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혁명의 구조/후기―1969
토머스 쿤, "후기―1969" (『과학혁명의 구조』 2판에 수록)
쿤에 대한 비판들
- 패러다임과 과학자 사회의 정의가 순환적이다. → 과학자 사회 먼저 정의.
- 패러다임이란 개념이 너무 모호하다.
- 공약불가능성은 과학의 비합리성을 함의한다.
- 쿤의 입장은 상대주의를 함의한다.
과학자 사회가 공유한 것들의 집합으로서 패러다임
-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패러다임은 적어도 21가지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다” (M. Masterman)
- 쿤은 “후기”에서 패러다임 개념을 전문분야 행렬(disciplinary matrix)과 범례로 구분
- 전문분야 행렬 (넓은 의미의 패러다임) : 특정 분야 종사자들이 공유한 여러 가지 요소들의 집합
- 전문분야 행렬 = {기호적 일반화, (형이상학적/발견법적) 모형, 가치, 범례}
- 기호적 일반화 : F=ma, I=V/R, “원소들은 일정한 무게비로 결합한다” 등의 명시적 진술들. 퍼즐 풀이 활동에서 논리적/수학적 조작의 강력한 도구로, 해당 분야에서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기호적 일반화의 수가 증가할수록 그 분야의 위력이 커지는 것으로 여겨짐. 법칙 vs. 정의 : 하나의 진술이 시기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 옴의 법칙은 왜 저항을 받았는가? 기호적 일반화가 거의 없는 분야도 있음. 예는?
- 모형 : 데카르트의 물질관(형이상학적 모형), 기체 분자들에 대한 당구공 모형(발견법적 모형). 바람직한 유비를 제공함으로써 무엇이 적합한 퍼즐 풀이로 간주될 수 있는지 결정하는데 기여. 그러나 모형을 꼭 공유해야 하는 것은 아님. 존재론적인 합의 없이도 정상과학 가능. 예는?
- 가치 : 여러 시기, 여러 분야의 과학자 사회에서 상당 부분 공유. (예측의) 정확성, (내적/외적) 일관성, 단순성, 넓은 적용범위, 다선성 등. 위기나 패러다임 선택의 순간에 부각. 가치의 항목은 대체로 공유하지만, 적용에 있어서 가변적. 가치에 의한 이론/패러다임 선택은 쿤의 약점? 공유된 가치는 과학자 사회의 집단적 행동의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가치 적용의 가변성은 위험을 분산시키고 장기적 성공을 보장하는 역할.
- 범례 (좁은 의미의 패러다임) : 쿤이 원래 의도했던 패러다임의 의미. 모범적/성공적 문제풀이 또는 교과서나 공인된 논문의 표준적인 적용 사례나 문제 풀이법. 모든 물리학자는 경사면, 자유낙하, 용수철 진동, 진자, 행성 궤도 등의 문제나 기기사용법 공유. 세부 분야로 나아가면서 공유된 기호적 일반화는 점차 서로 다른 범례에 의해 학습.
공유된 예제로서의 패러다임
과학지식은 이론과 규칙의 집합이 아님. 이론을 배운다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님. 오히려 법칙과 이론은 그것의 표준적인 예제가 없다면 경험적인 내용을 가질 수 없음. 학생들은 예제와 연습문제를 통해 과학과 자연에 대해 함께 배우게 됨.
- F=ma. 실제 다양한 물리적 상황에서 어떻게 힘, 질량, 가속도를 골라낼 수 있게 되는가?
“과학도는 으레 그들 교제의 한 장의 끝에 실린 문제들을 푸는 데서는 여러 군데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한다. 통상적으로 그런 난점들은 동일한 방식으로 해결된다. 학생은, 자기 교수의 도움을 받든 받지 않든 간에, 그의 문제를 자신이 이미 부딪혔던 문제처럼 다루는 방법을 발견한다. 유사성을 파악하고 구별되는 두 가지 이상의 문제들 사이의 유비 관계를 파악함으로써, 학생은 기호를 서로 관계짓고 그것들을 이전에 효과적이라고 증명된 방식으로 자연에 적용시킬 수 있다. 법칙-개요, 예컨대 f=ma는 하나의 도구로 작용함으로써 학생에게 어떤 유사성을 탐색해야 하는가를 지시하며, 그 상황이 느껴지게 되는 경험의 통일적 형태를 신호해준다. 내 생각으로는, f=ma 또는 그밖의 기호적 일반화에 관한 주제처럼, 다양한 상황들을 서로 닮은 것으로 보는 능력은 학생이 연필과 종이를 쓰든 설비가 잘된 실험실에서든 간에, 예제를 풂으로써 얻게 되는 주요 성과라고 본다. 그 문항수에서는 개인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지만, 어느 정도의 문제 풀이를 완결하고 나면, 학생은 한 사람의 과학자로서 그에게 닥치는 상황을 그 전문가 그룹의 다른 구성원들과 같은 경험 형태로 다루게 된다. 그 학생에게는 그런 상황들이 그의 수련이 시작되었을 때 당면했던 것과는 더 이상 동일하지가 않다.” (“후기”, 313-314쪽)
- “실제 하강은 잠재적 상승과 동일하다”는 원리로부터 어떻게 문제를 풀 수 있는가?
- cf. 마이클 폴라니의 “묵시적 지식”
유사성 인식에 있어 범례의 우선성 및 완전성 : “유사에 대한 동일한 인식을 낳을 수도 있는 수많은 기준들 중의 어느 것보다도 논리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선행하는 것이다. 유사하다는 것이 눈에 띈 후에는 기준을 물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경우 그것은 자주 그럴 만한 가치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꼭 그럴 필요는 없다. 두 문제를 비슷한 것으로 보는 것을 배우는 동안 얻어진 심적 혹은 시각적 인상들의 집합은 직접 적용될 수도 있다. ... 무엇에 관해서 비슷한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 먼저 주어지지 않더라도, 자료들을 처리해서 유사 집합들을 얻어낼 수 있는 수단이 있다.”
아이는 어떻게 오리와 백조와 거위를 구분하게 되는가? 단지 사례들을 보며 훈련을 하면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은 후 금새 학습 가능. “백조는 하얗다”와 같은 정의나 명시적 기준은 유용하지만 사용하지 않아도 학습 가능. 종의 식별 규칙을 만들어낸다면? 사후적으로 가능하나 그것은 그 공동체가 지닌 지식의 형태가 아니며, 그 공동체의 인지 능력을 약화시킬 것임. 종의 경계선은 새로운 사례의 추가에 따라 조금씩 변경되어야!
패러다임 선택의 합리성
- 서로 다른 패러다임 사이에 선택의 근거는 충분치 못함.
- 전제가 공유되어야 옳고 그름의 판별이 명확하게 갈라짐. 전제가 공유되어 있지 않다면?
- 그러한 상황에서의 패러다임 선택이 과연 합리적일 수 있겠는가?
- “설득된 것에 대한 충분한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또는 그런 이유들이 궁극적으로 그룹에 대해서 결정적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 선택은 공유된 가치에 의해 이루어짐 : 정확성, 단순성, 다산성, 일관성, 넓은 적용범위
- 항목은 일치하지만, 각 항목의 적용과 가중치는 불일치. (과학자들의 일치와 불일치 모두 설명)
- 미묘한 가치 차이를 가진 사회 구성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결정적 논증보다는 여러 논증이 필요.
더 심오한 문제 : 같은 상황을 다르게 지각. 동일한 단어가 달리 사용.
- 이러한 상황에서 둘은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고 서로를 설득시킬 수 있는가?
- 서로 다른 지각의 원천 : 서로 다른 범례에 의한 서로 다른 유사성 인식! → 서로 다른 분류
- 난처함 : 중립적 언어 사용의 어려움. 일상적 어휘에 의지하기, 번역. 번역의 한계.
- 개종의 중요성 : 어느 순간 상대 이론을 번역하지 않고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계기.
혁명과 상대주의
- 일종의 문화 상대주의? 쿤은 ‘단순한’ 상대주의는 아니라고 대응.
- 대다수 과학자들에게 인정된 뚜렷한 기준 : 퍼즐을 설정하고 풀이하는 능력! (물론 적용에 있어서는 모호. 사람마다 판단 다를 수 있음.)
- 퍼즐 풀이 능력에 대한 추구가 낳는 귀결 : “과학의 발전은 생물학적 발전과 마찬가지로, 일방향적이고 비가역적인 과정이 된다. 나중의 과학 이론들은 이론들이 적용되는 흔히 상당히 다른 환경에서 퍼즐들을 푸는 데에서 이전의 이론들보다 더 낫다. 이는 상대주의자의 입장이 아니며, 그것은 내가 어떤 의미에서 과학적 진보를 확신하는 신봉자임을 드러낸다.”
- 그럼에도 근사적 실재론 거부. 근거는? 선행-후속 이론 사이에 존재론적으로 일관된 방향성 없음.