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enhagen

PhiLoSci Wiki
둘러보기로 가기 검색하러 가기

1941년, 독일의 핵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하이젠베르크는 코펜하겐에 살고 있는 스승 보어를 찾는다. 당시 코펜하겐(덴마크의 수도)은 독일에 점령된 상태였고, 보어는 유대계 물리학자로서 감시를 받고 있었다. 왜 하이젠베르크는 보어를 찾아왔을까?

작가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41년 당시와 그 전후의 상황을 반복적으로 재현하면서, 그들의 상황을 그들이 만들어낸 양자역학의 핵심원리 ― ‘불확정성의 원리’와 ‘상보성’ ― 와 연결시킨다.

첫 회고장면에서, 하이젠베르크와 산책 중인 보어는 하이젠베르크가 던진 한마디에 무척 화가 나 집으로 돌아와 버린다. 하이젠베르크는 이에 대해 보어가 자신이 던진 한마디 ― “과학자가 핵분열의 결과에 대해 연구를 계속할 도덕적 권리가 있는가” ― 를 오해하고서 나머지 말은 듣지도 않은 채 돌아가버렸다고 항변한다.

보어는 하이젠베르크의 항변에 대해, 그 질문의 함의는 여전히 명백하다 ― 원자폭탄을 히틀러에게 바치려 했다 ― 고 반박했다. 그러나 하이젠베르크는 자신이 목숨을 걸고 왔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보어가 자신의 의도를 오해하여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그러한 오해를 확산 ― ① 하이젠베르크가 보어로부터 핵분열에 대한 지식을 빼가려 했다거나(대본 중에 보어와 그와 관련된 토론을 하긴 하나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② 하이젠베르크가 보어로부터 연합국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빼가려 했다거나(보어에게 그러한 질문을 한 것은 대본 중에 있으며 알고 싶어하긴 한 것 같음. 미국이 원자폭탄을 만든다면 자기는 어떻게 해야겠냐는 질문에서 느낄 수 있음) ③ 독일의 핵 프로그램이 없는 것처럼 속이려 했다거나(하이젠베르크는 보어에게 자신이 원했던 것은 폭탄이 아닌 핵발전이었다고 항변) ④ 독일의 핵 프로그램에 보어를 뽑아가려 했다는 식의 오해(이런 얘기는 대본 중에 없음) ― 시켰다고 항변했다.

하이젠베르크의 말이 옳다고 하더라도, 하이젠베르크는 왜 말을 꺼냈는가? 보어와 그의 아내 마그레테의 추궁은 계속된다. 하이젠베르크는 적국에서 원자폭탄을 만든다면 자신은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갈등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하이젠베르크는 전쟁 중의 원자폭탄 개발 가능성을 매우 낮게 봤으며, 따라서 자신의 작업은 원자로에 관련되어 있을 뿐 폭탄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자신의 책임 하에서 폭탄 제조를 막기 위해 상당히 조심했다고 강조한다. 더 나아가, 원자폭탄 개발 여부는 실질적으로는 (우리) 물리학자들의 판단에 달려 있으므로 서로 만들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말한다. 마그레테는 그 말에 ‘(우리를 그렇게 괴롭혀놓고서 이제와서) 우리보고 폭탄을 만들지 말아달란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냐’며 쓴소리를 한다. 그에 대해 하이젠베르크는 어쨌든 우리(독일)는 폭탄을 만들지 않았지만 당신들(연합국)은 폭탄을 만들었다며 도리어 보어를 공격한다.

보어는 하이젠베르크에게 ‘그렇다면 네가 만들 수 있었음에도 안 만들었다는 거냐?’며 반론을 하고, 하이젠베르크는 자신은 알고 있었지만 만들지 않었다고 항변한다. 다시 ‘임계질량의 값을 알았냐? 몰랐냐?’며 꼬치꼬치 캐묻는 두 부부에게, 하이젠베르크는 자신이 알고 있는 값은 너무 컸고 그에 따라 원자폭탄 개발은 매우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왜 직접 계산을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하이젠베르크는 자기도 모른다고 말한다. 마그레테는 ‘그가 원자폭탄을 만들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지만, 보어는 하이젠베르크가 자기자신조차 속이면서 순환논리에 빠져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여기서 얘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보어는 하이젠베르크에게 마지막 변호의 기회를 준다.

극 중의 대화를 종합해본다고 하이젠베르크의 방문 목적을 알 수 있진 않다. 하이젠베르크의 말은 계속 바뀌고 뉘앙스도 계속 바뀌며, 경우에 따라서는 모순된다는 느낌까지 준다. 하이젠베르크는 상황논리를 이용해 자신을 합리화하는 것처럼도 보이며, 보어에 따르면 상황에 자기자신조차 속아(You bluffed yourself)넘어가 남들까지 속이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작가는 하이젠베르크가 어디선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끌고가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는 하이젠베르크의 모순된 말과 행동이 모두 진실일 수 있지 않겠냐며 묻는 듯하다. 결국 하이젠베르크의 방문 동기를 완전하게 이해하려는 시도에 대한 답변으로 작가는 ‘~~ 때문에 ~~했다’는 식의 인과적인 고전적 해석을 버리고 ‘하이젠베르크의 행동과 동기에 불확정성이 있다’는 식의 대안적인 코펜하겐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인상깊었던 부분들

(마그레테) 1941년 그가 왜 코펜하겐에 왔는지를 그에게 묻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그는 모른다. 관찰자는 자기 자신을 볼 수 없다.

(보어) 넌 히틀러에게 폭탄을 넘겨주려 했다. (하이젠베르크) 아니다. 난 만들려 하지 않았다. (보어) 저항하는 영웅인 척 하지 마라. 넌 단지 만드는 데 실패했을 뿐이다. (하이젠베르크) 어쨌든 난 실패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보고 저항을 하고 죽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건가? (보어) 아니다. (하이젠베르크) 당신은 말은 안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보어) 아니다. (하이젠베르크) 당신이 크리스티앙을 구하려 물에 들어갔으면 어떻게 됐을까? .. (하이젠베르크) 그래도 사는 게 낫다. 보트에서 부표를 던지는 게 낫지 않은가. (보어) 아니다.

(하이젠베르크) 또다시 상보성이군요. 난 당신의 적이자 당신의 친구이다. 난 입자이자 파동이다. 나에겐 세계에 대한 보편적 의무가 있고, 동시에 조국과 가족에 대한 의무가 있었다. 나는 이중슬릿이 아닌 다중슬릿을 통과해야 했다.

(보어) 왜 (임계질량)을 직접 계산해보지 않았는가? (하이젠베르크) 난 모르겠습니다. (보어) 왜?왜? (하이젠베르크) 난 잘 모르겠다 (마그레테) 그건 그가 원자폭탄을 만들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야. (하이젠베르크) 고맙군요. 맞습니다. 그(예전의 자신)가 폭탄을 만들려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나는 폭탄을 만들려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맙습니다. (보어) 너는 너 자신을 속였던 거야. 내가 예전 가지고 있지도 않았던(그렇지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스트레이트로 이겼던 것처럼. .. (하이젠베르크) 난 코펜하겐에 왜 왔을까요? .. (보어) 한번더 기회를 줄게. 마지막 기회!

(하이젠베르크) (보어의 집 문이 열리는 순간) 내 머리 속에 명확했던 목적들은 형체를 잃었다. 빛이 그것들과 부딪히면서 그것들은 분산되어버렸다.

그들이 충돌하기 전에는 그들의 위치를 알 수 없었다. 산책 도중 하이젠베르크가 보어에게 던진 질문은 하나의 충돌이었다. 그리고나서는 다시 충돌 이전처럼 아무 것도 알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