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문서로, 내용상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것.
측정이란 관측을 정밀하게 하는 것으로 과학적 지식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엄격하게 검증하고자 하는데 필수적이다. 현대과학과 뗄 수 없는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정의 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측정이 자연등 양적이지 않은 질적인 개념을 수량화 (quantification)하는 과정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1] 이렇게 자연을 수량화하는 것은 현대의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것이지만 그 역사가 긴 것은 아니다.
측정의 중요성
물리적 대상을 자나 저울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양을 나타내듯이 인간의 인지적, 정의적, 심동적 영역에 속하는 여러 가지 특성을 검사나 질문지와 같은 도구를 이용하여 수량화(quantification)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교육 분야에서 속도나 높이와 같은 심동적 영역의 측정은 물리적 특성의 측정과 관련이 있지만, 수학능력이나 지능과 같은 인지적 영역과 흥미나 태도와 같은 정의적 영역에서의 측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적 특성들을 다루고 있다. 따라서 교육 분야의 측정은 대부분이 측정을 위한 척도를 개념적으로 제작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20세기 초에 과학주의의 발달과 함께 객관적인 자료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평가 분야에서 특히 강조되었다. 측정을 위한 도구 및 방법으로는 검사, 질문지, 면접, 관찰 등이 있는데, 측정결과는 평가를 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한편, 측정의 질은 일반적으로 타당도, 신뢰도, 객관도, 실용도 등의 준거에 의해 평가된다. [2]
과학지식이 결국 관측을 기반으로 하기때문에 측정의 중요성은 더욱 명백해 지고 있다. 귀납적 추론에서 관측은 객관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라고 의심을 제기했는데, 정확히 측정한 결과라면 그러한 문제가 없을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즉 관측을 정밀하게 하는 것이 측정이고, 측정을 성공적으로 해낸다는 것은 인식론적 한계를 어느정도 훌륭하게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3]
측정하는 대상의 종류
측정에는 여러가지 요소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측정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무엇을 측정하냐'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측정'이란 어떤 물체의 물리량을 관측하는 것으로, 시간, 길이, 질량 등이 물리량에 해당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물리량 뿐만 아니라 야구에서의 타율, 출루율, ops와 경제에서의 지니 계수, GDP, 출산율, 투표율 등 여러 분야에서 측정이 사용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정확한 수치가 아닌 상대적 기준으로 표현 할 수 있는 아픈 강도나 행복지수 등의 것들도 측정의 대상으로 삼는다.[4] 관찰이란 순식간에 인식하는 것으로 착시 등 오류가 발생할 수 있으나 측정은 정밀하게 어떠한 것의 물리량 등을 재기 때문에 관찰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물리량의 기준
정확한 값으로 약속 지어진 물리량이란 것들, 즉,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물리량(시간, 길이, 질량)에 대한 기준은 정확하고 보편적인 측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 그 기준들은 역사가 흐름에 따라 많이 변해 왔고, 현재는 거의 정착이 되어가는 상태이다. 이러한 기준들이 지녀야하는 특성으로는 두가지인데 하나는 일관성이고 두번째는 정밀성 이다. 일관성이란 태도나 방법 따위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계속하는 성질을 말하고, 정밀성은 옳고 그름을 떠나서 되풀이한 측정결과가 일관성 있게 서로 일치한다는 의미이다.
1.길이 길이의 기준에 해당하는 1m의 정의는 북극에서 적도까지의 자오선의 길이의 1/10,000,000로 정의하였다가, 후에 백금 90% 이리듐 10% 합금의 미터원기를 만들어 이로 1m의 기준을 정하였다. 하지만 미터원기는 기상조건에 따른 오차가 있어 지금은 1m를 빛이 진공 중을 1/299,792,458초 동안 나아간 거리로 정의한다. 2.시간 시간의 경우 고대에서 하루의 길이를 24로 나눈 것을 1시간, 1시간을 60으로 나눈 것을 1분, 1분을 다시 60으로 나눈 것을 1초로 정의하였는다. 그 다음에는 추의 등시운동을 이용하여 시간을 정의하였고, 지금은 절대 영도에서 세슘 원자의 바닥 상태에서의 에너지 준위 차에 해당하는 주파수를 토대로 1초를 정의한다. 현재 세슘원자가 9192631770분의1 번 진동할때를 1초라 정의한다. 3.질량 질량의 경우 가로, 세로, 높이가 각 10cm인 정육면체 속에 담긴 물, 즉 물 1L의 4도에서의 질량을 1kg으로 정의하던 것을 국제 도량형국에 보관되어 있는 킬로그램 원기의 질량을 1kg으로 정의하였고, 이 정의를 100여년 이상 사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일관성의 문제로 측정 전문가들은 킬로그램 원기를 폐기하는 것에 동의하였다. 킬로그램 원기를 실제로 측정에 이용하기 위해 총 여섯 개의 복제품을 만들었는데, 시간이 흐른 후에 원기와 복제품의 질량을 비교한 결과 약 0.00005g의 차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의 두 가지 방식으로 ㎏의 정의를 재정립하려는 국제적인 움직임이 있다. 첫째, 반도체 기술을 이용하여 1㎏짜리 실리콘 구를 만든 뒤 그 안에 있는 원자 수를 세어 이를 질량으로 환산하는 일명 '아보가드로 프로젝트(Avogadro project)' 방식이 있다. 두 번째로, 플랑크 상수를 사용하여 전기력을 중력으로 환산하는 소위 '와트 저울(Watt balance)' 방식으로 ㎏을 재정의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드 뤽의 혼합법
수은, 알코올, 물의 온도계 중 더 나은 온도계를 찾고자 할 때, 우리는 측정의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우리가 그 비교를 위해 x(온도)를 측정하고자 하지만 온도는 직접 관찰 할 수 없고 오직 온도계 속의 y(액체의 부피)를 통해서만 추론될 수 있기에 결국 순환의 오류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해결한 것이 바로 드 뤽의 혼합법이다. 0℃의 물과 100℃의 물을 (100-x) : x 로 섞으면 x℃가 될 것이라는 가정을 이용해, 이 계산된 이론치 x를 온도계 속 액체의 부피 관측치 y와 비교하여 y=f(x)를 구한 것이다. 하지만 '드 뤽의 혼합법'은 액체의 비열이 온도에 따라 일정하다는 가정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에 완벽하지 않았다. 두 온도의 물을 섞을때 분자수가 같아야 하기 때문이다.(온도가 높아질수록 분자사이의 간격이 넓어지기 때문에 단순히 같은 부피만큼 섞는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실제로 비열은 온도에 따라 변하는 값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 뤽의 혼합법'이 어느정도 타당하다는 의견들이 대다수였기에 이 이론은 받아들여졌다.
측정의 문제점과 점진적 발전
측정의 기준을 마련할 때 측정하고자 하는 대상과 관련된 이론이 바탕이 된다. 많은 경우 이론 자체에 우리가 측정하고자 하는 개념이 포함되어 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고, 이는 다시 데카르트 식의 인식론적 절망으로 귀결된다. 이를 저자(장하석)는 '법칙 의존 측정의 문제(the problem of nomic measurement)'라고 한다. 우리가 어떤 x라는 값을 y라는 것을 이용해 측정하려고 할 때 함수 f(x)를 이용하여 알아낸다고 하자. 우리는 x의 값을 모르기 때문에 f(x)의 꼴을 알 수 없다는 것이 '법칙 의존 측정 문제'이다.
'법칙 의존 측정의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면 현대 과학을 논할 수 조차 없지만 지금 이순간에도 수많은 연구들은 진행되고 있다. 측정의 진보는 인간의 감각이 옳다고 우선 가정한 후 감각으로 얻은 지식을 활용해 더 훌륭한 이론을 만들거나 측정기구를 발명하고, 그 측정기구를 사용해 더 개선된 연구를 진행하여 다시 감각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 때 후속 기준은 선행 기준에 대해 개선을 요구할 수 있으나 존중의 원리를 따르고 선행 기준은 후속 기준을 정당화해준다.) 즉, 과학은 이미 갖추어진 기준(이론)에 맞춰 시작하되 측정의 결과를 활용하여 기준(이론)을 재검토 하는 방식으로 극복한 것이다. 마치 나선(helix)처럼 처음에 볼 땐 덧없이 순환하는 듯 하지만 서서히 나아가는 식으로 과학은 진보하고 있다.또한 이 나선형 진보의 특징은 언뜻 보면 순환처럼 보이나 결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 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최초의 기준은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한계일 수 있으나, 이를 존중하면서 개선된 기준을 만들어감으로써 점점 진보할 수 있다. 따라서 과학은 많은 이들이 데카르트의 인식론적 절망으로 귀결될 것으로 우려하는 것과 다르게 점진적으로 발전해 나간다고 말할 수 있다.
푸앵카레의 규약주의
'기준'의 선택은 진리에 의거한 것이 아니라 실용주의적 판단(더 간단한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이라고 보는 입장이다(교재에서는 이러한 철학적 입장을 관례주의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이 절대적으로 옳은 기준인지는 말할 수 없지만 그 기준에 따라서 자연과학의 체계가 더 복잡하고 불편해지거나 단순하고 간편해 질 수 있으므로 선택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관례주의에 따라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편리함도 있지만 그보다는 순수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자연법칙이 간단한 형식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시간을 비롯한 다른 모든 물리량의 측정 기준을 정해줘야 한다. 또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예로 들 수 있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절대적으로 무엇이 정지해있고 무엇이 움직인다라는 기준은 없다. 다만 태양계의 법칙을 설명할 때에는 지구가 태양주위를 돈다고 보는 것이 이론적으로 더 설명하기에 정확하므로 그렇게 설명하는 것 뿐이다.
규약주의자들에 따르면 자연의 법칙들은 참이 확실한 이론이 아니라 규약에 의해서 필연적 진리(참)의 위상을 갖게 되는 언명(言明, statement)들이다. 우리가 뉴턴(Newton, 1642-1727)의 운동법칙을 법칙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그 법칙이 참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물질의 성격을 정의하는데 뉴턴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 실용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거에 추시계가 해시계를 누르고 채택된 사례도 규약주의에 따른 것인데, 진자의 운동이 일정한 주기를 가진다는 가정은 뉴턴역학으로 아주 잘 설명된다. 또한 뉴턴역학으로 접근하면 지구의 자전과 공전의 영향으로, 해시계로 측정한 하루의 길이가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 역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반대의 의미에서도 추시계를 해시계 대신 시간 측정의 기준으로 채택하면 권위있는 뉴턴역학에 반하는 일을 없앨 수도 있는 것이다. 또 푸앵카레의 규약주의와 관련있는 것으로 '오컴의 면도날'을 들 수 있다. 오컴의 면도날이란 여러 가지 복잡한 선택 사항(이론, 혹은 단서, 추측)이 존재할 때 그 중 가장 간단한 것을 적절한 것으로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5]
인식과정의 반복
완벽한 기준이 나올때까지 기다린다면 어떠한 일도 시작할 수 없으며 기준 자체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개선될 수 있다. 따라서 과학의 발달은, 처음에 믿고 시작한 전제들을 단순히 유지하고 되풀이 하는 것이 아니라 매 단계에서 재검토하며 지식을 쌓고 개선하는 과정을 되풀이 하는 '인식과정의 반복'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즉, 처음에 어떤 기준을 기반으로 탐구를 시작하여, 그 탐구의 결과를 기반으로 원래 채택했던 기준 자체를 수정하고 개선한다. 감각을 넘어서게 해 준 어떤 측정기구로 연구를 시작해서 지식을 쌓아 더 훌륭한 이론을 세우고, 그 이론을 이용하여 측정기구를 수정하거나 더 훌륭한 새로운 측정기구를 만든다. 이러한 인식과정을 통해 지식이 발달하는 과정을 기하학적으로 비유하자면, 나선(helix)의 형태이다. 나선을 돌아서 원점으로 돌아오는데 한 번 돌아올 때마다 높아지며, 이는 원형의 순환 논리와는 다르다.
인식 과정의 반복은 다음 과정에 의해 이루어진다. 1.불완전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미 갖추어진 기존에 의존하여 시작해본다. 2.그렇게 탐구의 결과가 잘나올 경우 3.기준을 재검토 할 수 있다. 4.결국 원래의 기준이 수정된다.
시간, 온도, 질량에 대한 측정도 이러한 인식과정의 반복을 통해 발달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시간의 인식과정의 반복을 예로 들어보자.
[1] 처음 사람들은 하루의 길이는 대략 일정하고, 태양은 일정한 속도로 하늘을 가로지른다는 느낌을 감각적으로 가졌다. 그 감각을 기반으로 해시계를 만들었고, 해시계에 의존해 시간을 정의했다.
[2] 해시계를 기준으로 관측하며 물리학과 천문학 연구를 한 결과, 코페르니쿠스와 케플러의 지동설을 거쳐 뉴튼역학을 발전시키게 되었다. 하지만 절대적인 진리라고 생각한 뉴튼역학을 기반으로 하면 추시계가 해시계보다 더 정확하다는 이유로 처음 기준이 되었던 해시계를 수정하게 된다.
[3] 추시계를 사용해 많은 물리학 연구를 할 수 있게 되고, 역학뿐 아니라 전자기학, 광학과 같은 여러 분야가 크게 발전하게 된다. 이런 19세기 물리학의 발전은 20세기 양자역학과 현대적 원자이론에 이르러서 전자시계와 원자시계까지 만들게 된다. [6]
주석
- ↑ http://plato.stanford.edu/entries/measurement-science/
-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924555&cid=42125&categoryId=42125
- ↑ 장하석,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지식플러스(2014), p86~87.
- ↑ 장하석,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지식플러스(2014), p90~91.
- ↑ [네이버 지식백과] 규약주의 [conventionalism, 規約主義] (과학사사전, 2011. 2. 1., 이호중)
- ↑ 장하석,『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지식플러스(2014), p114~115.
위키 참여 프로젝트
위의 항목들은 과학의 철학적 이해 : 2016년 1학기 수업에서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항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