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오래된 것들의 세계사:전쟁
데이비드 에저턴 지음, 정동욱, 박민아 옮김, 『낡고 오래된 것들의 세계사: 석탄, 자전거, 콘돔으로 보는 20세기 기술사』 (휴먼사이언스, 2015), 6장
에저튼은 이 장에서 전쟁과 기술 사이에 관한 몇 가지 편견들을 재고해볼 것을 권고한다. 에저튼이 공격하는 편견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쟁은 기술혁신 및 최신기술에 의해 좌우되었다. 둘째, 민간 경제가 전쟁과 전투의 승패를 좌우했다. 셋째, 민간 기술이 전쟁 기술에 기여하였다.
첫째, 전쟁은 기술혁신 및 최신기술에 의해 좌우되었다.
이러한 관점에 의하면, 1차 세계대전은 가스를 중심으로 한 화학전이 되고, 2차 세계대전은 레이더와 원자폭탄을 중심으로 한 물리학전이 된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 동안 사상자의 80%는 기관총이나 독가스가 아닌, 대포와 소형무기로 죽었다(이는 기술혁신의 결과가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 도입 덕분이다. 즉 그들은 더 많은 탄약을 탑재했고 장거리 발사의 정확도를 개선했다). 2차 대전에서는 대포가 가장 많은 병사들을 죽인 무기였고, 소총을 비롯한 소형 무기가 두 번째였다. 20세기 후반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서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은 원자폭탄과 레이더, 독가스 등의 최신기술이 아니라 여전히 소총, 대포, 탱크이다. 반면 핵무기 등의 최신기술은 한 번의 타격으로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아마도 그러한 이유 때문에) 사용되지 못한다.
Q. 에저튼의 얘기가 맞다 하더라도, 왜 사람들은 그러한 왜곡된 “기억”을 갖게 되었는가?
Q. 대포와 소형무기에서의 기술 개선도 중요한 기술 혁신으로 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휴즈의 입장에서 보면 기술사회적인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은 중요한 기술혁신으로 취급될 것으로 보인다. 에저튼의 주장은 그러한 종류의 기술 개선이 원자폭탄이나 레이더와 같은 더 눈에 띄는 기술혁신에 가려져 지금까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재조명받아야 한다고 하는 것인가?
Q. 사용되지 않는 원자폭탄과 같은 기술의 효과는 어떻게 측정되어야 할 것인가? 타격, 죽임 이외의 정치적 효과를 생각한다면, 2차 세계대전과 그 이후의 전쟁에서 원자폭탄의 영향은 어떻게 측정될까?
둘째, 민간 경제가 전쟁과 전투의 승패를 좌우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결과에는 좋은 설명이 되겠지만, 군사력과 민간 경제력이 항상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1,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일본은 보다 취약한 군사 장비로 많은 전투에서 승리했으며, 20세기 후반의 수많은 전쟁의 승패에는 복잡한 요인들이 작용했다(예. 베트남 전쟁?).
Q. 20세기에서 전쟁과 전투의 승패는 ‘죽임’에 의해서 결판났다?
Q. 전쟁과 전투를 구분한다면? 개별 전투를 좌우하는 요인은 매우 복합적이지만, 전체 전쟁에서는 역시 경제가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셋째, 민간 기술이 전쟁 기술에 기여하였다.
대부분의 20세기 군사 기술들은 독자적인 군사적 기원을 갖고 있다. 소형 무기, 대포, 폭탄, 탱크가 그러했고, 비행기와 라디오, 레이더 역시 처음에는 군사기술이었다. 기초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로 보이는 원자폭탄 프로젝트조차 군대와 정부기관이 연결되어 있었다(이 프로젝트를 움직인 사람은 과학자 집단이라기보다는 그로브스 장군이라고 하는 게 더 알맞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민간 기술에 전쟁 기술이 기여한 부분을 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민간 항공산업은 핵심 군사산업에서 나온 것이었고, 원자력은 핵무기와 잠수함 원자로의 부산물이었다.
Q. 민간 기술이 군사 기술에 준 영향을 줄이기 위해, 거꾸로 군사 기술이 민간 기술에 준 영향을 과장한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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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에저턴 지음, 정동욱, 박민아 옮김, 『낡고 오래된 것들의 세계사: 석탄, 자전거, 콘돔으로 보는 20세기 기술사』 (휴먼사이언스,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