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중립적 과학의 대안 찾기"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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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더 구체적인 논의를 위해 진화심리학, 더 넓게는 인간 행동에 대한 진화론적 접근을 둘러싼 논쟁을 사례로 살펴볼 것이다.
이에 대한 더 구체적인 논의를 위해 진화심리학, 더 넓게는 인간 행동에 대한 진화론적 접근을 둘러싼 논쟁을 사례로 살펴볼 것이다.
===4. 진화심리학 논쟁과 가치포용적 과학===
===4. 진화심리학 논쟁과 가치포용적 과학===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공통된 심리적 메커니즘을 진화론적으로 설명하고 규명하려는 기획으로, 1970-80년대 단순하고 흥미로운 가정들과 쉽고 간편한 실험방법들이 정립된 이후, 다량의 연구 결과를 산출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연구 분야이다.<ref>진화심리학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는 다음을 참고할 수 있다. 버스(2012)와 전중환(2019)은 진화심리학의 연구 성과들을 모은 표준적인 교과서이며, Downes(2014)는 진화심리학의 기본 가정들과 방법론에 대한 철학적 검토를 담고 있다. 랠런드와 브라운(2014)은 진화심리학을 인간 행동에 대한 다양한 진화론적 접근법들의 맥락 속에서 비교하고 있다.</ref> 진화심리학은 현대의 여러 문화 집단에 걸쳐 공통적인 특성을 뽑아 인간의 보편적인 본성으로 간주한 뒤, 그것을 과거 플라이스토세의 자연 및 사회 환경에서의 적응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이때 그들은 과거 석기시대 환경에서 자연선택된 것은 행동 그 자체가 아니라 행동을 형성하는 심리 기제라고 강조하는데, 이는 일종의 특수 목적 프로그램처럼 이해될 수 있다. 특정한 상황에서 받은 입력으로부터 행동을 산출하는 프로그램으로, 우리는 과거 환경에서 번식에 성공한 조상의 다양한 정교한 프로그램들을 물려받은 셈이다. 다만, 우리가 물려받은 프로그램들은 과거의 환경에 대한 적응 결과일 뿐이기 때문에, 급변한 현대 사회에서는 적응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공통된 심리적 메커니즘을 진화론적으로 설명하고 규명하려는 기획으로, 1970-80년대 단순하고 흥미로운 가정들과 쉽고 간편한 실험방법들이 정립된 이후, 다량의 연구 결과를 산출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연구 분야이다.<ref>진화심리학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는 다음을 참고할 수 있다. 버스(2012)와 전중환(2019)은 진화심리학의 연구 성과들을 모은 표준적인 교과서이며, Downes(2014)는 진화심리학의 기본 가정들과 방법론에 대한 철학적 검토를 담고 있다. 랠런드와 브라운(2014)은 진화심리학을 인간 행동에 대한 다양한 진화론적 접근법들의 맥락 속에서 비교하고 있다.</ref> 진화심리학은 현대의 여러 문화 집단에 걸쳐 공통적인 특성을 뽑아 인간의 보편적인 본성으로 간주한 뒤, 그것을 과거 플라이스토세의 자연 및 사회 환경에서의 적응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이때 그들은 과거 석기시대 환경에서 자연선택된 것은 행동 그 자체가 아니라 행동을 형성하는 심리 기제라고 강조하는데, 이는 일종의 특수 목적 프로그램처럼 이해될 수 있다. 특정한 상황에서 받은 입력으로부터 행동을 산출하는 프로그램으로, 우리는 과거 환경에서 번식에 성공한 조상의 다양한 정교한 프로그램들을 물려받은 셈이다. 다만, 우리가 물려받은 프로그램들은 과거의 환경에 대한 적응 결과일 뿐이기 때문에, 급변한 현대 사회에서는 적응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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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비판과 대응은 이미 지나간 옛날 얘기가 아니다. 진화심리학자 전중환은 2019년 저서 『진화한 마음』에서 진화심리학에 대한 오해가 여전하다며, “흔한 오해들”이라는 제목의 한 장을 통째로 할애하여 위와 같은 변호를 길게 서술하는 한편, 각 장 말미에도 유사한 변호의 말을 적어두었다. 그렇다면 대략 50년이 되도록 비판가들은 정치적 악용 가능성에 기초하여 진화심리학의 내용을 비판하고, 진화심리학자들은 오해를 받고 있다며 억울해 하는 상황이 지속되어 왔다는 것인데, 우리는 여기서 어떤 흥미로운 사실과 교훈을 발견할 수 있을까?  
이러한 비판과 대응은 이미 지나간 옛날 얘기가 아니다. 진화심리학자 전중환은 2019년 저서 『진화한 마음』에서 진화심리학에 대한 오해가 여전하다며, “흔한 오해들”이라는 제목의 한 장을 통째로 할애하여 위와 같은 변호를 길게 서술하는 한편, 각 장 말미에도 유사한 변호의 말을 적어두었다. 그렇다면 대략 50년이 되도록 비판가들은 정치적 악용 가능성에 기초하여 진화심리학의 내용을 비판하고, 진화심리학자들은 오해를 받고 있다며 억울해 하는 상황이 지속되어 왔다는 것인데, 우리는 여기서 어떤 흥미로운 사실과 교훈을 발견할 수 있을까?  


 
==== 1) 상이한 접근법의 공존과 상호작용 ====
====1) 상이한 접근법의 공존과 상호작용====
 
 
랠런드와 브라운에 따르면, 진화심리학은 현재 인간 행동에 대한 진화론적 접근법 중 가장 많은 연구자를 보유하고 활발히 연구가 이루어지는 접근법이다(랠런드와 브라운 2014, 371-375쪽).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보편적 특성만을 설명하겠다는 소박한 목표에서 출발했고, 100만년이 넘는 플라이스토세를 거치며 진화된 심리 기제는 최근 1만년 사이에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 가정했다. 또한 인간의 심리 기제는 범용 프로그램이기보다 특수 목적 프로그램일 거라 가정했는데, 이러한 가정들은 연구의 초점을 단순화시키는 동시에 풍부한 연구 질문들을 낳으며 진화심리학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 가정들은 제대로 정당화된 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쉽게 반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랠런드와 브라운에 따르면, 진화심리학은 현재 인간 행동에 대한 진화론적 접근법 중 가장 많은 연구자를 보유하고 활발히 연구가 이루어지는 접근법이다(랠런드와 브라운 2014, 371-375쪽).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보편적 특성만을 설명하겠다는 소박한 목표에서 출발했고, 100만년이 넘는 플라이스토세를 거치며 진화된 심리 기제는 최근 1만년 사이에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 가정했다. 또한 인간의 심리 기제는 범용 프로그램이기보다 특수 목적 프로그램일 거라 가정했는데, 이러한 가정들은 연구의 초점을 단순화시키는 동시에 풍부한 연구 질문들을 낳으며 진화심리학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 가정들은 제대로 정당화된 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쉽게 반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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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종과의 신중한 비교 연구도 진화심리학에 다양한 제동을 걸어주었다. 첫째, 진화심리학의 비판가들은 다양한 생물 종마다 짝짓기 전략이 상이함을 보여주는 발견들에 주목했다. 많은 포유류들이 “수컷은 경쟁하고 암컷이 신중하게 선택한다”는 모델을 따르긴 했지만, 반대의 전략을 가진 종들도 존재했다. 물론 이러한 발견은 트리버스의 부모 투자 가설을 곧장 반박해주진 못한다. 왜냐하면 반대 전략을 가진 종들은 대부분 수컷의 부모 투자가 상대적으로 큰 종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그 발견들은 부모 투자 가설만으로는 남성과 여성의 특징을 단순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둘째, 많은 비판가들은 인간만의 독특한 조건들을 강조함으로써, 젠더 유사성 가설의 설득력을 높였다. 예컨대, 세라 허디는 랑구르 원숭이에 대한 연구에서 암컷의 전략을 발견한 것처럼, 다른 포유류나 영장류와는 다른 인간의 특이한 조건에 주목하며 여성과 아기 및 다른 가족 사이의 전략이 공진화했음을 발견했다. 예컨대 인간만의 가혹한 양육 부담은 인간 사회에서 자주 발생하는 여성의 영아 유기를 설명하며, 남성과 친족의 공동 육아 전략의 진화를 설명한다. 그의 영향을 받은 학자들도 종간 비교 연구를 통해, 인간의 생물학적 이형성(남녀의 크기 및 형태 차이) 수준은 큰 편이 아니며, 인간은 남녀 모두 짝 선택 과정에서 경쟁적이면서 신중한 특이한 종임을 드러냈다. 인간의 부모 투자 또한 포유류 중에서 드물게 양성이 공유하며, 이례적인 장기적 짝짓기 관계 및 협동 양육 모두 공통된 진화적 원인을 가지거나 상호 관련된 것으로 간주됐다.<ref>여성주의 진화심리학자들에 의한 발견들은 최근 연구결과들을 종합한 리뷰(Wilson, Miller & Crouse 2017)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하지만 위버(Weaver 2017)는 여성주의적 진화심리학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며, 더욱 근본적인 비판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ref> 아기를 귀엽게 보는 인간의 보편적 성향은 여성 외의 친족 구성원들이 육아에 동참하는 형태의 적응이 일어났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발견들은 생물학적 적응과 문화적 적응, 유전자–문화 공진화가 얽혀 있음을 시사함으로써, 진화심리학의 고전적 가정들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다른 종과의 신중한 비교 연구도 진화심리학에 다양한 제동을 걸어주었다. 첫째, 진화심리학의 비판가들은 다양한 생물 종마다 짝짓기 전략이 상이함을 보여주는 발견들에 주목했다. 많은 포유류들이 “수컷은 경쟁하고 암컷이 신중하게 선택한다”는 모델을 따르긴 했지만, 반대의 전략을 가진 종들도 존재했다. 물론 이러한 발견은 트리버스의 부모 투자 가설을 곧장 반박해주진 못한다. 왜냐하면 반대 전략을 가진 종들은 대부분 수컷의 부모 투자가 상대적으로 큰 종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그 발견들은 부모 투자 가설만으로는 남성과 여성의 특징을 단순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둘째, 많은 비판가들은 인간만의 독특한 조건들을 강조함으로써, 젠더 유사성 가설의 설득력을 높였다. 예컨대, 세라 허디는 랑구르 원숭이에 대한 연구에서 암컷의 전략을 발견한 것처럼, 다른 포유류나 영장류와는 다른 인간의 특이한 조건에 주목하며 여성과 아기 및 다른 가족 사이의 전략이 공진화했음을 발견했다. 예컨대 인간만의 가혹한 양육 부담은 인간 사회에서 자주 발생하는 여성의 영아 유기를 설명하며, 남성과 친족의 공동 육아 전략의 진화를 설명한다. 그의 영향을 받은 학자들도 종간 비교 연구를 통해, 인간의 생물학적 이형성(남녀의 크기 및 형태 차이) 수준은 큰 편이 아니며, 인간은 남녀 모두 짝 선택 과정에서 경쟁적이면서 신중한 특이한 종임을 드러냈다. 인간의 부모 투자 또한 포유류 중에서 드물게 양성이 공유하며, 이례적인 장기적 짝짓기 관계 및 협동 양육 모두 공통된 진화적 원인을 가지거나 상호 관련된 것으로 간주됐다.<ref>여성주의 진화심리학자들에 의한 발견들은 최근 연구결과들을 종합한 리뷰(Wilson, Miller & Crouse 2017)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하지만 위버(Weaver 2017)는 여성주의적 진화심리학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며, 더욱 근본적인 비판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ref> 아기를 귀엽게 보는 인간의 보편적 성향은 여성 외의 친족 구성원들이 육아에 동참하는 형태의 적응이 일어났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발견들은 생물학적 적응과 문화적 적응, 유전자–문화 공진화가 얽혀 있음을 시사함으로써, 진화심리학의 고전적 가정들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2) 과장된 불일치와 점진적 일치====
====2) 과장된 불일치와 점진적 일치====


진화심리학자들은 앞서 살펴본 다양한 비판들에 대해 진화심리학 자체에 대한 비판이기보다 진화심리학의 연구 프로그램 내에서 포용될 수 있는 다양성과 유연성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는 진화심리학의 자연스러운 발전이라기보다 다양한 비판에 대한 점진적 수용 과정이자, 고전적 가정들의 약화 과정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또한 비판가들의 주장들도 점차 진화심리학과 양립가능한 방식으로 체계화되는 모습을 띠고 있다. 즉, 겉보기에 평행선을 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양측의 논쟁 과정에서, 서로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앞서 살펴본 다양한 비판들에 대해 진화심리학 자체에 대한 비판이기보다 진화심리학의 연구 프로그램 내에서 포용될 수 있는 다양성과 유연성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는 진화심리학의 자연스러운 발전이라기보다 다양한 비판에 대한 점진적 수용 과정이자, 고전적 가정들의 약화 과정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또한 비판가들의 주장들도 점차 진화심리학과 양립가능한 방식으로 체계화되는 모습을 띠고 있다. 즉, 겉보기에 평행선을 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양측의 논쟁 과정에서, 서로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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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점진적 일치는 ‘인간 본성’ 개념을 둘러싼 논쟁에서도 나타난다. 문화진화론에 우호적인 팀 르윈스(Tim Lewens)는 진화심리학의 악영향을 우려하여 ‘인간 본성’ 개념을 사용하지 말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본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고정 불변성이나 규범성을 연상시킴에 따라 윤리적 토론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특정 인종이나 성에 대한 전형적 사고를 강화한다는 것이다(르윈스 2016, 7장, 특히 296쪽). 반면 진화심리학에 우호적인 에두아르 마셔리(Edouard Machery)는 ‘인간 본성’ 개념을 단지 진화적으로 보편화된 인간 특성들의 집합으로 정의함으로써, 규범적 성격이나 고정 불변성에 대한 함축을 ‘본성’ 개념에서 빼면 된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인간 본성’ 개념의 찬반 양측의 내용적 차이가 과거<ref>‘인간 본성’을 둘러싼 과거의 논쟁은 에드워드 윌슨(Wilson 1978)과 데이비드 헐(Hull 1986)의 논쟁을 참고하라. 윌슨은 1978년 ''On Human Nature''라는 책을 출판하여 선천적인 인간 본성을 통해 사회 현상을 설명한 반면, 헐(David Hull)은 1986년 “On Human Nature”라는 논문에서 인간 본성이란 없다고 주장했다.</ref>에 비해 현저히 작아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진적 일치는 ‘인간 본성’ 개념을 둘러싼 논쟁에서도 나타난다. 문화진화론에 우호적인 팀 르윈스(Tim Lewens)는 진화심리학의 악영향을 우려하여 ‘인간 본성’ 개념을 사용하지 말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본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고정 불변성이나 규범성을 연상시킴에 따라 윤리적 토론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특정 인종이나 성에 대한 전형적 사고를 강화한다는 것이다(르윈스 2016, 7장, 특히 296쪽). 반면 진화심리학에 우호적인 에두아르 마셔리(Edouard Machery)는 ‘인간 본성’ 개념을 단지 진화적으로 보편화된 인간 특성들의 집합으로 정의함으로써, 규범적 성격이나 고정 불변성에 대한 함축을 ‘본성’ 개념에서 빼면 된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인간 본성’ 개념의 찬반 양측의 내용적 차이가 과거<ref>‘인간 본성’을 둘러싼 과거의 논쟁은 에드워드 윌슨(Wilson 1978)과 데이비드 헐(Hull 1986)의 논쟁을 참고하라. 윌슨은 1978년 ''On Human Nature''라는 책을 출판하여 선천적인 인간 본성을 통해 사회 현상을 설명한 반면, 헐(David Hull)은 1986년 “On Human Nature”라는 논문에서 인간 본성이란 없다고 주장했다.</ref>에 비해 현저히 작아졌다는 것이다.  
====3) 가치포용적 객관성과 방법적 제안====
====3) 가치포용적 객관성과 방법적 제안====


진화심리학 논쟁의 사례는 문제 영역을 공유하면서도 대립하는 다양한 접근법들이 오랜 기간 합의 없이도 각자의 목표와 가정에 기초한 연구를 통해 경쟁하며 생산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각각의 접근법은 연구자들이 추구하는 상이한 가치들과 결부되어 있으며, 이는 상이한 목표와 가정에 기초한 연구를 이끈다. 서로의 목표나 가정은 쉽게 반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오류의 폭로는 대부분 결정적일 수 없다.
진화심리학 논쟁의 사례는 문제 영역을 공유하면서도 대립하는 다양한 접근법들이 오랜 기간 합의 없이도 각자의 목표와 가정에 기초한 연구를 통해 경쟁하며 생산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각각의 접근법은 연구자들이 추구하는 상이한 가치들과 결부되어 있으며, 이는 상이한 목표와 가정에 기초한 연구를 이끈다. 서로의 목표나 가정은 쉽게 반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오류의 폭로는 대부분 결정적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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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접근법의 공존과 상호작용에서 얻어지는 객관성은 합의로부터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다른 객관성은 상이한 목표와 가정으로부터 얻은 연구 결과들이 가지는 의미를 확대해석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데서 나온다. 즉, 비판은 상대의 오류를 폭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전제를 명료화하고 각각의 접근법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결론의 한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객관성을 증진하고 오해와 갈등을 방지한다.
다양한 접근법의 공존과 상호작용에서 얻어지는 객관성은 합의로부터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다른 객관성은 상이한 목표와 가정으로부터 얻은 연구 결과들이 가지는 의미를 확대해석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데서 나온다. 즉, 비판은 상대의 오류를 폭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전제를 명료화하고 각각의 접근법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결론의 한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객관성을 증진하고 오해와 갈등을 방지한다.


진화심리학 논쟁의 역사에서 볼 때, 이러한 접근은 특히 절실하다. 진화심리학과 비판가 사이의 오랜 논쟁은 결과적으로 생산적이었음이 드러났음에도, 그 과정은 지나치게 소모적이었다. 그동안 여성주의적 비판은 진화심리학의 숨겨진 가치를 폭로하는 방식이 많았고, 반대로 진화심리학자들은 그것은 오해라며 “우리는 사실에 대해서만 다룰 뿐이다”라고 방어했지만, 이러한 폭로와 방어의 악순환은 갈등을 증폭시키고 대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였다. 보다 생산적인 대화를 위해, 가치 자체는 평가 대상이 아니며, 가치적재성 자체는 비난거리가 아니라는 점과 함께, “사실만을 말한다”는 대응 역시 효과적인 대응이 될 수 없다는 점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진화심리학 논쟁의 역사에서 볼 때, 이러한 접근은 특히 절실하다. 진화심리학과 비판가 사이의 오랜 논쟁은 결과적으로 생산적이었음이 드러났음에도, 그 과정은 지나치게 소모적이었다. 그동안 여성주의적 비판은 진화심리학의 숨겨진 가치를 폭로하는 방식이 많았고, 반대로 진화심리학자들은 그것은 오해라며 “우리는 사실에 대해서만 다룰 뿐이다”라고 방어했지만, 이러한 폭로와 방어의 악순환은 갈등을 증폭시키고 대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였다. 보다 생산적인 대화를 위해, 가치 자체는 평가 대상이 아니며, 가치적재성 자체는 비난거리가 아니라는 점과 함께, “사실만을 말한다”는 대응 역시 효과적인 대응이 될 수 없다는 점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7. 결론===
 


=== 7. 결론 ===
가치포용적 과학과 가치지향적 과학은 과학의 가치중립성 이념을 비판하며 등장한 두 가지 대안이다. 가치포용적 과학은 다양성을 통한 객관성을 강조하는 반면, 가치지향적 과학은 책임을 통한 정당성을 강조한다. 두 이념은 가치중립적 과학에 반대한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함께 결합되기 어려운 요소들을 가지고 있으며, 함부로 결합할 경우 바람직하지 않은 귀결을 낳을 위험이 있다.  
가치포용적 과학과 가치지향적 과학은 과학의 가치중립성 이념을 비판하며 등장한 두 가지 대안이다. 가치포용적 과학은 다양성을 통한 객관성을 강조하는 반면, 가치지향적 과학은 책임을 통한 정당성을 강조한다. 두 이념은 가치중립적 과학에 반대한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함께 결합되기 어려운 요소들을 가지고 있으며, 함부로 결합할 경우 바람직하지 않은 귀결을 낳을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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