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문서로, 내용상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것.
토머스 새뮤얼 쿤(Thomas Samuel Kuhn, 1922년 7월 18일 ~ 1996년 6월 17일)은 미국의 과학사·과학철학자이다. '패러다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안하고, 과학의 발전이 패러다임의 교체에 의해 혁명적으로 이루어진다 하였으며 이 변화를 '과학혁명'이라고 불렀다. 그의 저서가 나왔을 때 확고한 토대 위에서 진보해 간다고 여겨지던 과학에 열등감을 가진 사회학자들은 열렬히 환영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과학혁명의 구조>, <코페르니쿠스 혁명>등이 있다.진짜? 메인 섹션의 내용을 보충해 주세요.
생애
토머스 쿤은 1922년 7월 18일 미국 오하이오주의 신시내티에서 유대인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1940년에 하버드 대학에 입학하여 물리학을 공부하고 1943년에 물리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였다. 그 후 그는 OSRD (Office of Scientific Research and Development)라는 미국의 무기 관련 연구소에서 2년간 근무하였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다음, 하버드 대학 물리학과 대학원 과정에 들어갔으며, 1946년에 물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1949년에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1940년대 후반 쿤은 그 무렵 하버드 대학 총장을 지내고 있던 코난트가 개설했던 비자연계 학생들을 위한 자연 과학 개론 강의를 준비하면서 17세기 역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로부터 과학사에 강한 흥미를 느꼈으며, 1952년부터 과학사를 강의하게 되었다. 과학사에 흥미를 느끼게 된 계기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을 읽고 탁월한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어떻게 그렇게 잘못된 생각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런 물음을 생각하면서 어느 순간 아리스토텔레스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1] 이를 계기로 그는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 과학에까지 관심을 넓혔다.[2] 쿤은 1956년에 UC버클리로 옮겨 과학사 강의를 하였고, 1957년에는 『코페르니쿠스 혁명』이라는 책을 썼다. 그리고 1962년에는 그의 유명한 저서인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책을 출판하였다. 이후 그는 프린스턴 대학교, 매사추세츠공과대학 등 여러 곳에서 과학사 강의를 하고, 『본질적 긴장』, 『흑체 이론과 양자 불연속성』과 같은 여러 논문집과 책을 집필하여 학계에 크나큰 영향을 주었다. 1996년 6월 17일에 기관지암으로 74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그는 집필에 몰두하였다. 이후 2000년에는 1970년부터 1993년 사이에 발표했던 철학 논문들과 대담을 실은 『구조 이후의 도정』이 출간되었다.[3]
일생을 보았을 때 그는 물리학자로서 학문의 길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가 과학사 공부에서 얻은 결론은 단지 과학사 발전에만 기여한 것이 아니였다. 그는 또한 현대 철학과 사상계의 흐름에 역시 큰 영향을 주었다.
패러다임(paradigm)
『구조』의 정상과학으로 가는 길과 추가―1969를 참고하여 수정할 것.
토머스 쿤의 저서인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새롭게 제시된 개념으로, '사례, 예제, 실례, 본보기' 등을 뜻하는 그리스어 'paradeigma'에서 유래되었다. 언어학에서는 으뜸꼴, 표준꼴을 의미하는데, 그는 패러다임을 '한 시대를 지배하는 과학적 인식·이론·관습·사고·관념·가치관 등이 결합된 총체적인 틀 또는 개념의 집합체'로 정의하였다.
그는 과학사의 특정 시기에는 전체 과학자 집단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모범적인 틀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 틀을 패러다임이라고 한다. 한 패러다임이 나타나면, 이 패러다임에는 여러 문제들이 있는데,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계속 탐구하고, 또 새로 생기는 여러 문제들을 퍼즐 맞추기처럼 풀어나가야 한다. 그들은 끈질기게 자신들의 패러다임을 포기하지 않고 기지를 발휘해서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이러한 과학자들의 탐구에 의해 누적된 결과들이 기존의 패러다임을 발전시키게 된다. 쿤은 이러한 탐구, 연구활동들을 '기존 패러다임이 정해준 틀 안에서 퍼즐을 푸는 식의 연구', 즉 '정상과학 (normal science)'이라 서술하였다.
쿤은 또한 과학자들로 하여금 어떤 하나의 특정한 패러다임을 선택하거나 거부하게 하는 데 있어서 심리학적이고 사회학적인 요소들이 기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대학교수직에 종사하면서 정년을 앞두고 있는 과학자들은 아무래도 임시 계약직으로 있는 젊은 연구자들에 비해서는 통상적인 주제로부터 벗어나는 문제에 대해 보다 자유롭게 깊이 빠져들 수가 있다. 또다른 예를 들면, 모든 과학자들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있어서 자신의 스승이나 학생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패러다임은 교과서와 이론 안에서뿐만 아니라 연구비를 제공하는 단체들, 연구 및 교육제도, 학술 논문에 관한 심사 위원회와 같은 조직들에 있는 것 같은 규약을 가진 사회단체들의 지적인 자산이라고도 볼 수 있다.[4]
쿤은 처음에 패러다임이란 말을 느슨하게 사용하는 실수를 범했다. 규범이 되는 본보기도 패러다임이라 지칭하였고, 이를 따르며 생기는 전통 또한 패러다임이라 하는 등 많은 혼란이 생겨났다. 쿤 자신도 이 실수를 인정했지만 지금의 패러다임이란 말은 각종 학문 분야로 파급되어 오늘날 거의 모든 사회현상을 정의하는 개념으로까지 확대되어 사용되고 있다.[5]
패러다임은 자신과 잘 맞지 않는 것은 보지 못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 쿤 역시 패러다임이 연구 영역을 제한시킨다는 비판에는 그 자신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패러다임이 과학자들로 하여금 자연의 어느 부분을 상세하고 깊게 탐구하도록 만들며, 퍼즐 풀이에 대한 도전을 통해 지속적인 연구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정상과학은 패러다임에서 변칙사례들이 많이 나오면 저절로 과학혁명을 불러일으키는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6]
정상과학
『과학혁명의 구조』의 2~5장을 참고하여 수정해 볼 것.
토마스 쿤은 과학연구 활동을 '정상과학(normal science)'이라고 지칭하였다. 정상과학은 '과거에 있었던 하나 이상의 과학적 성취에 확고히 기반을 둔 연구 활동'을 뜻하는데, 여기서의 성취는 더 나아간 실천의 토대를 제공하는 것으로 특정 과학자 공동체가 한동안 인정한 것을 말한다.[7] 그에게 있어서 과학활동이란 기존의 패러다임이란 범위안에서 연구가 이루어지는 것이었으며, 이런 식의 독단성이 과학에 있어서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였다. 패러다임이 만들어진 후에는 무엇을 새로 발견할 수 있을지 그 패러다임이 지시해주고 이에 따라 패러다임에 맞는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반대로 패러다임에 맞지 않은 우연한 발견이 생기는 경우에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보호하기 위해 임시방편적 가설 등을 동원하여 방어하고자 한다. 쿤은 이러한 과정에서 과학의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것을 반증하며 새로운 이론이 등장하고 그것을 또한 반증을 하려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과학의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던 칼 포퍼와는 다소 상반되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7세기 말, 뉴튼은 태양계 안의 행성들이 어떻게 움직이는 가를 뉴튼의 중렵법칙과 운동법칙, 미적분을 사용하여 정밀하게 수학적으로 풀어냈는데, 이러한 뉴튼스타일로 과학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그 패러다임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었다.[8]
정상과학의 성격
정상과학은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정상과학에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성격이지만, 좀 더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패러다임은 엄청난 과학적 성공이지만 불완전하다.
2. 패러다임은 적법한 문제와 문제풀이의 기준을 제공한다.
3. 정상과학의 목적은 패러다임의 시험이 아닌 발전과 명료화이다.
4. 정상과학은 패러다임의 기약을 현실화하는 마무리작업이다.
5. 정상과학은 패러다임이 제공하는 미리 짜여진 고정된 상자에 자연을 밀어넣는 시도이다.
(따라서 우리는 완벽하게 타당한 추론을 하지 못해도 과학을 하고 지식을 축적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되면 그 지식을 폐기될 수도 있다. 쿤 로스)
다음은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정상과학의 성격에 대해 발췌한 부분이다.[9]
정규적인 연구 문제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아마도 그들 연구가 개념적이거나 현상적인 주요한 새로움을 얻어내는 것은 거의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일 게다.(63쪽)
정상 과학은 근본적인 새로움(novelty)을 흔히 억제하게 되는데, 그 까닭은 그러한 새로움이 정상 과학의 기본 공약들을 전복시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공약들이 임의성의 요소를 지탱하는 한, 정상 과학의 바로 그 성격은 새로운 것이 아주 오랫동안 억제되지 않을 것임을 보장한다.(25쪽)
이 저술들은 두 가지 본질적인 특성을 공유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 그것들의 성취는 과학 활동의 경쟁 방식으로부터 끈질긴 옹호자들의 무리를 떼어낼 만큼 가위 전대미문의 것이었다. 동시에 모든 유형의 문제들을 연구자들의 재개편된 그룹이 해결하도록 남겨 놓을 만큼 상당히 융통성이 있었다.(32쪽)
정상 과학, 즉 우리가 방금 검토했던 수수께끼 풀이(puzzle-solving)의 활동은 과학 지식의 범위와 정확성의 꾸준한 확장이라는 그 목표에서 크게 성공적인 고도의 집적된 활동이다. 이들 모든 관점에서 정상과학은 과학적 연구의 가장 보편적인 이미지에 매우 정확하게 잘 맞는다.(87쪽)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 에서 18세기의 역제곱 법칙문제 해결을 사례로 들며, 정상과학은 새로운 발견을 얻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게임의 규칙에서 한 가지를 바꿈으로써 대안이 마련될 수 있음을 주창한다.[10]
정상 과학은 사실이나 이론의 새로움을 겨냥하지 않기 때문에 성공적인 경우, 그 어떤 새로움이 찾아지는 것은 아니다.(87쪽)
정상과학 하에서의 연구
토머스 쿤은 정상과학 하에서 가능한 연구 유형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패러다임의 중요한 사실들을 문제를 푸는데 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행성의 운동에 대해 알아내거나, 물질의 전기 전도도나 끓는 점을 측정하는 것과 같은 연구이다. 이러한 사실들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은 과학 문헌의 상당량을 차지한다. 또한, 그러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이나 기구를 고안해내는 활동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렇듯 패러다임은 문제와 문제풀이의 기준을 제공한다.
두 번째는 패러다임의 이론에서 나온 예측과 사실을 비교하는 것이다. 즉 패러다임을 고수하기 위해 예측한 현상이나 이론이 실제와 맞아 떨어지는지 보는 것인데 이러한 사례는 역사에 많다.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에서 빈칸에 해당하는 원소를 찾는 과정에서 게르마늄(Ge)이 발견되었다. 또한 천왕성의 궤도가 뉴튼의 이론과는 다른 점을 연구하다 미지의 행성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결국 해왕성을 발견한 사례도 이 유형에 해당된다. 뉴튼의 제 2법칙을 입증하기 위해 푸코의 진자를 만든 것도 이와 비슷하다. 패러다임의 존재는 과학자들이 풀어야 할 문제를 제시해 준다.
세 번째는 패러다임을 명확히 하는 연구이다. 여기에 세 가지 유형이 있는데, 첫째는 만유인력 상수나 아보가드로 수와 같은 물리 상수를 측정하는 일이다. 둘째는 정성적인 패러다임에서 쿨롱의 법칙이나 줄의 전기 저항 법칙과 같은 정량적 법칙을 이끌어 내는 일이다. 마지막은 한 종류의 현상을 위한 패러다임을 다른 종류의 패러다임에 적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런 연구는 패러다임 없이는 생각해 낼 수 없으며, 해답이 있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고 쿤은 주장한다.[11]
쿤이 바라보는 사이비 과학
이 내용은 쿤의 Logic of Discovery or Psychology of Research?를 참고할 수 있음.
칼 포퍼는 종교나 점성술을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그에 따른 설명을 내놓을 수 있어 반증이 불가능하므로 사이비 과학이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토머스 쿤은 반증주의를 따르지 않았으므로 사이비 과학에 대해서 칼 포퍼와 다른 주장를 내놓는다. 쿤이 점성술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을 살펴보면 점성술이 비과학적인 이유는 패러다임 중심의 퍼즐 풀이 활동의 부재라고 말한다. 이는 Sven Ove Hansson의 책에 언급된 내용을 통해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쿤의 구획문제에 관한 시각은 그가 천문학과 점성술을 비교한 데서 명확히 드러난다. 고대로부터 천문학은 퍼즐풀이의 기능을 가지고 있었고 그렇기에 과학이다. 만약 천문학자의 예측이 틀리더라도, 그에게 보다 많은 측정값이 주어지거나 이론이 수정되면 그 퍼즐은 그때는 풀릴 수도 있다. 이에 반해 점성술사는 이러한 퍼즐을 가지고 있지 않다. “특정한 실패 사례는 퍼즐을 연구하게 만들지도 못하고, 점성술의 전통을 다시 쓰고자 하는 건설적인 시도를 불러일으키지도 못한다”… 그러므로 쿤에 따르면 점성술은 과학이 될 수 없다.[12]
과학혁명
쿤의 과학관에 대한 비판과 대응[13]
1962년 [과학혁명의 구조]가 출판 된후 벌어진 여러가지 논란에 대해 쿤은 1969년 [후기]를 발표함으로써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였다. '후기'에서 쿤은 자신의 기본적 입장은 변하지 않았지만 오해와 반복되는 비판에 대해 응답하고 자신의 생각이 전개되는 방향을 제시했다.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개념과 쿤의 대응은 다음과 같다.
패러다임 개념의 애매성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패러다임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 의미가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어 혼란을 주었다고 비판받았다.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쿤의 패러다임 개념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인정된 과학적 업적이라는 의미 이외에도 신화,철학,교과서 또는 고전,전통 및 하나의 모델,과학적 업적,유추,표준적인 예시,형태 그림,정치적 제도, 지각자체를 지배하는 조직화의 원리 등으로서 해석될 수 있다. 패러다임의 이러한 의미 모두 서로 일관성이 있는 의미로서 해석될 수 없음은 많은 과학자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쿤은 패러다임 의미에 대해 후기에서 학문의 표본 모형(disciplinary matrix)이라는 의미와 표본 사례(exemplar)의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로 나뉠수 있다고 말한다. 학문의 표본 모형은 탐구 활동을 준비하는 교육 과정에서 과학자들에 의해 배우게 되는 물음의 체계로, 과학이 운영하는 기준 체계를 제공해 준다. 이러한 학문의 표본 모형은 여러 가지 다른 측면이 명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고, 또 이 모형의 부분을 설명하는 데 있어 과학자들의 공유된 가치들에 의해서 규정되기도 하고, 실천적인 기술들과 방법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학문의 표본 모형은 실천적인 연마와 경험에 의해 익혀야 하는 실험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한편, 표본 사례들은 모든 초보 과학자들이 습득해야 하며, 자신들의 탐구 분야의 모델을 제공해주는 과학의 성공적인 부분이다. 표본 사례에 의한 가르침은 과학자들의 훈련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는 분명하게 제시된 법칙이나 규칙이라기보다는 암묵적 지식에 속할 것이다.
비합리적 과학관
쿤은 과학을 주관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비난을 받는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그 자신이 암묵적 지식과 직관을 언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쿤이 말하는 직관은 개인적인 것이 아닌 성공적인 집단의 것이며 분석 가능한 것이다. 공유된 모범 사례에 내재한 과학적 지식을 언급한 것은 덜 체계적이거나 분석할 수 없는 지식의 형태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규칙에 의해서 과학적 지식이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반박하기 위해서이다.
통약불가능성
통약불가능성(通約不可能性, incommensurability)은 실증주의적 과학철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과학이론에 대한 견해로서, 관측과 이론 자체 사이에 구분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쿤의 저서에서 가장 논쟁을 일으켰던 점은 두 패러다임의 비교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 패러다임과 뉴튼 패러다임 사이에 혹은 뉴튼 역학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간에 '통약불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패러다임이 변함에 따라서 세상이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약불가능성은 두 패러다임을 다른 세상으로 만드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같은 상황을 서로 다르게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논할 때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두 사람은 틀림없이 그 단어들을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언어적 문제가 아니며, 문제시 되는 용어의 정의를 명확히 한다고 해서 간단히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쿤은 1970년대와 80년대를 통해서 이를 두 패러다임의 언어가 1대 1로 번역될 수 없다는 ‘번역불가능성’(untranslatability)으로 해석하면서 그 원인을 다른 두 패러다임이 서로 다른 분류 체계를 가지고 있는 데서 찾았다. 이러한 근거에서 쿤은 과학의 발전이 완벽한 진리를 향해서 한발자국씩 접근한다는 과학의 진보 개념을 부정했다. 이는 공약불가능성(公約不可能性)이라고도 번역된다.
통약불가능성에 대한 첨언
하지만 언제나 두 패러다임이 통약불가능한것은 아니다. 패러다임을 어떠한 '틀' 안에서 그림퍼즐을 푸는 것으로 비유를 하자면, 어떠한 '틀' 안에서 그림퍼즐을 맞추는데, 사실 그 완성본(혹은 완성본에 대한 청사진)이 더 큰 그림 퍼즐의 일부분인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한마디로 원래 풀고 있던 틀(구 패러다임)을 아우르는 더 큰 틀(신 패러다임)이 등장하면 이 둘은 통약가능한 것이 된다. 이것의 예를 들자면, 뉴턴 패러다임에서 풀 수 있었던 퍼즐은 모두 아인슈타인 패러다임에서 속도를 광속에 비해 매우 작게 근사함으로써 똑같이 풀 수 있다. 이는 아인슈타인 이론이 뉴턴 이론을 아우르는 패러다임이라는 것임을 뜻하며, 이는 어떤 두 패러다임이 항상 통약불가능한것만은 아니라는 것임을 알려준다.
과학 이론 선택의 상대주의적 입장
패러다임의 통약불가능성을 주장하면서 쿤을 상대주의자로 간주하여 비판하는 견해들에 대해서, 쿤은 번역불가능성에 관한 자신의 언급 때문에 그러한 주장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다른 이론의 지지자들은 다른 언어문화집단에 속한 것과 마찬가지 인데, 이는 다른 두 그룹 모두가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 입장을 문화와 발전에 적용하면 상대주의적이 된다. 하지만, 과학에 적용 될 경우 그 문제는 달라진다. 이는 단순한 상대주의와는 다르다. 이론 선택의 기준은 예측의 정확성, 특히 양적인 예측, 해결된 문제의 수 , 단순성, 범위, 다른분야와의 양립가능성이다. 이러한 기준은 과학적 발전이 하나의 방향을 가지며 역행할 수 없는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점은 쿤이 왜 상대주의자가 아니며 그가 과학적 진보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만약 상대주의의 관점이라면 과학의 본성과 발전을 설명하는 데에 아무런 어려움도 겪지 않았을 것이다.
특수한 패러다임에 대한 상정
패러다임의 제창과 몰락을 반복한 후에 이런 특수한 패러다임이 제창되었을 경우를 상상해보자. 그 패러다임에서도 여느 패러다임과 같이 정상과학적 연구가 지속되지만, 이 패러다임에서는 '변칙적 자료', '이상 현상'이 관측되지 않는다. 역사적 실험/관측결과를 포함하여 어떠한 실험결과, 관측결과도 이 패러다임에 벗어나지 않는다. 이 경우에도 이 패러다임과 다른 패러다임과 우열 비교가 불가능한가? 생각해볼만한 주제이다. (의견 있으면 추가바람)
끈질김의 미덕
정상과학연구에서 패러다임을 무조건 신봉하면서 틀렸다는 증거가 나와도 임시방편적 가설을 동원해 그 이론을 독단적으로 보호한 것이다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사례가 몇가지 있다. 이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뉴튼역학 패러다임이 실패했다는 증거처럼 보이는 천왕성의 궤도를 설명하기 위해 새로운 행성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내세운 사례이고 두 번째로는 중성자의 붕괴 과정에서 생기는 에너지의 손실을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원소가 한 일로 설명하여 에너지 보존 법칙을 지키려 한 것이다. 또한 원소 주기율의 예외 사례로 보이는 일들을 아직 원소가 발견되지 않았다거나 '원소가 아니다'로 설명한 사례도 있다.
이것들은 포퍼가 사이비과학이라고 신랄하게 공격했던 정신분석이나 마르크스 주의 등과 무엇이 다른가? 결과론적으로 한 가지 중요한 다른점은, 패러다임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발견을 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행성의 존재는 처음에는 임시방편적으로 만든 가설로 시작되었지만 관측을 통해 해왕성을 발견함으로써 사실이 되었고, 에너지 손실을 유발한 것은 실제로 현대 물리학에서 매우 중요한 입자 중 하나인 중성미자였다. 또 주기율을 지키지 못하던 자리는 새로운 원소를 찾아내는 바탕이 되었다.보수적인 입장이 오히려 과학의 진보를 이끌어 낸 것이다. 포퍼도 이러한 사례를 보며 이론을 고수하는 끈질김이 어느정도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수 있음에 동의했다.
하지만 언제 임시방편적 가설을 세워도 좋고 언제는 안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하는 문제가 남았다. (라카토쉬라는 철학자는 자신의 이론을 방어하는 것은 과학적인 연구의 본질이라고 인정한 후,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 진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서
코페르니쿠스 혁명
1956년 캘리포니아 대학의 과학사와 과학철학 교수로 임용되어 하버드 대학을 떠난 쿤은 그 이듬해 자신의 첫 저작인 <코페르니쿠스 혁명>(1957)을 출간하였다. 이 책에서 쿤은 천문학의 발전과정과 프톨레마이오스 체계에서 코페르니쿠스적 체계로 넘어오는 과정을 자세하게 분석하였다. 이 책에서의 쿤의 관점은 기존의 관점들과는 매우 다른데 주전원의 도입으로 조잡한 체계라 평가되었던 프톨레마이오스의 체계가 마찬가지로 행성의 운동을 원운동으로 생각하여 주전원의 관점을 집어넣어야 하는 코페르니쿠스의 체계보다 일관성 측면에서 더 좋다는 주장을 한 것이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14]
과학혁명의 구조
《과학혁명의 구조》는 원래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Unified Science의 제 2권에 수록되어 출판되었다. 이 백과사전은 원래 비엔나 서클의 회원들이 시작한 프로젝트였으나, 이들이 나치즘을 피해 망명하면서 시카고 대학으로 옮겨졌다.
이 저서에서 토머스 쿤은 과학이란 계단과 같은 단계적인 발전을 한다고 생각하였다. 정상과학 상태가 되면 그 패러다임을 따라서 연구가 진행 되는중 그에 반하는 결과들이 나오게 되는데, 처음에는 그것들을 무시하다가 어느정도 그것들이 많이 쌓이면 그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와 갑자기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패러다임이 안정화 되면 다시 정상과학상태가 되고 결국 지금의 과학은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토마스 쿤은 이 저서에서 패러다임이 제대로 정의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책의 초고를 읽은 미국의 화학자 코넌트(Conant, James Bryant,1893~1978)는 패러다임이 "편리하리만큼 정의가 안 된" 개념임을 지적했고, 한 철학자는 쿤의 책에서 패러다임이 21가지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세계관으로서의 패러다임과 과학자들이 문제풀이에 사용하는 표준적인 모델의 집합으로서의 패러다임이 혼재해서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은 쿤으로 하여금 <과학 혁명의 구조>의 2판(1970)에서 전자를 '분야의 매트릭스(disciplinary matrix)'로 후자를 '범례들(exemplars)'로 구별하도록 자극하기도 했다.[15]
《과학혁명의 구조》(1962)의 출간 5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된 이 책에서는 저명한 분석 철학자이자 토머스 쿤의 패러다임 이론을 푸코의 사회과학 이론에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과학철학자 이언 해킹이 쓴 서론이 추가되었다.
기타 저서
- Kuhn, T.S. The Essential Tension: Selected Studies in Scientific Tradition and Change. (본질적 긴장) Chicago and London: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77. ISBN 0-226-45805-9
- Kuhn, T.S. Black-Body Theory and the Quantum Discontinuity, 1894-1912. (흑체이론과 양자 불연속성)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87. ISBN 0-226-45800-8
- Kuhn, T.S. The Road Since Structure: Philosophical Essays, 1970-1993.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0. ISBN 0-226-45798-2
논문
- 쿤, 토머스 (1987), “발견의 논리인가 탐구의 심리학인가”, 『현대과학철학 논쟁: 쿤의 패러다임 이론에 대한 옹호와 비판』. 민음사.
- Kuhn, Thomas S. (1976), “Mathematical versus Experimental Tradition in the Development of Physical Science”, Journal of Interdisciplinary History 7: 1-31.
- Kuhn, T.S. The Function of Measurement in Modern Physical Science. Isis, 52 (1961): 161-193.
- Kuhn, T.S. "The Function of Dogma in Scientific Research". pp. 347–69 in A. C. Crombie (ed.). Scientific Change (Symposium on the History of Science, University of Oxford, 9–15 July 1961). New York and London: Basic Books and Heineman, 1963.
관련 항목
- 토머스 쿤, ⟪코페르니쿠스 혁명⟫
- 토머스 쿤, ⟪과학혁명의 구조⟫
- 토머스 쿤, 발견의 논리인가 탐구의 심리학인가 | 발견의 논리인가 탐구의 심리학인가 (번역)
- 정동욱, 『쿤/포퍼 논쟁』 해설
- 홍성욱, 토머스 쿤의 역사학, 철학, 그리고 과학
- 과학적 방법#역사적 접근
주석
- ↑ 박은진. (2004). 쿤, 과학혁명의 구조. 철학사상(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3(24).
-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800841&cid=41978&categoryId=41982
-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800841&cid=41978&categoryId=41982
- ↑ James Ladyman 저, 박영태 역, 『과학철학의 이해』, 이학사, 2004, pp.201-202.
-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222252&cid=40942&categoryId=31433
- ↑ 토머스 쿤, 김명자, 홍성욱 역, 『과학혁명의 구조』, 까치, 2013, 3장 참조.
- ↑ 토머스 쿤,『과학혁명의 구조』(김명자, 홍성욱 옮김, 까치, 2013) 2장 참조.
- ↑ 장하석,『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지식플러스, 2014) 1장 참조.
- ↑ [네이버 지식백과] 정상 과학의 특징 (쿤 『과학혁명의 구조』 (해제), 2004,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 ↑ 토머스 쿤, 김명자, 홍성욱 옮김,『과학혁명의 구조』, 까치, 2013
- ↑ Kuhn, Thomas.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12, Chicago
- ↑ Hansson, Sven Ove (2008). Zalta, Edward N., 편집. "Science and Pseudo-Science"
- ↑ 황별님. 쿤의 과학관에 과한 연구(A study on Kuhn's scientific View). 2008. 4장 쿤의 과학관에 대한 비판과 쿤의 대응 참조
- ↑ 장대익, 『쿤&포퍼』, 김영사, 2008.06.09 참조
- ↑ 강순전 외 17인. 『서양의 고전을 읽는다』. 휴머니스트, 2006, 5.3 참고
위키 참여 프로젝트
위의 항목들은 과학의 철학적 이해 : 2017년 1학기와 에피소드 과학철학 : 2017년 1학기 수업에서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항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