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관광의 필요성

Zolaist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3월 10일 (목) 13:17 판 (→‎진정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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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럴드 구드윈 지음, 정동욱 옮김, "책임관광의 필요성, 「윤리적 관광」, 『논쟁 없는 시대의 논쟁』 (이음, 2009). 원문 : Harold Goodwin, "The Necessity of Responsible Tourism", in Ethical Tourism: Who Benefits? (Institute of Ideas,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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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관광의 필요성


해럴드 구드윈(Haraold Goodwin) 지음, 정동욱 옮김


빅토리아 시대에 영국의 토머스 쿡(Thomas Cook)이 패키지 휴가라는 것을 만들어낸 이래, 태양과 모래, 바다, 섹스를 위한 해변 리조트로의 연례 여행에 참가하는 사람은 매년 증가해왔다. 블랙풀(Blackpool)로 갈지, 미노르카(Minorca)가 나을지, 감비아(Gambia)가 좋을지, 휴가객은 태양 아래서 2주간 향락적인 여가를 보낼 곳을 찾아 헤맨다. 연례 휴가 혹은 휴가들 ― 1년에 한 번 이상의 휴가를 즐기는 영국인이 늘고 있다 ― 은 과시적 소비의 기회이며 탐닉과 무절제의 기간이다. 안젤라 램버트(Angela Lambert)의 주장에 따르면, “… 사람들은 자신의 은행 잔고를 꺼내 보여주기 위해 친구나 동료 여행객과의 휴가를 예약한다”.[1] 과중한 일이나 그밖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 우리는 집어치우고 떠난다. 휴가란 책임을 뒤로 한 채 오직 좋은 시간만을 보내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관광의 경제적 중요성

플로리다에는 엄청난 수의 국내외 방문객이 몰려든다. 데이비드 벨라미(David Bellamy)는 20세기의 지나친 농경으로 망가졌던, 그러나 지금은 3분의 2가 자연보호구역인 이 지역에 “디즈니(Disney)의 마법이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였고 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45,000개의 보수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었다”고 주장했다.[2] 벨라미는 책임관광의 좋은 실천 사례로 플로리다의 월트 디즈니 월드(Walt Disney World)를 이야기한다. 분명 자연보호는 잘 이루어지고 있고 경제적 이익 또한 상당하다. 국립공원을 설립하고, 새 박물관과 유적지를 만들고, 세계유산목록(World Heritage List)에 유적을 등록하는 데 관광은 유용한 역할을 하고 있다. 런던과 케이프 타운(Cape Town)과 키프로스(Cyprus)에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이 산업에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고용되어 있다. 관광은 플로리다, 몰타(Malta), 스페인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번영에도 기여했다. 관광은 모든 지역은 아닐지라도 많은 관광지에 투자와 일자리를 비롯하여 다양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물론 시장 상황에 의해 어떤 관광지에서는 호텔업의 수익률이 재투자를 거의 할 수 없을 정도까지 떨어질 수도 있고, 시즌이 너무 단축되는 바람에 경제의 활기를 잃게 될 수도 있으며, 그곳의 (또는 몇 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의) 정치적 사건에 의해 관광 산업과 지역 사람들의 생활이 무너질 수도 있을 것이다. 관광은 발전을 위한 유일한 길도 아니고 그 길이 반드시 최선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많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일부 탈-산업 지역에서 관광은 실행 가능한 선택지이며, 때로는 유일하게 실행 가능한 선택지가 되기도 한다.

유엔 무역발전회의에서는 관광이 최저개발국(least developed counties)에 외화, 세입, 투자, 일자리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나리아 제도 선언(Canary Islands Declaration)[2001년 3월]의 대담한 주장에 따르면, 국제 관광은 ‘세계 경제에서 최저개발국의 참가가 용케 증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경제 부문 중 하나이다. 관광은 일자리 창출, 빈곤 완화, 성불평등 감소, 자연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회의에 참석한 최저개발국들의 대표자들 또한 대부분의 최저개발국들이 ‘관광으로 특화하기 좋은 상당한 비교 우위’를 갖는다는 점을 인정했다.

관광의 문제들

‘우리의 휴가, 그들의 고장’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투어리즘컨선(Tourism Concern)에서는 휴가를 떠나서는 평소보다 나은 행동을 해야만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관광을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장소에서 그들의 사회적, 경제적, 자연적 환경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1994년에 마셜 경(Lord Marshall)이 영국항공의 내일을 위한 관광 시상식(British Airways Tourism for Tomorrow Awards)에서 말했듯이, 관광과 여행 산업은 “해안이든 도시든 산악 지대든 우림이든 간에 다른 사람들의 환경을 단기간 동안 빌리는 것일 수밖에 없다. 이 ‘상품’은 먼 미래만이 아니라 바로 당장의 내일을 위해서라도 더럽혀지지 않은 원상태 그대로 보존되어야만 한다”. 마셜 경의 이 발언은, 이 산업[관광]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그 상품을 더럽히지 않고 보존하는 것은 필수적이라는 계몽된 이기심을 옹호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인용되곤 한다. 다른 사람들의 환경을 단기간 대여한다는 생각에는 더욱 급진적인 생각이 내포되어 있다. 그 대여는 누가 해준다는 것인지, 그리고 그 대여는 공정한 것인지 또는 지속가능한 것인지와 같은 문제를 제기해주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휠러(Brian Wheeler)는 관광 개발은 부정적 영향을 동반할 수밖에 없으며 대중 관광으로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휠러의 주장에 따르면, “섬세한 여행가는 [관광을] 전세계적으로 확산시킨 장본인으로, 패키지 관광의 첨병이다”.[3] 현지 사회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는 관광에도 어느 수준 이상의 규모가 요구되며, 지속가능한 관광이란 실제로 “양립 불가능한 목표, 즉 경제적 발전 가능성과 상당한 수입 및 고용 효과와 더불어 섬세한 감수성과 제한된 인원을 성취해야 한다는 목표의 늪에 빠져 있다”는 그의 결론은 분명 옳은 이야기이다. 휠러는 진보적인 관광을 조사한 결과 ‘무책임한 관광’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그 사전적 정의에 ‘가혹함과 그 정도가 꾸준히 심해지고 있다’는 말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비웃었다.[4] 아르웰 존스(Arwel Jones) 역시 그 적은 수에도 불구하고 독립 여행가들의 사회문화적 영향이 상당히 크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그들의 가치와 행동이 서구 자본주의에 대한 철저한 거부감을 반영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도, 발리, 티베트와 같은 나라의 현지인과 사회 구조, 전통에 대한 존중을 반영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보다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산업’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관광의 전체 스펙트럼에 적용될 수 있는 대안적 관광 경영 및 마케팅 접근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5]

대중 관광에 대한 설명

관광으로 인해 생겨난 문제에는 즉효약이 없다. 생태주의자들은 비행기와 자동차를 삼가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야 한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주장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그리 매력적이지 못할 것이 분명하며, 설사 많은 이들을 끌어당길 수 있게 된다 할지라도 상대적으로 깨지기 쉬운 자연 문화 환경에 수많은 사람들이 일으켜놓은 문제는 조금밖에 완화되지 못할 것이다. 관광은 소비의 한 형태이며 개발과 운송 혁명의 산물이다. 이는 대량 소비 산업의 하나로, 지난 2세기 동안 대부분의 세계에 이익을 안겨준 인구 증가와 물질적 생활 수준 향상의 직접적인 결과이다. 브라질,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에서는 국내 관광도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늘어나는 인구와 물질적 부는 불공평하게 분배되고 있다. 관광은 그러한 [불평등한] 분배를 반영할 뿐이며 그것의 주된 원인이 아니다. 관광객은 그 장소를 손상시키기 때문에 그들이 그곳에 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 때, 그 의미는 다른 사람들이 그곳에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곳을 파괴하는 것, 그것이 바로 관광객이다. 우리 여행가는 그들과는 다르다. 사업가, 과학자, 패키지 휴가객, 조류 관찰자, 자전거 여행객은 모두 관광객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같은 시설을 이용하며 여행과 관광 산업에 기여한다. 오늘의 모험가가 내일의 관광버스를 위한 길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관광은 일종의 경험이며, 긴장을 풀고 실컷 욕구를 만족시키거나 몸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이다. 우리 각각에게 그것은 독특한 경험이며 발견의 여행이고 자기계발의 기회이며 무절제의 기회이다. 우리들 대부분에게 관광은 주요한 지출 항목을 차지하며, 우리는 그날을 위해 일하고 투자하며 그날을 기다린다. 관광은 그 해의 대형 지출품목에 해당되며, 나머지 일하는 기간 동안 우리는 그날의 경험을 고대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태양 아래 혹은 스키 슬로프 위에서의 매혹적인 1주일 또는 2주일에 많은 기대를 건다. 또한 관광은 일종의 산업으로서, 1999년에는 세계 노동 인구의 8%에게 2억 개의 일자리를 제공했으며 21세기의 첫 10년 동안은 매해 55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6]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은 아닐지라도 여행 및 관광 산업이 세계 인구의 상당 부분에게 중요한 생계 원천이 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며, 국내 혹은 국제 휴가를 떠나는 인구의 수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즉 수많은 나라에서 관광은 여가의 경험인 동시에 주요 산업인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논쟁의 초점은 주로 국제 관광에 맞추어져 있었지만, 이제는 국내 관광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날로 커져가고 있다. 기미르(Ghimire)가 지적했듯이, 국내 관광이 1992년에서 1996년 사이에 멕시코에서는 13%,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23%, 태국에서는 30%, 중국에서는 31%, 인도에서는 38%, 브라질에서는 39.5% 증가했다.[7] 이는 개발도상국들의 꽤 많은 사람들에게서 삶과 경험의 물질적 수준이 상당한 정도로 향상되었음을 말해준다. 이러한 평등의 확대를 보면서 우리가 기뻐해서는 안 된다는 말인가?

책임관광이란 무엇인가?

향후에도 수십 년 동안은 국내 및 국제 관광의 빠른 증가 추세가 계속되리라는 증거는 압도적이며, 만약 이러한 경향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관광을 더욱 책임 있는 것으로 만드는 방법을 모색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일일 것이다. ‘사진만 찍고 발자국만 남기자’는 식의 관광 행태를 장려하던 순진한 낙관주의는 지나갔으며, 이는 1994년 마셜 경의 이야기에서처럼 다른 사람의 환경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대여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에 의해 이미 문제시되었었다. 관광은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담(Earth Summit)[1992년 리우 데 자네이로에서 열렸던 유엔 환경 개발 회의의 속칭]에서 결의한 세 가지 핵심적인 목적, 즉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목적이 실현될 수 있도록 관리되어야 한다. 리우 이후 5년 동안은 환경에 초점을 맞추었었지만, 이제는 보다 넓은 개념인 책임관광으로 그 초점이 옮겨가는 추세이다. 관광 산업에 대해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사회경제적 의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요스트 크리펜도르프(Jost Krippendorf)는 우리의 삶에서 관광이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 실질적인 평가를 내릴 것을 주문하면서, 우리가 대중적인 현상으로서의 관광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성공할 때에만 결정적인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개개의 관광객은 여행하는 동안 누구나 인류의 가치를 세우거나 파괴한다.” 크리펜도르프는 “전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라는 원칙을 좇아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우리는 일단 다르게 해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 제안은 가능한 확산되기 쉬운 것이어야 한다. 명령이나 금지령은 소용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진보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죄의식보다는 긍정적 경험이며, 강박감보다는 책임감이기 때문이다.” 크리펜도르프의 주장에 따르면, 관광을 바로 잡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통제와 조종을 위한 규칙으로 전락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자유의 경험’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8]

전복적인 관광객과 전복적인 현지인

크리펜도르프는 공정한 거래와 동등한 협력을, 상호성에 기초한 관계를, 평등과 연대를 원한다. 그는 ‘더 높은 수입, 더 만족스러운 일자리, 더 많은 사회 문화 시설, 더 나은 주거’ 등으로 측정되는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에 기여하는 능력에 의해 평가받아야 할 새로운 형태의 덜 착취적인 관광을 추구한다. 또한 “균형 잡힌 관광 개발은 현지인과 여행객 모두의 이해관계를 만족시켜야만 한다”. 그는 현지 문화와 전통적인 건축, 예술, 음식, 음료에 푹 빠져들 것을 열정적으로 주장한다. 그는 세계가 ‘전복적인 관광객과 전복적인 현지인’을 필요로 한다고 느낀다.

책임관광은 일종의 운동이다. 소비자, 사업가, 현지인들이 경험과 산업을 잘 제어하여 더 나은 형태의 관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운동인 것이다. 각 집단은 서로 다른 책임과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책임을 수행해갈 것이다. 다양성은 인간 존재의 중대한 본질일 뿐만 아니라 관광에서도 본질적인 요소이다. 책임이라는 개념은 다양성을 포용한다. 다양한 소비자, 회사, 현지 사회는 더 나은 형태의 관광에 대한 저마다의 개념을 깨닫고서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이다.

책임관광은 다양성을 환영한다

책임관광은 다양한 형태를 갖지만, 적어도 다음의 특징을 갖춘 여행이나 관광이라고 말할 수 있다.

  • 부정적인 환경적, 사회적, 문화적 영향을 최소화한다.
  • 현지인들에게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주고, 이 산업의 노동조건과 접근성을 개선하여 현지 사회의 행복을 증진시킨다.
  • 현지인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결정에는 그들을 참여시킨다.
  • 자연 문화 유산을 보호하고 세계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 현지인들과의 더 의미 있는 관계를 통해, 그리고 현지의 문화적, 환경적 문제에 대한 더 많은 이해를 통해 관광객에게 보다 즐거운 경험을 제공한다.
  • 문화적으로 섬세하며 관광객과 현지인 사이의 존중을 이끌어낸다.

(www.theinternationalcentreforresponsibletourism.org)

관광 산업의 매우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그 산업의 산물[휴가]이 공장[관광지]에서 소비된다는 것이다. 즉 소비자(관광객)들이 자신이 구입한 휴가를 맛보기 위해서는 선택해둔 관광지로 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흔히 관찰되는 관광의, 잠재적으로는 긍정적일 수도 있지만 부정적인 환경적 영향은 ― 관광의 (부정적인 또는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과 경제적 기회까지도 ― 이로 인해 발생하게 된다. 또한 관광객은 관광지에 새로운 시장을 가져다준다. 그들은 돈을 가지고 와서 관람, 과일, 고기, 술, 수예품, 기념품을 비롯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며, 잠재적으로 이는 현지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또한 그들은 자신의 휴가를 마련해준 사람들의 노동조건에 대한 목격자이며, 이들의 목격에는 잠재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이 있다.

해리슨(Harrison)과 허스번즈(Husbands)에 따르면, 책임관광이란 ‘생태관광의 모호함과 잘 알려진 대중 관광의 부정적 외양 사이에서 현명한 행동방식을 제시하는 개념적 틀과 일련의 실천들’을 의미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대중 관광은 ‘그것의 명백한 피해를 완화하거나 미연에 방지하는 방식으로 수행’될 수 있다.[9] 점점 많은 수의 업체에서 책임관광이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그 피해를 방지하고 휴가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리슨과 허스번즈는 책임관광이 ‘관광 브랜드나 유형이라기보다는 관광 계획, 정책, 개발의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세기가 바뀌면서 점점 많은 수의 업체들이 자신의 상품을 이 범주에 포함시키게 되었고 리스판서블트래블닷컴(www.responsibletravel.com)과 같은 새로운 시장이 대중적으로 부상하고 또 성장하고 있다. 책임관광 개념의 핵심에는 모든 형태의 관광은 보다 책임 있는 방식으로 수행되고 조직될 수 있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책임관광은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업체와 특수여행 전문업체 모두에 적용될 수 있는 폭넓은 개념이며, 업체뿐만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책임관광은 획일적인 원리가 아니다. 즉 관광객마다 관광업체마다 수행하는 책임은 더 클 수도 적을 수도 있다. 이는 오히려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새로운 시장에서, 세계의 다양한 관광지에서 실현될 수 있는 일종의 염원에 가까운 것이다.

크리펜도르프는 『휴가객』(The Holiday Makers)에서 ‘관광지 충성: 같은 장소로 더 자주, 심지어는 정기적으로 가는 여행’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직 관광지를 다시 방문함으로써만 ‘우리는 그 나라와 국민들과의 진정한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지-충성스런 관광객은 ‘자신들이 휴양지를 보호하고 꾸밀 필요성을 훨씬 더 많이 느끼는 것 같다’. 냉소적인 사람이라면 이를 이상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이상주의는 목표를 설정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것이다. 감비아(Gambia)는 사람들이 다시 찾기로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이다. 물론 컬트라 할 만한 지위에 오른 관광지 토스카나(Tuscany)나 프로방스(Provence)처럼 여론 주도층들이 자주 찾는 지배적인 중산 계급의 관광지는 아니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세네감비아 호텔(Senegambia Hotel) 안의 ‘버스비 길(Busby Way)’은 저 유명한 매트 버스비 경(Sir Matt Busby)을 따라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그것은 다른 많은 부부들과 마찬가지로 거기에서 25일 가량의 휴가를 보내곤 하는 버스비 부부의 이름을 딴 것이다. 감비아는 해마다 그곳으로 돌아오는 많은 유럽 관광객에게 특별한 곳이다.

책임관광에 아킬레스건이 있다면 그것은 비행기 이용일 것이다. 지중해 패키지 관광의 환경적 영향에 관한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의 보고서는 그 영향의 70%는 관광지를 오가는 비행기가 배출하는 배기가스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최근 ‘푸드 마일(food miles)’ ― 음식과 음료가 우리 앞에 놓이기까지 거쳐오는 수천 마일의 길 ― 을 둘러싼 운동은 이 문제가 관광 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퓨처포레스트(Future Forests)와 클라이미트케어(Climate Care)는 비행기 승객이 의외로 저렴한 비용으로 비행에 의한 탄소 효과(carbon effect)를 상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개인 관광객, 관광업체, 공항, (업무용 여행) 사업가 모두는 탄소-상쇄안의 사용과 보급에 책임 있게 임할 수 있다. 우리가 변화를 선택한다면, 우리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관광은 산업이며 자기 집의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경험이다. 관광은 자기 집 바깥에서 최소한 하룻밤을 보내는 것으로 간주된다. 관광을 하려면 집에서 목적지까지의 여정이 꼭 필요하며, 국내 관광이든 국제 관광이든 간에 휴가는 다른 누군가의 고장에서 이루어진다. 개인 소비자와 관광업자, 그리고 여행객의 선택을 돕고 그들의 상품을 제공하는 광고업자와 대행사 모두는 이러저러한 책임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소비자로서 우리는 우리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미디어들 ― 여행 저널리스트, 작가, 안내책자 작가와 출판사, 광고주와 프로그램 제작자 ― 을 비판적으로 보면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되물어야 한다. 그들은 누구를 위해 봉사하는가? 그들은 문제인가 해결책인가? 생태관광이 실패한 이유는 그 질이 저급해지면서 녹색-세탁(green-wash) 이상의 것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책임 있는 관광을 위해서 우리 모두 ― 휴가객, 관광업체, 개발업체, 호텔업체, 대행업체, 관광지, 공항, 안내원, 관광버스업체, 자동차 렌트업체 ― 는 환경을 위해, 현지 사회를 위해 그리고 휴가객을 위해 보다 나은 관광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제로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를 선언해야 할 것이다.

책임관광 운동

1987년 『휴가객』을 집필하면서, 크리펜도르프는 ‘깨어있는 관광객들이 여행을 떠나면서 상업 정책의 방향 전환을 있는 그대로 요구할 때’ 전환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관광객들에게 비판적 소비자, 즉 ‘착취 대신 책임’을 지는 성숙한 관광객이 될 것을 촉구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투어리즘컨선(Tourism Concern)은 여러 해에 걸쳐 ‘우리의 휴가, 그들의 고장’을 슬로건으로 운동을 벌였다. 한 스웨덴 단체는 슬로베니아에서 ‘당신의 일상은 그들의 모험’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운동을 벌였다. 1994년 마셜 경(Lord Marshall)이 주장했듯이, 모든 여행과 관광은 다른 이들의 환경을 단기간 동안 빌리는 일과 관련된다.

소비자로서 우리는 그 임대지에 어떻게 들어갈지를 선택한다. 우리는 관광지, 즉 다른 사람들의 고장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도 선택한다. 1990년대 말 VSO가 조직했던 월드와이즈(WorldWise) 운동은 관광객들에게 현지인들을 만나볼 것인지를 물어보면서 휴가 기간 동안에 더 많이 외출할 것을 촉구했고, 또 수영복만 입고서 실내에 있는 수퍼마켓에서 물건을 살 것인지를 물어보면서는 엄청나게 먼 데까지 여행을 온 수많은 사람들이 호텔 밖에서는 전혀 먹지도 마시지도 사지도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들이 조언하기를, ‘당신이 찾으려고만 한다면 아마도 바로 길 아래에 시장이 있을 것이다. 당신은 장인으로부터 직접 물건을 살 수 있으며, 살아 있는 현지의 전통을 볼 수도 있다. 당신에게는 경험이 되고, 현지인에게는 생계가 된다. 그저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

월드와이즈 운동은 ‘휴가에서 보다 많은 것을 얻는 법’이라는 표어를 통해, 보다 낫고 보다 즐거운 휴가를 장려하는 일에 집중했다. 책임관광은 진정한 관광이다. 리스판서블트래블닷컴의 저스틴 프랜시스(Justin Francis)가 주장하듯이, 유기농 식품이 그랬던 것처럼 책임관광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일반 소비자들의 인기 상품이 될 것이며, 이는 소비자를 위해서도, 지구를 위해서도, 현지인들을 위해서도 더 나은 일이 될 것이다. 공정 무역(Fair Trade) 커피와 차는 소비자 성공의 사례가 되었으며, 맛이 다른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은 그것을 소비하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경험한다. 즉 책임관광은 보다 나은 경험인 것이다.

책임관광 운동은 그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우리는 관광을 주인과 손님 모두에게 더 나은 경험으로 만들 수 있다. 베일린 스미스(Valene Smith)가 바라는 주인과 손님의 언어 용법[10]은 관광에 대해 보다 평등주의적이며 보다 인도적인 사고방식을 제공함과 동시에 대부분의 패키지 관광객, 독립 여행객, 배낭 여행객이 느끼는 피상적인 여행 체험에서 탈피하는 방법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방문객에게 진기한 체험이라고 하는 것이 관광 산업 종사자나 관광지 주민에게는 단조롭고 틀에 박힌, 때로는 짜증스러운 경험이다. 우리 대부분은 더 나은 휴가를 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열망을 성취시켜줄 선택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흐름

보다 책임 있는 형태의 여행이나 관광이 일반 소비자의 기호에도 영향을 마치기시작하고 있다는 증거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영국여행사협회(ABTA)는 해마다 여행에 관한 소비자여론 조사를 수행한다. 2000년 9월의 조사에 따르면, 휴가객의 29%는 환경 문제에 관한 관광회사의 평판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으며, 41%는 중요하게 여긴다고 답했다. 33%는 관광업체 브로셔에서 제공되는 사회적 환경적 정보가 자신들에게 매우 중요했다고 답했으며, 꽤 중요하다고 간주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78%에 달했다. 응답자의 85%는 자신의 휴가가 환경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을 매우 또는 꽤 중요시했으며, 77%는 휴가에서 현지 문화와 음식을 체험하는 것을 (매우 또는 꽤) 중요하다고 답했다. 71%의 휴가객은 자신의 휴가가 관광지의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 예컨대 고용과 사업 기회를 주는 것을 매우 또는 꽤 중요시했다.

같은 조사에서, 만약 그 돈이 현지 환경을 보호하고 관광의 부정적 결과를 되돌리는 데 쓰인다면 휴가에 추가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답한 휴가객은 45%였다. 흥미롭게도, 이는 같은 조사에서 집에서 정기적으로 유리제품을 재활용한다고 답했던 사람과 같은 비율이다. 53%는 만약 관광지의 노동자들이 좋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휴가에 추가비용을 지불하겠다고 답했다. 영국여행사협회의 조사응답자 중 77%가 500파운드짜리 휴가에 추가로 10파운드 또는 그 이상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도움’을 위해 소비자들이 추가비용을 정말로 지불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논점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그럴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여행객은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와 활동을 제공하는 여행을 찾은 후, 그 다음 고려 사항으로 가격과 이용가능성을 따진다. 그러나 관광업체들 사이의 경쟁에는 상품을 구성하는 데 들어가는 책임관광의 요소도 포함되며, 주류 상품의 경우 책임관광의 요소들은 경쟁적 제공 사항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다. 영국여행사협회의 여론조사 수치는, 장소나 활동, 가격, 이용가능성이라는 조건이 충족될 경우 위의 요소들도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결과를 보여준다.

영국의 지도적인 기독교 자선단체이자 개발기관인 티어펀드(Tearfund)는 1999년과 2001년에 윤리적 관광 또는 책임관광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를 조사했다. 2001년 가을, 52%의 소비자들이 좋은 노동조건을 보장하고, 환경을 보호하며, 관광지에 원조를 한다는 명문화된 규정을 갖추고 있는 회사에서 휴가를 예약할 생각이 더 크다고 답했는데, 이는 2년 만에 7%가 증가한 수치였다.[11] 65%의 소비자는 휴가를 가서 보다 책임 있게 행동하기 위해, 그들이 어떻게 하면 현지 경제를 지원할 수 있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지 더 많이 알고 싶어했고, 현지 풍습, 정치, 종교적 믿음에 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어했다. 이는 2년 전보다 2% 증가한 결과였다. 20%의 응답자는 윤리적으로 책임 있는 관광을 위한 열 가지 팁이 담긴 안내문을 받고 싶다고 대답했다.

진정한 휴가

티어펀드는 관광객들이 최고의 휴가를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수칙을 보급하고 있다.

최고의 휴가 만들기
  1. 당신의 목적지에 대해 알아볼 것 ― 출발하기 전에 당신이 방문하려는 장소와 그곳 사람의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배경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라.
  2. 현지 언어의 기초적인 단어와 문장을 알고 갈 것 ― 이는 당신에게 그곳에 사는 사람을 만날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
  3. 가능하다면 현지에서 만들어진 상품을 사고 현지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를 사용할 것 ― 당신의 지원이 현지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중요할 수 있다.
  4. 당신이 사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공정한 가격을 지불할 것 ― 당신이 최저가로 사기 위해 옥신각신한다면, 당신의 거래는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수반할 수도 있다.
  5. 현지 문화에 세심할 것 ― 현지의 믿음과 관습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옷을 입거나 행동하라. 특히 종교적 장소에서는.
  6. 현지 사람이나 그들의 집을 사진으로 찍기 전에 허락을 구할 것 ― 그리고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
  7. 부를 과시하지 말 것 ― 이는 빈부격차를 드러내어 당신이 체험하려고 하는 문화로부터 당신을 멀어지게 할 수 있다.
  8. 현지 사람들에게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지 말 것 ― 당신이 집에 돌아와서 할 일에 대해 현실적으로 생각하라.
  9.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할 것 ― 보도나 표시된 길로 다니고, 어떤 자연 환경도 손상시키지 말며, 가지고 다니는 짐을 최소화하라.
  10. 느긋하게 차이를 즐길 것 ― 당신은 상당히 금방 익숙해져서 돌아올 것이다.

…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를 권장할 것.

www.tearfund.org

많은 다른 단체들과 관광업체들에서도 관광객과 여행객을 위해 비슷한 수칙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 중심주의의 시대에, 소비자는 실질적인 힘을 갖는다. 그리고 소비자의 압력을 통해 경쟁은 책임을 유도할 수 있다. 공정 무역, 비동물실험 화장품, 유기농 식품, 그리고 책임관광은 모두 사회적 관심이 능동적으로 개입한 시장 주도적 사회변화의 사례들이다.

책임관광 업자

VSO의 월드와이즈 운동은 관광업자들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조언을 조사한 끝에, 그 소비자들은 암흑 속에서 여행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관광객들이 보다 나은 휴가를 가서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하고 긍정적 영향은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자신이 미치는 영향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어야 했다. 1999년에는 이러한 요구가 꽤나 급진적인 것으로 보였지만, 그 이후로 다소의 진전이 이루어져서 지금은 그때에 비해 보다 철저하고 책임 있는 조언이 이루어지고 있다.[12] 이러한 운동은 상당수의 관광업체들과 독립관광업자협회에 영향을 미쳤고, 현재 독립관광업자협회는 책임관광의 실천을 명시적으로 약속하고 있다. 업체들은 자신들이 책임 있는 실천으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 분명한 약속을 내걸고 있다. 그러한 수행 성취도는 고객과 미디어가 평가하게 될 것이다. 업체들은 다양한 이유에서 책임 있는 실천을 채택한다. 개인적 다짐이나 회사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그 중요한 동기가 되며, 당연히 상업적 이익도 그에 포함된다. 어떤 업체는 책임의 윤리를 단골고객 확보를 위한 핵심적 전략으로 삼기도 한다. 리스판서블트래블닷컴의 회원 업체들은 그 시장에 가입하기 전에 최소한의 요건을 명확하게 충족시켜야만 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유발하고 최선의 실천을 유도하는 것은, 특정한 여행을 위해 각각의 업체들이 만든 구체적인 주장들이다. 저스틴 프랜시스(Justin Francis)가 주장하듯이 공정거래 차와 커피는 맛이 다르지 않지만, 책임 있는 휴가는 달라야 한다. 즉 보다 즐거운 휴가, 보다 나은, 보다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업체의 책임관광 실천이 일반적인 소비자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니지만 ― 일반적으로는 활동이나 목적지, 이용가능성, 가격이 훨씬 더 중요하다 ― 책임관광을 둘러싼 업체들 사이의 비가격 경쟁은 시장을 변모시키고 있다.

생태관광이라는 개념이 시장을 형성하는 데 실패한 경험은 각 나라에 많은 교훈을 남겼다. 생태관광은 언제나 자그마한 틈새시장만을 형성했던 반면, 책임관광은 이 산업의 주류에도 적용될 수 있다. 모든 회사와 개인은 자신들이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 어느 정도는 책임 있는 자세를 가질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사람이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갖게 될 수도 있다. 특히 경쟁이 그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면 말이다. 생태관광은 금방 녹색-세탁으로 변질되었다. 책임관광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주장에 구체적일 것을 요구한다. 그러면 이 주장들은 도전받을 수도 있고, 잘못된 주장은 거래기준법에 저촉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생태관광은 금방 시장지배력을 잃었고, 상품들 사이에 별다른 차이나 다양성이 없었지만, 책임관광은 그와 다르다. 이용가능한 여행 상품이 얼마나 풍부한지 확인하고 싶다면 리스판서블트래블닷컴(www.responsibletravel.com)에 들어가보라. 책임관광의 접근법은 다양성을 환영한다. 우리가 책임 있는 자세를 갖고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가고자 할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척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임관광은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찾아 이름을 붙이는 방식을 거부하는 것이다.

관광지에서의 책임관광

책임관광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책임관광을 위한 계획이 개별 영역들에 한정될 수는 없다. 검토되어야 하는 것은 그것들이 모인 전체인 것이다. 관광지들은 관광의 영향을 조절하기 위해, 즉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하고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입국자의 수나 외화벌이와 같은 숫자에 맞추어져 있던 관심은 구체적인 개별 관광지들에 대한 지속가능한 관리로 옮겨가고 있으며, 특히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현지 사회의 경제적 이익을 최대화하는 일에 집중되고 있다. 관광과 빈곤 해소 사이의 관계는 구호 기관(영국 정부의 국제개발부[www.propoortourism.org.uk]와 유엔 무역개발 위원회)과 세계관광기구(WTO), 세계여행관광위원회(WTTC) 등에서 강조해온 내용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책임관광을 위한 국가적 지침을 채택했고, 관광 산업의 각 영역들은 이제 자신들의 접근법을 분명하게 표명하고 있다.

결론 ― 우리는 모두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브라이언 휠러(Brian Wheeler)는 책임관광이 ‘거의 모든 이들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이른바 해결책’으로서 이야기되고는 있지만, 그것이 실제로 하는 일이란 똑똑한 관광객의 죄의식을 경감시켜주면서 그들/우리가 바라는 휴가를 제공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책임관광이란 “국제적인 파괴 행각에 대한 그들/우리의 파괴적인 영향을 인정할 수 없거나 혹은 그러고 싶지 않은” 이들을 위한 ‘임시방편적이고 부적절한 도피처’라고 주장한다.[13] 회의론이 나오는 것은 타당한 일이며, 업체들의 주장은 면밀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을 쉽사리 얻을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총체적이고 완전한 해법이 아니라고 해서 ‘윈-윈(win-win)’ 시나리오마저 거부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자세이다.

어떤 이들은 세계관광기구의 예측이 틀려서 2020년까지 국제 관광 입국자의 수가 16억 명에 이르지 않기를 바랄 수도 있다. 그러나 여행을 떠날 수 있을 정도의 수입과 여가를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얻게 됨에 따라, 국제 및 국내 관광이 엄청나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합리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그것을 관리할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관광 산업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무엇인가를 하는 편이 더 낫다. 아시아의 격언처럼, “관광은 불과 같다. 당신은 그것으로 저녁을 지을 수도 있지만, 집 전체를 태워먹을 수도 있다”.

개개인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의 수는 별로 줄어들지 않는 듯하다. 우리는 관광객의 영향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우리 ― 여행객과 관광객 ― 가 문제의 일부라는 사실은 쉽사리 인정하지 못한다. 만약 우리가 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휴가와 여행을 소비한다면 우리는 해결책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말만 앞세우는 사람들처럼 관광의 유해성을 비난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진보적인 대안은 소비자로서 혹은 회사로서 안고 있는 저마다의 책임을 실천하는 것이며, 관광의 관리 권한을 관광지 현지 당국에 위임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땅에서 우리의 휴가’를 보내며, 그 주인들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오직 집단적으로만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다. 우리가 책임관광의 실천을 방기한다면 우리의 손은 깨끗해질 수도 있겠지만,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책임을 져야 하며 변화를 만들기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충분히 빨리 변화하지 않는 사람들을 건설적으로 비판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진전을 이루는 사람들을 보상하고 격려해야만 한다. 비판적인 소비자가 되어라, 그러면 진정한 휴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1. 『인디펜던트』(Independent), 1993년 8월 3일
  2. 『옵저버』(Observer), 1999년 6월 27일
  3. ‘Tourism's Troubled Times’, in L. Francis (ed.), Sustainable Tourism, Earthscan, 1997
  4. ‘Is Progressive Tourism Appropriate?’, Tourism Management, 1992
  5. ‘Is there a real “alternative tourism”?’, Tourism Management, 1992
  6. World Travel and Tourism Council, Millennium Vision, WTTC, 1999
  7. The Native Tourist, Earthscan, 2001
  8. The Holiday Maker, Butterworth Heinemann, 1987
  9. 『책임관광 수행하기』(Practicing Responsible Tourism), Wiley, 1996
  10. 『주인과 손님 관광의 인류학』(Hosts and Guests the Anthropology of Tourism), University of Pennsylvania Press, 1989
  11. Tearfund, ‘World's Apart’, 2002
  12. VSO, ‘Travelling in the Dark’, 1999; Tearfund, ‘Tourism, putting ethics into practice’, 2001
  13. ‘Tourism's Troubled Times’, in L. France, Sustainable Tourism,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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