간의 교육과 배려는 개발도상국에 큰 도움이 된다.


카리브 해 도미니카 공화국 : 최소한 현지 가게나 시장에서 물건을 사려고 노력하라. 현지 상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이익을 가져다주게 될 것이다.  
도입부의 사례들을 재검토해볼 시간이다.


런던 플리트가(Fleet Street) : 뉴스는 뉴스다. 그러나 그 짧은 기사가 그 나라의 관광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의 지리학적 지식은 몹시 엉성하기 때문에 잠재적 관광객들은 쉽게 불안해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관계되어 있는 좁은 지역을 정확하게 명기하고 무서운 얘기를 과장하지 말라.  
* 마요르카(Mallorca), 6월, 안젤로의 바 : 윤리적 관광은 개발도상국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몇몇 기초적인 말을 흉내내는 걸 갖고 현지 말투를 완전히 이해하는 척하는 것은 무식하고 무례한 일이다. 제대로 배우는 수고를 하라, 그러고 나서 당신의 진정한 노력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반응하는지 보라.
* 탄자니아 세렝게티(Serengeti), 1월, 이주 기간 : 집을 떠나기 전에 그 지역과 야생동물에 대해 숙지하라. 일단 가이드와 운전사의 조언을 잘 듣고, ‘가까이 가달라’며 돈을 건네지 마라. 당신이 들어서게 된 땅이 사람의 것이든 짐승의 것이든 존중하라.
* 인도 뭄바이(Mumbai), 3월, 빈민가 거리 : 가난한 사람의 궁핍에 그림처럼 아름다운 면모 따위는 없다. 그래서 그 사진으로 그 굶주린 아이를 얼마나 돕겠다는 말인가? 꼭 찍어야 한다면 찍어도 좋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사진을 보내줄 이름과 주소를 물어보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로 그 사람에게 반드시 보상하라.
* 볼리비아 라파스(La Paz), 5월 :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만으로 통화의 가치가 갑자기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옷값을 깎으려고 조르는 그 손님에게 15달러라는 돈이 크면 얼마나 크겠는가? 무척 적은 돈이겠지만, 그 옷을 팔아 생계비를 벌어야 하는 노점상에게는 간절한 돈일 것이다. 그러니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라.
* 잔지바르 눙위(Nungwi) : 이슬람 국가에 가면 그곳의 관습과 전통을 존중하라. 그러기 싫다면 그런 노출이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곳으로 여행하라. 약간의 교육과 배려는 개발도상국에 큰 도움이 된다.
* 카리브 해 도미니카 공화국 : 최소한 현지 가게나 시장에서 물건을 사려고 노력하라. 현지 상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이익을 가져다주게 될 것이다.
* 런던 플리트가(Fleet Street) : 뉴스는 뉴스다. 그러나 그 짧은 기사가 그 나라의 관광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의 지리학적 지식은 몹시 엉성하기 때문에 잠재적 관광객들은 쉽게 불안해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관계되어 있는 좁은 지역을 정확하게 명기하고 무서운 얘기를 과장하지 말라.
* 티베트 라사(Lhasa) : 당신의 여행사를 조심스럽게 선택하라. 대부분은 비민주적인 독재 정부의 암묵적인 후원자일 테니까 말이다.


티베트 라사(Lhasa) : 당신의 여행사를 조심스럽게 선택하라. 대부분은 비민주적인 독재 정부의 암묵적인 후원자일 테니까 말이다.</blockquote>희망은 있다. 그러나 그 희망은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현재처럼 모든 관광에서 보다 윤리적인 접근이 철저히 무시된다면 그 희망은 소진될 것이며, 윤리적 임계 질량(critical mass)은 파탄날 것이다. 이 산업의 주요 참가자들은 윤리적 관광을 위해 지금 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책임을 짊어져야 하며, 대의를 실천하라며 작은 회사들의 등만 떠밀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작은 회사들은 정부만 믿고 긴장을 풀면 안 된다. 리우(2001)와 남아프리카 공화국(2002)에서 큰 대가를 치른 지구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신문의 한 귀퉁이를 얻어낸 것을 빼면 별 소용이 없었다. 직접행동이 곧장 뒤따라야만 한다.  
희망은 있다. 그러나 그 희망은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현재처럼 모든 관광에서 보다 윤리적인 접근이 철저히 무시된다면 그 희망은 소진될 것이며, 윤리적 임계 질량(critical mass)은 파탄날 것이다. 이 산업의 주요 참가자들은 윤리적 관광을 위해 지금 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책임을 짊어져야 하며, 대의를 실천하라며 작은 회사들의 등만 떠밀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작은 회사들은 정부만 믿고 긴장을 풀면 안 된다. 리우(2001)와 남아프리카 공화국(2002)에서 큰 대가를 치른 지구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신문의 한 귀퉁이를 얻어낸 것을 빼면 별 소용이 없었다. 직접행동이 곧장 뒤따라야만 한다.  


관광은 사업이다. 그러나 초대형 개발을 통해 국제적인 재벌 그룹, 사장, 주주의 호주머니로는 사자와 같은 동물들의 몫마저도 흘러 들어가는 반면 현지 국가에 돌아가는 몫은 거의 없는, 그런 식의 재산 분배와 이윤 분배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우리가 새로이 가게 될 여행지 또한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일 수 있다. 인도, 네팔, 페루, 멕시코는 백만 명이 넘는 인구가 하루에 1파운드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라들이다. 그들은 관광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관광은 많은 이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관광은 너무 잦은 부작용을 동반하며, 또 그 이익은 현지 주민들을 빼놓고 분배되기 일쑤이다.
관광은 사업이다. 그러나 초대형 개발을 통해 국제적인 재벌 그룹, 사장, 주주의 호주머니로는 사자와 같은 동물들의 몫마저도 흘러 들어가는 반면 현지 국가에 돌아가는 몫은 거의 없는, 그런 식의 재산 분배와 이윤 분배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우리가 새로이 가게 될 여행지 또한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일 수 있다. 인도, 네팔, 페루, 멕시코는 백만 명이 넘는 인구가 하루에 1파운드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라들이다. 그들은 관광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관광은 많은 이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관광은 너무 잦은 부작용을 동반하며, 또 그 이익은 현지 주민들을 빼놓고 분배되기 일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