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위상과 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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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쿤 지음, 정동욱 옮김, 『코페르니쿠스 혁명 : 행성 천문학과 서구 사상의 발전』 (지식을만드는지식, 2016), 상세 부록 3절.

달의 위상의 원인에 대한 고대의 설명은 현대의 설명과 동일하기 때문에 코페르니쿠스 혁명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이 책의 앞 장에서 생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달의 위상은 고대의 우주 크기 측정에서 직접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며, 우리가 여러 차례 지적했던 것처럼 이러한 측정들은 과학자건 비과학자건 상관없이 고대의 2구체 우주를 사실에 근거한 참된 얘기처럼 보게 하는 데 일정한 기여를 했다. 게다가 위상에 대한 고대의 설명과 그와 연결된 일식에 대한 설명은 고대의 세계관이 과학적으로 적합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중요한 추가적인 본보기가 된다.

그림 55. 달의 위상에 대한 고대(와 현대)의 설명. 다이어그램 (a)는 멀리 있는 태양의 광선이 오직 구 표면의 절반만을 비추는 것을 보여준다. 다이어그램 (b)는 태양과 지구와 달의 다양한 상대 위치에 있는 지상의 관찰자에게 보이는 이 반짝이는 반구의 부분을 보여준다. 1번 위치는 삭, 2번은 상현달, 3번은 보름달, 4번은 하현달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설명은 기원전 4세기 말 무렵 그리스에서 잘 알려져 있었으며,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일찍 기원했을 것이다. 2구체 우주의 수용과 함께 하늘의 모든 행성도 마찬가지로 구형이라는, 더 과감하지만 증거는 불충분한 가정이 나타났다. 한편으로 이 가정은 지구와 하늘의 구형에 대한 유비에 기인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구형의 완벽성이란 관념과 구형이 완벽한 하늘에 잘 어울린다는 관념에도 기인한다. 불완전하긴 하지만, 더 직접적으로는 태양과 달의 관찰된 단면에 의해서도 증거가 제공되었다. 이제 만약 달이 구형이라면, 멀리 있는 태양은 달 표면의 절반만 비출 수 있을 것이고(그림 55a), 이 반짝이는 반구 중 관찰자에게 보이는 부분은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변할 것이다. 태양 위의 관찰자는 그 전체 반구를 항상 볼 수 있을 것이고, 지구 위에서 달을 바라보는 관찰자는 달이 그와 태양 사이에 놓일 때 반짝이는 반구를 전혀 볼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따르면 지상의 관찰자에게 분명하게 보이는 달 표면의 부분은 태양과 달과 지구의 상대적인 위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림 55b에는 음력 한 달을 4등분하는 태양과 달의 네 가지 상대 위치가 그려져 있으며, 이는 황도면 위에 있는 태양과 달의 지구 중심 궤도를 보여 준다(달의 위상을 논하는 데는 오직 상대 위치만 중요하기 때문에, 이 다이어그램은 태양 중심의 우주에도 손쉽게 적용될 수 있다). 중심의 지구를 제외한 전체 다이어그램이 서쪽 방향으로 도는 것은 태양과 달의 일주 운동을 설명해 주며, 이에 따라 a에 있는 관찰자가 태양이 막 지는 것을 볼 때 b에 있는 관찰자는 태양이 뜨는 것을 보게 된다. 태양과 달의 동향 궤도 운동만이 이 다이어그램에서 중요한 운동이다. 다이어그램의 1번 위치에 있을 때 달은 태양과 함께 뜨지만, 그 어두운 쪽이 지구를 향해 있기 때문에 지상의 관찰자에게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는 삭의 위치다. 1주일 남짓 지난 후 달은 빠른 궤도 운동 덕분에 느리게 움직이는 태양의 90° 동쪽 위치에 놓이게 되며, 이때 태양을 기준으로 2번 위치에 보이게 된다. 달은 이제 정오에 떠서 해가 질 때 천정 근처에 있게 된다. 달 표면의 절반만 지구에서 분명하게 보이므로, 이는 상현달의 위치가 된다. 또다시 일주일 남짓 지나면, 달은 보름달이 되고 태양이 질 때 뜬다(3번 위치). 하현달은 4번 위치에서 보이고, 이때 달은 자정 무렵 떠서 해가 뜰 때 천정 근처에 있게 된다.

달의 위상을 해독하는 데 사용된 다이어그램은 월식을 설명할 때도 사용될 수 있다. 달이 2번 위치에서 4번 위치로 이동하는 동안 달은 지구의 그림자를 통과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달은 점점 어두워져 사라지게 된다. 만약 달이 언제나 황도에서 보였다면, 달은 3번 위치에 도달할 때마다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달은 끊임없이 남북을 오가기 때문에 보름달과 지구와 태양이 일직선상에 놓이는 일은 매우 드물다. 월식이 일어나기 위해 보름달은 황도에 가까이 놓여야 하고, 이는 1년에 두 번 넘게 일어날 수 없으며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일식은 달이 1번 위치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지구에 드리울 때마다 일어나고, 이는 비교적 자주, 즉 적어도 1년에 두 번은 일어난다. 그러나 일식이 지상의 관찰자에게 보이는 일은 상당히 드물다. 지구에 드리운 달의 그림자는 매우 작아서, 관찰자가 일식을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그림자 안에 있어야 한다. 게다가 달이 태양 표면의 작은 부분 이상을 가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어떤 한 지역에 있는 관찰자는 부분 일식조차 좀처럼 볼 수가 없으며, 개기일식은 한 번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에게 일식은 진귀하고, 인상적이면서, 때로는 끔찍한 현상이 될 것이다.

목차

토머스 쿤 지음, 정동욱 옮김, 『코페르니쿠스 혁명 : 행성 천문학과 서구 사상의 발전』 (지식을만드는지식, 2016). 원문 : Thomas S. Kuhn, The Copernican Revolution: Planetary Astronomy in the Development of Western Thought (Harvard University Press,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