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시 보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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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쿤 지음, 정동욱 옮김, 『코페르니쿠스 혁명 : 행성 천문학과 서구 사상의 발전』 (지식을만드는지식, 2016), 상세 부록 1절.

이 책의 핵심 장들이 가정한 바에 따르면, 겉보기 태양일(apparent solar day, 시태양일)이 한 지역 정오에서 다음 정오까지의 시간 간격으로 정의된다면, 별들이 자신의 일주권을 완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언제나 이 태양일보다 딱 4분(더 정확히는 3분 56초) 짧다. 그러나 1장의 각주에서 지적했듯이, 이는 아주 정확한 얘기가 아니다. 만약 잇따른 지역 정오 사이의 간격이 완벽하게 일정하다면, 별들은 일정하지 않은 속도로 돌아야 한다. 반대로, 만약 별들이 동일한 시간 간격으로 잇따른 일주권을 완주한다면, 잇따른 태양일의 길이는 달라져야 한다. 이는 옛날부터 알고 있던 사실로, 적어도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에는 알고 있었으며 아마도 틀림없이 그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고대인들처럼 별의 겉보기 운동이 완벽하게 일정하다고, 즉 별들이 근본적인 시간 척도를 제공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우리는 태양이 최대 고도에 도달하는 순간들 사이의 간격이 변해야만 하는 두 가지 분명한 이유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겉보기 태양시의 불규칙성에 대한 첫 번째 원인은 태양이 황도십이궁 사이를 지나는 속도가 변하는 것 같다는 데 있다. 2장에서 알아냈듯이, 태양은 황도를 따라 추분점에서 춘분점으로 이동할 때 춘분점에서 추분점으로 이동할 때보다 빨리 돈다. 따라서 별들과 매일 벌이는 경주에서 태양은 여름보다 겨울에 더 빨리 뒤처지는 것처럼 보이며, 이에 따라 만약 시간이 별에 의해 측정된다면, 태양이 최대 고도를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여름보다 겨울에 더 길어져야 한다. 이에 따르면, 겉보기 태양일은 한겨울에 가장 길고 한여름에 가장 짧아야 하며, 불규칙성의 또 다른 원인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겉보기 태양일은 이대로 정해질 것이다.

겉보기 태양일의 변화에 대한 두 번째 원인은 천구의 적도를 가로지르는 황도의 각도다. 그것의 효과를 이해하기 위해 1장의 그림 13을 다시 보면서, 지구에 경도선을 그리듯이 천구에 등간격으로 적경선이 그려져 있다고 상상해 보자. 단순성을 위해, 황도를 따라 도는 태양의 겉보기 운동이 매일 대원을 따라 1°의 속도로 완벽하게 규칙적이라고 가정하자. 그러면 황도가 적도에 대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태양의 알짜 동향 운동이 날마다 달라진다는 것이 드러난다. 태양이 하지나 동지 부근에 있을 때, 별들에 대한 태양의 겉보기 운동은 천구의 적도에 거의 평행하다. 게다가 태양은 천구에서 경도선들이 적도에 비해 다소 모여 있는 부분을 움직이고 있다. 그 결과 태양의 알짜 동향 운동은 일속 적경 1°보다 조금 빠르며, 따라서 태양이 최대 고도에서 최대 고도로 움직이는 동안 천구는 서쪽으로 361°보다 조금 더 많이 돌아야 한다. 춘분과 추분에서는 상황이 상당히 다르다. 그곳의 적경선들은 천구상에서 최대 간격으로 벌어져 있다. 게다가 태양의 전체 운동 방향은 정동쪽이라기보다 북동쪽 또는 남동쪽이기 때문에, 태양은 동쪽으로 하루에 1°만큼 움직이지 못한다. 그 결과 태양이 최대 고도로 돌아오는 동안 천구는 정확히 361°를 돌지 않아도 된다. 이것만 고려할 경우, 겉보기 태양일은 하지와 동지에서 가장 길고 춘분과 추분에서 가장 짧아진다.

그림 53. 평균 태양시와 겉보기 태양시 사이의 차이가 1년 동안 변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균시차 그래프.
이러한 두 가지 불규칙성을 보정하기 위해 현대 문명들은 평균 태양시로 알려진 시간 척도를 채택했는데, 이것의 근본적인 시간 단위는 겉보기 태양일의 평균 길이다. 이러한 시간 척도에서 별들은 정의상 정말로 완벽하게 규칙적으로 움직이면서, 자신의 일주권을 정확히 23시간 56분 4.091초에 완주한다. 그러나 별을 규칙적으로 만들어 준 이 척도로 인해 태양은 불규칙하게 된다. 예를 들어, 태양이 지역 평균 태양시의 정오에 최대 고도에 이르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겉보기 태양시를 직접 재는 유일한 기구인 해시계가 알려 주는 시간은 우리의 시계나 라디오의 시보가 알려 주는 시간과 똑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위에서 살펴본 두 가지 효과가 모두 겉보기 태양시를 줄이도록 작용하는 12월과 1월 동안, 태양의 잇따른 최대 고도 사이의 간격은 평균 태양일보다 거의 0.5분이 짧다. 게다가, 겉보기 시간이 평균 시간보다 느린 날은 몇 달에 걸쳐 계속되기 때문에, 이러한 작은 불일치의 결과는 계속 축적되어 1년 중 어떤 시기에는 태양이 평균 태양시의 정오보다 거의 20분 일찍 최대 고도(겉보기 정오)에 도달하기도 한다. 다른 철에는 겉보기 시간이 평균 시간보다 빠르게 가면서, 한 해 동안 둘은 함께 보조를 맞춘다. 그러나 둘이 어떤 하루 동안 함께 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태양에 의한 정확한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표나 그림 53에 그려진 것과 같은 다이어그램을 이용해 해시계를 보정할 필요가 있다.

시간에 대한 앞의 논의는 별의 겉보기 운동을 규칙성의 기준으로 사용한다. 분명 이러한 기준의 선택은 적어도 논리적 관점에서는 자의적이다. 논리적으로 우리는 태양의 겉보기 운동도 똑같이 규칙성에 대한 우리의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었으며, 그러한 시간 척도에서 별들이 도는 속도는 계속 변하게 된다. 그러나 태양을 규칙성의 기준으로 선택했다면 과학과 일상생활 모두 엄청나게 불편해졌을 것이다. 그림 53의 다이어그램은 해시계보다 벽시계나 손목시계에 적용되어야 하고, 천문학자들과 물리학자들은 지구의 자전 속도가 계속 변하는 것으로 그려야 했을 것이다. 별을 기준으로 삼으면 이러한 어색함이 사라진다. 그 기준은 모든 일상적 기능과 대부분의 과학적 기능에 잘 어울린다.

그러나 그 표준은 과학에, 적어도 과학 이론에는, 완전히 적합하진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뉴턴의 운동 법칙에 내포된 시간 척도는 별의 기준과 완전히 일치하진 않는다. 뉴턴의 법칙에 따르면, 우리가 지금 이해하고 있듯이, 지구의 자전이 조수의 마찰과 같은 효과에 의해 점진적으로 느려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별의 겉보기 운동이 아주 조금씩 느려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질 수 있다. 따라서 뉴턴의 법칙과 별의 기준 둘 중 하나는 조정되어야 하며, 과학적 편의를 고려하면 새로운 기준을 찾아야 한다. 별에 의한 기준의 이론적 부적합성은 현재까진 실용적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과학에 엄청나게 중요하며, 따라서 그로 인해 과학자들은 천상의 기계보다 과학 이론의 시간 척도를 더 정확하게 따르는 새로운 시계를 찾아 나서게 되었고, 이는 오늘날에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목차

토머스 쿤 지음, 정동욱 옮김, 『코페르니쿠스 혁명 : 행성 천문학과 서구 사상의 발전』 (지식을만드는지식, 2016). 원문 : Thomas S. Kuhn, The Copernican Revolution: Planetary Astronomy in the Development of Western Thought (Harvard University Press,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