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상연구소(Institute of Ideas)의 논쟁거리(Debating Matters) 시리즈 중 2002년도에 출판된 얇은 책으로 원제는 Ethical Tourism: Who Benefits?이다. 한국에서는 이음출판사에서 논쟁거리 시리즈 중 다섯 편을 모아 출판한 논쟁 없는 시대의 논쟁(2009)의 한 파트로 번역 출판되었다.
목차
- 저자 소개
- 도입 / 타파니 젠킨스(Tiffany Jenkins)
- 첫 번째 에세이 : 관광객의 새로운 이름 / 디 버킷(Dea Birkett)
- 두 번째 에세이 : 책임관광의 필요성 / 해럴드 구드윈(Harold Goodwin)
- 세 번째 에세이 : 우리는 충분히 주의할 수 있는가? / 폴 골드슈타인(Paul Goldstein)
- 네 번째 에세이 : 윤리적 짐의 무게 / 짐 부처(Jim Butcher)
- 다섯 번째 에세이 : 강요된 원시상태 /커크 리치(Kirk Leech)
- 후기 / 티파니 젠킨스(Tiffany Jenkins)
저자 소개
디 버킷(Dea Birkett)은 작가이자 방송인이다. 그는 『천국의 뱀 Serpent in Paradise』(Picador, 1998)과 『젤라, 라고스에서 리버풀까지 Jella, From Lagos to Liverpool』(Gollancz, 1992)의 저자로, 『천국의 뱀』은 피트케언(Pitcairn) 섬에서의 여행을 다룬 책으로, 토머스 쿡(Thomas Cook) 여행서적상 최종후보까지 오른 바 있으며, 『젤라, 라고스에서 리버풀까지』는 서머셋 몸(Somerset Maugham) 상을 받았다. 그녀는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여행 장학금(Travel Fellowship)을 받아 이탈리아 서커스에 참가했는데, 그녀는 거기서 코끼리 아가씨로 일을 했다. 그녀는 현재 『가디언 Guardian』에 아이들과 여행 가는 법에 관한 칼럼을 매주 연재하고 있다.
짐 부처(Jim Butcher)는 캔터베리 크리스트 처치 대학(Canterbury Christ Church University College)의 지리관광학과 교수로, 관광과 레저의 사회학을 가르친다. 그는 『관광의 도덕화 The Moralisation of Tourism』(Routledge, 2002)를 비롯해 현대 관광에 관한 다수의 글을 집필했다. 짐은 부인과 두 아이와 함께 켄트(Kent)에 살고 있으며, 일을 하지 않을 때면 말타(Malta)와 프랑스에서 죄책감 없는 휴가를 즐기곤 한다.
폴 골드슈타인(Paul Goldstein)은 해외 여행사에서 보잘 것 없는 전신 기사로 관광 일을 시작했다. 이후 9년은 두 군데의 주류 대기업에서 보냈다. 이후 그는 런던 서부의 아프리카 전문 여행사에서 세일즈 및 마케팅 매니저가 되었고, 최근 6년은 모험 여행 전문 엑소더스(Exodus)에서 보냈다. 여행 분야에 종사하는 동안 그는 스페인, 프랑스, 미국, 아프리카 전역에서 활동했다. 그는 70개국이 넘는 나라를 여행했으며, 야생동물 전문 사진사로 상을 받은 바 있다. 폴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을 50회가 넘게 여행했다. 그는 매우 활동적인 여행가이지만, 정말 그의 마음을 빼앗은 것은 사실 야생동물과 야생지대이다. 그는 케냐에 작은 천막 야영장을 소유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그는 14명의 지역 사람들을 고용하며 큰 기쁨을 누리고 있다. 최근 그는 사랑하는 아프리카를 떠나 지난달에는 위험에 처한 인도의 호랑이와 보르네오의 오랑우탄을 사진 찍고 있었다.
해럴드 구드윈(Haraold Goodwin)은 국제책임있는관광센터(International Centre for Responsible Tourism)의 소장이자 리스판서블트래블닷컴(Responsible Travel.com)과 책임있는관광연맹(Responsible Tourism Partnership)의 공동 설립자이다. 그는 독립관광업자협회(Association of Independent Tour Operators)의 책임 있는 관광 지침 제정에 조언을 주었다. 2002년에 그는 영국 국제개발부의 지원을 받아 남아프리카 환경관광부와 함께 남아프리카 책임 있는 관광 지침 제정 프로젝트에서 활동했다.
티파니 젠킨스(Tiffany Jenkins)는 생각연구소의 예술 프로그램 국장이다. 그녀는 논쟁거리 시리즈의 사회 분야 외부 편집자(commissioning editor)이다.
커크 리치(Kirk Leech)는 교사이자 프리랜서 언론인이자 방송인이다. 오랫동안 그는 영국의 혁명적 정치 활동에 열정적으로 헌신했다. 최근 그의 관심은 개발도상국의 문제로 확장되었다. 국제교육단체 월드라이트(WORLDwrite)와 함께 일하면서 브라질, 가나, 인도에서 여행 및 연구를 수행한 그는 현재 인도 구자라트(Gujarat) 보호 구역 건립이 지역 사람들에게 미친 결과에 관한 논문 및 영화 작업을 하고 있다.
도입
어디로 휴가를 갈 것인지와 거기에 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는 뜨거운 논쟁거리이다. 이제 여행은 조언, 규제, 규칙, 행동수칙의 대상이 되었다. 미얀마 여행을 보이콧하자는 주장이든 현지 사진을 찍을 때 허락을 받자는 제안이든 간에, 휴가객에게 ‘책임 있는’ 혹은 ‘윤리적인’ 자세를 가질 것을 요구하는 많은 주장이 있으며, 이러한 주장은 1년 동안 여행하는 배낭 여행객에서부터 1주일 동안 나들이를 가는 패키지 관광객에 이르는 모든 휴가객을 겨냥하고 있다.
책임관광에 대한 주장은 현재 많은 이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이들은 세계 각국 정부, 여행사, 비정부기구, 운동 단체, 저명인, 언론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두 권의 베스트셀러 ― 알렉스 갈랜드(Alex Garland)의 『해변』(The Beach)[Penguin, 1997]과 윌리엄 서트클리프(William Sutcliffe)의 『당신은 체험당하고 있는가?』(Are You Experienced?)[Penguin, 1998] ― 는 ‘이기적인’ 또는 ‘제멋대로인’ 여행객에 대한 대중적이고 광범위한 비판적 분위기를 잡아냈고, 당신이 어디로 갈 것인지와 거기에 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보다 주의해야 한다는 생각을 퍼뜨렸다. 윤리적 관광은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그것이 무엇이며 그것을 위한 최선의 실천 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일치된 의견이 없다. 윤리적 관광이 낳을 결과에 대한 우려도 있으며, 윤리적인 여행객이 되라는 요구의 이면에 숨어 있는 동기에 대해 깊은 의심을 표명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누가 윤리적 관광을 주장하는가?
관광 산업을 개혁하겠다는 세계 각국 정부의 다짐은 1992년 리우(Rio)에서 열린 유엔 지구정상회담(Earth Summit)의 결의 문서로 공식화되었다. 이 회의에서 182개국 정부는 의제 21(Agenda 21)을 채택했다. 이런 종류로서는 처음으로 국제 합의를 달성한 문서인 의제 21은, 여행과 관광이 자연과 문화와의 조화를 꾀하면서 사람들의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 문서는 다음을 선언했다. 여행과 관광은 “지구 생태계의 보존, 보호, 복구에 기여해야 한다.” “환경 보호가 관광 개발 과정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관광 개발은 토착민의 정체성, 문화, 이익을 인식하고 지원해야 한다.” 의제 21의 효력은 의문시되지만 그 권고사항들은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현재 정책 의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는 유럽연합(EU)에서 항공사에 부과하려 하는 ‘녹색’ 항공세 제안을 들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기후 변화에 제동을 걸고 사람들의 비행기 이용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유럽연합과 같은 강력한 집단이 이런 종류의 대책을 제안한다는 사실은 관광 산업이 매우 중대한 사회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여기에는 옹호자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환경운동가이자 기자인 조지 몽비오(George Monbiot)는 ‘인간의 행복에 대한 영향을 생각했을 때 대서양을 비행기로 건너는 일은 아동 학대만큼이나 허용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주장한다(『가디언』(Guardian), 1999년 7월 29일). 반면 영국의 항공 이용자, 기업, 노동조합, 공항, 항공사의 동맹인 자유비행연합(Freedom to Fly coalition)에서는 억제는 답이 아니라며 이 계획의 효과에 대해 의심을 표명했다. 2002년 4월 그들은 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책임관광을 촉진하기 위한 모든 조치는 환경 영향의 개선이나 지역 경제의 이익 등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증명해 보여야 하며, 지역 경제의 관광 수입 감소와 같은 부작용이 너무 커서도 안 된다. … 항공으로 인한 환경 문제의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기술적 발전에서 나올 것이다. 특별한 자연 지역의 보존과 지역 경제의 관광 수익 보장과 같은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서는 개별 지역마다의 구체적인 반응을 살필 필요가 있다. (편집자와의 인터뷰)
세계관광기구(WTO)와 유엔 환경프로그램(UNEP)은 2002년을 생태관광의 해로 발표했다. 유엔 본부의 생태관광의 해 출범 기념식에는 몇몇 정부의 장관들과 정부간 기구, 주요 산업협회, 비정부단체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영국 국제개발부(DFID)는 개발도상국에서의 ‘가난 지원(Pro Poor)’ 관광을 선도했다. 심지어는 윌리엄(William) 왕자도 페루에서의 통나무집 건설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자신의 본분을 다했다.
윤리적 관광은 기업 차원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톰슨사(Thompson's)나 영국항공(British Airways)과 같은 많은 대형 여행사들은 ‘책임관광 담당’을 임명하고 있다. 보다 윤리적인 휴가를 제공하는 소규모 회사들은 극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소규모 전문 여행사들을 대표하는 독립관광업자협회(AITO)는 1989년부터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을 모아왔으며, 꾸준히 회원들에게 비슷한 관심을 꾸준히 북돋운 결과 2001년에는 처음으로 책임관광 지침을 발표했다. 소규모 여행사들은 여행객의 책임을 강조하는 데 주저하지 않으며, 때로는 여행이 이러한 방향으로 보다 더 충실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야생동물기금(WWF), 오두본협회(Audubon Society), 국제보존협회(Conservation International)와 같은 많은 비정부기구들 역시 윤리적 관광을 촉진하는 데 관여하고 있다. 감비아 체험(Gambia Experience)이나 고아 구하기 운동(Save Goa campaign)과 같이 보다 구체적인 프로젝트도 있고 소규모의 특정한 의제를 다루는 프로젝트도 많이 있다.
윤리적 휴가는 분명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디어를 통해서도 촉진되고 있다. 대중적인 텔레비전 관광 프로그램들에서 여행객에게 자신이 방문지에 미칠 영향에 대해 검토하고 신중하게 고민할 것을 강조하는 일도 잦다.
세계관광기구의 수치에 따르면, 2000년에는 세계 관광이 7.4%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2001년 8월 세계관광기구의 자료에 따르면, 국제 입국자의 총수는 2000년에 6억 9900만 명에 이르렀다. 관광에 대한 비판가들은 이러한 여행 증가 수치가 환경적으로 책임 있는 여행의 절박한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특히 항공 연료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고 강조한다. 국제 관광객의 증가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이지젯(Easyjet)이나 고(Go)와 같은 저가 항공사의 등장은,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이나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은 여행 기회를 가지게 됨으로써 그들의 정신과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여행업자 피트 스미스(Pete Smith)는 런던 스탠포드 서점에서 열린 토론에서, 젊은 시절에 여행 한 번도 못 해본 아버지의 경험(여행을 그냥 가지 않은 것이기도 했지만 금전적으로 실행 가능한 것도 아니었다)과 오늘날의 기회를 비교하면서 여행 확대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기도 했다. 스미스는 현재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에게 주어진 여행의 자유를 열렬히 옹호하면서, 여행이란 모두가 즐기고 환영해야 할 훌륭한 기회라고 주장한다.
생태관광 ― 옹호 및 반대 논변
유엔은 2002년을 국제 생태관광의 해로 지정했다. 국제생태관광협회(ICTS)는 생태관광을 “환경을 보존하고 현지 사람들의 행복을 지키는, 자연 지역으로의 책임 있는 여행”으로 정의한다. 미국의 자연보호위원회(Nature Conservancy)에 따르면, 생태관광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포함된다.
- 양심적이고 영향을 덜 주는 방문객의 행동
- 현지 문화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과 그에 대한 존중
- 현지 보존 노력에 대한 지원
- 현지 사회의 지속가능한 이익
- 의사결정에 대한 현지 참여
- 여행객과 현지 사회 모두를 위한 교육적 요소
(미국 자연보호위원회, 2002년 4월)
유엔 환경프로그램의 사무국장인 클라우스 토퍼(Klaus Toepfer)는 『가디언』(Guardian)의 지면을 이용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생태관광은] 관광 산업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지구 특유의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데 적극적으로 공헌하는 방식의 관광개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적절히 조정되기만 한다면, 생태관광은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을 보호하고 그 지역의 안팎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발전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유익한 방법이 될 것이다. 『가디언』, 2002년 3월 9일
또한 그는, 생태관광은 ‘비주류 활동에서 벗어’났으며 ‘일시적 유행이나 교묘한 상술, 심지어는 보조적인 틈새시장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되고 ‘오히려 미래 관광 산업을 위한 비장의 카드’로 여겨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생태관광에는 많은 비판도 존재한다. 어떤 이들은 그것이 현지인들의 바람은 무시한 채 그들에게 강요되고 있는 서구적 의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삭스(Sachs)는 생태관광이 서구인들의 머릿속에나 존재할 법한 ‘진정한’ 경험을 원주민에 부과하고는 그들을 위해 연기를 하도록 강요한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이는 강압적일 뿐만 아니라 원주민과 서구 생태관광객 사이의 오해를 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똑같이 비판적이지만, 매우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는 사람들도 있다. 재키 앨런 줄리아노(Jackie Alan Giuliano)는 환경 뉴스 서비스(Environmental News Service)에 올린 글을 통해, 생태관광이라는 시도가 일차적으로는 관광지 파괴에 책임이 있는 다국적 기업의 이해에 봉사할 뿐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자신의 행동을 진정으로 바꾸지 않는 회사라 할지라도 생태관광이라는 이름만으로 윤리적인 것처럼 보이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책임
윤리적 관광 운동 중 가장 이목을 끌었던 것은 영국 정부가 주도했던 미얀마 보이콧이다. 1998년 9월, 당시의 외무부장관 데렉 파체트(Derek Fatchett)는 영국여행사협회(ABTA), 독립관광업자협회(AITO), 관광업자연합(FTO)에 미얀마 관광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이렇게 전달했다.
정부는 현재로서는 미얀마를 관광하러 방문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를 비롯한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도자들의 입장에 주의를 기울여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지도자들은 미얀마를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이 미얀마의 민주화나 인권 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영국여행사협회 회장 케이트 베선(Keith Bethon)에게 보내는 편지,
1998년 9월 7일. 출처 : 외무부
미얀마 관광을 중단하자는 운동은 2000년 6월에 정점에 달했는데, 당시 투어리즘컨선(Tourism Concern)과 영국 미얀마 캠페인(Burma Campaign UK)은 대중적인 여행안내서 『론리플래닛』(Lonely Planet)을 출간하는 출판사에 미얀마 편을 수거해줄 것을 요청했다. 출판사는 이 요청을 거부하면서, 관광객이 스스로 사실을 읽고 판단할 수 있으리라고 주장했다. 그 안내서는 그 지역 여행의 장단점을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관광은 일반 민중들에게 허용된 몇 안 되는 산업 중 하나로 남아 있다. 관광의 감소는 어쨌든 자동적으로 지역의 수익 기회 감소를 의미하게 된다. 그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미얀마 여행의 긍정적 측면이 부정적 측면보다 크다고 계속 믿고 있다.”(『론리플래닛』 미얀마 편). 미얀마 여행에 대한 이러한 논쟁에서 알 수 있듯이, 일부 윤리적 관광 옹호자들에게는 한 나라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고려가 군부 독재나 분쟁 지역에 있는 방문객의 안전 문제를 넘어, 인권을 유린하거나 비민주적인 정부를 가진 나라를 방문해서는 안 된다는 여행객의 의무로까지 확장된다.
윤리적 관광에 관한 논의는 지난 20년 동안 상당한 추진력을 얻었다. 앞에서 간단히 제시된 배경 위에서, 각 에세이의 논자들은 윤리적 관광의 근거와 귀결 및 그 영향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펼칠 것이다.
처음 두 개의 에세이는 여행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다루고 있는데, 논자들은 그 변화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 토론의 첫 포문을 여는 여행작가 겸 언론인 디 버킷(Dea Birkett)은 지난 40년 동안 관광이 변화해온 방식을 문화적으로 검토하면서, 상당한 발전이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이 변화들이 가져오리라고 이야기되었던 장점들은 매우 의심스럽다고 이야기한다. 한때는 관광이 의심의 여지없이 좋은 것이라고 부추겨지기도 했던 만큼, 버킷은 관광이 현재는 어떻게 공격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녀는 관광에 대한 태도의 변화가 얼마나 전면적이었는지를 보여주면서도 이러한 공격이 주로 해낸 일은 고작 관광의 ― 책임 있고 윤리적으로 보이기 위한 ― ‘새로운 이름짓기’였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버킷에 따르면 새로운 이름짓기는 기껏해야 겉보기에 불과할 뿐이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차이에 대한 일련의 의문스러운 가정들을 수반하고 있다.
그리니치 대학에 있는 국제책임관광센터(International Centre for Responsible Tourism)의 소장 해럴드 구드윈(Harold Goodwin) 또한 관광에서의 변화를 강조한다. 그러나 이 변화들로부터 구드윈은 버킷과는 다른 결론을 이끌어낸다. 구드윈은 책임관광의 정당성을 강하게 주장한다. 그는 오랫동안 관광이 심각한 문제들을 만들어왔다고 보면서, 우리가 이에 즉각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책임관광이 단순한 새로운 이름짓기가 아니라 진정한 진전이라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관광이 책임 있게 수행된다면 여행이 몰고 온 문제들은 완화될 수 있으며 여행지와 여행객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후 세 개의 에세이는 책임관광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직접 다루고 있다. 모험여행 전문업체 엑소더스(Exodus)의 세일즈 매니저인 폴 골드슈타인(Paul Goldstein)은 윤리적 관광이 필요하고 유익하다는 구드윈의 주장에 동의한다. 골드슈타인은 비윤리적 관광객과 비윤리적 회사를 비난하면서, 지속가능하고 윤리적인 관광은 개발도상국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관광객과 관광지 국가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며 또 얻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관광객은 휴가에서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며, 그들의 지속가능하고 윤리적인 행동을 통해, 관광지 국가 ― 환경과 국민 모두 ― 도 눈에 띄는 긍정적 변화를 보게 될 것이다. 골드슈타인은 특히, 대기업을 비롯한 여행 산업의 주요 행위자들이 여행을 변화시키는 데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책임을 짊어져야 하며, 그들을 그렇게 하도록 압박하는 것 또한 급박한 임무라고 주장한다. 골드슈타인은 희망이 있다고 믿지만, 그 희망을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두 개의 에세이는 윤리적 관광에 대한 이러한 지지와 옹호에 반대하고 있다. 둘 모두가 윤리적 여행의 가정과 결과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학계에 있는 짐 부처(Jim Butcher)는 관광객에 미친 영향의 측면에서 관광의 변화를 바라보는데, 윤리적 관광 옹호자들에 의한 여행의 도덕화 방식에 대해 우려를 내비친다. 부처는 윤리적 관광의 정신에 강한 ‘반(反)인간’적 태도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태도는 사람들이 즐기고 기분 전환을 하려고 가는 휴가를 비하하면서 젠 체나 하는 관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처는 이러한 태도가 많은 사람들의 여행 경험을 침식시킨다고 주장한다. 이 태도가 그들의 경험에 훼방을 놓고, 모험심을 박탈하며, 현지인과 여행객 사이에 장벽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결국 관광객은 윤리적 관광으로부터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한다. 커크 리치(Kirk Leech)는 개발도상국에서 수행했던 수년 동안의 연구에 기초하여, 관광지의 입장에서도 윤리적 관광의 이익에 대해 마찬가지의 부정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두 가지의 사례 연구를 사용하면서, 그는 윤리적 관광이 관광지 국가에 어떻게 해로운 변화를 강요하고 있는지를 ― 그는 이를 ‘강요된 원시상태’라고 부른다 ―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데, 그에 따르면 이는 원주민과 자연에 대해 산업화된 세계의 사람들이 품고 있는 낭만적인 관념을 채우기 위해 강요된 것일 뿐이다. 리치는 관광지 국가들이 이익을 얻지 못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오히려 윤리적 관광은 대체로 그들의 진보와 발전을 가로막는 짐이 되고 있다. 리치의 주장에 따르면, 윤리적 관광으로 인해 관광지 국가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과 능력을 잃게 되었다.
이 책의 에세이들은 대립적이지만 열정적인 각 관점들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독자들이 이 에세이들을 즐겁게 읽고 관광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그리고 윤리적 관광으로부터 누가 또는 누구라도 이익을 얻는지에 대해 나름의 결론을 내리는 데에 유용하게 사용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