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창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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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창의성이란 과학 이론이나 문제의 해결방안을 창안하는 능력을 뜻한다. 창의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요약하면서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 심리학 교수인 마이클 뭄포드(Michael Mumford)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의 논의를 통하여 우리는 창의성이 소설을 창작하고 쓸모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일반적인 일치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1]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창조의 방법을 찾는 과학철학은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과학철학자들은 발견에는 어떤 논리적인 방법이 없고, 오직 '정당화의 문맥'만이 방법론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견의 문맥'에 대한 논의를 피하고 있다.[2] 여기서 '정당화의 문맥'이란 과학적 이론이나 주장을 어떻게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지, 또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지를 탐구하고자 하는 과학철학의 탐구 주제이며 '발견의 문맥'이란 우리가 신뢰할 수 있을 만한 과학적 이론을 찾는 합리적이고 정형화된 방법이 있을 수 있는 지를 탐구하는 것이다.

칼 포퍼의 관점

칼 포퍼는 "이론을 착상하거나 창안하는 행위는 … 논리적 분석을 요구하지도 않거니와 그렇게 분석되지도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며 '검사과정의 논리적 골조만을 제시'하여 과학을 규정하려 시도하였다. 그에 의하면 이론을 착상하거나 창안하는 행위는 경험 심리학의 관심사이지 논리학의 관심사가 아니다.[3] 이런 성향 때문에 포퍼는 과학의 방법을 연구하는 것에 있어 연역에 의한 반증에 더 중점을 두었다. 이는 마치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돌연변이가 자연선택을 통해 그 생존 여부가 결정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포퍼는 솜씨를 가르치는 정상과학적 교육은 패러다임에 세뇌된 사람을 만들게 되며, 이는 창의적인 일을 하지 못하는 기계와 같다며 쿤을 비판했다.

쿤의 관점

칼 포퍼의 비판에 대해 쿤은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정상과학의 퍼즐 풀이에도 창의적인 사고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천왕성이 뉴턴 역학에 따라 운동하지 않았을 때 과학자들은 패러다임을 폐기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행성의 존재를 예측하고 발견하였다. 이것은 창의적 사고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패러다임의 전환을 일으키는 혁명적인 창의성은 변칙 사례와 같이 패러다임이 붕괴될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창의성은 정상과학의 발전 과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성된다고 주장했다. 필요한 상황에서 창의성은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과학 혁명이 일어날 때 그 중심이 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 사람은 대체로 젊거나 다른 과학 분야에 종사하다가 옮겨온 사람이라고 쿤은 말했다. 이를 해석하면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부터 다소 자유로운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어야 새로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쿤의 관점에도 문제점이 있다. 쿤은 창의성이 위기의 상황에서 발휘된다고 주장하였는데 역사에서 보았을 때 위기의 상황이 아니더라도 창의성이 발휘된 경우는 많았다. 예를 들어, 코페르니쿠스는 그 당시 천문학의 위기가 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체계를 고안해 냈으며, 당시 천문학이 위기의 상황이라고 생각한 것은 매우 소수의 학자들 뿐이었다.

창의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

1. 솜씨와 암묵적 지식

일상생활에서 걷기, 자전거 타기 등을 할 때 솜씨 있는 실행이 필요하듯이, 과학에서도 솜씨가 필요하다. 여기서 솜씨란 머리와 언어로써 이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실제로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는가와 관련된 능력이다. 과학기구를 사용하여 과학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관측을 하거나, 어떠한 결과를 담은 사진 혹은 그림을 해석하는 과정 등에 솜씨가 요구된다. 과학적 탐구에 있어서 실험하는 솜씨와 공식을 푸는 솜씨 등 역시 필요하다. 폴라니(Michael Polany)는 이를 형식지와 대비하여 암묵지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2. 언어와 솜씨

과학 연구를 함에 있어서 '물은 H2O다'와 같은 기본적인 명제들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그에 따라 추론하고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옳다', '그르다'와 같은 말을 가르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언어가 아니더라도 수학과 같은 기호체계를 사용할 때 어떤 규칙을 정하고 가르치는 일은 중요하다. 특히 과학에서 솜씨가 들어가는 중요한 부분은 관측인데, 과학 기구의 사용 뿐 아니라 관측한 내용의 해석까지도 타고난 것이 아니라 학습을 통해 얻어진 과학자의 '솜씨'에 의해 그 결과가 좌지우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어를 사용하려면 그 언어에 나오는 개념들이 어느 정도라도 정확해야 한다.

3. 시각적 사고

사고란 언어적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으로의 표현도 필요하다. 이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자신은 이미지로 사고하는 법을 알고있다고 얘기했다. 이와 반대로 심리학자 도킨스는 사고에는 언어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학자이며, 언어가 아닌 이미지를 통한 방식으로 사고하는 자는 진정한 사고를 하지 않는 동물과도 같다고 말하였다.

은유

과학 지식에는 은유가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은유는 문학에서 사용하는 직유법, 은유법의 그 은유가 아니다. 의사 표현 자체에 유용하도록 핵심적으로 박혀 있는 것을 과학에서의 은유라고 한다. 우리는 자연의 모든 면을 그러한 은유를 통해 이해한다. 또한 전혀 새로운 현상에 부딪힐 때는 아는 상황에서 쓰던 개념을 기반으로 하여 은유적 표현과 모델을 쓰면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이를 우리가 직유법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는, 직접적으로 A와 B의 성질을 대응시키는 직유법을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A와 B의 성질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과학에서는 일반적으로 새로운 개념의 성질을 모두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대응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은유가 과학적 사고체계에 필수적이냐 아니냐는 오랜 기간동안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어 왔는데, 과학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자연의 수량화 자체가 은유라는 사실 때문이다.

은유의 창조적 기능

'헤시(Mary Hesse)'가 주장한 것으로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은유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이론적 모델을 만드는 것은, 다루고자 하는 미지의 대상을 이미 알고 있는 친숙한 대상에 비유해서 표현하려는 시도다. 이 때 이러한 모델은 '긍정적 비유', '부정적 비유', 그리고 '중립적 비유'로 이루어져 있다. 보어의 원자 모델을 예로 들자면, 크고 무거운 중심(원자핵 - 태양) 주위를 작고 가벼운 것들(전자 - 행성)이 돈다는 것은 긍정적 비유다. 빛의 성질을 예로 들자면, 빛에서 간섭과 회절이 일어나는 것을 파도에서의 간섭과 회절에 비유하는 것 역시 긍정적 비유다. 반면 부정적 비유는 행성은 전자와 달리 전하를 띠지 않는 등 공유하지 않는 성질이 많다는 것이다. 빛의 성질의 예시에서는 파도의 매질이 물이라면 빛의 매질은 없다는 것을 부정적 비유로 볼 수 있다. 보어의 원자 모델이 나올 당시 전자 궤도가 행성의 궤도와 같은 모양인지는 모르는 상태였는데, 이는 긍정적 비유, 부정적 비유로 분류되지 않은 중립적 비유다. 빛의 예시에서는 빛이 횡파인지 종파인지 모르는 상태가 중립적 비유라고 할 수 있다. 헤시는 이런 중립적 비유를 시험하고 발달시켜먼서 지식이 자라난다고 보았다. 홀튼(Gerald Holton)은, '은유는 미지의 세계로 가는 유일한 다리'라고 표현했다. 과학연구를 하면서 새로운 현상을 맞닥뜨렸을 때, 그것을 표현할 개념이 없기 때문에 이미 가지고 있는 개념을 은유적으로 사용해서 표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경험이나 이미 가지고 있는 개념체계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갑자기 전혀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이러한 생각은 중세 철학에도 존재하였다. 유한한 피조물의 언어로 무한한 신에 대한 언어를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중간 언어로 비유와 은유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식을 늘려가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새로운 개념을 창출해나간다. 첫째, 과학자들은 이미 성취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아가려고 한다. 둘째, 이론의 발달이나 연장과 상관없이 새로 튀오나오는 현상들이 있는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셋째, 과학자는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상상하기도 한다.

관련 항목

주석

  1. Mumford, M. D. (2003). Where have we been, where are we going? Taking stock in creativity research. Creativity Research Journal, 15, 107–120.
  2.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p.352
  3. 칼 포퍼, "과학적 발견의 논리"(고려원), 34-35.

위키 참여 프로젝트

위의 항목들은 과학의 철학적 이해 : 2016년 1학기 수업에서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항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