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골드슈타인 지음, 정동욱 옮김, "우리는 충분히 주의할 수 있을까?", 「윤리적 관광: 누구를 위한 것인가?」, 『논쟁 없는 시대의 논쟁』 (이음, 2009).
번역
우리는 충분히 주의할 수 있는가?
폴 골드슈타인(Paul Goldstein) 지음
정동욱 옮김
관광 산업의 원료는 사람과 문화의 살과 피다. - 말레이시아 인권 활동가, 세실 라젠드라(Cecil Rajendra)
- 마요르카(Mallorca), 6월, 안젤로의 바 : 영국 신사 차림의 백인 휴가객이 “Paco, dos cervesa por favor”(파코, 맥주 두 잔 줘요!)라고 주문하더니 능글맞게 웃으면서 같이 술을 마시는 친구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이 스페인 말투, 정말 쉽지 않냐?”
- 탄자니아 세렝게티(Serengeti), 1월, 이주 기간 : 사람들이 8대의 소형 버스 사이에 암컷 치타 한 마리를 가둔 채 사냥을 방해한다. 이 40마리의 두 발 달린 포식자들은 이미 점심식사로 배를 채웠으며 저녁도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치타는 아니다. 암컷 치타와 그 새끼는 이제 그들의 먹을거리를 찾아 다른 곳으로 가봐야 할 것이다. 아니면 굶거나.
- 인도 뭄바이(Mumbai), 3월, 빈민가 거리 : 울고 있는 아이가 음식을 구걸하며 손을 내미는 장면을 잘 차려입은 행인이 스쳐지나갈 때를 포착해 사진으로 찍는다. 아이의 비참함은 행인의 미끈한 옷과 함께 완벽하게 포착된다.
- 볼리비아 라파스(La Paz), 5월 : 1980년대의 티셔츠를 너무나 갖고 싶었던 한 관광객이 한 시간에 걸친 흥정 끝에 결국 알파카 스웨터 한 벌을 15달러에 사는 데 성공한다.
- 잔지바르 눙위(Nungwi) : 일광욕을 하는 이탈리아 여성 관광객이 자신의 벗은 가슴에 암갈색 선탠 오일을 바르고 있다.
- 카리브 해 도미니카 공화국 : 집으로 돌아가는 항공편을 타러 가기 전에 남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한 관광객이 묵고 있는 비치 호텔의 선물 가게에서 20달러를 쓰고 있다.
- 런던 플리트가(Fleet Street) : 한 언론인이 북부 스리랑카에서 발생한 타밀 호랑이(Tamil Tiger) 습격 사건에 관한 짧은 기사의 교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 티베트 라사(Lhasa) : 한 여행객이 포탈라 궁전(Potala Palace)에 들어가기 앞서 관광 그룹에 합류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이 사례들은 모두 흔히 벌어지는 일이며 또한 모두가 부주의한 행동들이다. 이 모두는 사람들이 현지의 의무와 감수성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거나 아예 인식조차 하지 못했음을, 간단히 말하자면 윤리적 파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종류의 수많은 일들은 어떻게 해서든 억제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국제 관광의 타고난 권리 따위는 완전히 땅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핵심적인 질문은 매우 단순하다. ‘우리는 우리가 여행하는 나라에 대해 주의하고 있는가?’ 만약 이에 ‘별로 그렇지 않다’라고 답한다면, 국제 관광의 앞날은 암담할 것이다. ‘바다, 모래, 섹스, 술, 값싼 쇼핑’의 풍조는 사려 깊고 안목 있는 여행가를 위해 남겨진 소중한 소수 민족 집단의 멀쩡한 정신까지 삼켜 버릴 것이며,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지역까지도 파멸과 타락으로 몰고 갈 것이다.
문제는 명백하다. 그러나 해법은 어렵고 복잡하며, 많은 경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한 관련된 모든 이들 ― 관광객, 여행사, 관광업자, 호텔 그룹, 항공, 국가의 관광협회 ― 이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끈기를 갖고 행동에 임해야만 한다. 다음은 아주 중대한 질문이다. 쉬운 말로 해보자. 관광객은 무엇을 가지고 오는가, 그들은 무엇을 남기는가, 그들은 무엇을 가지고 가는가?
책임관광의 탄생
1970년대에 접어들 무렵, 최초로 자동차들이, 보통은 옛 군용 트럭들이 유럽을 가로질러 아프가니스탄, 네팔, 인도와 같은 전통적인 보루들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많은 경우, 이는 몇 안 되는 주류 여행사들이 건드리지 않고 내버려둔 땅을 발견하기 위한 값싸고 모험적인 방법이었다. 이것이 바로 그 방식의 매력이었으며, 비록 그 시장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이런 스타일로 여행하고 싶다는 열망이 끓어오르고 있다. 이들 초창기 탐험대는 길을 내지 않았고 미래의 여행가들을 위한다는 이유로 지역을 오염시키지도 않았다. 이는 신선한 여행 방식이었고, 여행가와 여행지 양쪽 모두에게 똑같이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개발도상국은 이런 스타일의 여행이 주는 기회로 개발도상국은 돈을 벌었고, 관광객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현지인들의 이익도 증가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훈훈한 옛날 이야기는 미래의 모델이 되지 못한다. 새로이 공급된 수많은 비행기와 더불어 더 값싸고 더 자주 다니는 항공편이 등장하면서, 욕구는 많지만 교육은 받지 못한 대중이라고 하는 잠재적 재앙이 등장하게 되었고, 아직 여행의 유아기에 있던 세계는 그 대중에 의해 위태로운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관광에서 양심의 목소리가 성장하면서, 매우 드물기는 했지만 그것이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의 일이었다. 불행히도, 대기업, 단체, 주류 여행사들은 아무런 경계심도 갖지 않았던 토착 인구에 수백만 명의 여행객을 쏟아 넣었고, 이는 관광 시장을 성장시키는 동시에 수많은 나라의 힘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많은 경우, 그들은 ‘이익’을 얻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지역들에 무자비한 상업적 ‘가치’를 부여했으며, 그 영향은 해로운 것이었다. 다른 경우에도 이익이라고 하는 것은 극미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짜증나는 일은 부족한 정보와 무지 때문에, 다수의 관광객들은 어떻게 하면 현지인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을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휴가를 마치게 된다는 점이었다. 거기에는 아무런 나쁜 의도도 없었다. 다만 부주의와 무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다수의 관광객은 무엇을 가지고 왔는가? 꼴불견인 옷, 햇빛 차단제인 앙브르 솔레르(Ambre Solaire), 면세점에서 사온 술. 그들은 무엇을 남겨주었는가? 거의 없다. 그들의 돈은 보통 국제 체인점이나 오늘날 관광의 최대 거머리인 일체포괄형(all-inclusive) 호텔에 사전 지불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엇을 가지고 가는가? 선탠으로 벗겨진 피부, 흐릿한 행복의 순간들, 콧물과 배탈(runny tummy), 방문지에 관한 유해한 지식.
혐오스런 가죽 거래가 매력을 잃어가던 무렵, 일군의 전직-여행가들이 여행사를 차리더니 주류 여행사의 근시안적인 시각에 대항해 외국에 대한 보다 폭넓고 동정적인 시각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여행사들은 분명 여행하러 가는 지역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개발도상국으로의 여행에 진정으로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한 매출을 내고 있는 곳은 그 중 극소수에 불과하다. 또 자신을 ‘생태(eco)’ 회사로 묘사하는 경우가 흔하면서도, 그들이 높은 도덕적 기초에 바탕한 항구적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 대부분은 취미 조직으로, 부유한 애호가 임원들의 방랑 욕구를 충족시켜주거나 혹은 사회적 양심을 위한 재빠른 해법을 제공함으로써 돈을 버는 일을 하고 있다. 물론 그들은 중요하다. 물론 그들이 차이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그들은 책임관광에 정통해 있는 사람의 요구를 만족시킬 뿐, 아직까지 젖을 떼지 못한 수준인 대중의 요구는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생태’는 주요한 작명 어구로서, 이 동정적인 말은 무엇인가 더욱 암울한 결과에 두루뭉수리한 이름만 제공해줄 뿐이다. 1990년대 초반, 여행 업계에는 두 종류의 ‘생태’ 문구가 신물이 날 정도로 널리 보급되었다.
관광객이 아닌 여행가가 되자, 사진만 찍고 발자국만 남기자
이 두 가지는 모두 달콤한 말장난의 고전적인 사례이다. 이 문구들은 사회적 여행의 정체성은 만족시키지만, 실제로는 생색내기용 문구에 불과한 것으로서 오히려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가 자신을 무엇이라고, 예를 들어 본인이 좋아하는 별명이든 보호용 이름이든 간에 무엇인가를 골라 무엇이라고 부를 수는 있겠지만, 장기 비자를 받지 않은 채 자신의 주거지를 떠나 있다면 우리는 모두 관광객으로 정의된다. 이것이 ‘해외’를 여행 중인 우리들 대부분에 대한 정확하고도 정직한 표현이다.
사진과 발자국이라는 두 번째 슬로건은 교묘하고 사악하다. 이 매끈한 문장은 좋은 의도를 표명하고 있기는 하지만 진짜 의미를 따져보면 별다른 알맹이가 없다. 무언가를 남기고 싶다면 돈을, 특히 경화(hard currency)[달러처럼 국제적으로 교환 가능한 통화]를 남겨라. 많은 돈은 다른 그 무엇보다도 현지인들의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 지역에서 관광이 갖는 중요성과 가치를 그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그 가장 좋은 방식은 보상이다. 방문객과 업체를 명백하게 환영하지 않는 경우라면 이것도 존중되어야 한다. 가장 나쁜 것은 관광이 원주민 사회를 ‘보호’한다는 이데올로기적인 미션을 취하면서 실제로는 그들의 진보를 방해하는 경우이다. 가난한 사람과 야생동물을 돕는 자선단체 모두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방문과 기부가 훨씬 더 진지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많은 경우에 관료제와 부패로 점철된 개발도상국에서 국민들에게까지 파급될 수 있는 기부나 보상을 하는 데에는 걸림돌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것이 핑계로 이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생태관광’이라는 말을 거부하고자 할 때 중요한 것은 그 비판의 근거이다. 이 공허한 구절은 개발도상국에 침입한 죄에 대한 무조건반사에 불과할 뿐, 거기에는 아무런 결과물도 없다. 지속가능한, 윤리적인, 책임있는 관광은 이 영역의 유익한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으며, 이 복잡하고 감성적인 장기(long-term) 방정식에서 다양한 배역의 참가자들은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아래에서는 각각이 맡을 역할을 제시해보도록 하겠다.
관광객
국제 관광은 조금도 간편해지지 않았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행 예약은 아주 오래 걸리는 일이다. 많은 닷컴 기업들 ― 온통 과대 선전에 실체가 없기 일쑤였던 ― 이 최근 문을 닫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컴퓨터 통신을 통해 직접 휴가를 예약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자신들이 정확히 어디로 가게 될 것인지, 또는 현지의 생활 방식으로부터 정확히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은 그들의 목적지에서 뭔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하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으로 가는 여행객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a) 주류 여행객 (b) 배낭 여행객 (오퍼레이션 롤리(Operation Raleigh)와 같은 단체를 포함해서) (c) 소그룹 여행객.
주류 여행객
매년 홀로 영국을 떠나 개발도상국을 방문하는 수백만 명의 여행객들과는 진짜로 차이가 날 수 있는 범주이다. 현재 인기 있는 여행지는 도미니카 공화국, 브라질, 케냐, 탄자니아, 스리랑카, 감비아 등이며 이곳에서는 흔히 전세 버스가 제공된다. 이 때 현지인들은 해변 행상을 하거나, 술집 혹은 음식점을 차리거나, 택시나 보트를 운전하거나, 사찰 관리인을 하거나, 보호구역 관리인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다수의 여행객들이 호텔에서 사육된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 주변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중에는 가난한 어부를 몰래 사진찍고자 ‘용감하게’ 외출을 감행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 행동이 침해라거나 결례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다른 문제도 있다. 관광객은 현지 환경에 지울 수 없는 얼룩을 남기곤 하는데, 이것이 부도덕한 국제업체들에 의해 감추어진다는 점이다. 바디샵(Body Shop)의 창시자인 아니타 로딕(Anita Roddick)이 적개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길, “여행을 하면 할수록, 당신은 관광의 어두운 면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나는 쓰레기 청소에 헌신적인 관광업자를 본 적이 없다. 문화는 침략당하고 음식, 언어, 산호초, 토지는 사라져간다”.
관광객과 관광업자는 단단히 얽혀 있다. 양쪽 모두의 성실한 노력이 없다면, 특히 교육이 없다면 별다른 변화도 없을 것이다.
배낭 여행객
배낭 여행객은 현지 사회에 많은 것을 가져다줄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배낭 여행객은 대부분 통상적인 관광객보다는 더 긴 시간을 보내지만 지갑 사정은 일반적으로 넉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윌리엄 서트클리프(William Sutcliffe)의 『당신은 체험당하고 있는가?』(Are You Experienced?)라는 히스테리컬한 책은 인도를 돌아다니는 극히 질나쁜 배낭 여행객들의 유형을 속속들이 해부하고 있다. 게다가 그가 그려낸 광경은 결코 허구가 아니다. 책에 묘사된 유형의 젊은 여행객은 매우 오만하고 무례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뒷주머니에 가이드북 『론리플래닛』(Lonely Planet)을 꽂고서는 돼지우리 같은 여인숙을 뒤지고 다닌다. 아무리 가난해도 낯선 이들을 반갑게 받아주는 사람들의 호의 ― ‘현지인들은 매우 친절하다’ ― 를 등쳐먹고 다니면서, 그들은 자신이 현지 문화에 푹 빠져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 배낭 여행객 무리에게 어떤 문도 열어주지 않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나라마저 존재할 정도이다. 예를 들어 부탄(Bhutan)에서는 현지 정서에 부합하는 방식의 관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조심스러운 제한 정책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제 그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무거운 세금을 감당할 능력이 있어야만 한다. 원컨대 그 세금이 부적절한 결과로 이어지는 일은 없기를(이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제 배낭 여행객은 대신 네팔에 가고, 그곳에서도 조직적인 것이라면 모두 멀리 하면서 어떤 것이든 싸게 구하려고 애쓰고 있다. 머리 한편에서는 자신이 도덕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보다 거슬리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인도에서 발이 묶인 두 소녀의 이야기를 들 수 있다. 그들은 히치하이크를 시도했는데 트럭 운전사가 10루피(각각 15펜스[약 280원] 가량)를 요구했다. 내릴 때쯤 둘 중 한 명이 가이드북을 훑어보더니 요금이 5루피여야 하는데 운전사가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며 빽빽거렸다 한다. 런던의 택시 운전사한테 그런 행동을 한번쯤 시도해보길 바란다. 원색적인 욕을 들어보고 싶다면 말이다.
인기가 높아진 여행지는 다양한 가이드북에 수록되는데, 유감스럽게도 이 가이드북이 앞으로 몇 년 동안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 책들은 사람들에 관해서는 거의 얘기하지 않은 채 거기에 어떻게 가는지, 어디서 먹고 묵을 수 있는지, 관광 명소가 어디에 있는지만 가르쳐준다. 그러면 관광객들은 불평을 늘어놓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거기에 수록된 가격들은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변한다는 사실을 계산에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격 문제로 가게 주인이나 호텔업자와 빈번히 싸우게 된다. 이러한 밉살스러운 하위문화는, 사람을 만나고 문화를 마주하겠다는 의도보다는 누가 가장 적은 돈으로 가장 많은 장소를 여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벌이는 동료 여행객과의 경쟁심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남들을 신경쓰지 않는 만큼이나 진저리나는 일종의 스포츠 경주와도 같은 것이다.
진정한 스키광 ― 오로지 스키를 타기 위해 아무 일이라도 해치우는 사람들 ― 처럼, 마음씨 넓은 배낭 여행객들도 상당히 많다. 그들은 인정도 많고 씀씀이도 후하다. 꼭 돈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동정심 그리고 현지인들과의 교류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들은 현지의 게스트 하우스, 술집, 음식점에 자주 가고 현지 사회의 수입원이 되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가이드북은 묵지 말아야 할 곳을 찾는 일에만 사용된다. 이 사람들은 거의 기본적으로 책임관광의 짐을 짊어지고 있다. 많은 동시대인들이 더럽혀놓은 서구인에 대한 인상을 지우기 위해 그들은 친선 대사처럼 행동한다.
소그룹 여행객
결코 성인(saint)의 수준은 아니지만, 다른 여행객들에 비한다면 희망적이다. 그들의 대다수는 ‘나홀로 여행’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안심과 친교를 위해 그룹에 참여한다. 이들의 가이드는 대체로 현지인이며, 8명에서 16명 규모의 그룹을 이끈다. 에어컨 나오는 전세버스에 앉은 40~59명의 응석받이를 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에게 여행의 최대 즐거움은 교통이나 숙박을 별다른 개성도 없는 국제 호텔에서 허비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롱하우스(long house)[북미 인디언들의 전용주택]나 론더벨(rondavel)[아프리카식 원형주택]이나 유르트(yurt)[몽골식 이동주택]에서의 숙박이 소중한 일이 되고, 휴가의 성공도가 인력거, 카누, 3류침대차 여행 등에 의해 측정된다. 그다지 단정한 옷차림이 아니더라도 그들은 파티에 자주 참석하며 주인에게도 환영을 받는다.
1990년대에 남부 아프리카 지역의 지상 경치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수많은 대규모 현지 여인숙들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여행객들은 이 부류의 여행객들을 매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로부터 1년쯤이 지난 후, 현지 관광당국은 방 8개짜리 여인숙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500달러를 쓰는 소수의 멋쟁이 신사들보다 18명의 여행객으로 꽉 채워진 트럭 한 대가 실제로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멸당했던’ 이 여행객들은 경화(hard currency)[달러처럼 국제적으로 교환 가능한 통화]로 비용을 지불했고, 그 돈은 그것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의 손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여행업자
많은 경우에, 악덕 여행업자들은 수년간 윤리적 관광을 정체시킨 주범이다. 여행업자로서의 그들이 지속가능성의 견지에서 볼 때 현지 경제에 상당히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행지 국가에 제공해야 할 만큼을 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달갑지 않은 아이러니이다. 이런 범주에 속하는 조직은 소매업체, 주류 도매업체, 그룹 여행 조직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소매업체
20년 전부터 많은 소매업체들은 도매업체와 위계적으로 통합되면서 전혀 다른 중요성을 갖게 되었고, 2001년 9.11 테러 이후에는 거대한 합병이 일어났다. 10년 전에도 그들이 냉혹한 비즈니스에서 주로 고려했던 것은 회계사와 주주의 만족이었다. 이것이 ‘시장 점유율’을 위한 경주와 얽혀들면서 윤리적 파국으로 가는 완벽한 조리법을 탄생시키게 된 것이다. 온라인 예약자의 증가와 더불어 무자비한 경쟁 및 소매 대리점 과잉으로 인해, 구두 서비스는 비공식적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지금 소매상들이 변함없이 팔고 있는 것은 할인 상품이다. 즉 적어도 15%가 할인된 가격으로 대량 판매되는 400파운드짜리 휴가 상품으로서, 이런 상품들은 여행객 한 사람 당 몇 파운드에 불과한 차익을 남긴다. 이런 상황을 바로잡기에 너무 늦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비스가 회복될 때까지는 거대 비즈니스의 이념이 여행객과 작은 개인 소매업체 모두를 인질로 삼은 채 돈을 뜯어낼 것이다. 소매업체들의 직원은 초라한 임금을 받으며 고객 서비스는 예전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영국 대중이 자신의 휴가를 희생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대로 가는 것은 재앙일 뿐이라는 불길한 예고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대다수는 여전히 향후 10년 동안은 전적으로 여행 대행사를 통해 예약을 할 것이다.
전문적인 회사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 할인과 서비스라는 이름의 루비콘 강을 건너지 않은 작은 회사들도 꽤 있으니까 말이다. 몇몇 복합회사(multiple)들 역시 살아남을 것이다(나머지는 가치를 잃고 점차 잊혀져갈 테지만). 그러나 작은 체인이나 독립업자들은 점점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점점 인색해져가고 있는 항공 수수료도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윤리적 관광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할수록, 소매업체들이 고객 기반에 대해 더 나은 정보를 알게 될 것은 분명하다. 최근 티어펀드(Tearfund)의 조사에 따르면, 65%의 여행객이 휴가를 갈 때 여행 대행사나 여행업자로부터 현지 경제에 기여하고 환경을 보존하며 책임 있게 행동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절반 이상은 좋은 노동 조건을 보장하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문화된 규약을 가진 회사에서 휴가를 예약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러한 고무적인 통계는 여전히 묵살당하고 있다.
주류 도매업체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도매업체들은 순전히 이윤에 따라 움직인다. 자신들이 환경을 돌본다는 거짓말을 적어 넣은 몇 해 전의 300쪽짜리 브로셔는 그들의 양심을 살짝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그 브로셔는 다양한 환경 단체에서 쓰던 녹색 상징을 멋대로 갖다 쓰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각 여행객으로부터 일정액을 적립해 기부한다고 떠들어댔다. 그러나 이는 빈말에 불과하다. 그 액수는 한 사람 당 1파운드 정도에 불과했으며,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기록도 거의 남지 않았다. 주주들에게 보고를 하게 될 정도로 회사가 크게 성장하면 이러한 작은 양보 조치들마저도 중단되고, 그 회사에는 그런 조치들이 없다는 사실만이 분명해지게 된다. 이는 그들의 대략적인 관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식당 주인, 생태-환경주의자, 소형 호텔업자, 해변 노점상에 이르기까지, 분노에 찬 사람들은 다양하지만 그들이 행사할 수 있는 힘은 현재의 상태를 바꾸기에는 너무 약하다. 과거에 도미니카 공화국은 카리브 해의 작고 가난한 섬이었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지금도 여전히 작고 가난한 섬이다. 이제는 747 제트기가 다닐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비행기는 날아다니면서 세계에서 가장 고요한 바다를 순항하는 커다란 수상 호텔에 승객들을 쏟아붓는다. 수상쩍게도 이 수상 호텔은 호텔이 아닌 배로 분류되어 있다. 승객들은 각 섬을 방문하면서 미리 정해진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게 되며, 그들의 잠자리는 선내에 정갈하게 마련되어 있다.
카리브 해의 다른 많은 호텔들처럼, 현재 도미니카 공화국에 있는 대다수의 호텔은 일체포괄형(all-inclusive) ― 그 안에 모든 것이 갖추어진 ― 고립지역이다. 여행객을 실어나르는 것은 호텔 버스이다. 그들은 호텔로 단체 소풍을 온 것이고 혼자서는 절대로 호텔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거기 있는 동안에는 경화가 되었든 연화가 되었든 간에 단 한 푼도 현금을 쓸 필요가 없다. 요금은 일체포괄 방식으로 선불로 지불되고, 일체포괄의 개념은 그저 편리한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그 함의는 거의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다. 슈퍼클럽(Superclubs)[초대형 리조트 회사의 하나]이나 샌달(Sandals)과 같은 국제 체인들은 엄청난 수익을 올리지만, 현지인에게 돌아가는 것은 보잘 것 없는 파이 조각뿐이다. 이는 어떻게 보아도 괘씸한 일이다.
이러한 이기적인, 자기중심적인 일체포괄형 숙박시설에는 많은 잠재적인 문제 사례들이 있다.
- 세인트루시아(St Lucia)의 고통받던 현지 상인, 식당, 술집, 가게들은 수지를 맞추기 위해 모든 일체포괄형 여행객에게 2%의 세금을 도입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정부는 그 제안에 호의적이었지만, 강력한 일체포괄형 회사들의 압력에 굴복해 결국 거부하게 되었다.
- 감비아의 외국계 관광업자들은 정부의 일체포괄형 리조트 금지령을 반대했다. 그러나 관광과 관련이 있는 감비아 국민들 중 99%가 금지령에 호의적이었으며, 실제로 선윙(Sunwing) 호텔은 이 금지령 때문에 문을 닫기도 했다. 이는 마치 주민의 승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이 금지령은 해제될 참이기 때문이다.
- 1989년 멕시코 정부는 개발을 이유로 칸쿤 반도(Cancun Peninsula)의 와툴코(Huatulco) 주민들을 이주시켰다. 가게 주인이었던 마리나 가르시아(Marina Garcia)는 이렇게 증언한다. “해변에 위치해 있던 우리 마을에는 500가구가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마을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기념품 가게나 노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어떤 달엔 벌이가 괜찮지만 어떤 달엔 벌이가 신통치 않아서 월세 80파운드도 지불하지 못할 정도이다.”
주민들이 ‘공공’ 해변에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자메이카에서는 해안에서 주민들이 노는 것이 불법이다. 할인, 시장 점유율, 일용품 판매, 대안 결여, 이 모든 것들이 해로운 하위문화를 더해가고 있는데, 이는 매년 현지인들과 환경으로부터 희망을 앗아가고 있다. 이들 중 가장 큰 범죄는 여행객들이 보다 윤리적인 휴가를 위해 추가적인 돈을 지불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은 추가적인 돈을 지불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어떤 대형업자들도 그러한 혁명적 변화를 자신이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현지 주민과 윤리적 관광 단체 외에 그들에 대한 실제적인 압력이 조금이라도 있는가? 없다.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룹 여행 조직
이들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은 올바르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점이 있다면, 경쟁적인 항공 요금 하에서는 이익을 남기기에 충분한 수의 항공편을 띄우지 못해 이들 중 많은 수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시장 점유율’, ‘다양성’, ‘고객 관리’와 같은 마케팅 교리뿐만 아니라 이 관광 분야의 성장 과정에 주입되고 있는 논란 많은 ‘신규’ 자본 때문에, 그들의 미래는 이중으로 불확실하다. 만약 그들이 시장에서 사장된다면 이는 전체 산업에 손실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들이 잘 하는 것은 동정적인 눈과 현지 지불용 경화를 준비시켜 여행객 그룹을 세계 구석구석의 개발도상국으로 데려가는 일이다. 많은 배낭 여행객들처럼 그들 역시 현지 가이드를 채용하고 낙후지역의 관광명소를 찾아 간다.
이 회사들은 자금이 풍부하지 않고, 그들 모두는 점점 회계사의 요구, 손익 재무제표의 횡포 그리고 ‘벤처 자본’이라는 이름의 트로이 목마의 주입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 특히 벤처 자본은 회사의 영혼을 거세한다. 훌륭하고 철저했던 원칙들은 종종 타협의 대상이 되고 곧 소진된다. 전부가 암울한 것은 아니다. 아직은 여행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고수하는, 윤리적으로 건전한 작은 회사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된 것들을 막아내기에 이것만으로 충분한 것일까? 그들은 현지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지속가능한 원칙을 사용하며, 고객이 방문하는 많은 나라에 대해 진지하게 걱정한다. 많은 보상을 주면서 적은 영향을 주는 관광, 이는 주류 업체들의 그것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원칙이다.
돈이 덜 드는 저가 휴가는 관광 달력의 일부가 되었지만 이는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수준과 질이 떨어지는 휴가를 종종 맛보게 되는 소비자의 경우에는 특히 그럴 것이다. 근거리 관광 시장의 경우, 지리적으로 선진국이라 하더라도, 저가 관광의 질주는 붙잡아 세우기에 너무 멀리 가버렸다. 그러나 저가 관광의 윤리적, 금전적 문제에 대해 가능한 해법은 다음과 같은 형태를 띨 수 있을 것이다.
- 개발도상국으로의 저가 관광 상품을 모두 중단한다.
- 이 중단 선언을 널리 공표한다.
- 그동안 저가 상품을 내놓느라 손해 본 만큼의 돈을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한 관광 자선단체에 내놓는다.
이 지역으로의 여행은 전체 여행 목적지의 작은 부분밖에 차지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공표의 효과는 아주 클 것이다. 여행객은 이 윤리적 운동을 ‘구매’할 것이고, 회사는 아무런 금전적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원래 저가 할인으로 인해 빠져나갔던 돈이었기 때문이다.
현지업체
윤리적 관광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 현지 매니저가 갖는 도덕적 임무는 국제적인 주류 도매업체만큼이나 크다. 그들은 어느 호텔에서 묵을지, 무슨 버스업체를 이용할지 등등을 말 그대로 ‘현지에서’ 결정한다. 비용 삭감이나 엉터리 서비스를 초래할 수도 있을 압력을 업체로부터 받기도 하지만, 그들이 수행하는 역할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몇몇 나라의 경우, 그들은 정부로부터 엄중한 통제를 받는다.
티베트
중국은 티베트의 현지 관광 가이드를 중국인 직원으로 교체하고 있다. 티베트 사람인 가이드가 티베트의 정치적 상황을 서구 관광객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중국은 허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이 점령 권력으로서 통상적으로 자행하는 윤리적 유린이나 부도덕한 행동의 일부 사례일 뿐이다. 자기 나라로의 입국을 금지당한 달라이 라마는 여행객들에게 계속 티베트를 방문해줄 것을 간청하면서, 특히 티베트인들의 관광 시설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인 국제업체들 중에서는 단 두 곳만이 중국/티베트에서 독자적인 차량을 운행하면서 중국 정부가 정해준 것이 아닌 여행객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쿠바
관광업체들이 그려낸 쿠바의 이미지는 푸른 바다, 향기 나는 담배 연기, 삼바와 살사의 쾌활한 리듬들이다. 이것은 사실이다. 거의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바라데로(Varadero)의 엄격히 통제된 거처에서 이를 경험하게 되니까 말이다. 지역 화폐로 보통의 시민은 기초적인 생필품만을 구입할 수 있으며, 그래서 100달러를 벌기 위해 쿠바의 춤 강사는 일주일 내내 관광객 학생들을 모아서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33살의 춤 강사인 다미안 디아즈(Damian Diaz)에 따르면 이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만약 춤을 배우는 학생들과 함께 내가 공공장소에 있으면, 경찰은 나를 멈춰 세우고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요구할 거예요. 내가 마약 밀매를 하지는 않을까 의심하기 때문이지요. 관광지에서 뭔가를 먹고 싶거나 관광지 해변에 가고 싶어도, 나는 그럴 수 없어요. 쿠바인들은 그곳에 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니까요.” 이는 단지 호텔의 문제가 아니며, 정부와도 관련된 문제이다. 이는 잠시 후에 논의할 것이다. 쿠바 내국인에 대한 이런 제한 조치들 중 일부는 카스트로가 만든 것이다.
항공사
그들이 도울 수 있을까? 그렇다. 그것도 아주 쉽게. 개발도상국으로의 새로운 항로를 하나 개척하고 나면, 그들은 곧 그 나라와 국민에 대해 엄청난 권력을 얻게 된다. 자신이 실어 나른 관광객들이 항공사만이 아니라 현지 사람들에게도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증하기 위해서, 그들은 그곳 정부와 관광 부서와,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현지 국민들과 가깝게 일해야 한다. 가난한 세계로의 여행에 대한 여행객들의 걱정은 개발도상국에서의 관광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높아진 인식을 항공사가 보여줌으로써 완화될 수 있다. 영국 항공(British Airways)의 호소문 ‘좋은 일을 위한 거스름돈’은 승객들의 잔돈이나 거스름돈을 모아 현지 자선 사업에 기부하는 사업으로서, 하나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의 윤리 정책은 임원에서부터 직원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완전히 받아들여져야 하며 또 소화되어야 한다. 항공사의 엄청난 영향은 그런 후에야 적절하게 제어될 수 있을 것이다.
관광협회 / 정부
개발도상국에서는 이 둘이 긴밀하게 얽혀 있다. 관광협회는 정부로부터 전액 또는 일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운영되며, 시장에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한 협회의 활동은 이 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이미지는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공개적인 선전을 통해 이미지를 높이는 것은 좋은 관광협회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재난과 같은 사건으로부터 입게 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능력 또한 핵심적이다. 홍콩, 뉴질랜드, 태국,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유럽 국가들의 경우를 제외하면, 현재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관광협회들은 대부분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관광협회들은 직원도 부족하고 재정도 너무나 부족하다. 그들의 정부가 저지르는 잘못이 여기에 있다. 관광객의 달러는 간절히 원하면서도 문제가 생기면 우는 소리만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긁어모으는 돈은 어마어마하지만 현지 경제와 실제 여행객이 얻는 이익은 보잘 것이 없다.
케냐
관광으로 엄청난 수입을 벌어들이면서도 동아프리카의 이 나라에 놓인 도로는 왜 최악인 것일까? 본국을 떠나기 전에 각 관광객이 내는 50달러의 비자 비용은 어떻게 된 것일까? ‘돈과 현재’만을 생각하는 태도는 엄청난 해악을 끼치고, 전망의 결여는 실제적인 개발을 방해하고 있다. 리처드 리키(Richard Leakey)처럼 부패와는 거리가 먼 정치가가 관여할 때 외국의 원조도 급증하고 관광에서도 그 이익이 현지 주민과 야생 동물 모두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우간다
지역적인 문제는 도덕적 의무 또한 포함하고 있다. HIV/에이즈 초창기에 무세베니(Museveni) 대통령은 전국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그것을 세계에 알렸다. 지금 그 나라는 아프리카에서 질병율이 여전히 높기는 하지만, 감소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남아프리카
음베키(Mbeki) 대통령은 모든 의학적 소견을 무시한 채 HIV의 기원에 관해 얼토당토 않은 말들을 퍼뜨림으로써 언론과 의학 종사자들 모두로부터 광범위한 비난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포스트-만델라 시대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대한 신뢰도를 추락시키고 말았다. 세상 최고의 관광협회를 가졌다 할지라도, 만약 당신의 정부가 추락하고 있다면 모든 활동은 무위가 될 것이다.
브라질
몇 해 전까지 브라질 관광협회에는 영국 지부가 없었다. 그래서 브라질을 생각할 때 사람들은 축구, 암살단, 강도, 파벨라(favellas)[브라질의 빈민촌], 우범 지대와 같은 것들만을 떠올렸다. 이 모두는 타블로이드판 신문에서 접한 내용들이었다. 현재 이러한 시각은 바뀌었다.
모리셔스(Mauritius)
가끔은 압력이 효과를 가질 때가 있다. 최근에 환경부는 블루 베이(Blue Bay) 해양 국립공원에 호텔을 신축하겠다는 건설 신청을 기각시켰다. 생태계를 망가뜨리기 쉽고 해양 오염의 위험이 너무 크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러한 성공은 보기 드문 일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우려는 너무나 자주 무시되기 때문이다.
잔지바르
영국 단체 투어리즘컨선(Tourism Concern)의 엄청난 압력이 없었더라면, 현재 섬의 북부 끝자락에서는 골프장, 공항, 호화로운 호텔을 짓는 40억 달러짜리 건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을 것이다. 원래의 계획에서는 반도에 거주하는 2만 명의 주민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결정과정에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했으며, 칸쿤(Cancun)의 멕시코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살던 집에서 쫓겨날 참이었다. 정부는 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않았으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선 중 하나에 거대한 얼룩을 남기면서도 이에 대해 어떠한 보상도 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인권은 말할 것도 없고, 게스트하우스나 작은 호텔, 어부와 농부의 생계까지도 위협을 받았고 섬세한 산호초들 역시 위험에 처했었다.
이는 관광 개발의 어두운 측면들로서, 외부인을 상대로 한 홍보 방송들은 이런 내용을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빈번히 원칙을 무시하는 정부와 결탁한 이들은 인권 침해에 대한 어떠한 목소리도 손쉽게 짓밟아버린다. 호의적인 정부의 지원을 받아 풍부한 재정으로 정직하게 운영되면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관광사무소, 이는 개발도상국에서 장기적인 관광 산업이 지속가능한 성공을 거두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미디어
신문, 텔레비전, 라디오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에게는 격한 표제나 과장된 보도를 통해 한 나라 관광의 성장 잠재력을 꺾어버리는 능력이 있다. 편집자와 광고주에게는 나쁜 소식이 좋은 소식이다. 한 나라를 칭찬하는 것보다는 비난하는 것이 훨씬 쉽다. 몇 분 사이에 입은 피해를 복구하는 데에는 몇 년이 걸린다. 과도한 일반화에 빠지지 않고 정확하게 보도하는 것은 도덕적 의무인 것이다.
‘터키에서의 지진’은 흑해 지역 전체를 위험한 곳으로 몰아넣는다. 한 소녀가 말라위(Malawi)에서 살해당하면, 아프리카 동남부 전체가 그런 곳이 되어버린다. 지금의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15년 전보다 명백하게 더 위험한 곳이 되었지만, 어떤 잔학 행위에 관해서도 정치적으로 올바른 보도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행 책자들 또한 그다지 나을 것이 없는데, 이들은 윤리적 관광에 대해 얄팍한 립 서비스만으로 일관하고 있다. 감비아에 동정적인 척하는 최신 책자를 보면, ‘신선한 것, 식상한 것’(What's hot and what's not)이라는 소제목 아래에 다음과 같은 의심스러운 조언이 붙어 있다. “호텔 밖으로 나서는 관광객은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위협받게 될지 모른다.”
민주적 권리를 외쳐대는 정치가들 역시 별 도움은 주지 않는다. 짐바브웨는 정의를 위해 울부짖고 있었지만 이웃 나라들은 발뺌하기에 바빴고, 영연방 회원국들은 제명 문제를 두고 말을 흐렸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중대한 3월 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이 분쟁에 큰 무게를 싣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는 분쟁 지역으로부터 가능한 멀리 떨어진 서부 아프리카를 방문했고, 거기서 그가 무기를 판 것은 물론이고 다이아몬드와 기름을 획득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그의 상투적인 립 서비스들을 더욱더 부정직해 보이게 만들었다.
근래의 휴가 관련 방송 프로그램은 구독률이나 시청률 수치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주류 미디어는 평범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마이클 펄린(Michael Palin)의 프로그램은 따라 하기에는 너무 어려워서 그가 방문한 나라들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에 안락의자에 앉아서 보고 즐기는 프로그램 이상이 될 수는 없다. 주류 프로그램들은 지루하고, 예측가능하며, 생색내기에 가깝다. 작거나 가난한 나라에는 별 도움도 주지 않으면서 대형업체만 좋은 일을 해주고 있다. 보다 야심찬 텔레비전 프로가 나올 때까지는, 시청자들은 또 다른 주디스, 줄리엣, 존 혹은 샹카(Shanka)가 또 하나의 아이스크림을 전부 다 먹을 때까지 그 모습만을 지켜보거나, 또 하나의 뜨거워진 수영장 옆에 또 하나의 일광욕실이 들어앉는 광경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 프로그램에서처럼 B급 유명인들이 개발도상국에 낙하산을 타고 떨어지는 경악스러운 행위는 그들의 미래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바이버』(Survivor) 시리즈는 영락없는 주류 프로로서, 현지인들에게는 보잘 것 없는 보상만을 해주고 있고, 촬영으로 인한 자연 훼손은 촬영 기간보다 더 오래 지속되고 있다.
사람들이 휴가를 계획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휴가지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수행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이야기이며, 따라서 그들은 ‘전문가’의 조언에 의존하기 쉽다. 영국 정부를 대변하는 외무부 웹사이트는 사람들에게 시리아, 이란, 스리랑카, 수단, 에티오피아, 우간다는 무조건 피해야 할 나라라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사실 이 나라들에는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호의적이고 친절하다고 할 수 있을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그들은 다른 나라와의 정상적인 접촉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관광과 관련된 보다 기초적인 환경 문제들도 있다.
- 등산 활동의 증가는 배수 및 하수 처리 문제, 산길 침식, 동식물 생활 침해 등을 일으킬 수 있다.
- 장기 순항 여객선은, 제대로 관리되고 확실히 자급자족하지 않는 경우에는 오염을 일으켜 현지인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으며, 오수를 방류함으로써 수생 식물들을 파괴할 수도 있다.
- 호텔과 골프 리조트는 식물과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없애버릴 뿐만 아니라, 해변과 절벽을 침식시키고 지리적 특성을 파괴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물을 낭비한다.
- 모든 관광 개발에서의 물 수요 증가는 흔히 관광객이 몰리는 시즌의 물 부족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고통 받는 것은 현지 사회이다.
이들은 단순하고 명백한 사례들이지만, 관광 개발 업체에서 거의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결론
도입부의 사례들을 재검토해볼 시간이다.
- 마요르카(Mallorca), 6월, 안젤로의 바 : 윤리적 관광은 개발도상국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몇몇 기초적인 말을 흉내내는 걸 갖고 현지 말투를 완전히 이해하는 척하는 것은 무식하고 무례한 일이다. 제대로 배우는 수고를 하라, 그러고 나서 당신의 진정한 노력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반응하는지 보라.
- 탄자니아 세렝게티(Serengeti), 1월, 이주 기간 : 집을 떠나기 전에 그 지역과 야생동물에 대해 숙지하라. 일단 가이드와 운전사의 조언을 잘 듣고, ‘가까이 가달라’며 돈을 건네지 마라. 당신이 들어서게 된 땅이 사람의 것이든 짐승의 것이든 존중하라.
- 인도 뭄바이(Mumbai), 3월, 빈민가 거리 : 가난한 사람의 궁핍에 그림처럼 아름다운 면모 따위는 없다. 그래서 그 사진으로 그 굶주린 아이를 얼마나 돕겠다는 말인가? 꼭 찍어야 한다면 찍어도 좋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사진을 보내줄 이름과 주소를 물어보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로 그 사람에게 반드시 보상하라.
- 볼리비아 라파스(La Paz), 5월 :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만으로 통화의 가치가 갑자기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옷값을 깎으려고 조르는 그 손님에게 15달러라는 돈이 크면 얼마나 크겠는가? 무척 적은 돈이겠지만, 그 옷을 팔아 생계비를 벌어야 하는 노점상에게는 간절한 돈일 것이다. 그러니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라.
- 잔지바르 눙위(Nungwi) : 이슬람 국가에 가면 그곳의 관습과 전통을 존중하라. 그러기 싫다면 그런 노출이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곳으로 여행하라. 약간의 교육과 배려는 개발도상국에 큰 도움이 된다.
- 카리브 해 도미니카 공화국 : 최소한 현지 가게나 시장에서 물건을 사려고 노력하라. 현지 상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이익을 가져다주게 될 것이다.
- 런던 플리트가(Fleet Street) : 뉴스는 뉴스다. 그러나 그 짧은 기사가 그 나라의 관광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의 지리학적 지식은 몹시 엉성하기 때문에 잠재적 관광객들은 쉽게 불안해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관계되어 있는 좁은 지역을 정확하게 명기하고 무서운 얘기를 과장하지 말라.
- 티베트 라사(Lhasa) : 당신의 여행사를 조심스럽게 선택하라. 대부분은 비민주적인 독재 정부의 암묵적인 후원자일 테니까 말이다.
희망은 있다. 그러나 그 희망은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현재처럼 모든 관광에서 보다 윤리적인 접근이 철저히 무시된다면 그 희망은 소진될 것이며, 윤리적 임계 질량(critical mass)은 파탄날 것이다. 이 산업의 주요 참가자들은 윤리적 관광을 위해 지금 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책임을 짊어져야 하며, 대의를 실천하라며 작은 회사들의 등만 떠밀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작은 회사들은 정부만 믿고 긴장을 풀면 안 된다. 리우(2001)와 남아프리카 공화국(2002)에서 큰 대가를 치른 지구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신문의 한 귀퉁이를 얻어낸 것을 빼면 별 소용이 없었다. 직접행동이 곧장 뒤따라야만 한다.
관광은 사업이다. 그러나 초대형 개발을 통해 국제적인 재벌 그룹, 사장, 주주의 호주머니로는 사자와 같은 동물들의 몫마저도 흘러 들어가는 반면 현지 국가에 돌아가는 몫은 거의 없는, 그런 식의 재산 분배와 이윤 분배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우리가 새로이 가게 될 여행지 또한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일 수 있다. 인도, 네팔, 페루, 멕시코는 백만 명이 넘는 인구가 하루에 1파운드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라들이다. 그들은 관광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관광은 많은 이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관광은 너무 잦은 부작용을 동반하며, 또 그 이익은 현지 주민들을 빼놓고 분배되기 일쑤이다.
정부, 관광협회, 미디어뿐만 아니라 여행사와 항공사들 역시 장기적인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지 국가들과 협력해야 하고, 그들의 관심사를 경청해야 한다. 새로운 사업의 금전적 결과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영향을 받을 현지의 요구에도 민감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꼭 얻어야 한다. 이것이 윤리적으로 수행되기만 한다면, 양쪽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관련 항목
「윤리적 관광: 누구를 위한 것인가?」 목차
- 저자 소개
- 도입 / 타파니 젠킨스(Tiffany Jenkins)
- 첫 번째 에세이 : 관광객의 새로운 이름 / 디 버킷(Dea Birkett)
- 두 번째 에세이 : 책임관광의 필요성 / 해럴드 구드윈(Harold Goodwin)
- 세 번째 에세이 : 우리는 충분히 주의할 수 있는가? / 폴 골드슈타인(Paul Goldstein)
- 네 번째 에세이 : 윤리적 짐의 무게 / 짐 부처(Jim Butcher)
- 다섯 번째 에세이 : 강요된 원시상태 /커크 리치(Kirk Leech)
- 후기 / 티파니 젠킨스(Tiffany Jenk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