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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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기술의 일반적 관계

현대적인 통념: 과학기술=과학+기술

  1. 과학 기술 혁명을 거치며 과학과 기술은 결합해서 하나가 되었다. 
  2. 현대 기술은 과학의 내용과 방법이 응용된 응용과학이다. 

※ 여전히 과학과 기술의 비대칭적 이분법: 기술은 과학의 응용?

전자기학→전자기술, 재료과학→철강기술, 열역학→디젤엔진, 고체물리학→반도체기술, 분자생물학→유전공학, 핵물리학→핵발전(폭탄)

※ 부시나 코넌트의 어셈블리 라인 입장과 일맥상통. 순수과학 장려 정책으로 적용. but 그 효용 의심.

과학 vs. 기술

과학과 기술은 동기, 목적, 대상이 다른 서로 구분되는 분야이며, 과학자와 기술자 사회 또한 상이한 가치체계를 가진 상이한 집단이라는 입장 대두.

  1. 실체: 지식(이론) vs. 실천(응용)
  2. 대상: 자연 vs. 인공물
  3. 목적: 설명(예측)과 이해 vs. 최대 효율을 위한 디자인

※ 둘 사이의 소통 왜 잘 안 되는지, 응용이 왜 쉽지 않은지 잘 설명해줌. 그러나 둘 사이의 상호작용 잘 설명 못함. 보통은 상호작용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들 과학사/기술사학자들의 입장. 실제로 이러한 과학과 기술의 구분 상태는 고대에 더 잘 맞음.

지식으로서의 기술 & 실천으로서의 과학

  1.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을 비롯한 독자적인 지식으로서의 기술
    • 기술 지식이 과학에 선행하는 사례들: 금속학, 비행기, 무선전신
    • 공학(Engineering Science): 과학의 직접 응용으로 보이는 경우도 과학 이론은 상당한 변형을 겪으며, 마땅한 과학 이론이 없을 때에는 공학자들이 이론을 직접 만들어 내기도.
  2. 실천으로서의 과학: 기술자의 작업장으로서의 실험실,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수많은 인공물들. 새로운 자연 현상과 효과의 창조, 대상의 조작, 암묵적 지식들, 숙련, 훈련. (심지어는 이론적 작업에서도 암묵적 지식과 수련과정이 내재)

※ 과학과 기술은 다양한 층위의 지식/실천에서, 예컨대 과학자의 실험실에서 발견된 새로운 효과, 이론과 법칙, 과학기기, 훈련받은 인력, 훈련받은 태도, 인공물에 대한 이해, 기술적 법칙, 디자인에서 다양한 접점 형성 가능.

역사적 관계

르네상스 이전: 상이한 제도적 기반, 목표, 가치체계를 가진 서로 구분되는 실체

  1. 과학과 기술에 종사하는 계층의 차이
  2. 자연/인공을 구분하는 아리스토텔레스 자연철학의 영향
    • 역사적으로 서구 사회에서 16-17세기 이전까지 과학과 기술의 교류는 거의 없었음
    • 르네상스기 이후 이 둘을 가로막는 장벽에 점차 빈틈이 생겨나고 부분적으로 장벽이 허물어지기 시작

르네상스기

엔지니어의 사회적 지위 향상: 독학으로 학식을 쌓고 대학의 학자들과 교류, 기술적 주제에 관한 책 집필 시작 (기술 지식의 체계화)

과학혁명기

  1. 망원경, 현미경, 진공펌프, 프리즘과 같은 기구들이 자연철학의 중요한 도구로 부각 (도구의 혼합)
  2. 베이컨주의: 실용주의적 과학관. 실험과학의 등장 (목적과 활동방식의 혼합)
  3. 기계적 철학: 기계로서의 자연 & 자연의 연장으로서의 인공물 (대상의 혼합)

→ 자연철학자, 기구제작자, 기술자 사이의 접점을 만들고 기술이 과학에 침투하는 계기 마련.

산업혁명기: 주요 질문. 과연 과학은 기술에 어떤 영향을?

18세기말 영국의 산업도시들(버밍엄, 맨체스터, 리즈, 리버풀, 뉴캐슬, 셰필드, 더비 등)에 다양한 <철학과 문학회>들 설립

→ 지역의 과학자, 엔지니어, 사업가, 자본가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경계 공간의 역할

  • (예) 버밍엄의 루나 협회(Lunar Society): 제임스 와트, 조시아 웨지우드, 조셉 프리스틀리, 에라스무스 다윈 등이 플로지스톤 이론, 열이론, 증기기관 등 다양한 과학적, 기술적 문제들을 놓고 토론.

19세기말-20세기초: 새로운 과학적 공학 분야(화학공학, 전기공학)의 탄생

  1. 두 분야에 양다리를 걸친 사람들이 중요한 역할 (경계인)
    • Scientist-engineer: 과학을 공부하고 기술적 문제에 관심 가진 사람
    • Practicing-engineer: 기술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자신의 현장경험을 이론화하려 애썼던 사람
  2. 새로운 경계 공간인 산업체 연구소의 설립
    • 1880년대 독일의 Bayer 같은 화학회사에서 전문 과학자 고용 시작
    • 1900-20년대 GE, Du Pont, AT&T에 산업체 연구소 설립
    • 당장의 필요에 따른 연구도 하면서 이와 연관되는 기초 연구도 수행

1970년대 이후

  1. 1970년대 DNA 재조합 실험 이후의 유전공학
  2. 1990년대 이후의 나노기술 등
  3. 과학과 기술, 연구와 상업화의 간격이 많이 사라짐: 과학연구의 결과물이 곧바로 특허출원의 대상

→ 기술과학(technoscience)이라는 용어 등장

과학과 기술의 접점

과학이 기술에...

  • 패러데이 실험실의 전자기 유도 효과 → 전동기와 발전기
  • 헤르츠 실험실의 전자기파 효과 → 무선통신
  • 18세기 뉴턴주의 과학문화 → 산업적/기술적 영향: 어떤 면에서? 신사/기술자/자연철학자들 공통의 과학문화 소비. 서로 (뉴턴주의) 과학의 언어로 대화 가능. 역의 영향도 함께 얽혀 있음.

※ 이론의 응용이라기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 예컨대 발견된 효과의 전이. 또는 언어의 전이. 태도의 전이. 이 또한 과학적 효과의 발견이 곧바로 기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님.

기술이 과학에...

  • 산업혁명기의 증기기관 → 열역학의 주요한 문제와 개념 제공 (문제와 개념의 제공. e.g., 효율)
  • 벨의 전화기 → 미세 전류 측정 장치로 개조 (기구의 전용)
  • 통신 위성의 노이즈 분석 → 우주 배경 복사의 발견 (현상의 전용)

※ 과학기구의 제작과 같은 단순한 영향이라기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영향.

과학과 기술의 다양한 접점

  1. 과학: 다양한 수준의 이론, 실험실에서의 실천, 기기, 숙련 등의 복합체
  2. 기술: 다양한 수준의 지식, 실험, 숙련, 설계 능력, 인공물 등의 복합체

→ 단순결합은 불가능. But 다양한 층위에서 접점 형성 가능

→ 현대에 올수록 둘 사이의 경계가 모호한 새로운 공간(e.g. 기업 연구소, 대학의 반도체 연구소)이 늘어가고 있음.

→ 경계 도구, 경계 공간, 경계인..

과학과 기술의 관계에 대한 몇몇 입장들

어셈블리 라인 이론

이 이론은 1945년 이후 주로 미국의 과학정책가들에 의해 수용된 입장이다. 이 이론은 과학과 기술을 마치 생산라인의 처음과 끝처럼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관계로 본다. 마치 생산라인의 처음 파트에서 원자재를 투입하면 여러 공정을 거쳐 라인의 마지막 부분에서 완제품이 만들어지듯이 과학이 결국에는 기술이라는 결과를 만든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의 대표적인 옹호자는 바네바 부시(Vannevar Bush)와 제임스 코넌트(James Conant)가 있는데, 그들은 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위해 순수과학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과학과 기술을 일직선상에 놓고 원인과 결과와 같은 밀접한 연관을 주장한 어셈블리 라인 이론은 실제로 정확하게 적용되지 않음이 밝혀지게 되었고, 점차 설득력을 잃게 되었다.

기술의 독자성

60년대 중반 어셈블리 라인 이론에 대한 의심이 있을 무렵 과학사학자와 기술사학자들을 중심으로 과학과 기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역사가들은 과거의 사례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통해, 기술이 정치나 경제, 이데올로기 등의 요소들과 관련되어 있음에도 그와 독자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학과의 관계에서도 기술이 독자성을 가진 독립적인 영역임을 주장했다. 즉 이들은 과학에 대한 투자가 곧바로 기술로 나타나는 직선적인 연관관계 혹은 기술을 과학의 부산물로 취급하는 의존적인 관계 설정에 반대하면서 기술도 하나의 지식임을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역사가들은 이러한 새로운 주장을 지지하기 위해 많은 사례들을 발굴했는데,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스미스(Cyril Smith)는 재료공학의 경우 과학이 기술적 발전에 오히려 뒤쳐져 있었으며, 여러 가지 재료들을 가공하느 srl술은 장식품을 만드는 예술분야로부터 많은 힌트를 얻으며 발전해 왔음을 지적했다. 브라이언트(Bryant)는 디젤 엔진 개발의 경우에도 열역학적 과학 지식의 적용보다는 기술적인 작업 전통이 훨씬 근본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기술사학자 휴즈(Hughes)와 브리튼(Brittain)은 19세기말과 20세기초 기술의 발전 과정을 패러데이나 맥스웰 전자기 이론의 단순한 응용으로 볼 수 없으며, 이 과정에서 과학자 사회와 동떨어져 활동했던 스타엔메츠(Steinmetz)나 알렉산더슨(Alexanderson)과 같은 이론과 실험에 모두 능숙했던 엔지니어들의 활약이 매우 중요했음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슈뮤클러(Schmookler)는 기술 관련 특허원의 증감을 고찰하여 그 변화 그래프가 경제적 호불황의 곡선과 거의 일치함을 보임으로써 기술적 발명이 과학보다는 경제적인 요인에 훨씬 민감한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결혼(marriage)’ 관계

크랜즈버그(Melvin Kranzberg)는 20세기에 들어 과학과 기술이 서로를 간섭하지 않으며 돌보아주는 일종의 긴 결혼관계에 진입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결혼관계가 사랑이 아닌 편의를 위한 결합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20세기에 들어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들의 복잡성으로 인해 과학자들은 사용할 수 있는 기기와 정보를 얻기 위해 기술자들에게 많이 의존하게 되었고, 기술자들은 지식과 통찰을 얻기 위해 과학자들을 필요로 하게 되면서 이러한 결합이 가능해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두 영역의 결합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전히 독자성을 지닌 채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결혼관계 모델의 중요한 요점 중 하나이다. 두 영역이 독자성을 유지하는 이유는 각각이 추구하는 목적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과학자는 자연을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기술자는 유용한 물건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기술자는 바로 이러한 유용한 물건들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과학자들의 도움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 크랜즈버그는 이러한 기술적 작업의 독자성과 관련해 “새로운 기술은 대부분의 경우 과학이 아닌 이전 기술로부터 나오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쌍둥이 거울 이미지(twin mirror image)” 관계

레이튼(Edwin Layton) 역시 기술이 독자적인 지식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과학과 기술이 서로 거울에 비친 마치 쌍둥이처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거울에 비친 상의 좌우가 바뀌어 보이듯이 여러 측면에서 정반대의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과학자들에게는 기구와 지식의 응용이라는 가치가 추상화, 일반화, 이론화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지지만, 기술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는 두 영역이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인데, 그는 과학은 앎(to know)을 추구하지만 기술은 실행(to do)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레이튼은 과학과 기술 사이의 공통점도 강조했는데, 과학과 기술은 공통적으로 검증 가능한 실증적인 연구를 중시하고, 수학적 이론과 실험을 중시하며, 새로운 발견이나 발명 혹은 혁신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쌍둥이 거울 이미지’ 이론은 과학과 기술의 지식이 대등한 수준에서 이루어지며, 영향 관계 역시 쌍방적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독자적인 두 영역이 연결되려면 중재자가 필요한데, 레이튼은 과학과 기술 두 영역에 속해 있는 ‘엔지니어적 과학자’ 혹은 ‘과학자적 엔지니어’가 이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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