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mative Natur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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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도펠트(Dopelt, 1990), 레플린(Leplin, 1990), 로젠버그(Rosenberg, 1990)의 비판에 대한 라우든(Laudan)의 답변이다. 라우든은 답변에 앞서 자신의 ‘규범적 자연주의’가 ①자연주의적 메타방법론과 ②자연주의적 가치론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하면서, 그 둘을 명료하게 정식화하였다. 정식화를 마친 후, 라우든은 비판자의 우려와 오해를 논점별로 해소함으로써 ‘규범적 자연주의’가 전통적 인식론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이고자 하였다.

도입

인식론적 자연주의는 메타인식론의 논제로서, 이는 지식에 대한 이론이 다른 자연에 대한 이론과 연속적임을 주장한다. 또한 인식론적 자연주의는 철학에 대한 하나의 관점으로서, 철학이 다른 물음들에 비해 더 우선적이지도 중요하지도 않다고 본다. 자연주의적 인식론자들은 자신의 분야를 “지식에 대한 이론”으로 다룬다. 즉 그들은 ‘인식론적 주장’을 다른 과학이나 상식에서와 같이 일종의 ‘이론 혹은 가설’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전통적으로 규범적(normative) 성격을 띤 인식론과 기술적(descriptive) 성격을 지닌 과학의 차이를 무시하는 관점으로 비판받아 왔다. 콰인(Quine)은 인식론을 심리학의 한 분과로 간주하면서, “고통스럽더라도” 인식론에서 규범성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라우든은 인식론의 ‘처방적’ 기능은 인식론의 결정적 기능으로서 포기될 수 없는 것이라 보고 있다. 따라서, 라우든은 그동안 인식론이 처방적(prescriptive) 차원을 유지하면서도 완전히 “자연화”될 수 있음을 보이고자 했고, 이 논문에서도 이를 명료화하고자 했다. 라우든은 자신의 규범적 자연주의가 자연주의적 메타방법론과 자연주의적 가치론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말하면서, 그동안 자신의 주장했던 바를 아래와 같이 정식화하였다.

자연주의적 메타방법론

  1. 인식론의 규범적 규칙은 수단과 목적을 연결하는 가언명령으로 가장 잘 이해된다.
  2. 그런 규칙의 건전성은 수단과 목적의 연결에 대한 경험적 주장에 의존한다.
  3. 수단-목적 연결의 빈도에 대한 정보가 그 규칙의 옳음을 결정하는데 결정적 고려사항이다.
  4. 인식적 규범/규칙은 탐구를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론들에 기초해 있고, 그 규칙들은 과학이론이 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지식체계 안에서 기능한다.
  5. 자연과학에서 이론 선택을 지도하는 규칙들은, 과학이론이 새로운 증거에 직면하여 변화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정보에 대응하여 변화하고 진화한다.
  6. 그래서 인식적 규칙들은 과학적 지식의 모든 다른 요소들과 똑같이 오류가능하다.

이러한 자연주의적 메타방법론은 가치론을 동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라우든의 방법론적 규칙은 규칙과 인식적 목적 사이의 연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는 자연주의적 가치론에 대한 라우든의 정식화이다.

자연주의적 가치론

  1. 과학의 목표와 방법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2. 과학과 철학이 같은 천으로 재단된다는 주장이 옳다면, 과학자들의 목표 변화를 지도하는 기제는 인식론자들의 인식적 가치의 선택도 지도한다.
  3. 과학자들이 허용할 수 있는 과학의 목표에 대한 강한 제약조건들이 있다. (예, 실현가능성)
  4. 과학의 목표에 대한 어떤 제안도 모범적인 사례들을 과학적인 것으로 허용해야 한다.

과학의 가치: 목적의 성격과 변화

목적은 변하는가?

라우든은 ‘과학의 목적이 변하는가’의 문제가 자연주의의 핵심적인 질문은 아닐지라도, 과학 이론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듯이 목적 또한 변화한다는 주장은 자연주의를 지지하는 좋은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레플린과 로젠버그는 과학의 ‘보조적인’ 목적은 변하지만 “지식의 추구”라는 과학의 ‘핵심적인’ 목적은 변하지 않았음을 주장한다. 이에 대해, 라우든은 많은 사람들이 ‘지식’이란 단어를 동일하게 사용하여 과학의 목적을 이야기하고 있더라도, 그것들이 전혀 공통점이 없는 이질적인 것들(eg. 인과적 지식? or 본질적 지식? or 현상론적 지식? 또는 진리의 추구? or 현상의 구제?)이라면 다른 목적으로 보아야 한다고 반박하면서, 역사적으로 과학의 목적은 상당한 변화를 겪었음을 강조한다.

가치론 vs 인식론

위의 차이들에 대해, 로젠버그는 “그것은 단지 지식에 대한 이론이 다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서로 다르게 정의된 X에 대해 각자가 ‘나는 X를 원한다’고 말하는 경우, 그들이 같은 것을 원한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라우든은 되묻는다.(자비의 원리가 깨지는 상황) 결국, 라우든은 가치론에 대한 논쟁이 ‘지식에 대한 이론’에 대한 논쟁으로 재기술될 수 있다고 보면서, (어법은 다를지라도) 로젠버그와 자신이 똑같은 똑같은 상황을 얘기하고 있음을 주장한다.

경험주의/자연주의의 혼동

로젠버그와 도펠트는 라우든식의 자연화(1987)가 경험화된 메타철학(empiricized meta-philosophy)으로 변모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라우든은 이러한 우려가 아래의 (a)와 (b)의 오해(특히, 도펠트)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있다.

(a) 자연주의적 메타방법론은 완전히 경험적인가?

라우든이 보기에, 도펠트는 라우든이 ‘방법론의 완전한 경험화’를 주장하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 자연주의는 “과학과 철학은 동일하게 경험적인 주장이다”와 같은 경험적이지 않은 주장을 이미 하고 있으며, 라우든 본인 또한 자연주의적 메타방법론이 완전히 경험화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음을 주장한다. 이어서, 과학활동 또한 순수하게 경험적인 주장에만 의존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얘기하면서, “방법론이 자연과학‘만큼’ 경험적인 활동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연주의적 방법론에 대해 그것이 ‘순수히 경험적이 않다’는 문제제기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님을 내비치고 있다.

(b) 자연주의적 가치론은 완전히 비경험적인가?

라우든은 도펠트가 자신의 자연주의적 가치론에 대해 ― ‘목적이 개념적 정합성에만 의존한다’는 식의 ― 오해를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가치론이 경험적인 방식에 의존하여 정당화되거나 폐기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 예로 ‘실현(불)가능성’에 따라 목적의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미 얘기했음을 말한다.(1984)

목적의 정당화

레플린은 라우든에게 ‘이상한(의도치 않은) 보수주의’(the strange conservatism)라는 문제제기를 한다. 즉, 라우든이 ①목적의 변화를 주장하면서도 ②목적은 과거의 실현여부에 따른 신뢰도에 의해 정당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①과 ② 사이에 갈등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레플린은 “(실현여부에 대한) 증거가 없는 새로운 목적 A'이 어떻게 도입될 수 있겠는가?”라는 문제제기를 한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라우든은 ①과학활동의 의도치 않은 결과에 의해 새로운 목적이 실현될 수 있으며, 그러한 사례(eg. 뉴튼)가 표준이 되어 새로운 목적(eg. 가설연역법)을 제안하는 좋은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았고, ②실제로도 과학활동은 매우 보수적인 분야로, 오히려 자신의 ‘목적 정당화 메커니즘’이 이러한 과학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라우든은 과학자들이 공통의 목적 없이도 공통의 계보 또는 공통의 표준적 과학활동(서로가 다르게 해석하더라도)이 있으면, 공통의 기반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았고, 그러한 표준과 그것이 일으키는 의도치 않은 결과에 의해 과학의 목적이 변화가능하다는 것을 주장한 것이다. 물론, 과학의 목적이 쉽게 변하는 것은 아님을 주장하면서, 목적의 불변성을 주장하는 레플린이 왜 자신에게 그러한 오명을 뒤집어 씌우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한다.

우선성 논쟁: 규칙 vs 이론

로젠버그는 ①이론은 방법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인과적’ 설명을 할 수 있지만, ②방법은 이론에 대해 참거짓을 판별해줄 수 없기 때문에, 과학이론이 방법론적 규칙에 우선한다는 주장을 했다. 라우든은 먼저, 로젠버그가 정당화의 문제(①)과 의미론적인 문제(②)를 편파적으로 적용하면서, 불공정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보았다. 라우든은 ‘방법론적 규칙이 왜 이론의 참거짓을 판별해주어야 하는가?’라고 되물으면서, 방법론적 규칙이 이론의 성공에 대한 설명은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자연주의는 방법론이 과학만큼만 할 수 있으면 되며, 과학이 못하는 것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방법론적 규칙은 과학이론만큼 할 수 있는가? 즉, “규칙은 이론의 성공을 설명할 수 있는가?” 라우든은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만약, 규칙 R이 경험적으로 성공적인 이론을 선택하는 데 신뢰도가 있었다면, 우리는 특정한 이론 T가 왜 성공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해 ‘규칙 R에 의해 선택되었기 때문에’라고 설명할 수 있다.”

로젠버그는 위의 설명방식이 ‘인과적’ 설명이 아니기에, 설명이라 할 수 없다고 재반박을 할 지도 모른다. 라우든은 일상적인 여러 사례(eg. 올림픽 선수의 선발, 현대 약품의 선택 등)를 들면서, ‘선택 메커니즘’에 의한 설명이 인과적 설명은 아닐지라도 현상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라우든은 이러한 로젠버그의 공격이 ‘규범’을 ‘기술’(description)에 종속시키려는 자연주의에 대한 하나의 재미있는 관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자신은 ‘규범적인 관심’과 ‘기술적인 관심’이 인간의 여러 고민에 섞여 짜여져 있을 뿐,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압도한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자신의 관점을 피력했다.

미결정성의 문제

도펠트는 150년간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는 예측의 규칙(rule of predesignation)의 예를 들면서, 방법론이 경험적인 방식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라우든은 이에 대해 ①합의된 다른 많은 규칙들을 무시한 채, 하나의 사례만으로 자연주의적 방법론 전체를 공격하는 것은 문제라고 반박했고, ②아직까지 불일치를 보이고 있는 이유가 경험적 증거를 찾지 았았던 (도펠트와 같은) 인식론자들의 탁상공론에 있을 수 있다며 도리어 도펠트를 공격했다.

토대 제거하기

규범적 자연주의는 방법의 정당성을 그것의 (경험적, 귀납적) 산출성에 의해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는 “귀납에 대한 실천적 정당화”가 이용되는데, 토대론자들은 순환 또는 선결문제 해결의 오류를 염두에 두며 그러한 정당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의문은 토대 없이도 가능하다.

자연주의자들은 자신의 규칙을 개선하는 데 귀납의 매우 간단한 규칙을 이용하고, 점점 더 정제된 규칙과 표준을 획득해갈 수 있다. 이러한 자연주의자들은 사소한 문제에 동요하지 않는다. 자신의 오류를 스스로 수정해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