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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확률적인 자연 법칙은 자유의지의 실재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여겨진 반면, 1830년대 확률과 통계 법칙은 자유의지의 부재를 보여주었다. 케틀레는 "사회가 범죄를 예비하며 범죄인은 도구일 뿐"이라고 편지를 썼고(1832년), "도덕적 질서는 통계학의 영역에 들어오게 된다. ... 이는 인간 본성의 완벽성을 믿는 이들에게는 낙담스러운 사실일 것이다. 자유의지란 오로지 이론 속에서만 존재할 것처럼 보인다."라고 썼다(1836년). 즉 범죄와 자살을 관장하는 통계적 법칙이 있다면 범죄인들의 범죄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당대의 사람들은 인간의 행위가 확률 법칙의 영역에 속한다면 인간의 행위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통계적 숙명론에 따른 자유의지의 문제에는 크게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났다. 하나는 개인과 집단의 분리, 다른 하나는 지배와 피지배의 분리이다. | 1930년대 확률적인 자연 법칙은 자유의지의 실재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여겨진 반면, 1830년대 확률과 통계 법칙은 자유의지의 부재를 보여주었다. 케틀레는 "사회가 범죄를 예비하며 범죄인은 도구일 뿐"이라고 편지를 썼고(1832년), "도덕적 질서는 통계학의 영역에 들어오게 된다. ... 이는 인간 본성의 완벽성을 믿는 이들에게는 낙담스러운 사실일 것이다. 자유의지란 오로지 이론 속에서만 존재할 것처럼 보인다."라고 썼다(1836년). 즉 범죄와 자살을 관장하는 통계적 법칙이 있다면 범죄인들의 범죄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당대의 사람들은 인간의 행위가 확률 법칙의 영역에 속한다면 인간의 행위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통계적 숙명론에 따른 자유의지의 문제에는 크게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났다. 하나는 개인과 집단의 분리, 다른 하나는 지배와 피지배의 분리이다. | ||
첫째, 법칙은 집단에만 적용될 뿐, 개인은 여전히 자유롭다는 반응. 그러나 개인과 집단을 간단히 분리하긴 어렵다. 오늘날 범죄자의 환경에 기초한 정상참작은 통계적 법칙을 통해 개인의 책임을 일부 면제해주는 것 아닌가? 디킨스의 반공리주의적, 반통계적 소설 『어려운 시절』에서는 통계적 법칙을 설교하던 교사 그랜드그린드의 아들 톰은 도둑으로 발각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가 어떻게 법칙을 막을 수 있겠어요? 다른 이들에게 그렇게 말해 오셨잖아요? 아버지, 마음을 편하게 가지셔요." 디킨스는 소설에서 통계적 일반화의 타당성을 불신했고, 그에 따른 책임 회피를 조롱했다. 사실 지금도 "우리는 통계에 내재된 정상참작의 당위성과 그것이 책임 소재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242쪽) | 첫째, 법칙은 집단에만 적용될 뿐, 개인은 여전히 자유롭다는 반응(디킨스). 그러나 개인과 집단을 간단히 분리하긴 어렵다. 오늘날 범죄자의 환경에 기초한 정상참작은 통계적 법칙을 통해 개인의 책임을 일부 면제해주는 것 아닌가? 디킨스의 반공리주의적, 반통계적 소설 『어려운 시절』에서는 통계적 법칙을 설교하던 교사 그랜드그린드의 아들 톰은 도둑으로 발각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가 어떻게 법칙을 막을 수 있겠어요? 다른 이들에게 그렇게 말해 오셨잖아요? 아버지, 마음을 편하게 가지셔요." 디킨스는 소설에서 통계적 일반화의 타당성을 불신했고, 그에 따른 책임 회피를 조롱했다. 사실 지금도 "우리는 통계에 내재된 정상참작의 당위성과 그것이 책임 소재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242쪽) | ||
둘째, | 둘째, 우리는 피지배 집단에 적용되는 법칙을 바꿀 수 있다는 반응(윌리엄 파). 화재 발생에 관한 법칙이 있더라도 소방관의 배치, 건축 법규와 도시계획을 통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처럼, 지배 계층에 해당하는 우리는 피지배자인 그들에게 적용되는 법칙을 바꿀 수 있다. 케틀레, 파와 같은 공리주의적 개혁가들은 통계학에 의한 통제를 이용할 수 있었다. 연간 범죄율은 사회 질서의 '필연적 결과'이기에 입법가들은 이를 개선시키기 위해 변화를 도입해야 한다. 선의를 가지고, 식견이 뛰어난 우리가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통계적 법칙을 바꾼다. 물론 이러한 정책을 통해 지배 계층도 이득을 얻긴 했지만, 통계적 법칙은 기본적으로 계층에 관한 것이었고, 주로 측정된 것은 피지배계층인 '그들'이었다. '레미제라블'은 통계학자들이 애용했던 표준적인 전문 용어였다. 통계적 법칙의 또 다른 대상은 인종이었고, 여기서 우생학이 기원했다. 우생학의 동기는 공리주의적 개혁가들의 동기와 동일한 것이었고, 그 뿌리는 알려진 것보다 일찍 확립됐다. 1860년 파의 연설이 이를 입증하며, 그의 관심사는 화재 관리로부터 계층 관리, 나아가 인종 관리로 옮아갔다. | ||
통계적 숙명론과 자유의지 사이의 충돌 문제는 1820년대 이후에나 등장한 새로운 문제였다. 왜냐하면 그 전에는 통계적 법칙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문제가 이미 있긴 했는데, 바로 골상학 논쟁이다. 로버트 영은 "골상학이 질병은 특정 기관으로부터 비롯됨을 인식한 거대한 개혁의 일부였음"을 설득력있게 보여준 바 있다. 그런데 만약 형질이 뇌 속의 기관에 의해 결정된다면, 개인의 이러저러한 성향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는 것일까? | |||
골상학자 스푸르츠하임은 숙명론이란 비난에 대응하여 '성향'(propensity)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그는 여러 신체적 특징이 선천적으로 결정되듯, 정신적, 도덕적 특징 역시 부여받는 것이 무슨 문제냐며 반문한다. 그런데 그의 고찰 중 일부는 법칙에 대한 새로운 전체론적 해석을 보여준다. 물리적 법칙은 화학적 법칙의 지배를 받고, 화학적 법칙은 유기체의 법칙에 종속적이며, 후자는 인간 능력의 법칙에 종속된다. 그에게 자유로운 사람이란 자신의 성향과 동기를 알고, 그것들에 대해 고민하여 스스로의 행동을 결정하는 사람이다. 즉 그의 골상학에서 성향은 결정 요인과 분리되었는데, 이는 통계적 숙명론에서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통계학자들은 비슷한 논조를 폈다. "범죄의 성향은 분명 존재하지만, 개개인은 스스로를 도울 수 있는 도덕적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계학에서 자유 선택은 독립적인 미미미한 원인처럼 간주되었고, 따라서 개인들이 많이 모일수록 개인의 의지가 미치는 영향은 서로 상쇄되고, 통계적 법칙이 성립하게 된다. 즉 개인의 자유의지는 배제되지 않지만, 하찮은 원인이 되었다. | |||
=== 15장. 사회에 대한 천문학적 시각 === | === 15장. 사회에 대한 천문학적 시각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