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르스테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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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0년 덴마크의 코펜하겐 대학 물리학 교수 외르스테드가 발견한 전자기 효과이다. 전류에 의해 자침이 움직이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그동안 별개의 현상으로 취급되어 오던 전기와 자기 사이의 연관이 드러나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전자기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생겨나게 되었다.

19세기 초, 전기와 자기 현상은 일반적으로 별개의 물질에 의한 별개의 현상으로 취급되었다. 사실 전기와 자기는 비슷한 점이 별로 없었다. 당시 전기의 전형적인 현상은 ‘찌릿’ 하는 쇼크와 ‘파밧’ 또는 ‘번쩍’ 하는 스파크(번개)인데 반해, 자기의 전형적인 현상은 ‘소리 없는’ 끌어당김과 밀쳐내기였다. 번개에 의해 나침반이 교란되거나 철이 자화된다는 보고가 있긴 했지만, 그것을 진지하게 전기와 자기의 상호작용으로 해석한 사람은 없었다.

예외적으로 자연의 모든 힘이 연결되고 통일되어 있다고 믿었던 독일 자연철학주의자(Naturphilosopher), 리터(Johann Ritter)는 1804년에 전지가 자석에 미치는 영향이나 자석에 의한 물의 전기분해를 보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신뢰할 수 없는 주장은 프랑스 수학자들의 놀림감이 되었을 뿐이었다. 전기와 자기를 별개의 물질에 의한 작용으로 생각했던 그들은 이러한 시도 자체를 터무니없는 짓으로 생각했었다.

1820년 7월, 유럽의 학자들은 코펜하겐 대학의 물리학 교수 외르스테드(Hans Christian Oersted, 1777-1851)로부터 “전류가 자침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험”이라는 제목의 라틴어 원고를 받게 되었다. 그 원고에는 도선 근처에 자침을 세워둔 후 도선에 전류를 흘리면 자침이 움직인다는 놀라운 실험 보고가 담겨 있었는데, 이는 전기와 자기의 관련성을 보여준 최초의 과학적 보고였다. 외르스테드의 발견은 과거 리터처럼 그 신뢰성을 의심받기도 했지만, 그의 보고가 과학적 사실로 인정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실 외르스테드의 실험 구성은 무척 간단했고, 그 효과 또한 명확했다.

외르스테드 효과

그의 가장 기본적인 실험은 다음과 같다. 알다시피 자침은 가만히 두면 북쪽을 가리키게 되어 있다. 가만히 있는 자침 바로 위에 그와 나란히 남북 방향으로 도선을 설치한 후, 도선의 남쪽 끝은 전지의 양극에 북쪽 끝은 음극에 연결하면, 자침의 N극이 빙그르 돌아 서쪽을 향하게 된다. 실험 세팅을 약간 조정하여 도선을 자침 아래로 가져가면 자침의 N극은 동쪽을 향한다.

외르스테드의 해석은 다음과 같이 재구성될 수 있을 것 같다.

  1. "인력[또는 척력]에 의한 작용이 아니다."
  2. 전류가 흐르는 도선 아래의 자침은 서쪽을 향하는 반면에 도선 위의 자침은 동쪽을 향하는 것으로 볼 때, 도선 주위에 소용돌이가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1]
  3. 그렇다면 소용돌이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가? 도선 양쪽 끝에서 서로 다른 전기가 "전파"되어 오다가 만나면 "전기적 충돌(electric conflict)"에 의해 직진하지 못하고 서로를 "오른쪽으로 감는 나선형(dextrorsum spiral)"의 소용돌이(vortex)가 만들어지며, 이 소용돌이는 도선 주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중나선의 그림을 연상하면 됨)
  4. +전기의 소용돌이는 자침의 S극에만 영향을 미치고, -전기의 소용돌이는 자침의 N극에만 영향을 미친다.

외르스테드가 도입한“오른쪽으로 감는[우현] 나선(dextrorsum spiral)”이라는 식물학 용어는 전자기 작용의 방향성 규칙을 손쉽게 기억하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기억보조장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식물학 라틴어 용어는 너무 어려웠는지, 이 용어는 다른 용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앙페르의 오른손(bonhomme)”이 쓰이고, 영국에서는 “맥스웰의 코르크-스크루(cork-screw)”가 쓰이며, 한국에서는 “오른나사의 법칙”이란 이름과 함께, 움켜쥔 오른손 그림이 함께 쓰이고 있다. 게다가 외르스테드의 "오른쪽으로 감는 나선"은 하나가 아니라 이중 나선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모호하고 사변적이었던 그의 글은 다른 사람들의 이해를 오히려 방해했다. 그는 “도선 내 두 종류의 전기가 분해와 재합성을 반복하면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전파되는 과정에 일어나는 “전기적 충돌(electric conflict)”이라는 개념은 오늘날의 우리뿐만 아니라 당시의 학자들에게도 무척 생소한 개념이었다. 1년 뒤 전자기 현상에 대한 리뷰 논문을 쓴 패러데이도 “나는 외르스테드의 이론에 대해서는 거의 할 말이 없다. 고백하건대, 나는 그의 이론을 별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적었었다 .그러나 패러데이는 외르스테드의 이론을 정확하게 정리하고 있었다.

따라서, 외르스테드 씨의 이론은 두 가지 전기 유체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결합되지도 분리되지도 않지만, 결합시키려고 할 때에는 전기적 충돌을 산출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도선 안팎으로 서로 분리된 채 반대의 나선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들은 확연히 다른 자기력을 가지고 있다. 한 전기(-)는 자석의 N극을 움직이지만 S극에는 아무런 작용을 하기 않는다. 반면 다른 전기(+)는 S극을 움직이지만, N극에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않는다.

해석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외르스테드의 발견은 금방 과학적 사실로 인정받게 되었다. 몇 주 채 되지 않아, 유럽의 최고 철학자들은 전자기라는 새로운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대부분은 이 새로운 현상을 도선의 일시적인 자성으로 환원시키려 노력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외르스테드의 '전기적 충돌에 대한 의심스런 사변을 무시한 채, 자기력에 관한 사전 지식을 적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앙페르와 패러데이는 이와 다른 행보를 걷게 되는데, 앙페르는 거꾸로 자기를 원형 전류에 의한 현상으로 환원시키려 했고, 패러데이는 자기력의 사전지식을 이용하려 하기보다는 전류와 자기 사이의 실험적 관계를 보다 철저하게 규명하고자 했다.

각주

  1. Oersted (1820), Experimenta circa effectum conflictus electrici in acum magneticam, p. 218.“[도선 내의 전류에 의해 만들어진] 전기적 충돌(electric conflict)은 도선 주위에 소용돌이(vortex)를 만들어 낸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동일한 도선이 그 위에 [자침을] 두었을 때에는 자극을 동쪽으로 향하게 만들고, 그 아래에 [자침을] 두었을 때에는 자극을 서쪽으로 향하게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지름 양쪽 끝의 반대 작용은 소용돌이 특유의 성질이다.”

참고문헌

  • Darrigol, Oliver (2000), Electrodynamics from Ampère to Einstein.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장.
  • Williams, L. Pearce (1985), "Faraday and Ampère: A Critical Dialogue", in David Gooding and Frank A. J. L. James (eds.), Faraday Rediscovered: Essays on the Life and Work of Michael Faraday, 1791-1867, London: Macmillan, 83-104.
  • Oersted, Hans Christian (1820), Experimenta circa effectum conflictus electrici in acum magneticam
  • Faraday, Michael (Sep 1821, Oct 1821, Feb 1822), "Historical Sketch of Electromagnetism", Annals of Phi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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