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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13일 (화) 10:43 판
Ernst Mayr, Evolution and the Diversity of Life (Cambridge, MA: Havard University Press, 1975), pp. 26-29. Reprinted in Elliott Sober (ed.), Conceptual Issues in Evolutionary Biology, 3rd edition (Cambridge, MA: MIT Press, 2006), pp. 325-328.
본문
유형적 사고 대 개체군 사고
에른스트 마이어(Ernst Mayr) 지음, 정동욱 옮김
다윈의 『종의 기원』(1859)이 출판된 해는 진화에 대한 현대적 과학이 탄생한 해로 얘기되는데, 이는 올바른 평가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원년 이전에 긴 전사가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1859년에도 진화에 대한 믿음과 그 과정에 대한 출판된 증거와 그것의 인과 관계에 대한 사변들이 많이 존재했음에도, 다윈의 출판이 미친 영향이 너무 엄청났기 때문에 그것은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내가 보기에 다윈의 과학적 기여가 가진 중요성은 세 가지이다.
- 그는 진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증거를 제시했다.
- 그는 진화적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논리적이면서 생물학적으로 잘 뒷받침되는 메커니즘, 즉 자연 선택을 제안했다. 뮐러(Muller 1949, 459쪽)는 이러한 기여를 다음과 같이 특징지웠다.
다윈의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 이론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이론이었다. 그것은 우주의 본성과 우주 속 우리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미치는 함축의 중요성 면에서 코페르니쿠스에 의해 시작된 천문학 혁명도 능가한다. ... 다윈의 이[자연 선택의 질서 효과]에 대한 증거의 훌륭한 집대성과 그것의 수많은 측면 중 상당수에 대한 그의 예리한 전개는 오늘날까지 인간 사상의 역사에서 넘어설 수 없는 지적 업적으로 남아있다.
- 그는 유형적 사고(typological thinking)를 개체군 사고(population thinking)로 교체했다.
앞의 두 가지 다윈의 기여는 과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충분히 강조되었다. 그러나 다윈이 과학계에 “개체군 사고”라는 새로운 사고 방식을 도입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간과되었다. 이 개체군 사고란 무엇이며, 그것은 여태껏 지배적인 사고 방식이었던 유형적 사고와 어떻게 다른가? 의심의 여지 없이 유형적 사고는 자연의 혼란스러운 다양성을 범주들로 분류하고자 했던 원시인의 노력에 그 근원이 있다. 그에 따르면, 관찰된 가변성 아래에는 유한한 수의 고정된, 변치 않는 “이데아들(ideas)”이 존재한다. 이때 이데아는 고정된 동시에 실제하는 유일한 것인 반면, 관찰된 가변성은 — 플라톤의 우화에 기술된 것처럼 — 동굴 벽에 비친 사물의 그림자와 마찬가지로 실재가 아니다. 이 자연적 “이데아들” (유형들) 사이의 불연속성은 자연의 여러 간극들을 설명해주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17, 18, 19세기의 대부분의 위대한 철학자들은 플라톤의 관념론적 철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으며, 이 학파의 사고는 그 시기의 사고를 지배했다. 유형들 사이에는 점진적 변화(gradation)가 없었기에, 유형론자에게 점진적 진화는 기본적으로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진화는, 설사 그것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단계적으로 혹은 도약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개체군 사고의 가정은 유형적 사고와 180도 다르다. 개체군 사고는 유기적 세계에 있는 만물의 유일성(uniqueness)을 강조한다. 인간 종에게 참인 다음과 같은 사실, 즉 어떠한 두 개체도 같지 않다는 사실은 다른 모든 동물과 식물 종에게도 똑같이 참이다. 실제로, 동일한 개체조차도 그의 일생을 통해 다른 환경에 노출되며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모든 유기체들과 모든 유기적 현상들은 유일한 특징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통계적 용어를 통해서만 집합적으로 기술될 수 있다. 개체들 혹은 모든 종류의 유기적 존재들은 개체군을 형성하며, 우리는 그것의 산술적 평균과 편차(variation, 변이)의 통계를 계산할 수 있을 뿐이다. 평균은 통계적 추상일 뿐이며, 개체군의 개체들만이 실재성을 가진다. 개체군 사고와 유형적 사고의 궁극적 결론들은 정확히 반대이다. 유형적 사고에서는 유형(이데아)이 실재이고 편차[변이]는 환영(illusion)인 반면, 개체군 사고에서는 유형(평균)이 추상이고 오직 변이만이 실재한다. 자연을 바라보는 어떠한 두 가지 방식도 이보다 다를 수 없을 것이다.
자연에 대한 이러한 두 가지 기본 철학과 개념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진화 이론 분야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논쟁은 — 이렇게 많은 논쟁이 있는 과학 분야도 거의 없다 — 유형적 사고와 개체군 사고 사이의 논쟁이다. 두 철학이 동일한 자료에 적용되었을 때 나타나는 해석의 엄청난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 이제 나는 인종과 자연 선택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다룰 것이다.
인종
유형적 사고는 인종의 모든 구성원(representative)이 그 인종의 전형적인 형질을 가지며 다른 모든 인종의 모든 구성원들과 주어진 인종의 "전형적인(typical)" 형질에 의해 구별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모든 인종 이론은 이러한 기초 위에 세워져 있다. 본질적으로, 그 이론은 한 인종의 모든 구성원이 그 유형을 만족하고 다른 모든 인종의 대표들과 분명한 차이에 의해 구별된다고 주장한다. 개체군 사고도 인종을 식별하지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식별한다. 그들에게 인종이란 유성 생식을 하는 유기체 내에서 어떠한 두 개체도 같지 않으며 따라서 어떠한 두 개체군도 같을 수 없다는 단순한 사실에 기초해 있다. 두 개체군 사이의 평균 차이가 눈으로 식별되기에 충분히 크다면, 우리는 그러한 개체군을 서로 다른 인종으로 지칭한다. 이렇게 기술된 인종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동물과 식물 종의 2/3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자연 현상이다.
인종에 대한 개체군 관점에 관해서는 두 가지 점이 본질적으로 중요하다. 첫째, 그 관점은 인종들을 중첩 가능한 개체군 곡선들로 간주한다. 예컨대, 크기가 큰 인종의 가장 작은 개체는 보통 크기가 작은 인종의 가장 큰 개체보다 작다. 인종간의 비교에서 이와 같은 중첩은 조사된 거의 모든 형질에서 발견될 것이다. 둘째, 거의 모든 형질은 다른 형질에 대해 독립적으로 어느 정도 다양한 값을 가진다. 모든 개체는 어떤 형질에서는 개체군의 평균보다 높은 값을 가지지만 다른 형질에서는 개체군의 평균보다 낮은 값을 가진다. 모든 형질마다 정확히 개체군의 평균값을 보이는 개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달리 말해, 이상적인 유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 선택
개체군 사고와 유형적 사고 사이의 차이에 대한 완전한 이해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논쟁적인 진화 이론, 즉 다윈의 자연 선택을 통한 진화 이론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를 위한 기초로서 더욱 필수적이다. 유형론자에게 자연의 만물은 “좋거나” 아니면 “나쁘고”, “유용하거나” 아니면 “해롭다”. 자연 선택은 모 아니면 도 식의 현상이다. 그것은 선택하거나 아니면 거부하는데, 이때 거부가 훨씬 더 명백하고 분명하다. 그에게 진화는 새롭게 등장한 “유형”에 대한 시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새로운 유형은 선별 시험에 놓여져, 보존되거나 아니면 대부분 거부될 것이다. 진화는 더 우월한 유형의 보존과 더 열등한 유형의 거부, 즉 스펜서(Spencer)의 표현인 “적자 생존”으로 정의된다. 자연 선택이 이렇게 기술된 방식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온갖 종류의 철저한 분석을 통해 쉽게 보여질 수 있기 때문에, 유형론자는 필연적으로 다음의 결론에 이르게 된다. (1) 자연 선택은 작동하지 않으며, (2) 진화적 진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모종의 다른 힘이 작동해야 한다.
반면 개체군 사고는 자연 선택을 모 아니면 도 식의 현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모든 개체는 주어진 조건들의 집합 하에서 개체군의 평균과의 비교를 통해 선택적으로 우월하거나 열등할 수 있는 수천, 수만 가지의 각 형질들을 가지고 있다. 우월한 형질을 많이 가진 개체일수록, 그 개체가 생존하여 번식할 확률은 높아진다. 그러나 이는 단지 확률일 뿐인데, 왜냐하면 특정한 환경적 조건들과 일시적 상황 하에서, “우월한” 개체조차도 생존이나 번식에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 선택에 대한 이러한 통계적 관점에 따르면, “선태적 우월성”은 다음 세대의 유전자 풀(pool)에 대한 기여를 통해 조작적으로 정의될 수 있다.
참고 문헌
- Muller, H. J. (1949), “The Darwinian and Modern Conceptions of Natural Selection”, Proc. Amer. Phil. Soc. 93, 459-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