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혁명의 구조/이상 현상 그리고 과학적 발견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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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쿤, 과학혁명의 구조, 6장

정상과학은 새로움을 지향하지 않는다. 사실이든 이론이든 새로움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학의 역사에서는 종종 뜻밖의 새로운 현상이 밝혀지거나 새로운 이론이 창안되어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져 왔다. 어떻게 새로움을 지향하지 않는 정상과학으로부터 그러한 근본적인 새로움이 도입될 수 있는가? 쿤은 그것이 가능할 뿐 아니라, 그러한 변화를 위해 정상과학이 특별히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이고자 한다.

일단 6장에서는 사실의 새로움이 도입되는 과정(사실 발견)을 살펴볼 것이고, 7장에서는 이론의 새로움이 도입되는 과정(이론 창안)을 살펴볼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쿤은 사실의 발견과 이론의 창안이 서로 동떨어진 별개의 일이 아님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새로운 사실이란 이론에 대한 단순누적적인 조정 이상의 변화가 완료되기 전까지, 즉 과학자가 자연을 색다른 방식으로 보도록 깨우치기 전까지, 결코 과학적 사실이 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과학적 발견은 동전 줍듯이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며,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쿤에 따르면, “새로운 종류의 현상을 발견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복합적인 사건으로, 무언가가 있다는 것(that something is)과 그것이 무엇인가(what it is)를 둘 다 확인하는 것을 포함한다. 따라서 (새로운) 사실의 발견은 변칙(anomaly)―패러다임으로부터 유도되는 예상들을 자연이 위배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지각에서부터 시작하여, 그 변칙의 범위를 확장하여 탐사함으로써, 그 변칙이 패러다임에 의해 정상적으로 예상되는 일이 되도록 이론이 조정되었을 때 종결된다.

따라서 새로운 종류의 현상을 발견하는 일은 보통 패러다임의 저항을 동반하며, 그 발견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패러다임의 변화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이론상의 심대한 변화가 일어나거나, 때로는 실험 관행의 심대한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산소, X선, 라이덴병

산소의 발견

세 명의 후보 : 스웨덴의 셸레는 처음으로 비교적 순수한 산소 기체의 시료를 모았다. 영국의 프리스틀리는 수은의 붉은 산화물을 가열할 때 나오는 기체를 수집하여 이를 아산화질소로 식별했다가(1774), 나중에 플로지스톤 없는 공기로 식별했다(1775). 마지막으로, 프랑스의 라부아지에는 프리스틀리의 실험 재연하여(1775), 처음에는 “순수하며 호흡하기에 더 좋은” 보통 공기로 식별했다가(1775), 나중에서야 별개의 화학종으로 식별했다(1777).

대체 누가, 언제 산소를 최초로 발견했는가? 이 질문에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발견자가 셸레라고 한다면? 프리스틀리라고 한다면? 라부아지에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산소의 발견자로 인정하는 라부아지에조차도 죽을 때까지 산소를 ‘산성의 원리’로 생각했고, 산소 기체는 그 “원리”가 칼로릭과 결합할 때에만 생성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1777년에도 산소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야 하는가? (‘산성의 원리’ 개념은 1810년대까지, ‘칼로릭’ 개념은 1860년대까지 살아남아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의 원인은 무엇인가? 과학적인 발견을 무언가를 보는 행위처럼 ‘일회적인 단순 행위’로 오해했기 때문이다. 발견의 시기를 확정하려는 시도는 어쩔 수 없이 자의적일 수밖에 없는데, “새로운 종류의 현상을 발견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복합적인 사건으로서, 무언가가 있다는 것과 그것이 무엇인지를 둘 다 확인하는 것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관찰과 개념화, 사실과 이론적 동화는 발견에서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고, 때문에 발견은 하나의 진행 과정이며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관련된 개념적 범주들이 모두 미리 갖추어진 경우, 즉 현상이 새로운 유형이 아닌 경우에 한해서, 그에 대한 발견과 그것이 무언인지에 대한 발견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다.

발견에 개념적 동화 과정이 동반된다면, 발견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수반할까? 산소 발견의 경우엔 그렇다. 사실, 1777년부터 라부아지에가 발표한 것은 산소의 발견 그 자체가 아니라 연소에 대한 산소 이론이었다. 즉 산소의 발견은 연소에 대한 산소 이론을 동반했고, 이 이론은 화학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 일은 화학혁명이라고도 불린다. (그럼에도 산소의 발견은 이론 변화의 원인이 아니다. 어쩌면 기존 플로지스톤 이론에 대한 라부아지에의 문제 인식이 산소 발견을 도왔을 수도 있다.)

X선의 발견

우연히 이루어진 발견의 고전적인 사례로, 이 발견은 (i) 뢴트겐이 음극선 실험을 하던 중 음극선 실험 장치로부터 떨어진 위치의 시안화백금바륨 스크린이 밝게 빛나는 것을 우연히 발견한 데서 시작하여, (ii) 이에 대한 7주 동안의 자세한 조사 결과 그 현상의 원인이 음극선 관에서 직선으로 들어왔으며, 그 경로가 자기장에 의해 휘어지지 않는다는 등의 여러 사실을 알아냈고, (iii) 결국 그것이 음극선 탓이 아니라 일종의 빛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는 것을 깨달음으로써 종결되었다.

산소 발견과의 공통점 : 발견은 패러다임으로부터 예상되지 않는 어떤 현상을 인식하면서 시작되어, 일정 기간 동안의 동화 과정을 거쳐, 그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함으로써 종결되었다. 이로써 X선은 1958년 11월 8일에서 12월 28일 사이의 어느 시점에 탄생했다고 말할 수 있다. (발견은 뢴트겐의 탐색 마지막 1주일로 밀려날 수도 없다. 왜냐하면 그 무렵 뢴트겐은 자신이 이미 발견한 새로운 복사선의 성질을 밝혀내고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산소 발견과의 차이점 : X선의 발견으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동반되었는가? 이론상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심대한 변화가 있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실제로 당시의 과학자들은 X선의 발견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기까지 했다. 그들에게 X선의 발견은 왜 충격이었을까? X선이 발견된 실험 장치는 당시의 널리 사용된 매우 익숙한 표준적인 실험 장치였기 때문이다. 만약 뢴트겐의 실험장치에서 X선이 나왔다면, 자신들의 장치에서도 동일한 X선이 나와야 했기 때문이다. X선이 정말 있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기존 실험을 재검토해야 했고, 또는 실험 장치를 수정해야 했다. 즉 X선의 발견은 표준적인 실험 관행상의 중대한 변화를 초래했다.

결국 새로운 종류의 현상을 발견하는 일은 패러다임(이론적 예측과 실험 절차 모두)의 변화를 동반한다.

라이덴병의 발견

이론 유도형의 발견으로 볼 수 있는 사례로, 이 발견은 명료화되지 않은 잠정적인 이론으로부터 유도되었다. 특히 라이덴병은 전기를 유체로 보는 학파에서 전기를 물처럼 병에 담고자 하는 시도에서부터 유도되었다. 그러한 시도는 우연한 성공으로 궤도에 올라, 그에 대한 상세한 탐구 끝에 전기에 대한 최초의 완벽한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세 가지 사례의 공통점 : (i) 변칙에 대한 사전 인지 → (ii) 관찰적, 개념적 인식의 점진적 동시 출현 (iii) 그 결과로서, 패러다임 범주와 과정의 변화(때로는 저항을 동반하기도)

심리학적 설명

일부만 이상한 트럼프 카드(예: 빨간 스페이드 6)를 제시했을 때, 피험자들은 대체로 이상한 카드를 정상적인 카드로 잘못 인식하다가, 점차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망설이며 깨닫기 시작하여, 이상한 카드들을 어려움 없이 제대로 맞추게 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끝까지 적응하지 못한다. 이는 하나의 은유이지만 과학적 발견 과정에 대한 간단한 도식적 설명을 제공한다.

“트럼프 실험에서와 마찬가지로, 과학에서는 신기한 새로움은 예측되었던 바를 거스르는 저항으로 특징지어지는 난관을 뚫고 비로소 출현하게 된다.” 변칙 상황에 대해 초기에는 예상되고 통상적인 것만이 경험되다가, 나중에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이러한 상태는 개념적 범주가 조정됨으로써 당초 이상하던 것이 결국 이상하지 않은(예측되는) 것으로 바뀜으로써, 그 변칙은 결국 새로운 발견으로 완료된다.

혁신과 정상과학

지금까지의 검토를 통해, 정상과학은 새로움을 지향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것을 억제하는 경향을 띤 탐구임에도 불구하고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패러다임의 수용에 따른 전문화는 한편으로는 과학자의 시야를 크게 제한시키고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서 상당한 저항으로 작용한다. 다른 한편으로 패러다임이 주의를 집중시키는 그런 분야에서 정상과학은 다른 방식으로는 이룰 수 없는 관찰-이론 사이의 엄청나게 정확한 일치를 추구하게 된다. 그러한 (이론적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고 실험장치의 정확성을 높이는) 노력이 없었더라면, 궁극적인 새로움을 이끈 결과들은 발견될 수 없었을 것이다. 새로움은 무엇을 예측해야 할지를 정확히 알면서 무엇인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변칙은 패러다임이 제공하는 배경 위에서만 나타난다.

요약

(새로운 종류의 현상에 대한) 과학적 발견은 개념적 재조정을 동반하는 “과정”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초래한다.

책의 목차

과학혁명의 구조

  1. 서론 : 역사의 역할
  2. 정상과학에 이르는 길 (2-5장 발췌)
  3. 정상과학의 성격
  4. 퍼즐 풀이로서의 정상과학 (발췌)
  5. 패러다임의 우선성
  6. 이상 현상 그리고 과학적 발견의 출현 (발췌)
  7. 위기 그리고 과학 이론의 출현
  8. 위기에 대한 반응
  9. 과학혁명의 성격과 필연성 (번역)
  10. 세계관의 변화로서의 혁명 (발췌)
  11. 혁명의 비가시성
  12. 혁명의 완결 (발췌)
  13. 혁명을 통한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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