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ing the Circle: How Harvey and His Contemporaries Played the Game of Truth

PhiLoSci Wiki
둘러보기로 가기 검색하러 가기

Don Bates, “Closing the Circle: How Harvey and His Contemporaries Played the Game of Truth,” History of Science 36 (1998): 213-232, 245-267. 중 Part 1.

1628년, 하비는 혈액순환을 발명했는가 발견했는가? 돈 베이츠는 구성주의적 입장을 취하면서도 그동안 구성주의에서 소홀히 다루어졌던 ①지적 요소와 ②미시-사회적 요인을 중점적으로 파헤침으로써 구성주의와 주지주의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저자는 그동안의 거시-사회적 설명 경향이 혈액순환설의 ①빠른 합의와 ②오랜 안정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면서, 자신의 “하비 이야기”는 이를 충분히 해명해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 발제는 Part 1. 합리성의 귀환만을 다루며, Part 2. 정합성의 규약화는 다루지 않았다.)

Part 1. 합리성의 귀환에서, 저자는 ① 하비의 혈액순환 논증이 세 단계로 이루어졌음을 보이고, ② 이 논증이 당대인들에게 당연히 받아들여질 만한 것은 아니었음에도, ③ 당대인들에게 그 전제를 인정하면 그 귀결까지 인정하게 만드는 모종의 합리성이 있었음을 보인다. 저자가 보기에 ④ 그 합리성이란 논리적 필연성에서 온 것이라기보다는 상식적 물리학(fork physics)의 모형에서 온 것이었다.

첫째, 저자에 따르면, 하비의 혈액순환 논증은 다음의 3단계로 이루어졌다.

 관찰에 의해,	x : 심장은 강한(밀어내기의) 수축운동을 한다. 
 이에 따르면, 	y : 심장을 통과해 흐르는 피의 양이 너무 많다. 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z : 동맥으로 흘러나온 피는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둘째, 그런데 이 논증은 당대의 사람들에게 필연적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것은 아니었다. 우선 심장에서 나온 피의 물질적 본성에 대해 하비와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에라시스트라투스, 갈레노스 전통에 의하면, 동맥에 있는 물질은 공기(air) 또는 공기와 섞인 피이며, 동맥은 열린 시스템의 트리 구조로서, 공기로서의 동맥혈은 내외출입이 자유로웠다. 맥박은 이러한 내외 출입의 현상이었다. 이런 관념 하에서, 심장의 수축운동은 수력학적이 아닌 방식으로 얼마든지 해석될 수 있었으며, 다른 방식으로 해석될 때, y, z 등의 문제는 생겨날 이유조차 없었다. 따라서, 하비의 주장 x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물과 같은 액체가 흐르는 수력학적 모형을 함께 전제해야 했다. 한편, 1625년 호프만은 심장의 수축운동(x)을 인정했음에도 y로 나아가지 않았다. 호프만은 심장의 박동에 의해 맥박이 뛴다고 보았지만, 그에게 맥박은 상한 피가 열에 작용에 의해 격동되는 증거일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1621년 파리지아노는 x와 y를 인정했음에도 z로 나아가지 않았다. 그는 심장 수축운동에 의해 한쪽방향으로만 피가 움직인다면 그 양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에(y), 심장 이완 시에 피가 회귀한다고 보았다. 즉, y가 z를 필연적으로 함축하는 것은 아니었다.

셋째, 분명 하비의 논증은 추측적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논증 과정, 특히 y에서 z로 가는 과정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파리지아노는 y까지 인정했음에도 z로 가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는가? 저자는 파리지아노의 그 주장은 하비의 발표 이전의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비의 발표 이후에 파리지아노는 y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하비 발표 이후의 대부분의 논쟁은 x의 존재론적 성격에 대한 것이었을 뿐, 논증 과정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즉, x의 성격에 대한 싸움에서 밀리면, 하비의 귀결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당시 사람들의 합의였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넷째, 그렇다면 하비 논증의 필연성에 대한 합의는 어디서 온 것일까? 저자에 의하면, 하비 논증의 필연성 주장은 분석적인 것이 아니라 종합적이라고 봐야 한다. 즉, 그 논증의 필연성은 논리학에 기댄 것이 아니라 상식적 물리학의 (수력학적) 모형에 기댄 것이었고, 그 모형 하에서는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는 데에서 온 것이었다. 하비 논증의 핵심은 명시적으로 드러난 명제들이 아닌, 함축적인 전제들에 있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이러한 하비 혈액순환설의 지적 요소를 통해 그동안 구성주의가 설명하지 못한 혈액순환설의 빠른 합의와 오랜 안정성을 해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