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tting Facts to Equ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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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세계의 대상들은 물리학의 근본 이론의 수학적 방정식에 의해 지배받는가? 만약 우리가 사실을 방정식에 맞추는 과학자들의 실제 활동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그 답은 아니오이다. 실제 현상을 수학적으로 기술하는 작업은 교량 원리(bridge principle)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론의 제약조건 하에서 이는 고도로 이상화된 허구적 대상과 과정을 끌어들이게 마련이며, 이는 세계의 대상에 대한 참된 기술보다 교묘한 극적 왜곡(theatrical distortions)에 더 가깝다.

요약

도입

"물리학 이론의 실내용은 실제 물질들의 구체적 과정에 대해 그 이론이 제공하는 상세한 인과적 지식에 있다(p. 128)." 그러나 "자연[의 구체적 과정]은 우리의 근본 이론에 쓰여진 종류의 간단한 정량적 방정식에 의해 지배받지 않는다(p. 129)" 카트라이트의 기본 관점에 따르면, "근본 방정식은 실재에 있는 대상을 지배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모형 속의 대상을 지배할 뿐이다(p. 129)."

우리는 물리학에서 "마치...처럼(as if)" 구절을 써야 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예컨대 암모니아 메이저(maser) 속의 복사 분자들(radiating molecules)은 마치 고전 전자 진동자(classical electron oscillators)처럼 행동한다. 여기서 "메이저 공동(cavity) 속의 그 진동자들은 얼마나 가까이 붙어 있나?"와 같은 실재론적인 질문은 바보같은 질문이다. 고전 전자 진동자 자체는 이론적 구성물일 뿐이다.

고전 전자 진동자의 경우가 너무 당연한 허구였다면, 이번엔 이론적 존재자가 등장하는 좀더 괜찮은 예를 살펴보자. 카트라이트는 이 경우에도 'as if' 구절이 꼭 [이론적 기술] 앞에 위치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헬륨-네온 레이저는 마치 pumping and damping reservoir와 엮인 채 양자화된 장의 단일 damped mode와 상호작용하는 3-레벨 원자들의 집합체처럼 행동한다. 카트라이트는 레이저 공동이 3-레벨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거나 전자기장의 단일 모드가 지배적이지 않다거나 하는 주장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헬륨-네온 레이저에 관한 기술에서 'as if' 뒤의 기술은 존재에 관한 믿음을 표현하는 동시에 레이저에 대한 수학적 이해를 위한 이론적 모형을 기술하고 있다. 가끔 둘은 함께 진술되기도 하지만, 사실 둘은 서로 무관하다. 즉 후자는 전자의 참/거짓에 의존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은 대상에 방정식을 적용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에만 의존한다. 그렇기에 물리학의 근본 방정식은 실재의 대상을 지배하는 것으로 간주되어선 안 된다.

"L as if R" 형태의 진술을 생각해보자. 카트라이트는 'as if' operator에는 두 가지 기능이 있다고 말한다. 보통 'as if' 왼편의 L은 존재에 관한 믿음의 sign이다. 반면 'as if' 오른편의 R은 보통 수학적으로 다루기 위해 알아야 할 것에 대한 기술이다. 즉 R은 보통 이론이 그것에 방정식을 적용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기술이어야 한다. 예컨대 "실제 양자 전자"는 고전 전자 진동자처럼 행동한다고 했을 때, 이론은 이미 고전 전자 진동자의 경우에 적용되는 방정식을 말해줄 수 있다. 마찬가지로, 헬륨-네온 레이저가 마치 "..... 3-레벨 원자들의 집합체"같다고 했을 때, 우리는 Fokker-Plank 방정식이라 불리는 방정식을 적용할 수 있다. 또다른 예로 레이저를 van der Pol 진동자처럼 다루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는 B. van der Pol이 3극 진공관(triode) 진동자에 적용하기 위해 개발했던 방정식을 쓰면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as if' operator의 두 기능은 서로 무관하다.

"L as if R"의 형식에서, 존재에 관한 믿음을 표현하려는 경우 우리는 실재인 것으로 간주하는 모든 것을 'as if' 왼편 L에 기술하면 된다. 소박한 관점에서, 두 번째 목적을 위해 우리는 L에 쓰여진 모두를 R에 옮기면 되는 것으로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나서 그것을 방정식으로 변환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이는 실제 작업방식이 아니다. 이론은 기술로부터 방정식을 얻기 위한 원리를 아주 조금밖에 가지고 있지 않으며, 그 원리들은 매우 특정한 방식으로 구조화된 그런 종류의 정보만을 필요로 한다. L은 기술적 적합성(descriptive adequacy)에 의해 선택되지만, R은 대체로 그 수학적 특성에 의해 선택된다. 일반적으로 최선의 기술에는 방정식이 부착되기 어렵다.

이론 도입의 두 단계

논리 경험주의자들이 제안한 '이론에 대한 규약적 관점'에 따르면, 이론은 두 종류의 명제, 내적 원리와 교량 원리로 나뉜다. 내적 원리는 이론의 내용, 즉 이론 내의 존재자들과 과정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법칙을 표현한다. 교량 원리는 이론을 (관찰가능한) 실재와 묶어주는 것으로 가정된다. 관찰 가능/불가능의 구분은 깨졌으므로, 교량원리는 이론과 '사전에 이해된' 용어를 연결시켜주기 위한 것으로서만 필요하다.

내적 원리와 교량 원리는 과학적 설명의 연역적 성격을 지켜주는 것으로 가정되어 왔다. 왜 레이저가 빛 신호를 증폭시키는지 설명하기 위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용어를 이용해 레이저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해 기술하면서 시작한다. 교량 원리는 이를 양자 이론의 언어로 표현된 기술과 매치시킨다. 양자 역학의 내적 원리는 그 이론적 기술을 만족하는 상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고, 두 번째 교량원리를 통해 그 결과를 관측된 증폭현상에 대한 기술로 되돌린다. 각 단계에서 적용된 원리가 필연적이라는 이유로 이 설명은 연역적이다.

그러나 최근 헴펠은 이 설명이 진정 연역적이라는 데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교량 원리가 필연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무거운 막대가 철조각을 끌어당긴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는 자기 현상인가? 이는 필연적이지 않다. 우리는 다른 모든 설명을 배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확신할 수가 없다. 자석은 분명 철조각을 끌어당길 테지만, 그것은 오직 모든 주변 상황이 적절할 때만이다. 헴펠이 결론짓기를, 교량 원리는 보편 법칙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 않다. 그것은 전부가 아닌 대부분의 경우에만 적용되거나, 상황이 충분히 이상적일 때에만 적용된다.

이는 좋은 소식이기도 하고 나쁜 소식이기도 하다. 만약 현상에 대한 적절한 기술이 주어진다면, 이론은 우리에게 어떤 수학적 기술이 사용될 수 있을지 말해줄 것이다. 그러나 방정식이 적용되기에 '적절한 기술'은 흔치 않으며, '참된 기술'이 주어졌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참된 기술'로부터 방정식을 함축하는 기술을 얻는 형식적 원리도 거의 없다. 여기에는 눈대중과 좋은 센스가 동원될 뿐이다.

이론이 도입되는 과정은 두 단계로 나뉜다. 우리가 연구하고 있는 계에 대해 아는 바를 모두 적는 것으로 연구를 시작한다고 생각해보자. 물론 이는 과장이다. 어쨌든 이 때 결과적으로 나오는 기술은 준비되지 않은 기술이다. 이는 존재적 믿음을 표현하기 위해 'as if' 왼편에 적힐 수 있다. 준비되지 않은 기술은 이론의 어떠한 수학적 요구에 의해서도 제약받지 않는다. 아직 이론은 도입되지 않았다.

이론 도입의 첫 번째 단계에서, 우리는 준비된 기술을 마련한다. 즉 우리는 현상에 대해 그것을 이론에 집어 넣을 수 방식의 표상을 제시한다. 준비된 기술의 가장 중요한 요구조건은 이론이 그 기술에 대해 방정식을 매치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방정식을 풀기 위한 경계조건이나 타당한 근사법 등의 정보도 준비된 기술에 포함되어야 한다. 예컨대 우리는 레이저 공동의 벽과 그 주위를 reservoir로 기술할 수 있는데, 이는 레이저가 메모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며, 우리는 도출을 위해 마르코프 근사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이론 도입의 첫 번재 단계는 비형식적이다. 이론의 어떤 원리도 우리에게 기술을 어떻게 준비할지 가르쳐주지 않는다. 준비되지 않은 기술로부터 이론의 수학적 요구조건을 만족시키는 기술을 얻기 위해 우리는 교량 원리를 찾지도 않는다. 이 단계에서 적절성 검사는 사실을 얼마나 잘 표현했는가에 의존하지 않으며, 수학적으로 취급하는데 얼마나 성공적일지에만 의존한다.

반면 이론 도입의 두 번재 단계에서는 이론적 원리가 사용된다. 이 때 사용되는 원리가 바로 교량 원리이다. 교량 원리는 준비된 기술로부터 그 기술에 적용될 방정식, 경계 조건, 근사법을 지시한다. 준비된 기술을 얻는 과정에 이론은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지만, 일단 준비된 기술을 얻고 나면 우리는 이론의 (교량) 원리를 통해 그에 맞는 방정식을 얻을 수 있다.

몇몇 모형 교량 원리

양자 역학의 경우에도 근본 원리는 내적 원리와 교량 원리로 나뉜다. 양자 역학의 핵심적인 내적 원리는 슈뢰딩거 방정식으로, 주어진 (계의 해밀토니안Hamiltonian이 주어졌을 때) 계의 상태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할지를 말해준다. 교량 원리는 이론의 수학적 언어로 들어가고 나오기 위한 스키마를 제공한다. 상태는 벡터로 표현되고, 관측가능량은 operator로 표현되며, 주어진 상태의 주어진 양의 평균값은 관계된 operator와 벡터의 곱으로 표현된다. 등등. 이러한 내용은 보통 교과서의 첫 장에 짧게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양자 역학을 하기 위해 우리는 해밀토니안을 선택하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이를 말해주는 원리야말로 양자 역학의 진정한 교량 원리라 할 수 있다. 이론에 내용을 부여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며, 학생들은 이것을 공부하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한다.

양자 역학 교과서는 구체적 상황과 그에 대한 해밀토니안에 대한 논의로 가득차 있다. 교육적 목적을 위해 그 사례들은 단순화되고 이상화되어 있을 수 있다. 실제 세계의 물질로 구성된 구체적인 이야기가 언급되어야 있어야 할 것 같지만, 그런 이야기는 완전히 빠져 있다. 일반적으로 교과서에는 물질적 실체(material substance)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다. 대신 우리는 일련의 '모형 해밀토니안'을 배움으로써만 양자 역학의 교량 원리를 배운다. '모형 해밀토니안'이라 부르는 이유는 그것이 오직 고도로 허구적인 대상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보통 교과서에서는 아래의 모형들에 대한 해밀토니안이 수록되어 있다.

  • 자유 입자의 운동
    • 1차원 상의 자유 입자
    • 3차원 상의 자유 입자
    • 상자 속 입자
  • 선형 조화 진동자
  • 구분적으로 일정한 퍼텐셜
    • 네모난 우물
    • 퍼텐셜 계단
    • 주기적 퍼텐셜
    • 쿨롱 퍼텐셜
  • '수소 원자'
  • 2원자 분자
  • 중심 퍼텐셜 분산
  • (모든 레이저 이론의 기초가 되는) 전자기장과 상호작용하는 전자

위의 목록에서 실제 물질은 딱 하나─수소 원자─가 나온다. 그러나 여기서 배우는 해밀토니안은 실제 수소 원자에 대한 것이 아니다. 실제 수소 원자는 환경 속에 위치하겠지만, 여기서 배우는 수소 원자는 가설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원자이다. (다만 우리는 나중에 이 해밀토니안과 환경을 묘사하는 다른 해밀토니안을 결합할 수 있을 거라 희망할 뿐이다.)

그러나 초급 교과서의 수소 원자에는 다른 것도 생략되어 있다. 예컨대 Messiah의 교과서 1권의 수소 원자는 상대론적 고려가 빠져 있으며 전자 스핀에 대한 고려도 빠져 있다. 그러나 2권에서는 디락 전자(Dirac electron)에 대한 상대론적 이론을 이용하여 이 부분을 보완한다. 그럼에도 2권의 수소 원자는 여전히 실제 수소 원자가 아니다. 왜냐하면 Lamb shift에 대한 고려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 해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결국 Messiah의 교과서 1,2권에 "수소 원자"라는 이름이 붙은 장에 수록된 해밀토니안은 (환경에 대한 고려를 빼더라도) 어느 것도 실제 수소원자에 대한 해밀토니안이 아니다. 우리는 이로부터 위의 목록에 수록된 '수소 원자'가 실제 원자라기보다는 쿨롱 힘만 관계된 2체 시스템에 대한 이름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2체 시스템은 단지 정신적 구성물일 뿐이다.

물론 Messiah의 책은 입문 교과서이다. 만약 저널의 논문이나 연구 보고서의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까? 카트라이트의 대답은 아니오이다. 좀더 복잡하고 새로운 교량 원리가 등장할 수는 있겠지만, 여전히 그 교량 원리는 실제가 아닌 모형과 방정식을 연결시켜줄 뿐이다.

실제로 이론은 적은 수의 익숙한 원리들을 결합함으로써 그리고 필요하면 수정을 가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어쩌면 그런 식으로 작동해야 한다. 목적은 적은 수의 원리(내적 원리와 교량 원리)를 가지고 다양한 현상을 포괄하는 것이다. 각각의 새로운 상황마다 새로운 해밀토니안을 필요로 한다면 그것은 이론이 아니다. 양자 이론의 설명력은 다양한 경우를 포괄하는 데 적은 수의 잘 이해된 해밀토니안을 적용하는 능력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이렇게 얻은 설명력에는 대가가 따른다. 해밀토니안의 수를 제한함으로써 우리는 상황을 실재론적으로 표현하는 능력도 제한받게 된다. 이것이 우리의 준비된 기술이 거짓말을 하게 되는 이유이다.

연극으로서의 물리학

더 읽을거리

Table of Contents of Nancy Cartwright's How the Laws of Physics Lie (1983)

  1. Causal Laws and Effective Stragegies
  2. The Truth Doesn't Explain Much
  3. Do the Laws of Physics State the Facts?
  4. The Reality of Causes in a World of Instrumental Laws
  5. When Explanation Leads to Inference
  6. For Phenomenological Laws
  7. Fitting Facts to Equations
  8. The Simulacrum Account of Explanation
  9. How the Measurement Problem is an Artefact of the Mathemat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