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s of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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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츠키는 법칙이 참인 보편진술이라는 주장을 일축한다. 드레츠키는 에이어의 인식적 규칙성 이론이 인식론적인 문제(우리가 왜 어떤 것을 자연 법칙으로 믿는지)와 존재론적인 문제(자연 법칙이란 어떤 종류의 것인지)를 혼동했다고 생각한다. 드레츠키의 관점에서, 보다 유망한 접근은 존재론적인 문제를 직접 다루는 것이다. 일단 우리가 자연 법칙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되면, 우리가 그에 대해 왜 그런 태도를 취하는지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칙의 6가지 특성 및 기능

그는 법칙의 역할로서 6가지를 제시하는데, 불투명성, 객관성, 예측, 설명, 반사실문, 그리고 필연성이다. 그리고 법칙을 보편진술로서 파악하는 입장에서는 그러한 역할을 적절히 수행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i)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법칙적 진술의 불투명성이다. 보편적 참은 동연적 술어로 치환되는 것에 대해 닫혀있다. 그러나 법칙의 경우, 동연적 술어로 치환한다고 해서 그 역시 법칙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법칙의 개념은 보편적 참과 다르다.
(ii) 법칙은 객관적이고 인식대상과 독립적이다.
(iii) 법칙은 사례에 의해 입증될 수 있으며, 예측의 유용한 도구가 된다.
(iv) 법칙은 단순한 사례들의 집합이 아니라, 현상을 설명하는 토대이다.
(v) 법칙은 반사실문을 지지한다.
(vi) 법칙은 그저 일어났거나 일어날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일어날 수 밖에 없음을 말해준다(필연성).

내포들 사이의 외연적 관계로서의 법칙

드레츠키 견해에 따르면, “모든 F는 G이다”라는 법칙은 F임과 G임이라는 속성들 사이의 관계이다. (예, F임 → G임) 암스트롱과 툴리와 유사하게, 법칙을 보편자들 사이의 관계로 간주함으로써 이 이론은 보편자 이론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 자연 법칙은 개별자들에 대한 보편적 일반화가 아니라, 보편자들에 대한 단칭 진술이다. 더 정확히 말해, 법칙은 속성들의 내포들 간의 외연적 관계이다. 이렇게 이해된 법칙은 보편적 참을 함축하지만,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드레츠키에 있어, 법칙을 동연적 술어로 치환한 결과가 법칙이 아닐 수 있다는 불투명성 주장은 법칙이 외연들 사이의 관계가 아님을 주장하는 근거가 된다. 그는 법칙이 인식적 개념이 아니라고 본다. 법칙을 언제 처음 인지하게 되었는지와 관계없이 법칙은 언제나 법칙이다. 법칙은 반사실문을 함축하지만 보편적 진술은 그렇지 못하다.

반사실문에 대한 지지

이에 의해 법칙 설명과 예측, 반사실문 지지 등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보편자 이론이 어떻게 반사실문을 지지하는지 보자. 법칙에 의해 F라는 속성이 G라는 속성에 연결되어 있다고 하자. 그러면 어떤 개체 O가 F의 속성을 갖는다면, F임과 G임 사이의 연결로 인해 O은 G라는 속성도 얻게 된다. 그래서 법칙 진술은 어떤 속성을 가진 사물의 집합에 대해 말하기보다 속성 자체를 말함으로써 실제 세계에 대한 참된 일반화보다 더 넓은 범위에 대해 설명할 수 있고, 가능세계로까지 확대된다. 설명이나 예측 활동이 우연적 일반화가 아니라 법칙에 기초해서 이루어지는 이유는 법칙이 지닌 필연성에서 찾을 수 있다. 법칙은 단지 현실세계에서만 적용되는 보편적 참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설명의 토대가 되고 예측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법칙은 반사실적 조건문을 지지해야한다는 우리의 직관에도 부응한다.

외연과 내포: 불투명성의 원천

우리의 직관에 따르면, 법칙 속의 술어를 그와 외연이 같은 술어의 교체하면 더 이상 같은 법칙이 될 수 없다. 즉 법칙은 불투명하다. 규칙성 이론은 이러한 직관을 설명할 수 없지만, 드레츠키의 이론은 이를 설명한다. 법칙은 내포들 사이의 외연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외연이 같은 술어를 교체하면 원래의 규칙성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고, 보편적 참 또한 유지되겠지만, 원래 내포들 사이에 맺어졌던 관계는 깨질 수 있으며, 법칙적 관계는 깨지게 된다. 법칙은 보편적 참을 함축하지만,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법칙적 필연성의 원천

드레츠키의 접근은 그동안의 전통적인 필연성 접근과는 대비된다. 대부분의 필연성 이론가들은 법칙을 외연들 사이의 내포적 관계로 파악한 반면, 드레츠키는 내포들 사이의 외연적 관계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흔히 필연성은 특별한 내포적 관계, 예컨대 'must'와 같은 관계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즉 그들에게 법칙은 (x)(Fx L→ Gx)와 같은 형태로, 풀어 말하면, "F인 어떤 것도 반드시 G여야 한다"가 될 것이다. 그러나 드레츠키는 법칙의 필연성을 밝히기 위해 그런 특별한 관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드레츠키의 관점에서, 관계는 평범한 외연적인 관계일 뿐이고, 다만 그 관계에 의해 연결되는 것이 내포(속성, 보편자)이다. 그에게 법칙은 F-ness → G-ness 이다.

그렇다면 그가 강조하는 법칙의 필연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속성들(n+1-수준) 간의 관계는 우연적이지만 그것들 안(n-수준)에서는 또는 그 사례들 수준에서는 필연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입법, 사법, 행정의 유비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문제

그러나 이 이론에도 여러 한계가 존재한다. 그의 이론은 개별자에 대한 것이 아니라, 속성 혹은 보편자들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F임이 G임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F라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G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F임 → G임”으로부터 “모든 F는 G이다”가 타당하게 도출된다고 할지라도, “어떤 것이 F라면 그것은 틀림없이 G이어야 한다”는 것은 어떻게 도출되는지 의문이다. 그는 논증 대신 유비를 들었을 뿐인데, 그의 유비가 적절한지도 문제이다. 그의 유비에 따르면, 헌법 자체는 우연적이지만, 일단 우연적 관계가 성립하면 각 구성원들은 헌법을 따라 강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헌법이 강제력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위반가능한다. 하지만 자연법칙의 강제력은 위반가능하지 않은 강제력이라는 것이 우리의 직관이다. 반대로 확률법칙은 개체 수준의 위반을 허용하지만, 헌법의 강제력은 개체의 위반도 허용하지 않는다. 즉, 헌법의 강제력은 자연법칙의 강제력과 유비하기에 적절한지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또한 보편자들의 관계로서의 필연성이 도대체 무엇인지 분명치 않다. 보편자들 간의 우연적/외연적 관계가 한 단계 내려오면서 개별자 수준에서 필연성을 갖게 된다는 것인데, 그 필연성이 논리적 필연성은 아니면서 어떤 의미에서 필연적인지 더욱 분명치 밝혀져야 한다.

드레츠키 본인도 인정하듯이 필연성 이론은 플라톤주의에 대한 우려가 있다. 그는 “법칙이 존재한다면”, 보편자들이 존재하고 그들 사이에 성립하는 관계가 법칙이라고 주장한다. 보편자 존재론을 수용하면서 존재론적 상승(ontological ascent)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는 인식의 차원에서 존재 자체의 차원으로 뛰어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여전히 인식적 차원의 문제는 남겨져 있다. 보편자들 사이의 관계를 포착하는 규칙성이 법칙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법칙의 형이상학적 본성을 해명했다고 할지라도, 어떤 가설이 과연 보편자들 사이의 관계를 포착하는지 아닌지를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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