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전기와 유전율
평행판 축전기는 얇고 넓은 금속판 두 개(A와 B라고 하자)를 일정한 거리만큼 떨어뜨려 서로 평행하게 마주 보도록 만든 장치로, 전하를 저장하기 위해 사용된다. 축전기에 전하를 저장하는 것을 ‘충전’이라고 하는데, 이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축전기를 충전시키는 첫 번째 방법은 마찰을 통해 대전시킨 물체를 축전기의 금속판 중 하나(예컨대 A)와 접촉시키는 것이다. 만약 (+)전하로 대전되어 있는 물체를 축전기의 금속판 A에 접촉시킨다면, 그 물체의 전하는 금속판 A로 대부분 이동하고, 금속판 A의 전하는 마주 보고 있는 금속판 B에 (-)전하를 끌어 모으고, 두 금속판의 전하는 서로를 붙잡아 둠으로써 축전기에 저장된다. 만약 축전기에 더 많은 양의 전하를 저장하고자 한다면 이를 반복하면 된다. 단, 이러한 충전 과정에서 금속판 B는 반드시 땅이나 신체에 도체를 통해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 ‘접지’라고 하는데, 금속판 B가 접지되어 있지 않다면 금속판 B와 외부 사이에 전하가 드나들 수 있는 길이 막힘으로써 금속판 B는 충전도 방전도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이는 전위의 개념을 통해서도 설명된다. 물체가 금속과 접촉할 때, (+)전하는 항상 전위가 높은 곳에서 전위가 낮은 곳으로 이동하며[(-)전하는 전위가 낮은 곳에서 전위가 높은 곳으로 이동한다], 순식간에 두 물체의 전위가 같아지면서 전하의 이동이 멈춘다. 게다가 전하는 부근의 전위에 영향을 주는데, (+)전하는 주변의 전위를 높이려는 경향을 가지고, (-)전하는 주변의 전위를 낮추려는 경향을 가진다. 따라서 금속판 A의 (+)전하는 금속판 B의 전위를 높임으로써 금속판 B에 (-)전하가 유입되도록 만들고, 금속판 B의 (-)전하는 금속판 A의 전위를 낮춤으로써 금속판 A에 (+)전하가 더욱 유입되도록 만든다. 한편, 접지된 금속판은 전위의 순간적인 변동에도 불구하고 전하의 이동이 멈추고 나면 결국 땅과 같은 전위를 유지하게 되는데, 땅의 전위는 0으로 정의되어 있다.
축전기를 충전시키는 두 번째 방법은 축전기의 양 금속판을 전지와 연결하는 것이다. 만약 금속판 A와 B를 각각 전지의 (+)극과 (-)극에 연결했다면, 금속판 B에서 전지를 거쳐 금속판 A로 전류가 흐르면서, 즉 (+)전하가 이동하면서, 점점 금속판 A는 (+)전하를 얻고, 금속판 B는 (+)전하를 잃어 (-)전하를 띠게 된다. 이 상태에서는 전지를 떼어도 두 금속판의 전하가 서로를 끌어당김으로써 전하가 그대로 저장된다. 축전기를 전지와 연결시킨 후 충분한 시간이 지난 후 축전기에 저장된 전하량은 전지의 전위차, 즉 전압에 의해 결정되는데, 만약 두 금속판의 전하가 쌓이면서 금속판 사이의 전위차가 전지의 전위차만큼 높아지면 전류는 멈추고 충전도 중단된다.
축전기에 저장되는 전하량(Q)은 금속판 사이의 전위차(V)에 비례한다. 여기서 그 비례상수를 축전기의 전기 용량(C)이라고 하는데, 전기 용량이 큰 축전기일수록 동일한 전위차로 충전시키기 위해 더 많은 전하량을 저장해야 한다. 즉 Q=CV인 것이다. 마찰을 통해 대전시킨 물체를 접촉하여 축전기를 충전시킬 때, 축전기의 전기 용량은 대전된 물체에 비해 훨씬 크다. 따라서 대전된 물체는 작은 전하를 가지고도 높은 전위를 가진 반면, 축전기의 금속판 A는 많은 양의 전하를 가지고도 상대적으로 낮은 전위를 유지할 수 있으며, 따라서 같은 방법으로 여러 차례 충전된 축전기에 계속 충전을 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평행판 축전기의 전기 용량은 금속판의 넓이(S)에 비례하고, 금속판 사이의 간격(d)에 반비례하며, 금속판 사이의 물질이 가진 고유한 특성 중 하나인 유전율(ε)에 비례한다. 즉 이다. 만약 축전기의 금속판 사이에 진공보다 유전율이 큰 유전체를 끼워 넣으면 축전기의 전기 용량이 커지게 되는데, 이는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 첫째, 축전기를 전지와 연결시켜 놓음으로써 금속판 사이의 전위차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경우, 금속판 사이에 유전체를 삽입하면 축전기의 전기 용량이 증가함으로써 축전기에 저장된 전하량이 증가한다. 둘째, 축전기를 충전시킨 후 전지와의 연결을 끊음으로써 축전기의 전하량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경우, 금속판 사이에 유전체를 삽입하면 축전기의 전기 용량이 증가함으로써 금속판 사이의 전위차가 감소하게 된다.
그렇다면 각 물질의 유전율은 어떤 방식으로 측정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금속판 사이에 서로 다른 물질을 넣은 점만 빼면 모든 면에서 동일한 축전기 두 개가 필요하다. 아래의 그림 1과 함께 이를 살펴보자.
1번 축전기를 V0의 전위차를 가진 전지로 충분히 충전시킨 후, 충전되지 않은 2번 축전기와 연결시킨 후 각 축전기의 전위차 V1과 V2를 측정한다. 이때 1번 축전기의 전위차는 V0에서 V1로 줄어들고, 2번 축전기의 전위차는 0에서 V2로 증가하는데, 두 축전기의 최종 전위차 V1과 V2의 크기는 같다. 두 축전기의 연결을 통해 원래 1번 축전기에 저장되어 있던 전하량 C1V0이 두 축전기에 C1V1과 C2V2로 분배되었을 뿐이라는 점을 이용하면, 두 축전기의 전기 용량의 비()는 두 축전기의 전위차 증감분의 비()와 같다. 그리고 축전기의 물질을 제외하면 축전기의 형태가 같으므로, 이 값은 정확히 두 물질의 유전율의 비()와 같다.
퀴즈
A.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 물체가 금속과 접촉하면 둘의 전위가 같아질 때까지 전하가 이동한다.
- 여러 물질의 유전율을 비교하려면 축전기에 저장된 전하량을 측정해야 한다.
- 충전 후 외부와의 연결을 끊은 축전기에 유전체를 삽입하면 금속판 사이의 전위차가 감소한다.
- 동일한 전지를 이용해 많은 양의 전하를 저장하고 싶을 때에는 전기 용량이 큰 축전기를 사용해야 한다.
- 접지되지 않은 축전기의 한쪽 금속판에 (+)전하로 대전된 물체를 접촉하더라도 반대쪽 금속판의 전하량은 변하지 않는다.
B. 축전기의 금속판 B가 땅과 접지된 상황에서, (+)전하로 대전되어 있는 물체를 금속판 A에 접촉시켜 축전기를 충전시키는 상황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접촉 순간 대전된 물체에서 금속판 A를 향해 전류가 흐른다.
- 금속판 B에 (-)전하가 모이는 동안 금속판 B의 전위는 0보다 낮다.
- 금속판 A와 금속판 B에는 서로 다른 방향의 전하가 저장되어 서로를 끌어당긴다.
- 동일한 양의 전하를 가진 물체로 충전시켰을 때, 전기 용량이 큰 축전기일수록 금속판 사이의 전위차가 작다.
- 대전된 물체를 통해 한 번 충전된 금속판 A의 전위는 마찰을 통해 대전시킨 물체의 전위보다 낮다.
C. 그림 1을 이해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1단계>가 완료되면, 금속판 ⓐ와 ⓑ 사이의 전위차는 V0와 같아진다.
- <1단계>가 진행되는 동안, 전류는 ⓑ에서 축전기를 거쳐 ⓐ의 방향으로 흐른다.
- <2단계>가 완료되면, 금속판 ⓐ와 ⓑ 사이의 전압과 금속판 ⓒ와 ⓓ 사이의 전위차는 같다.
- <2단계>가 완료되면, 금속판 ⓐ와 ⓑ에 저장된 전하량은 각 축전기에 삽입된 유전체의 유전율에 비례한다.
- <2단계>가 완료되면, 금속판 ⓐ와 ⓒ에 저장되는 전하량의 총합은 <1단계>가 완료된 시점에 금속판 ⓐ에 저장되어 있던 전하량과 같다.
D. 윗글을 바탕으로 할 때, 글자판을 눌렀을 때 일어나는 일로 적절한 것만을 모두 고른 것은?
- 전기 용량이 커진다.
- 유전체의 유전율이 증가한다.
- 금속판 사이의 전위차가 증가한다.
- 금속판에 더 많은 전하가 충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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