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역사로 과학 읽기
박민아, 김영식 편, 『프리즘: 역사로 과학 읽기』 (서울대학교출판부, 2007/2013).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역사라는 프리즘을 통해 불투명한 과학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과학이 만들어지고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게 하는 데 기여한 다양한 구성요소들을 분석하고 있다. 실험, 이론 등 과학을 구성하는 기본요소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오늘날 과학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사회적·역사적·문화적 요소들까지도 함께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이 책에서는 국내외 과학사학계 저널이나 책을 통해 발표된 중요한 논문 11편을 한 자리에 모아 놓았다.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해 가능하면 다루는 시기나 주제, 방법론 등이 겹치지 않는 글들을 선택하고 있다. 한편, 학부 수업용 교재라는 점을 고려하여 과학사서술방법론(historiography)을 다룬 어려운 연구보다는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그런 방법론들을 보여줄 수 있는 연구들을 선택하려고 했다. 이런 점 때문에 과학사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도 이 책에 실린 개별 연구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2007년에 500부 한정으로 출판되어 절판되었다가, 2013년에 (아마도 사소한 수정을 한) 개정판이 출판되었다.
머리말
전문화, 세분화가 심해지면서 과학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심지어는 대학에서 4년 동안이나 자연과학 혹은 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조차도 일단 대학을 떠나면 과학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해 버릴 정도로 말이다. 상황이 이러니 과학을 즐기자, 라는 말은 왠지 어폐가 있어 보인다.
과학이 과학자들만의 유희라면 과학이 어렵든 말든 문제될 바는 전혀 없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과학은 더 이상 과학자들만의 것이 아니다. 과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혹은 과학을 정말 싫어할 지라도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과학의 혜택을 받고 과학에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우리가 낸 세금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이 과학기술 연구개발비에 투자되는지 생각해 보라.
일종의 투자자로서 우리는 과학에 대해 무관심할 수만은 없다. 내 투자가 의미 있게 사용되는지 좀 더 적극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를 위해 과학의 전문적인 내용을 일일이 공부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과학 활동이 갖는 독특성은 무엇인지, 그것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지, 과학을 발전시키는 추동력은 무엇인지 등 과학의 본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리고 그를 통해 “의미 있는” 혹은 “가치 있는” 과학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기준만 제대로 가지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역사라는 프리즘을 통해 과학을 분해해 보는 과학사 연구가 제공해 주는 것은 바로 과학의 본성에 대한 이해와 “의미 있는” 과학의 기준에 관한 것이다.
과학의 전문화가 심화되면서 “과학대중화”가 더욱 중요한 의미를 부여받게 되었다. 또한 요 몇 년 새 한국 사회에서는 “과학문화”라는 말이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하게 되었다. 하지만 “과학대중화”나 “과학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면서도 막상 그것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실천 안에 이르면 애매모호하기 그지없다. 어려운 과학의 내용을 쉽게 풀어서 일반인들에게 전달하는 과학자들의 강연이나 과학연극, 일상 속에 담겨 있는 과학의 원리 찾아내기 같은 활동들을 통해 과학대중화나 과학문화를 보급시키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고 이것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기본적으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가들의 “계몽적 활동”이라는 면에서 진정한 “과학대중화” 혹은 “과학문화”로서는 나름의 한계를 지니고 있지 않은가 싶다. 역사를 통해 바라 본 과학은 과학전문가―일반인의 구도가 갖는 한계를 넘어 과학에 대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이해를 가능하게 해 줄 것이다.
이 책은 학부 과학사 관련 수업에서 사용하기 위한 교재로 기획되었다. 1980년대 창비를 통해 출판되었던 『역사 속의 과학』 Ⅰ, Ⅱ가 당시까지 과학사에서 이루어진 중요한 연구들을 소개했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이후 이루어진 연구들에 대해서도 그와 같은 작업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최근까지 이루어진 과학사 연구의 다양한 경향들을 보여주기 위해 국내외 과학사학계 저널이나 책을 통해 발표된 중요한 논문 11편을 한 자리에 모아 놓았다.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해 가능하면 다루는 시기나 주제, 방법론 등이 겹치지 않는 글들을 선택하려고 했다. 한편, 학부 수업용 교재라는 점을 고려하여 과학서술방법론(historiography)을 다룬 어려운 연구보다는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그런 방법론들을 보여줄 수 있는 연구들을 선택하려고 했다. 이런 점 때문에 과학사를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 책에 실린 개별 연구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과학의 역사를 보다보면 종종 한 과학자가 다른 과학자의 지적인 영향이나 도움에 대해 충분한 감사를 표하지 않아서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뉴턴과 후크, 뉴턴과 라이프니츠 사이에 있었던 논쟁들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것을 교훈 삼아 이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 도움을 준 모든 사람들에게 일일이 감사의 뜻을 표해야 마땅할 것이다. 우선 까다로운 번역을 함께 해 준 김명진, 김봉국, 박민아, 서민우, 안기택, 정동욱, 정세권, 천현득 군에게 감사를 표한다. 훌륭한 연구를 싣게 해 준 문중양 교수, 임종태 교수에게도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원고의 교정 작업에 도움을 준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학생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기초교육 교재개발을 지원해 준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관계자와 책의 출판을 책임져 준 서울대학교 출판부 관계자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하는 바이다.
목차
박민아, 김영식 편, 『프리즘: 역사로 과학 읽기』 (서울대학교출판부, 2007/2013).
제1부 과학혁명의 또 다른 면모
- 마리오 비애지올리, 갈릴레오, 상징 제작자 (김명진 옮김)
- 해롤드 쿡, 혁명의 최전선? 북해 연안 지역의 의학과 자연사 (서민우 옮김)
제2부 실험의 권위
- 오웬 한너웨이, 실험실 설계와 과학의 목적: 안드레아스 리바비우스와 티코 브라헤 (김봉국 옮김)
- 잔 골린스키, “실험의 정확성”: 18세기 후반 화학에서 측정의 정밀성과 추론의 정밀성 (천현득 옮김)
제3부 생물학과 사회의 상호작용
- 낸시 레이즈 스테판, 인종과 젠더: 과학에서 유비의 역할 (정세권 옮김)
- 피터 보울러, 진화론의 사회적 함의들 (정세권 옮김)
제4부 20세기 과학
- 피터 갤리슨, 아인슈타인의 시계들: 시간의 장소 (정동욱 옮김)
- 다니엘 케블레스, 미국의 거대과학과 거대정치: 사멸한 SSC와 살아남은 휴먼게놈프로젝트에 대하여 (김봉국 옮김)
제5부 동아시아 사회 속의 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